<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4월 2주

   천안함이 침몰한지도 보름이 지났지만, 정부와 군은 실종자는 고사하고 침몰 원인조차 찾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이런 큰 일이 발생했음에도 신속한 대응보다는 무언가를 숨기는 것 같은 모습을 '일관적으로' 보여주었다는 점에 있죠. 정말로 "진실이 저 너머에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정부와 군에 '믿음'이 가는 모습을 보여주었어야만 했건만, 그들의 태도는 의심만 불러일으키는 행동이었습니다. 

   영화에서는 이런 기막힌 일들이 많이 발생하는 편입니다. 권력을 지닌 자들의 횡포와 그에 맞선 소수의 선인들의 이야기는 태고의 영웅담과 맞물려 현대영화에서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키득거리면서 볼 수 있었던 반면, 지금에서는 그저 웃기만 할 수는 없는 현실이지만요. 

 

   최근에 개봉한 영화 중 음모론의 진수(?)를 보여준 영화는 단연 브렉 에이즈너 감독의 <크레이지(The Crazies)>입니다. 미국의 소읍인 오그덴 마시에 미군이 비밀리에 진행한 생화학 무기 '트릭시'가 유출되어 마을 사람들이 감염되기 시작합니다. 이 물질에 감염이 되면 인간으로의 자각이 조금씩 사라지고, 무조건적인 살인을 자행하게 되지요. 알 수 없는 이상한 현상들이 마을을 잠식하고, 이유없는 살인이 계속 벌어지면서, 마을은 점점 공황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바로 이 때 군부대가 들어와 마을사람들을 한 곳에 몰아 넣은 후 격리를 시키기 시작합니다. 이 때 영화의 주인공인 보안관 데이빗 더튼(티모시 올리펀트), 의사 쥬디 더튼(라다 미첼) 부부가 헤어지게 됩니다. 쥬디는 트릭시에 감염된 환자들 사이에 격리되고, 데이빗은 정상인들 사이에 격리되어 '안전한 곳'으로 피신을 할 준비를 합니다. 그는 이곳에서 자신과 같은 처지의 사람들과 있게 됩니다. 아내 혹은 남편 혹은 가족과 헤어진 사람들 사이에서 그는 이야기합니다. "정말 괜찮을까요?" 그러자 그들 중 한명이 대답을 합니다. "정부를 믿어야지 우리가 무슨 수가 있겠어?" 데이빗은 사람들의 그런 낙관을 믿지 않고, 아내를 구하러 갑니다.

   영화에서 군인들은 계속 무엇인가를 숨기려고만 합니다. 설명이 배제된체 정부를 믿고 군의 통제를 따르라는 '명령'은 웃고 넘기기에 우리는 너무 아픈 역사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것은 원인 제공자들은 사건의 시야에서 사라지고, 남아있는 사람들끼리 싸움을 붙여 자신들의 존재를 망각시키게 하려는 것입니다. <크레이지>에서 군부대에 명령을 지시한 '몸통'들은 나오지 않습니다. 결국 오그덴 마시에 남아있는 원주민들과 타자들은 서로 '죽이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이 상황은 정말 기막히게 말 그대로 '돌고 돌게' 됩니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셔터 아일랜드(Shutter Island)>또한 음모론에 일조합니다. 연방수사관 테드 그린(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은 정신병 판정을 받은 일급 살인자들만 모인 셔터 아일랜드에 도착합니다. 도저히 탈출할 수 없는 천혜의 섬에서 한 여죄수가 도망쳤기 때문이지요. 밀실과도 같은 곳에서 한 여죄수가 (글자 그대로) 증발을 했는데, 그곳을 둘러싼 여러 사람들은 새로 온 수사관에게 적대적이고, 한결같이 무언가를 숨기는 것 같습니다. 테드 그린은 이 섬에서 살인자들을 상대로 생체실험을 벌이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이곳에 왔습니다. 그리고 그는 이곳에서 무언가를 발견합니다. 

   셔터 아일랜드가 묘사하고 있는 시대는 1950년대입니다. 1950년대의 미국은, 1940년대 2차 세계대전의 홀로코스트를 목격하고 원자폭탄의 공포를 체험한 미국인들의 트라우마와, 한국전쟁과 수소폭탄의 공포 그리고 이웃을 의심하는 빨갱이 사냥(매카시즘)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신경증적인 시대였습니다. 이런 시기에 음모론이 발생하는 것은 특별한 사항이 아닙니다. 어쩌면 음모론은 이런 거대한 고통을 견디지 못한 개인이 국가로 '떠넘길 수 있는' 도피처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닐 마샬 감독의 <둠스데이: 지구 최후의 날(Doomsday)> 역시 음모론을 보여줍니다. 위에 언급한 두 영화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음모론의 실체가 명확히 드러나 있다는 점이지요. 시기는 현재. 스코틀랜드에서 새로운 변종 바이러스가 발병했습니다.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인간은 피를 쏟고 죽어버립니다. 잉글랜드는 거대한 벽으로 스코틀랜드 주위를 둘러 쌓고, 그 벽에 가까이 다가오는 것은 사람이던, 동물이던 닥치는 대로 죽입니다. 25년 후, 없어진 줄 알았던 리퍼 바이러스가 런던에서 발생하기 시작하고, 정부는 이 사실을 조용히 해결하기 위해 특공대를 조직합니다. 리퍼 바이러스로 몰살당했을 스코틀랜드에 사람이 살아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이들이 백신을 개발했음을 깨닫습니다. 특공대는 48시간 안에 스코틀랜드에 가서 백신을 구해와야 합니다. 

   알 수 없는 죽음의 공포 앞에서 쓰러지는 시민들을 향해 정부와 군인이 한 일은 도시를 겪리시키는 일입니다. 그 안에서는 자신들이 왜 격리당하는지, 왜 사람들이 피를 토하며 죽어가는지 알지 못합니다. 정보는 정부에 의해 통제되고 있으며, 음모는 은밀히 자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닐 마샬 감독은 다른 자의식 있는 감독들과는 달리 화끈한 결말을 보여줍니다. 국민을 바이러스보다 못한 존재로 여기는 정치인이라면 마땅히 그 대가를 받아야지요. 문명이 있고 없고가 어떤 차이가 있는지, 이 영화는 숨기지 않고 드러내고 있습니다. 

 

   천안함 실종자 장병들의 귀환과 사건의 전말이 말끔히 드러나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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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y 2010-04-12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디선가 주워들은 이야기인데 50년전에 프랑스 시골마을에 빵먹고 떼로 미친 사건 생각납니다..
무슨 바이러스다, 광신이다, 생체실험이다..여러가지 떠도는 소문중..
절대 아니라고 뻥치더만 결국 50년만에 밝혀진 CIA LSD생체실험--;
필로뽄도 첨엔 몰핀처럼 치료약이었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LSD는 완죤 고문을 위해 조제된 합성화학무기인데 참 잘도 민간에 불법실험을 그것도 지네 나라도 아니고 프랑스에서~
이런일이 지금도 없을리는 만무하고ㅡㅡ;
차라리 아마존에서 미개?하게 사는게 인류에는 더 나은 진화인거 같습니다..

Tomek 2010-04-13 09:17   좋아요 0 | URL
헉.. 이게 실제로 있었던 일인가요?
그냥 거짓이라고 여기고 싶습니다. 무섭네요... 얼른 석유가 고갈돼야.. (응?)
^.^;

카스피 2010-04-13 0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진정한 음모론을 알고 싶으시다면 해냄에서 나온 그림자 정부 시리즈를 읽어보세요.현실 음모론의 결정판적인 책입니다^^

Tomek 2010-04-13 09:15   좋아요 0 | URL
와. 목차만 훓어봤는데 정말 엄청나네요. 정치와 경제편은 한 번 읽어봐야겠어요. ^.^;
 

1. 가위 

체력이 저하돼서 그런지 요즘 가위에 자주 눌린다. 어렸을 때부터 유체이탈을 비롯하여 가위에 질리도록 눌려본지라 그려려니하고 지나가는데, 요즘엔 여자귀신들이 내몸을 눌러대서 좀 무섭다. 신기한 게, 밖에서 독서하는 마눌님을 불러 같이 자면 여자 귀신들이 사라진다는 점이다. 무섭긴 하지만 왠지 모르게... 응? 

 

2. 아침 운동 

저질 체력을 보완하기 위해 아침마다 한강변을 걷기 시작했다. 역시나 부실 체력은 금방 밑천이 드러나는 모양이다. 걷기만 했는데도 온 몸이 쑤시고, 발바닥엔 물집이 잡혔다. 요즘엔 걷기조차 힘들다. 건강해지려 운동을 하기 시작했는데 전보다 덜 움직이는 것 같다. 이것도 통과의례인가. 

운동을 하면서 강변북로에 꽉 차있는 차들을 바라보면서, 나도 얼마전까지는 저 속에서 몸을 부대끼며 살아왔다고 생각해보니 소름이 돋는다. 쉬는 게 좋기는 좋다. 확실히. 밥만 해결된다면야.

 

3. 원고 

처음으로 의뢰를 받아 글을 썼다. 글을 쓰고 읽어봤다. 한심했다. 체력과 마찬가지로 글쓰기도 부실한지라 금방 밑천이 드러났다. 다시 새로 쓰고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손에 들고 있어봤자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을 알기에 마감하고 올렸다. 역시 함부로 들이대는 게 아니었는데... 후회보다는 부끄럽고 무참하다. 이것도 통과의례인가. 

 

4. 블랙 달리아, 백야행 

책과 영화 덕분에 근 5일간 엘리자베스/매들린, 케이, 유키오/유미호 생각만 했다. 그래서 여자귀신 가위에 눌렸나? 잠자리에 드는 게 무섭다. 

 

5. 술 

어쩌면 술을 끊어서 생긴 환각 증세일지도 모를 일이다. 그럼 오늘 한 잔? 이런 생각을 하는 날 바라보면, 진짜 알콜 중독 아닌가 진지하게 생각해본다. 

 

6. 셔터 아일랜드 

요즘 이 음악만 일주일째다. 처음엔 난해해서 싫었는데, 몇 번 귀에 익고나니 이만한 앨범이 없는 듯 하다. 기상천외한 현대음악과 클래식, 올드팝의 조화라. 이 음악들은 이상하게 끄는 힘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지금 듣는 음악은 Aerosmith의 라이브 부틀렉 앨범. 스티브 타일러의 찢어지는 음성은 참 매력적인 것 같다. 물론 그의 딸도 매력적이지만. 

 

7. 헤이즐럿 

그래도 커피 한 잔의 여유를 빼 놓기는 서운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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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지 2010-04-10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저랑 완전 비슷하군요. 헤이즐럿 빼고는... tomek님도 드립 커피 강추에요... 그런데 담배는 안태우시나 보내요...

Tomek 2010-04-12 10:37   좋아요 0 | URL
드립을 샀어야 했는데.. 어슬프게 에스프레소 머신을 사서 날마다 고생입니다. 담배는 2001년인가에 끊었어요. 술을 끊어야 하는데... ㅡ.ㅡ;;;

Forgettable. 2010-04-10 1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미호!!!!!!!!!! 손예진 진짜 대단했죠. 근데 한국 영화보신거 맞으실라나..
가위눌리실만 하다능 -_-

전 사랑니 뽑고 지금 4일째 금주중인데, 죽겠네요. 술마시고 싶어요;;
한강근처 사시나봐요. 전 요새 운전 면허 배우는거 끝나고 운동삼아 집에 걸어오는데, 요즘 날씨가 좋아서 걷는게 재미있어요. ㅎㅎ

Tomek 2010-04-12 10:38   좋아요 0 | URL
사랑니는 잘 뽑으셨어요? 전 뽑고나서 바로 술마신 것 같은데.. ㅎㅎ 요즘 걷기에 날시 정말 좋은 것 같아요. 주변에 재개발때문에 좀 그렇지만.. ㅠㅠ
 

 

                
               <TWIN PEAKS>
               시즌  1    
               에피소드  6 (7)
               타이틀  Realization Time
               각본  Harley Peyton
               감독  Caleb Deschanel 
               방영일  1990년 5월 17일
 

 

   
                 <지난 회 보기>
               0. Prologue - Chaos
               1. Pilot (aka Northwest Passage)
               2. Traces to Nowhere   
              
3. Zen, or the Skill to Catch a Killer
               4. Rest in Pain
               5. The One-Armed Man
               6. Cooper's Dreams
 
   

 

 

1. 이야기  

   데일은 자신의 방에 들어온 오드리를 잘 설득한다. 아침에 보안관 사무실에서 데일은 자끄의 애완새 왈도가 말을 하기를 기다리며 리코더를 켜놓는다. 루시는 앤디에게 여전히 쌀쌀맞게 군다. 

   향수 매대에서 일을 하는 오드리는 백화점 매니저 에모리 배티스(Dan Amendola)의 이야기를 몰래 듣고 '애꾸는 잭'에 잠입을 시도한다. 

   매디와 제임스, 다나는 로라의 방에서 찾은 테이프를 듣는다. 그 테이프의 내용이 자코비 의사와 관련이 있는 것을 알고 그들은 자코비를 유인할 계획을 세운다. 

   캐서린 마르텔은 자신의 앞에 든 생명 보험의 상속인이 조시 패커드로 되어있는 것을 알아채고, 숨겨둔 이중장부마저 없어진 것을 알아채자 벤자민 혼과 조시 패커드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데일은 빅 에드와 함께 '애꾸는 잭'에 잠입한다. 그들은 그곳에서 로라를 살해한 용의자인 자끄를 만난다. 그와 동시에 오드리도 마담 블래키의 면접을 끝마치고 그곳에서 일을 하기로 한다. 오드리의 아버지 벤자민 혼과 삼촌 제리 혼이 노르웨이 사업단을 이끌고 '애꾸는 잭'으로 갈 준비를 한다. 

   총을 맞은 리오는 바비가 셜리와 만나는 것을 보고 총을 쏘려 한다. 그런데, 자끄의 애완새가 보안관 사무실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획을 수정, 새를 쏘아 죽인다. 리코더에는 무언가가 녹음이 되어 있었는데, '리오'가 언급되어 있다. 

   매디는 로라로 변장을 하고 자코비를 유인한다. 그 시간을 틈타 다나와 제임스가 자코비의 사무실을 뒤진다. 바비가 제임스의 오토바이에 마약을 넣는다. 혼자남은 매디를 어떤 누군가가 몰래 지켜보고 있다. 

 

 

 

2. 언더커버 (Undercover) 

   이번 회에서는 두 개의 잠입이 진행된다. 하나는 데일 쿠퍼의 '애꾸눈 잭' 잠입이다. '애꾸는 잭'은 국경 너머 캐나다에 있다. 데일은 FBI에 소속되어 있기에, 그가 수사를 진행하려면 상당히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한다. 그는 사건 수사를 위해 '불법'을 저지른다. 데일은 자경단원인 빅 에드와 함께 부유층으로 변장을하고, '애꾸는 잭'에 잠입을 한다. 그 곳에서 그는 중요한 용의자인 자끄를 만난다. 

   다른 하나는 오드리 혼의 '애꾸눈 잭' 잠입이다. 데일 쿠퍼에 대한 오드리의 맹목적인 사랑은 이번 에피소드 초반에 벌어진 일 때문에 더욱 더 탄탄하게 된다. 그녀는 친구 로라의 죽음보다는 로라에 대한 아버지 벤자민 혼에 대한 의심을 확인하고, 사랑하는 데일의 수사에 도움을 주기 위해 스스로 매음굴에 빠져든다. 정말 대단한 '파워 오브 러브'다.  

 

 

3. 현기증 (Vertiogo)

   제임스와 다나, 매디는 로라의 방에서 찾은 테이프를 듣는다. 테이프는 로라가 자신의 이야기를 자코비 의사에게 남긴 내용이다. 비슷한 내용들의 연속인데, 이 중에서 테이프가 하나 비어있는 것을 확인한다. 날짜는 2월 24일. 로라가 죽은 바로 그 날이다. 제임스와 다나는 자코비를 의심한다.  

   그들은 매디를 로라로 변장시키고 자코비를 사무실에서 끌어낼 계획을 짠다. 자코비가 로라(변장한 매디)를 보러오는 사이에 제임스와 다나가 자코비의 사무실을 수색한다는 계획인데, 이론상으로는 그럴듯해 보이지만, 상당히 위험한 계획이다. 왜냐하면 매디는 그 밤중에 혼자 남아서 자코비를 상대해야하기 때문이다. 

   매디가 로라로 변장을 한 모습은 자코비를 흔들리게 하지만, 로라를 사랑했던 제임스의 마음마저 흔들리게 한다. 로라의 죽음으로 연결됐던 제임스와 다나는 로라의 등장으로 흔들리기 시작한다.

   어쨌든 계획은 성공했고, 매디는 홀로 유령처럼 제임스와 다나가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그런데 어떤 불길한 시선이 그녀를 바라보고 있다. 

 

 

 

4. 빅 에드 & 네이딘 

   무소음 드레이프 러너의 특허 신청을 거부당한 네이딘은 더할나위 없는 절망에 빠진 상태다. 남편인 빅 에드는 어떻게든 네이딘을 달래보려 하지만, 그녀의 상심은 굉장히 커 보인다. 네이딘은 남편과 노마가 같은 마을에 산다는 것을 불안해하고 있으며,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삶을 살아가길 기대한 것 같다. 그녀가 이상한 발명에 탐닉해온 것은, 그것으로 돈을 벌어 과거를 잊어버리고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서다. 그런데 문제는 그 '새 삶'을 물질에서 얻으려고 하는 것이다. 새 TV와 모터보트가 네이딘에게는 새 삶을 살 수 있는 조건이라 여기는 것 같다. 인간과 인간의 교감에서 얻는 것이 아니라, 물질에서 얻는 만족. 이런 네이딘도 안쓰럽지만, 아내를 계속 자기만의 세계에 머물게 하는 빅 에드 또한 문제가 있어 보인다.  

 

빅 에드: 힘내, 여보. 그렇게 나쁜 상황은 아니잖아.
네이딘: 당신은 얼마나 상황이 나쁜지 몰라요. 당신은 내가 우리를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몰라요.
빅 에드: 알아.
네이딘: 새 텔레비전, 내가 살 수 있었죠. 난 모터보트도 벌써 봐버렸는 걸요. 이제는 그것들을 살 수 없게 됐어요. 우리를 이끌어줄 새 삶이었는데.
빅 에드: 네이딘, 세상에 넘치는 게 특허 변리사들이야. 드레이프 러너를 이해해주는 변리사를 찾을 때까지 계속 찾아보자고.
네이딘: 거절당했어요. 그게 그 사람이 얘기한 거에요. 누구를 찾아가건 모두들 그렇게 이야기할 거에요.
빅 에드: 네이딘, 포기하지마, 제발 그러지마. 

 

   빅 에드는 사랑에 대해선 식물같은 우유부단한 성격을 지닌 것처럼 보이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노마와 네이딘에게 상처받지 않기 위해 이기적으로 행동한다다. 그는 잘 포장된 나쁜 남자다.  

 

 

 

5. 데일 & 오드리 

   데일과 오드리는 드라마 설정상 여러번 연결될 뻔 했다. 특히, 로라를 죽인 범인이 잡히고 드라마가 산으로 가기 시작했을 때, 작가들이 그 해결책으로 데일과 오드리의 러브라인을 강력히 주장했으나, 데일을 연기한 카일 맥라클란과 오드리를 연기한 셔릴리 펜의 극렬한 반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서로 사이가 좋지 않아서라기 보다는, 고등학생과의 연애는 데일의 반듯한 캐릭터에 맞지 않아서이다. 게다가 시즌 1과 시즌 2 초반에 보인 오드리에 대한 데일의 감정이 급격히 변화된다면 맞지 않을 것이다. 이번 회에서 보여준 데일과 오드리의 상황과 대화는 이들이 '조금 더 특별한 사이'의 친구로 남을 것이라는 여지를 보여주지만, 데일에 대한 오드리의 순애보는 정말이지 보는이의 절창을 뜯는다. 

 

데일: 오드리, 당신은 고등학생이에요. 나는 FBI 요원이고요.
오드리: 그래서 나보고 나가라는 거예요 아님 뭔가요?
데일: 오드리, 내가 원하는 것과 내가 필요한 것은 서로 다른 것들이에요. 일단 기관에 들어가게 되면, 살아가면서 지켜야하는 가치를 따른다는 선서를 하게 됩니다. 이런 행동은 옳지 않아요, 오드리. 우리 모두 다 알죠.
오드리: 제가 싫으세요?
데일: 난 당신이 정말 좋아요. 당신은 아름답고, 지적이고, 탐이 날 정도로 매력적이죠. 당신은 남자들이 생애 바라는 그런 여자에요. 하지만, 지금 당장 당신이 필요한 것은, 그 무엇보다도 친구에요. 당신 말을 들어줄 친구.
오드리: 친구라...
데일: 난 내려가서 우리 둘이 먹을 것을 준비할게요. 그런다음 당신의 문제를 전부 내게 말해요.
오드리: 밤을 샐지도 몰라요.
데일: 밤은 깁니다. 난 내려가서 준비할테니, 이제 옷 좀 입어요.
오드리: 내 비밀을 전부 말하지는 않을 거예요.
데일: 비밀은 위험한 것이에요, 오드리.
오드리: 수사관님은 비밀이 있나요?
데일: 아니.
오드리: 로라는 비밀이 많았어요.
데일: 그런 것들을 알아내는 것이 내 일이죠. 
 

 

 

6. 왈도 

   로라가 로네와 함께 리오, 자끄와 난교를 벌인 오두막에서 데려온 앵무새 왈도는 로라가 죽던 날 현장에 있던 유일한 증인이다(로네는 아직도 코마상태고 자끄와 리오는 도주 중이다). 리오는 바비가 아내 셜리와 함께 있는 것을 확인하고 바비를 죽이려 하는데, 도청하는 보안관 무전에서 앵무새가 보안관 사무실에 있다는 사실을 듣자, 자리를 뜬다. 비오는 밤에 리오는 왈도를 쏴 죽인다. 왈도는 어떤 굉장한 비밀을 목격했음이 틀림없다. 왈도가 죽기 전, 리코더에 왈도의 말이 조금 녹음되었는데, 그 짧은 내용이 로라의 죽음에 리오와 자끄가 깊숙히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로라, 로라. 
                안녕, 왈도. 
                로라, 로라. 거기 가지마. 
                아파. 아파. 
                그만해. 그만해. 그만해. 
                리오, 하지마. 리오, 하지마. 
 
   

 

비오는 날 라이플을 든 리오 존슨의 모습은 스티븐 시걸을 연상시킨다. ㅡ.ㅡ;;; 

 

 

7. 조시 

    처음엔 그저 순진한 여자인줄로만 알았는데, 극이 진행되면 될 수록 알 수 없는 미스터리를 지녔다. 조시는 자신의 제재소를 불태우려는 벤자민 혼과 무언가 연관이 있고, 보안관 해리를 이용한다. 그리고 가석방된 행크도 그녀와 무언가 연관이 있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사고로 죽었다는 그녀의 남편 앤드류 패커드(Dan O'Herlihy)의 죽음 또한 생각해볼 여지가 생긴다. 조시는 지금으로서는 트윈 픽스 내에서 가장 위험한 인물이다.  

   이상징후를 발견하는데 탁월한 데일이 이 이상함을 그냥 지나칠리 없다. 그는 해리에게 조시에 대해 묻지만, 해리의 판단을 믿고 존중한다.
 

데일: 해리, 뭐가 고민이죠?
해리: 조시가 걱정돼요. 그녀는 정말로 공포에 떨고 있어요.
데일: 무엇 때문에요?
해리: 벤 혼과 캐서린 마르텔 때문이에요. 요즘 그 두사람이 서로 바람을 피우고 있는데, 실은 오래전부터 그래왔는데, 조시가 그걸 알아냈어요. 조시는 그들이 제재소를 방화하고 자신도 죽일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데일: 그녀를 믿나요?
해리: 난 벤 혼이 유령숲 개발을 위해 그 땅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요. 조시는 그 땅을 팔지 않으리라는 것도요. 네, 난 그녀를 믿어요.
데일: 조시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나요? 그녀는 어디서 왔는지, 전에 그녀는 무엇을 했는지.
해리: 무슨 이야기를 하자는 겁니까?
데일: 해리, 진실을 말하는 겁니다. 그게 내 일이니까요.
해리: 난 내가 알아야 하는 것들을 다 알고 있어요. 난 그녀를 사랑하고, 그녀는 지금 위험에 빠졌습니다.
데일: 그정도면 내겐 충분하군요. 함께 조사해보도록 하죠. 

 

 

 

8. 잠언 

데일: 해리, 내가 작은 비밀을 하나 이야기해 줄께요. 매일, 하루에 한 번씩, 자신에게 선물을 해줘요. 계획하지 말고, 기다리지도 말고, 그저 흘러가게 해요. 선물은 옷가게의 새 셔츠가 될 수도 있고, 사무실 의자에서 갖는 달콤한 낮잠일수도 있지만, 두 잔의 좋고 뜨거운 블랙 커피가 될 수도 있죠. 바로 지금처럼.
해리: 선물이라. 크리스마스 처럼요?
데일: 그래요.
해리: 맙소사, 그것 참 끝내주는군요.
데일: 그 어떤 것도 끝내주는 블랙 커피 한 잔과 비교할 순 없지요. 

 

   실제로 <트윈 픽스>가 방영되고 나서 커피와 체리 파이의 판매고가 급격히 늘었다고 한다. 개인적인 취향과 기호를 드라마에 삽입하는 것도 재미있지만, 어쩌면 데이빗 린치가 <트윈 픽스>에서 줄기차게 이야기한 것은 이런 '커피 한 잔의 여유'가 아니었을까. 

 

 

  

9. 기억할만한 지나침

 

위 <트윈 픽스> 셔실리 펜, 아래 <블루 벨벳> 카일 맥라클란 

   오드리가 '애꾸눈 잭'에 잠입하기 위해 에모리의 사무실에 몰래 들어가 엿보는 장면은 데이빗 린치의 전작 <블루 벨벳>의 장면을 그대로 가져왔다.   

 

   오드리가 신분을 속이고 몰래 들어온 것을 알아챈 블래키는 오드리를 추궁하기 시작한다. 오드리는 기지를 발휘하는데, 블래키의 칵테일에 떠 있는 버찌를 먹고, 꽁다리를 입에 넣어 혀로 묶어내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장면은 굉장히 인상적이어서 SNL에서도 패러디 되었고, 지금도 열리는 '트윈 픽스 페스티벌'의 한 행사로 기획되고 있다. 

 

   바비가 제임스의 오토바이 연료통에 헤로인을 집어넣는 행동은 조금 모호하게 느껴진다. 바비는 지금 이럴 여유도 없거니와(그는 셜리를 리오로부터 지켜야 한다) 제임스에 대한 복수의 이유가 로라를 사랑해서인지 아니면, 자신을 기만했다는 것인지 명확하지가 않다. 유추해볼 수 있는 사실은, 바비는 로라를 사랑하지 않았다. 그는 로라를 이용했을 뿐이다. 로라의 장례식에서의 모습, 그리고 후에 있을 제 3의 희생자가 나올 때, 모두들 알 수 없는 기분에 울고 있을 때 바비만이 멀뚱히 앉아있다. 로라의 '공식적인 남자친구'는 이런 놈이다. 

 

   루시가 어떤 의사에게 전화를 하고 있고, 의사는 전화로 들릴 듯 말 듯 '어떤 검사'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어떤 검사'인지는 다음 회에서 밝혀진다.  

 

 

10. 덧붙임   

a. 대부분 사실에 기초하여 썼고, 개개의 세부사항은 사실에 부합하지만,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사실의 전후부분이 바뀐 경우도 있습니다.     

b. 컨텐츠 중 캡쳐 이미지에 대한 권리는 해당 저작권사에게 있습니다.     

c. Refenences      

- 『Lynch on Lynch, Revised Edition』크리스 로들리, Faber & Faber
- 『
데이빗 린치의 빨간방』데이빗 린치,  곽한주 옮김, 그책
- <
Twin Peaks: Definite Gold Box Edition> Lynch/Frost Productions, CBS DVD, Paramount Home Entertainment
- <David Lynch The Lime Green Set> Absurda
- <Two moon Junction> Sony Pictures

- 위키피디아
http://en.wikipedia.org/
- IMDB http://www.imdb.com/   

d. 다음 글은 4월 14일 오전 9시에 올라갑니다. 

 

 

11. Bonus Screenshot (셔릴린 펜) 

  

 

   (<트윈 픽스>와는 관계없지만) 여기서부턴 <투 문 정션(Two Moon Junction)>에 나온 셔릴린의 모습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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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4월 1주

   초서와 엘리엇 말고도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매년 노래를 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바로 영화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입니다(정확히 표현하자면, 영화사와 관련된 사람들이나 극장주들이겠지요). 전통적으로 4월은 비수기거든요. 어두컴컴한 영화관보다는 겨울을 이겨낸 따듯한 봄기운을 만끽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수익률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봅니다. 그래서 보통 4월엔 블록버스터의 횡포로 개봉을 하지 못했던 내실있는 작은 영화들이 개봉을 하는 기간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요즘 개봉작의 싸이클을 보면 비수기는 없어진 것 같아 보입니다. 전통적으로 여름과 겨울에만 찾아오던 대작들이 늘상 찾아오는 셈이지요. 이건 마치 하우스 재배 과일을 먹는 것 같은 떨떠름함이지만, 어쩔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현상이기도 합니다. 

   이번주 개봉작 중 가장 기대하는 작품은 루이스 리터리어 감독의 <타이탄(The Clash of the Titans)>입니다. <터미네이터 4>와 <아바타>에 출현해 상종가를 치고 있는 샘 워싱턴이 위대한 영웅 페르세우스를 연기했지요. 이건 취향의 문제이기도 한데, 전 '그리스 신화'를 다룬 작품이라면, 따지지 않고 그냥 봅니다. 신화는 사람을 끌어당기는 어던 이야기의 '원형'이 담겨있으니까요. 그리고 어렸을 때부터 접해왔던 내용이라 별 거부감없이 이야기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편안함'이 있습니다. 

 

          

   <타이탄>은 페르세우스 이야기를 다뤘습니다. 신화에서 페르세우스는 제우스의 비호를 받으며 메두사의 목을 베고, 제물로 바친 안드로메다 공주를 구하며, 자신의 아버지 이크리시오스를 (본의 아니게 예언대로) 죽여 아르고스 왕국을 차지하는 인물입니다. 보이지 않는 투구, 하늘을 날아다니는 신발, 방패와 칼, 메두사와 바다괴물과의 사투, 안드로메다 공주와의 멜로 등 페르세우스 이야기에는 매력적인 요소가 많이 있습니다. 헐리우드 제작자들이 이런 소재를 놓칠리가 없지요. 페르세우스 이야기는 각색을 거쳐 새로운 이야기로 태어났습니다.  

   이 이야기는 원작이 있습니다. 1981년 데스몬드 데이비스 감독과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으로 유명한 레이 해리하우젠이 만든 <타이탄족의 멸망(The Clash of the Titans)>이 2010년 <타이탄>의 원작입니다. 이 영화 또한 (당연하게도) 페르세우스 이야기를 다뤘습니다.  

   원작은 제우스와 테티스의 아들 갈등을 기본으로 다뤘습니다. 테티스의 아들 캘러보스가 실수를 저질렀는데, 제우스가 벌을 내렸지요. 테티스는 마음이 상해 제우스의 아들인 페르세우스에게 고난을 내립니다. 페르세우스는 안드로메다 공주와 사랑에 빠지는데, 그녀의 어머니 카시오페아의 망언으로 올림포스 신들의 분노를 삽니다. 올림포스의 신들은 안드로메다를 제물로 바칠 것을 요구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크라켄'이 아이티오피아를 쑥대밭으로 만들 것이라 으름장을 놓습니다.  페르세우스는 인간이 크라켄을 상대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메두사의 머리라면 가능하다는 얘기를 듣습니다. 페르세우스는 메두사의 머리를 얻으러 길을 떠납니다. 

   원작이 유명한 것은 레이 해리하우젠의 스톱모션 애니메이션때문입니다. 그의 불세출의 작품인 <아르고 황금 대탐험(Jason And The Argonauts)>만큼의 놀라움은 아니지만, 메두사, 전갈, 크라켄 등 크리처의 모습이나 액션은 정말로 놀라울 지경입니다. 이런 매력적인 요소때문에 리메이크를 진행했겠죠. 

   리메이크 <타이탄>은 제우스와 테티스의 갈등이 아닌, 제우스와 그의 형 하데스와의 갈등으로 극이 빚어집니다. 하데스의 농간에 넘어간 제우스는 하데스가 아이티오피아를 쑥대밭으로 만드는 것을 묵인합니다. 저승의 신이 왜 그렇게 바다에서 등장하는지 잘 모르겠지만(좀 무리수이긴 했지요) 그런대로 원작의 이야기와 신화를 잘 비틀어 재미있게 만들었습니다. 원작의 유명한 크리처들은 모두 등장하고, 규모는 커지고, 속도는 빨라졌으며, 액션은 뛰어납니다. 물론 아날로그나 디지털 모두 진짜같지 않은 이질감은 보입니다. 그것은 어쩔 수 없는 문제겠지요. 하지만 공들인 액션씬은 모두 재미있습니다. 

 

          

   그리스 신화를 다룬 또 다른 작품은 볼프강 페터슨 감독의 <트로이(Troy)>입니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호메로스의 서사시 『일리아스』를 각색한 것인데, 말이 각색이지 원작의 흥취를 다 드러낸 작품입니다. 이동진 기자는 이 영화를 평하면서 "호머가 봤다면 명예훼손으로 고소했을 것"이라고 악평을 했었는데, 그 심정 백분 공감합니다. 

   『일리아스』올림포스 신들의 대리 전쟁입니다. 그런데 볼프강 페터슨 감독은 이 영화에서 올림포스 신들의 이야기를 싹 뺐습니다. 남는 것은 인간과 인간이 벌이는 아비규환 전투뿐이지요. 두 영웅 아킬레우스와 헥토르라는 멋진 캐릭터가 남아있지만, 그들이 벌이는 액션은 흥분보다는 실망감이 앞섭니다. 엄청난 병사들이 벌이는 대규모의 전투는 <반지의 제왕>과 <라이언 일병 구하기>가 즉각적으로 떠오를 정도로 독창성이 부족합니다. 하지만, 헐리우드가 아니라면, 우리는 언제 아킬레우스와 헥토르가 일기토를 벌이는 장면을 스크린에서 볼 수 있을까요? 영화는 그런대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습니다.  

   볼프강 페터슨 감독도 무언가 아쉬웠는지(아니면 제작사의 우려먹기 전술인지) 2008년에 확장판 DVD를 출시했습니다. 내용이 변하진 않았고, 조금 더 잔인한 장면과 여인들의 누드 장면이 포함되었습니다. 

 

         

   『일리아스』를 언급했으니, 짝패 서사시 『오뒷세이아』를 빼놓을 순 없지요. 『오뒷세이아』를 다룬 영화는 꽤 많이 제작되었습니다. 고향에 돌아가는 오뒷세이아의 모험은 영화로 만들기에 아주 매력적인 작품이죠. 오뒷세이아가 만나는 괴물들만 하더라도 엄청나니까요. 여러 영화들이 있지만, 제가 가장 재미있게 본 영화는 코헨 형제가 감독한 <오! 형제여 어디에 있는가?(O Brother, Where Art Thou?)>입니다. 코헨 형제는 신화의 세계를 재현하기 보다는, 오뒷세이아 이야기를 과거 미국으로 옮겼습니다. 

   오뒷세이아가 집으로 돌아가는 여정은 정말로 웃깁니다. 맹인에게 예언을 듣는 장면이나 외눈박이 거인을 만나는 장면, 특히 마지막 대홍수는 정말로 쓰러지게 만들지요. 오뒷세이아 이야기를 이렇게나 유쾌하게 그릴 수 있다는 점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그 외 여러 영화들이 있지만, 한국에서 찾아볼 수 있는 영화는 이정도일 것 같습니다. 그리스 신화를 다룬 최고의 영화는 아마도 <아르고 황금 대탐험>이 되겠지만, 이 영화를 보기엔 수고가 듭니다. 보고 싶은 영화를 볼 수 있는 그날이 오기를 기도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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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0-04-06 0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리스 신화를 제외하고 우리에게 잘 알려진 작품은 바로 호머가 저술했다는 일리어드와 오딧세이입니다.아직까지 두 작품을 호머가 저술했다고 아시는 분이 많은데 학계에선 실제 호머란 인물이 저술했는지는 차치하고 일단 두 작품의 성향이 전혀 달라서 한 인물이 저술한 것은 아니라고 하는것이 대세더군요.
현재는 대체로 일리어드는 남성이 오딧세우스는 여성이 저술했다는 설이 차츰 힘을 얻어가고 있는데 그 이유는 오딧세우스의 내용중에 여성의 모습은 현실적으로 잘 묘사되었으나 남성의 모습은 비 현실적(즉 남성이 하는 일을 잘 모르는 이가 저술함)으로 그려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Tomek 2010-04-06 10:03   좋아요 0 | URL
제가 들은 설은 호메로스는 개인이 아니라, '창작집단'이라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성별이 다른 저자라는 사실은 놀랍네요. 어쩌면 호메로스는 나관중처럼 저자거리에 흘러다니는 이야기를 취합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세한 이야기 고맙습니다. ^.^;
 

          지금이 진짜 위기다
          글로벌 일류기업이 무너지고 있다
          삼성도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
          앞으로 10년 내에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은
          대부분 사라질 것이다
          다시 시작해야 한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앞만 보고 가자 
-이건희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지난 24일 삼성이 그룹 공식 트위터에 '이건희 회장 복귀 멘트'라는 제목으로 올린 글은 멘트나 메시지라기보다 한편의 시에 가깝다. 잠언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가장 짧고도 절묘한 표현, 그게 바로 시다. 시인 최영미는 어떤 시가 좋은 시냐는 물음에 저절로 외워지는 시, 소리 내어 읽을수록 맛이 살아나는 시, 세월이 가도 신선함을 잃지 않는 시가 정말 좋은 시라고 했다.  

이 회장의 복귀 멘트는 '좋은 시'로서 손색이 없다. 이건희 회장이 지은 시의 제목은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정도가 좋겠다. 

이제 소리 내어 경영 대가의 시를 한번 읽어보자. 다만 '삼성'이라는 말 대신 각자 몸담고 있는 회사이름을 넣자. 

세 번만 소리 내어 읽자. 그러면 분명 당신 가슴에 와 닿는 게 있을 것이다. 당신이 만약 지금 기업현장에서, 경영현장에서 승패를 예상할 수 없는 치열한 싸움을 벌이는 사람이라면 울컥 할지도 모르겠다. 

진실한 것은 아름답다. 어떤 시가 아름답다면 그건 진실하기 때문이다. 이건희 회장의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는 시도 아름답다. 그것은 진실한 그의 마음을 담고 있다. 

  

(하략) 

 

1. 다 담아보려했으나, 더 읽다가는 정혜신 선생님 상담 예약 할 것 같아서 여기서 스톱. 혹시라도 도전해보실 분들은 이곳을 클릭 바랍니다. (클릭)

2. 이건희 회장님의 영혼을 울리는 詩와 필적할만한 작품이 있어 링크로 걸어둡니다. (클릭

3. 위에 언급된 최영미 시인은 어떤 생각을 하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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