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IN PEAKS〉
        시즌 2 
        에피소드 8 (16)
        타이틀 Drive with a Dead Girl
        각본 Scott Frost 
        감독 Caleb Deschanel
        방영일 1990
년 11월 17일 
 

 

   
 

        <시즌 2 지난회 보기>
       
9. May the Giant Be with You
        10. Coma
        11. The Man Behind Glass 
        12. Laura's Secret Diary 
        13. The Orchid's Curse 
        14. Demons  
        15. Lonely Souls

 
   

 

 

 

1. 이야기  

로라 파머의 살인 혐의로 구류중인 벤자민 혼은 동생이자 변호사인 제리 혼을 통해 혐의를 벗어나려 하지만, 상황은 벤자민에게 좋지 않게 흘러간다. 데일은 벤자민이 범인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하지만, 해리 보안관은 벤자민을 구속한다. 밥의 악령이 쓰여 있는 리랜드는 매디의 시체를 골프 가방에 넣고 돌아다니며, 벤자민을 범인으로 몰아넣을 증거를 흘리고 다닌다.  

피트는 벤자민을 찾아와 캐서린의 음성을 들려준다. 그녀는 로라가 죽은 날 벤자민의 알리바이를 입증해주는 대신 유령숲 개발권과 제재소를 돌려달라고 요구한다. 한편, 바비는 리오의 구두 속에서 발견한 테이프에 벤자민과 리오의 목소리가 담겨 있는 것을 알아내고 협박 편지를 보낼 준비를 한다.  

노마 제닝스의 엄마 비비안이 찾아온다. 그녀는 새 남편 어니와 신혼여행 중이다. 행크는 어니가 자신과 같은 감옥에 있었던 것을 알아채고 그를 이용할 계획을 짠다.  

그날 밤, 매들린 퍼거슨의 시체가 발견된다.  









 

 

2. 딜레마  

데이빗 린치와 마크 프로스트는 ABC의 압력에 못 이겨 결국 밥의 실체를 공개했다. 밥의 등장은 대부분의 시청자들을 경악하게 했으며, 등장에 이어 새로운 살인까지 보여주었기 때문에 그 충격은 굉장했다. 게다가 TV는 물론, 주류 영화에서도 금기시 되는 수많은 이미지들이 실체를 입게 되었으니, 그 충격의 여파는 엄청났다. 그런데 새로운 문제가 발생했다. 밥의 정체를 드러냄으로써 수많은 시청자들의 궁금증은 해결됐지만, 시청자들의 궁금증은 다른 문제로 옮겨갔다. "리랜드는 언제 어떻게 잡힐 것인가?"  

이 문제는 데이빗과 마크를 딜레마에 빠지게 했다. 지금까지는 밥의 정체를 숨겼기 때문에, 트윈 픽스의 모든 사람들이 혐의가 있었기에 드라마를 진행할 수 있었지만, 이제 사람들은 리랜드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리랜드가 빨리 사라지지 않으면, 시청자들은 오로지 리랜드에게만 집중할 것이고, 지금까지 데이빗과 마크가 공들여 이끌어온 수많은 캐릭터들은 그들의 생명력을 잃을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리랜드를 시리즈에서 아웃시키면, 드라마는 지금까지의 동력을 잃을 것이 분명했다. "누가 로라 파머를 죽였는가?"라는 질문은 아무것도 아닌 동시에 시리즈를 이끈 열쇳말이기도 때문이다.  

결국 데이빗과 마크는 로라 파머에 대한 사건을 종결하고 새로 이야기를 이끌어나가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이 결정이 <트윈 픽스>는 물론, 그들 자신에게도 어떤 영향을 끼칠줄은 알지 못했다.  





 

 

3. 보안  

드라마에서는 지난 회에서 밥의 실체를 보여주었지만, 미리 완성된 스크립트에서는 밥의 실체를 숨겨야 했었다. 때문에 시즌 2의 7번 째 에피소드 스크립트에서는 밥을 벤자민 혼으로 묘사 했었고, 이번 8회에서는 빅 에드 헐리로, 다음 9회에서는 다시 벤자민 혼을 밥으로 묘사했었다.  

빅 에드가 범인? 말도 안 돼! 

 

물론 다른 설정으로 접근했을 수도 있다. 밥은 영혼이기 때문에, 여러 사람들의 몸에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 그러니까 어쩌면, 트윈 픽스의 주민들은 모두들 밥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후에 이런 설정으로 접근하기도 했으나, 아쉽게도 결과는 영 신통치 않았다. 결국 <트윈 픽스>에서 밥은 리랜드 파머로, 마이크는 필립 제라드로 고착화되고, 데이빗 린치는 극장판 <트윈 픽스>로 다시 새로운 이야기를 펼치려 했으나, 시리즈 마지막 에피소드와 같이 닫힌 느낌의 열린 결말로 끝을 맺었다.  

 

 

4. 정상과 비정상 혹은 이성과 비이성  

데일의 수사 방식은 이제 확실히 정상인의 범주를 훌쩍 뛰어 넘었다. 그는 물리적인 증거 대신 마이크의 직감만을 믿는다. 데일도 지금 자신이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 알고 있지만, 이제 와서 어쩔 수 없다. 그는 수사 기록에 자신의 심정을 남긴다.  

다이앤, 지금은 오전 10시, 그레이트 노던 호텔이야. 지금까지 외팔이 사내와 함께 호텔 방에 있었어. 아니 어쩌면 필립 제라드일지도 모르지. 다른 시대, 다른 문화권이었다면, 이 사내는 예언자나 무당... 어쩌면 지도자일지도 몰라. 하지만 지금 이 세계에서는 신발 외판원이자 사회의 음지에서 살아가는 사람이지.   

 

해리 보안관은 여러 가지 정황과 물증으로 벤자민 혼이 로라 파머의 범인임을 확신하고 그를 구속한다. 데일은 벤자민이 범인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벤자민을 풀어주라고 이야기하지만, 해리는 더 이상 이런 비이성적인 수사방식을 참지 못한다.  

이봐요, 쿠퍼, 난 당신의 수사를 매번 도와주려고 노력했고, 항상 당신 옆에 있었어요. 하지만 거인이라든지, 난쟁이, 꿈, 돌 던져서 범인 알아내기, 티베트 같은 이야기는 이제 충분해요. 누군가가 범행을 저질렀으면, 범인을 가두는 게 내 일이에요. 그리고 내 양심상 범인이 확실한 사람을 감옥에서 나가게 할 수는 없습니다. 난 그렇게 할 수 없어요.   





 

우리의 상식으로는 해리 트루먼 보안관의 말이 옳게 들린다. 하지만 트윈 픽스는 우리의 상식이 통하지 않는 마을이다. 우리는 마을 사람들의 시선으로 트윈 픽스를 둘러싼 숲을 바라보고 있는 중이다. 혹시 그 반대라면? 숲의 시선으로 트윈 픽스를 바라본다면?  

 

 

5. 아버지와 딸  

벤자민이 로라 파머를 죽인 범인이라는 혐의는 해롤드 스미스의 집에서 발견된 로라의 일기장 때문이다. 대부분이 찢어졌지만, 중요한 부분이 발견 됐다. 벤자민 혼에 대한 언급이다.  

"난 벤 혼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 해. 난 벤 혼이 진짜 어떤 사람인지를 세상에 밝히고 말거야." 

하지만, 로라는 벤자민 혼에 대해 이야기를 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 로라는 벤자민이 애꾸눈 잭을 운영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 사실은 벤자민 혼 본인의 평판은 물론, 그의 가족에게까지 위협이 되는 사실이다. 제 3자가 보기에도 벤자민이 로라를 죽일 이유는 너무나 자명하다. 



 

하지만, 벤자민은 로라를 진심으로 사랑했다. 딸인 오드리는 아버지에 대한 배신감과 질투로 인륜을 저버리고 그녀가 사랑하는 데일을 위해 아버지를 신고했다. 사랑의 상실, 질투, 또 다른 사랑의 갈구. 로라 파머는 어쩌면 아프로디테의 화신일지도 모른다.  

 

 

6. 기억할만한 지나침  



매디가 살해된 로라의 집은 <아미티빌 호러>의 귀신들린 집을 연상시킨다. 실제 살인 사건과 기이한 심령 현상은 그 자체로 으스스한 기운을 불러일으킨다. 

 

로라 파머의 살인범이라는 워낙에 엄청난 사실이 밝혀진 터라, 이전에 촘촘하게 직조한 이야기들(장 르노, 윈덤 얼)은 모두 미루어졌다. 그 중 음식 평론가인 엠티 웬츠에 관한 이야기도 있었는데, 이번 회에서 엠티 웬츠는 비비안임을 친절히 알려준다. 아마도 더 이상의 미스터리는 별로 중요하지 않아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그동안 쌓아온 미스터리를 너무 한 순간에 풀어버리는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이때부터 <트윈 픽스>는 어느 정도 자포자기의 순간을 보여준다.  

 

앤디는 루시에게 자신이 루시의 임신 사실을 알고 화를 냈던 이유는 자신이 아이를 갖지 못하기 때문이었지만, 재검사 결과 아이를 가질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한다. 자신도 루시가 밴 아이의 아버지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이야기를 듣는 루시의 표정이 가관이다.  

 

오드리: 내가 말한 것 때문에 아빠가 체포됐나요?
쿠퍼: 조금은.
오드리: 제가 도움을 드린 셈이네요.
쿠퍼: 그래요.
오드리: 난 아빠가 단지 날 사랑해주길 바랐어요.
쿠퍼: 아버진 당신을 사랑해요.
오드리: 아니에요, 아빤 날 부끄러워해요.
쿠퍼: 그렇지 않아...
오드리: 말씀드릴 게 있어요. 그때, 내가 애꾸눈 잭에 있었을 때, 난 절대로 아무 일도...
쿠퍼: 아무 말도 하지 말아요. 다 알고 있으니까.
오드리: 그래도...
쿠퍼: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 다 알고 있어요.  

오드리가 데일을 찾아와 아버지에 관한 일과 애꾸눈 잭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한다. 스크립트 상에서는 오드리와 데일의 로맨스가 조금 더 적극적으로 표현되어 있지만, 화면에서 보이는 상황은 무언가 어정쩡한 모습인데, 오드리 혼 역의 셔릴린 펜과 데일 쿠퍼 역의 카일 맥라클란이 둘의 로맨스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배우들의 사이가 나빠서가 아니라, 데일 쿠퍼라는 캐릭터의 성격에 맞지 않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마크 프로스트를 비롯한 작가들은 로라 파머의 사건이 해결된 후 오드리와 데일의 사랑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려 했으나, 배우들의 거부로 다른 플롯을 작성해야 했다.  

 

 

7. 덧붙임  

a. 대부분 사실에 기초하여 썼고, 개개의 세부사항은 사실에 부합하지만,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사실의 전후부분이 바뀐 경우도 있습니다.  

b. 콘텐츠 중 캡처 이미지에 대한 권리는 해당 저작권사에게 있습니다.  

c. References
- 『Lynch on Lynch, Revised Edition』 크리스 로들리, Faber & Faber
- 『데이빗 린치의 빨간방』 데이빗 린치, 곽한주 옮김, 그책
- 『TWIN PEAKS #2.008』 스크립트, 4th Revisions
- 〈Twin Peaks: Definite Gold Box Edition〉 Lynch/Frost Productions, CBS DVD, Paramount Home Entertainment
- 위키피디아 http://en.wikipedia.org/
- IMDB http://www.imdb.com/


댓글(1) 먼댓글(0) 좋아요(5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감만자 2018-01-16 0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배우들의 거부가 아니라 다나 역할의 배우가 카일과 사귀고 있어서 반대했다고 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