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IN PEAKS>
               시즌 2 
               에피소드 1 (9)
               타이틀 May the Giant Be with You
               이야기 Mark Frost & David Lynch
               각본 Mark Frost 
               감독 David Lynch 
               방영일 1990930
 

 

 

1. Season 2 

1990년 4월 8일 부활절(!) 일요일에 첫 방송을 탄 <트윈 픽스>는 드라마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커다란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방송이 끝나고 커피와 체리 파이의 매출이 늘어난 것은 물론이고, <트윈 픽스> 그 자체가 하나의 ‘문화적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누가 로라 파머를 죽였는가?”라는 질문은 드라마 호사가들 뿐 아니라, 시사 주간지에서도 궁금해 하는 질문이 되었다. <심슨 가족(The Simpsons)>의 패러디는 물론이고, <SNL(Saturday Night Live)>, 심지어 아이들이 즐겨보는 <세서미 스트리트(Sesame Street)>에서도 <트윈 픽스> 패러디를 볼 수 있었으니, 그 영향이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알 수 있다. 

시즌 1의 엄청난 성공으로 ABC TV는 파격적인 지원으로 시즌 2를 제작했다. 데이빗과 마크에게는 이야기를 풀 수 있는 파격적인 시간이 주어졌으나, 이런 무한정한 시간이 <트윈 픽스>에 있어서 독(毒)이 될 줄은, 그들 자신은 물론, 시청자들조차 몰랐다. 

 

2. 데이빗 린치 

<트윈 픽스> 시즌 1의 사운드 믹싱을 하고 있던 기간에 데이빗 린치는 배리 기포드(Barry Gifford)의 펄프 픽션 『광란의 사랑(Wild at Heart)』을 영화화하는 작업을 했다. 그리고 이 영화는 1990년 깐느 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받았다(이 수상에서 데이빗 린치의 작품에 적대적인 로저 이버트 옹의 야유는 꽤 유명한 일화다). 이 영화에서 <트윈 픽스>에 등장하는 반가운 얼굴들을 여럿 확인할 수 있다.  

 

마크 프로스트와 시즌 2를 작업하고 있는 와중에 데이빗 린치는 여러 광고를 작업했고(이 중 마이클 잭슨의 <Dangerous Tour Teaser>도 포함되어 있다), 그가 작업한 그림과 사진, 조각을 아우르는 첫 전시회도 가졌으며, <블루 벨벳>부터 같이 작업하고 있는 음악감독 안젤로 바달라멘티, 싱어 송 라이터 줄리 크루즈와 함께 <산업 교향곡 1번: 헤어진 연인의 꿈(Industrial Symphony No. 1: the dream of the brokenhearted)> 뮤지컬을 공연했다(이 공연은 데이빗 린치가 비디오로 녹화해 두었는데, 워너사에서 비디오로 한 번 출시된 이후론 공개되지 않다가, <Green Lime Box Set>에 포함된 형태로 DVD로 출시되었다). 글자 그대로 데이빗 린치의 전성시대이자, 데이빗 린치라는 이름이 브랜드 가치를 지니게 된 시절이었다. 

  

시즌 1에서 파일럿과 두 번째 에피소드를 감독한 데이빗 린치는 시즌 2에서 첫 번째, 두 번째 에피소드를 연속으로 감독한다. 시즌 2 첫 번째 에피소드는 로라 파머의 죽음으로부터 파생된 수많은 이야기를 다시 처음으로 봉합하는 동시에, “자, 이제 여러분이 잠시 잊고 있었던 로라 파머의 죽음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는 데이빗 린치의 짓궂은 인사말이기도 하다. 드라마의 분위기는 불길하다 못해 사악하며, 시즌 1에서 스쳐지나갔던(하지만 정말 중요한) 밥과 제라드가 다시 등장한다. <트윈 픽스> 두 번째 시즌은, 잊을 만 할 때에 다시 본령의 세계로 돌아와 새로 시작한다.  

 

 

3. 이야기 

총에 맞아 피를 흘리고 있는 특별 수사관 데일 쿠퍼는 비몽사몽간에 거인을 본다. 거인은 로라 파머의 사건에 대한 단서를 수수께끼로 들려준다. 데일은 보안관들에 의해 발견되고, 다음날 법의학 전문가 알버트 로젠필드가 고든 콜의 지시로 트윈 픽스에 도착, 데일의 피격 사건과 로라 파머 살인 사건을 같이 조사한다. 

로라 살인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 중 한 명인 자끄 르노를 죽인 리랜드 파머는 밤사이에 머리가 하얗게 탈색 됐다. 마찬가지로 유력한 용의자인 리오 존슨은 행크 제닝스의 총에 맞아 혼수상태다. 거인의 단서와 보안관보 앤디의 조사로 리오 존슨은 이 연쇄 살인의 첫 번째 희생자인 테레사 뱅크스가 죽었을 때 감옥에서 투옥 중이었던 것으로 밝혀진다. 그는 이 사건의 알리바이가 있었고, 수사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바비 브릭스의 음모로 마약 소지건으로 유치소에 갇힌 제임스 헐리는 로라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해리 보안관에게 알려준다. 병원에 있는 자코비 역시 로라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알려준다. 

다나 해이워드와 매기 퍼거슨은 유치소에 수감된 제임스를 대신해 독자적으로 로라의 죽음에 대해 알아본다. 그들 앞에 ‘무료 급식 봉사 활동(Meals on Wheels)'에 대해 알아보라는 쪽지가 배달된다. 

오드리 혼은 기지를 발휘해 아버지 벤자민 혼에게 자신의 정체를 숨긴다. 그녀는 ‘애꾸는 잭’에 갇힌 채, 데일이 구해주기를 기도한다. 

잠자리에 든 데일은 다시 한 번 거인을 만난다. 그리고 로라가 살해될 때 같이 있었던 로넷 풀라스키가 혼수상태에서 깨어난다. 

 

 

4. 정리 

시즌 1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일어났던 수많은 떡밥들이 이번 회에서 어느 정도 정리가 된다. 문제의 해결이라기보다는, 사건 자체를 안고 이야기가 진행되는 샘인데, 데일이 총을 맞은 그 밤에 어떤 사건이 일어났는지 루시가 보고를 한다. 

루시: 리오 존슨이 총을 맞았어요. 자끄 르노는 교살 당했고요. 제재소가 불이 났고 셜리와 피트가 연기 질식을 한 상태예요. 캐서린과 조시는 행방불명이고요. 네이딘은 수면제 과다 복용으로 혼수상태에요. 

그 밖에 자코비를 공격한 괴한과 마약 건으로 갇혀있는 제임스 헐리, 데일의 수사를 돕기 위해 홀로 ‘애꾸눈 잭’에 들어간 오드리 혼, 리오 존슨을 총으로 쏜 행크 제닝스와 그를 사주한 벤자민, 제리 혼 형제들의 이야기가 진행된다. 

 

5. 로라 파머 

자코비의 집에서 훔쳐온, 로라가 죽기 전날 녹음한 테이프를 들은 제임스는 해리 보안관에게 이렇게 말을 한다. 

제임스: 로라는 항상 약에 절어서 이상한 말들을 하곤 했어요. ‘불’에 관한 시구를 읊고 나서 이런 말을 했어요. “밥(Bob)하고 같이 놀아볼래?” “밥하고 같이 놀아볼래?” “밥하고 같이 놀아볼래?”  

병원에 입원한 자코비를 찾아간 데일과 해리는 뜻밖의 말을 듣는다. 

자코비: 로라는, 본질적으로 두 개의 삶을 살던 아이었어요. 두 사람, 두 개의 자아, 이들이 문자 그대로 서로 전쟁을 벌이고 있었죠. 그러다가 로라의 선하고 사랑스런 자아가 패배하기 시작했어요. 그녀의 다른 쪽 자아가 더 강했기 때문이었죠. 그녀가 죽기 이틀 전, 내가 마지막으로 그 애를 봤을 때, 로라는 어떤 평화로운 상태에 도달한 것처럼 보였어요. 난 그때 비로소 알아챘죠. 로라가 자신의 삶을 끝내기로 결심했다는 것을.
해리: 그럼 자살이라고요?
데일: 로라는 자살하지 않았습니다.
자코비: 알아요. 내 말은, 그녀는 그녀에게 닥친 죽음을 거부하거나 피하지 않았다는 거예요. 

자코비의 이 말과 그녀에 대한 모든 진술들을 종합해보면, 로라는 정신분열을 앓고 있었으며, 그녀의 두 자아 중, 선하지 않은 자아가 이기도록 어떤 외부의 힘이 개입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무엇이 그녀를 악(惡)으로, 타락으로 이끌었을까? 애석하지만, 우리는 <트윈 픽스>에서 이 이유를 알 수 없다. 우리는 로라를 죽인 범인이 누구인지를 궁금해 할 뿐, 그녀의 죽음에 대한 이유는 관심 밖이기 때문이다. 이 대답은 드라마 종영 후 1년 뒤인 1992년에 제작된 <극장판 트윈픽스: 불이여, 나와 함께 걷자>에서 다루지만, 영화는 비평과 흥행 모두 실패하는 결과를 얻는다. 그때까지만 해도, 로라의 죽음에 대해 관심을 가진 사람은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의 고통에 대한 관심과 이해는 지금 역시 부재한다. 

 

6. 살해 전날 로라의 행적 

시즌 1이 끝나고 거의 4개월 만에 시즌 2가 방송이 되었기 때문에, 시청자들에게 어느 정도 사건을 정리하는 것이 필요했다. 때문에 데일은 모든 보안관들을 불러놓고 사건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스크립트에서는 데일과 알버트의 설명과 그에 해당하는 자료 화면이 오버랩 되는 형식으로 묘사되었으나, 데이빗은 데일을 한 번 찍고 책상에 놓여있는 도너츠를 계속 따라가며 그 위에 바람 부는 숲, 범행 현장인 열차가 오버랩 되는 모습으로 찍었다. 로라가 죽은 날, 로라의 행적을 시간대별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2월 23일. 오후 2시 30분에 수업이 끝나고 로라는 학교를 떠나 더블 R 식당에 가다.
- 무료 급식 프로그램으로 더블 R 식당에서 노마에게 두 개의 포장 음식을 받고 배달하다.
- 배달이 끝나고 조시 패커드에게 가서 영어를 가르치다.
- 집에 돌아오고 부모와 함께 저녁식사를 하다.
- 오후 7시에 바비 브릭스의 집에 가서 오후 9시까지 숙제를 하다. 바비 브릭스에 의하면 윤리 숙제였다고 함. 숙제를 마치고 다시 집에 돌아옴.
- 로라는 엄마 사라에게 잘 자라는 인사를 하고 이층으로 올라감. 5분 후에 로라는 전화를 받다.
- 사라는 로라가 집을 나가는 것을 보지 못했지만, 제임스에 의하면, 로라는 제임스를 만나려고 로드하우스까지 맨발로 나타났다고 함.
- 그녀의 일기장에 “오늘밤, J를 만난다는 것 때문에 심란하다”는 글은 제임스(James) 헐리를 두고 쓴 말로 판명. 그녀는 이날 이별을 통보할 계획이었음. 이들은 제재소 근처 숲에서 약 두 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눔.
- 새벽 12시 30분 스파크우드 교차로에서 로라가 제임스의 오토바이에서 뛰어내린 후 사라져버림.
- 로라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어딘가에서 리오 존슨을 만나고 자끄의 오두막으로 가다. 리오는 로라에게 마약을 대주었으며, 『플래시 월드』에 광고를 올려 포주 역할을 한 것으로 판명. 이 사건의 첫 번째 희생자인 테레사 뱅크스 역시 『플래시 월드』에 광고가 난 것으로 확인. 하지만, 리오는 이 사건과 연관되어 있지 않음. 테레사 뱅크스가 살해됐을 때, 리오는 감옥에 있었음. 테레사 뱅크스의 손가락에서 'T'라는 글자가, 로라의 손가락에서 ‘R'가 나온 것으로 보아 두 사건은 서로 연관이 있음.
- 리오와 로라는 펄 호수 근처 어딘가에서 자끄와 로넷을 만나 함께 산 속 오두막으로 올라가다. 이들이 올라가는 소리를 마가렛(통나무 여인)이 듣다.
- 새벽 1시에 오두막에 도착하고 이들은 약과 술에 취한 파티를 벌인다. 로라는 묶인 채로 리오와 자끄 두 명과 성관계를 맺다. 리오가 자끄의 새 왈도를 풀어주어 로라를 쪼는 것을 구경하다.
- 리오와 자끄가 서로 싸우다. 자끄는 밖으로 나가서 갑자기 기절하고, 그가 정신을 차리고 돌아왔을 때, 리오, 로라, 로넷은 모두 사라졌다.
- 마가렛(통나무 여인)은 모두가 올라간 후, ‘세 번째 남자’가 그녀의 오두막을 지나가는 소리를 듣는다. 이 사람은 자끄의 오두막에서 벌어지는 일을 모두 본다.
- 자끄와 싸운 후 리오는 로라와 로네를 오두막에 둔 채로 홀로 떠난다. 로라는 묶여 있었고, 이 ‘세 번째 남자’는 오두막에 들어선다.
- ‘세 번째 남자’는 수술용 장갑을 꼈고, 증거를 남기지 않도록 철저하고 조심스러웠다. 남자는 로라와 로넷을 열차로 데려가 다시 묶는다.
- ‘세 번째 남자’는 로네를 둔탁한 물건으로 내려쳐 정신을 잃게 한 후, 로라를 죽인다. 그리고 한 시간 정도 그만의 시간을 보낸다.

- 그 동안 로넷은 정신을 차려 열차를 벗어나 숲으로 도망친다. 그 남자는 이 사실을 몰랐거나, 로넷이 사라진 것에 대해 신경 쓰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 그는 쪽지를 남기고, 손가락에 종이를 넣고, 밖의 호수에 시체를 닦은 후, 비닐에 싸서 버린다. 그리고 로라의 시체는 바위 호숫가에서 피트 마르텔이 발견한다. 

 

7. 빅 에드 & 네이딘 

드라마의 큰 축을 이루는 두 개의 대형 삼각관계(빅 에드- 노마 제닝스 - 네이딘, 빅 에드 - 노마 제닝스, 행크 제닝스) 중 가장 큰 미스터리였던 빅 에드와 네이딘의 과거가 드디어 밝혀진다. 네이딘의 불안과 새 삶에 대한 강박, 그리고 네이딘에 대한 에드의 행동이 왜 그러했는지 밝혀지는 순간이다.  

데일: 에드, 언제 결혼했나요?
에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바로요. 사실 노마와 나는 고등학교 4년 내내 사귀었어요. 모두들 우리가 잘 될 거라고 생각했고, 실제로도 그랬었죠. 당시 네이딘하고는 그저 인사만 주고받는 사이였어요. 그해 봄, 어느 주말에 노마가 행크와 같이 사라졌어요. 내 안에서 무언가 꼬이기 시작해 난 똑바로 앞을 볼 수 없었죠. 내가 정신을 차렸을 때, 내 앞에 네이딘이 서 있었어요. 그녀는 너무나... 사랑스러웠고, 내가 어찌할 수 없는 무언가를 지녔어요. 우린 밤새 달렸어요. 폭포를 지나 몬태나 주의 어느 작은 마을에 도착했을 때, 난 그녀에게 청혼했어요. 반쯤은 농담이었고, 반쯤은 술에 취해 한 얘기였고, 반쯤은 미쳤던 거지요. (...) 나중에 안 일이지만, 노마는 그 때 행크와 아무 일도 없었어요. 내가 결혼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그녀의 표정이란... (...) 우린 결혼하고 신혼여행을 갔어요. 난 아마도 그날 우리 결혼의 무효, 이혼, 뭐 그런 것들을 이야기하길 바랐어요. 하지만 네이딘은 정말로 행복해했어요.
그거 알아요? 내가 네이딘의 눈을 총으로 쐈어요. 신혼여행 첫날 우린 사냥을 나갔어요. 내가 총을 쐈을 때, 실수로 총알이 바위에 튀어 그녀 눈에 맞았어요. 그녀는 내 품에 안겨 누웠고, 난 그녀를 안고 미친 듯이 마을로 뛰어갔어요. 그녀는 그 일로 결코 울지 않았고, 날 비난하지도 않았고, 날 미워하지도 않았어요. 그리고 몇 개월 후 노마와 행크가 결혼했어요. (...) 난 운명을 믿지 않아요. 모든 일에는 원인과 결과가 있을 뿐이에요. 

셜리의 병문안을 온 노마는 네이딘을 간호하는 에드의 모습을 보고 쓸쓸히 지나친다. 적어도 이 순간만큼은 그녀가 에드의 마음에 들어갈 여지가 남아있지 않은 순간이다.  

 

 

8. 비전 (Vision)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총 6개의 비전이 나온다. 이 비전들은 각 캐릭터의 꿈, 생각, 바람 등을 표현한다. 

 

8-1. 데일의 비전 (1) 

총을 맞아 바닥에 쓰러진 데일에게 룸서비스 웨이터(Hank Worden)가 다가온다. 그는 쓰러진 데일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할 일을 하고 떠나간다(스크립트에서는 인물 묘사가 되어 있지 않았지만, 데이빗은 룸서비스 웨이터를 가는귀가 먹은 노인으로 설정했고, 이후 나오는 거인과 연결고리로 삼았다). 이런 황당하고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이 안가는 상황에서 갑자기 거인이 나타난다. 

거인: 당신에게 세 가지를 말해 주겠소. 내 말은 다 실현될 것이니, 날 믿어요.
데일: 당신은 누구죠?
거인: 친구라 생각하시오.
데일: 당신은 도대체 어디서 나타난 거죠?
거인: 그 질문은 잘못됐어요. “그동안 어디에 있었나요?”로 물어야죠. 첫 번째로 내가 당신에게 얘기해줄 것은, “웃는 가방 속에 그가 있다.” 두 번째는, “올빼미는 올빼미처럼 보이지만, 올빼미가 아니다.” 그리고 세 번째, “그는 화학 약품 없이 가리킨다.”
데일: 이게 대체 뭔 소리죠?
거인: 이것이 내가 말해 줄 수 있는 전부요. 당신이 이 모든 것들이 실현되는 것을 알아챈다면, 다시 찾아오겠소. 우리는 당신을 돕길 원합니다.
데일: ‘우리’라니... 도대체 ‘우리’가 누구죠? 

이 수수께끼 같은 선문답에서 데일은 “웃는 가방 속에 그가 있다”라는 말의 의미를 알게 된다. 자신이 총을 맞았을 때, 자끄 르노가 죽었으며, 바로 그 자끄 르노의 시체가 비닐 백에 담긴 모습과, 지퍼가 열린 비닐 백이 ‘마치 웃는 것 같은’ 모습을 확인한다. 처음부터 그래왔지만, 사건은 점점 더 이성의 영역을 벗어나기 시작한다. 

 

 

8-2 매디의 비전 

로라의 어머니 사라 파머와 사촌 매디 퍼거슨은 아침에 거실에서 서로 대화를 한다. 매디는 지난 밤 꿈 얘기를 하는데, 바로 이 장소 눈앞에 보이는 카펫에 이상한 자국을 봤다고 한다. 꿈 얘기를 하는 와중에 갑자기 리랜드 파머가 등장을 하는데, 그의 머리색이 하얗게 탈색되어 있다. 리랜드가 나가고, 깜짝 놀란 사라가 따라가는 동시에, 매디는 꿈에서 봤던 카펫 위의 자국이 생기는 환상을 보고 비명을 지른다.  

원래 스크립트에서는 카펫 위 자국이 아니라, 사라가 봤던 밥(Bob)을 보는 장면이었는데, 데이빗은 ‘너무 직접적인 제시’라 생각했는지 설정을 바꾸었다. 아마도 이때쯤, 데이빗은 로라의 범인을 생각해 놓은 게 분명하다. 

 

8-3. 셜리 존슨과 바비 브릭스의 비전 

남편 리오 존슨에게 죽은 줄로만 알았던 내연남 바비가 병문안을 오자 셜리는 뛸 듯이 기뻐한다. 이제 이들에게 리오는 글자 그대로 ‘역사’가 되었고, 이들의 미래는 기쁨만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 마음에 셜리는 처음으로 바비에게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바비는 조금 머뭇거리며 말한다. “나도 자길 사랑하는 것 같아.” 이 젊은 두 연인은 서로의 사랑이 교차로를 지나는 지점에 서 있다.  

 

 

8-4. 브릭스 소령의 비전 

시즌 1에서 유난히 엇나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던 브릭스 부자(父子)가 시즌 2에서 화해를 한다. 화해라기보다는 서로 간에 이해와 위로를 보여주는 셈인데, 언뜻 들으면 지루한 꼰대의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곱씹어 들어보면, 세상 아들들이 아버지에게 바라는 더할 나위 없이 따듯한 위로다. 동서고금(東西古今)을 통틀어, “걱정 마, 다 잘 될 거야.”라며 등을 두드려 주는 아버지를 아들들은 얼마나 그리워했는가? 

브릭스 소령: 지난밤에 자면서 비전을 보았단다. 꿈하고는 다른 것인데, 꿈은 잠재의식에 의해 그날 있었던 사건을 분류하고 체계화하는 것이라면, 비전은 산에 흐르는 시냇물처럼 신선하고 깨끗한, 마음 그 자체를 드러내는 것이라 할 수 있지.
바비: (심드렁한 표정으로) 아, 네.
브릭스 소령: 내 비전에서 난 광대한 저택의 베란다에 있었단다. 그곳은 눈부시게 빛나는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것 같이 빛나고 있었지. 난 이곳을 알고 있었어. 사실 난 이곳에서 태어났고 자랐단다. 이번이 내 첫 번째 귀향이었고, 내 존재의 가장 심연에 위치한 원천에 재회하는 것이었지. 나는 돌아다니면서 여전히 이곳이 깨끗이 유지되고 있음을 알아채고 얼마나 기뻐했는지 모른단다. 전에 비해 방도 늘어났지만, 원래 있었던 것처럼 이곳과 잘 어울렸지. 내가 그 집의 응접실로 다시 돌아가려는데, 문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리더구나. 내가 문을 열자, 내 아들이 거기에 서 있었단다. 바비, 네가 아닌 것 같았지만, 그건 바로 너였어. 넌 행복한 모습이었고, 근심이 없어보였으며, 조화와 즐거움의 삶을 사는 것처럼 보였어. 우리는 서로 껴안았단다. 서로 껴안았을 때, 그 포옹은 따듯하고 사랑스러웠지. 바로 그 순간에 우리는 하나였단다. 내 비전은 거기서 끝이 나고, 난 너와 네 미래에 대한 긍정과 자신감으로 충만한 기분을 느끼며 깨어났지. 그게 너에 대한 내 비전이란다.
바비: (믿지 못하는 표정) 정말인가요.
브릭스 소령: 이렇게 너와 함께 이야기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정말 기쁘구나. 너를 둘러싼 모든 것이 다 잘 되기를 바란다.
바비: (눈물을 흘리며) 고마워요, 아빠.  

 

8-5. 데일의 비전 (2) 

하루를 마치고 잠을 청한 데일에게 또다시 거인이 나타난다. 이번에 나타난 이유는, 무언가를 가르쳐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무언가를 일깨워주기 위해서다. 

거인: 깨워서 미안해요.
데일: 난 잠자고 있지 않았어. 난 자고 있지 않아. 고로 이건 꿈이 아니야.
거인: 당신에게 무언가를 말한다는 것을 잊어버렸소.
데일: 당신이 자끄에 관해 말한 것은 사실이었어요. 시체 비닐 백이었어요.
거인: 말 하지 말고 들어요. 한 번에 모든 대답을 찾으려 하지 말아요. 한 번에 돌 하나씩 내려놓아서 길이 만들어지는 것이니까요. 한 명이 숨은 범인을 봤습니다. 세 명이 그를 봤지만, 실체는 못 봤어요. 오직 한 사람만이 그를 봤고, 지금 얘기할 준비가 됐습니다.
데일: 로넷 풀라스키!
거인: 한 가지 더. 당신은 무언가를 잊고 있어요. 

바로 이 전 씬에서 우리는 오드리 혼이 데일에게 기도하는 모습을 보았다. 데일은 물론이고, 가족조차도 그녀의 부재를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이런 식으로, <트윈 픽스>의 4명의 젊은 아가씨들- 오드리 혼, 다나 해이워드, 셜리 존슨, 매디 퍼거슨 -은 각자의 문제에 빠지게 된다. 

 

 

8-6. 로넷의 비전 

시즌 1 파일럿에서 충격적인 모습으로 등장한 이후로 시즌 1 내내 혼수상태에 빠져있던 로넷 풀라스키가 드디어 깨어난다. 그녀가 깨어나는 모습은 가히 충격적이다 못해 <트윈 픽스>를 보던 수많은 시청자들을 거의 ‘실신’상태로까지 몰고 갔다. 이때의 반향이 워낙에 대단해서 아직까지도 <트윈 픽스>의 장르가 ‘공포’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될 정도로 잊지 못할 명장면 중 하나다.  

사실 스크립트에서 이 부분의 묘사는 굉장히 단출하다. 꽤나 평이한 구성과 묘사로 이루어져 있는데, 데이빗 린치의 섬세한 터치로 새롭게 태어난 킬러씬이다. 원래의 스크립트 묘사와 결과물을 서로 비교하면서 데이빗 린치의 창조의 비밀을 슬쩍 엿보는 재미도 꽤 솔찬하니 한 번 훑어보기로 한다. 

77. 실내. 병원 복도 - 밤
고요하고 어두운 복도로 카메라가 움직인다. 디졸브. 

78. 실내. 병실 - 밤
중환자실 침대에 누워있는 로넷 풀라스키 쪽으로 카메라를 움직인다. 그녀는 잠에서 깨어난 것처럼 조금씩 움직인다. 카메라가 그녀의 의식 속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움직인다. 디졸브. 

79. 실내. 기차 - 밤
플래시백: 로넷의 시점; 소리와 화면이 왜곡되고 낯설어 보인다. 카메라는 그녀가 보는 것을 본다.
로라가 객차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다.
수술 장갑을 낀 두 손이 신경질적으로 작은 먼지 더미를 만들고 있다.
피가 떨어진다.
한 손으로 로라 목에 걸려있는 반쪽짜리 하트 목걸이를 떼어낸다.
피로 메모장에 글을 쓴다.
무거운 렌치를 들고 카메라 쪽으로 다가온다.
렌치가 위협적으로 카메라 위로 들려진다.
회색 머리의 밥이 보인다. 그는 렌치를 아래로 내려친다. 장면전환. 

80. 실내. 병실 - 밤
로넷의 눈이 떠지고 미칠 듯이 주위를 둘러본다. 그녀는 비명을 지른다. 그녀는 혼수상태에서 깨어났다. 암전. 
 

 

 

9. 기억할만한 지나침 

원래 스크립트에는 없는 부분이었지만, 데이빗은 데일의 독백을 과감하게 줄여버리고, 대신 티베트와 달라이 라마에 대한 이야기를 집어넣었다. 데이빗 린치의 티베트 사랑에 대한 글을 참조하려면 시즌 1 두 번째 에피소드를 참조하시기를. 

 

자끄가 죽었을 때, 어떤 특별한 일이 있었는지 자코비에게 묻자, “무언가 탄 엔진 오일 같은 냄새가 났다”고 얘기한다. 이 단서는 <트윈 픽스>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다시 한 번 중요하게 반복된다. 

 

해이워드 집안에 초대를 받은 파머 부부는 가족의 환대에 고마워한다. 그러다 리랜드가 노래를 부르는데, 이 노래는 1950년 찰스 월터스 감독이 연출하고 주디 갈랜드와 진 켈리가 주연한 <썸머 스톡(Summer Stock)>에 삽입된 노래다. 충분히 존재감 있는 기성곡을 자기 영화에 삽입하고 다른 사람이 도저히 쓸 수 없게 인상적인 장면을 만드는 것은 분명 감독의 힘이라 볼 수 있다. 기성곡을 존재감 있게 쓰는 감독은 스탠리 큐브릭, 데이빗 린치, 왕가위를 제외하고는 아직까지는 없는 듯하다.  

 

 

10. 위령시(慰靈詩) 

파일럿에서 시를 쓰는 모습으로 잠시 출현했던 다나의 동생 해리엇 해이워드(Jessica Wallenfels)가 이번 회에선 로라를 위한 위령시를 낭독한다. 아마도 데이빗의 작품이 분명한 이 짧은 시는 로라와 그녀의 부모에게 작은 위안이 되는 순간이다. 

  

               그것은 로라였네
               그리고 난 그녀가 빛나는 것을 보았네
               어두운 숲 속에서
               난 그녀가 미소 짓는 것을 보았네
               우린 모두 울고 있었지만 난 보았네
               그녀가 웃는 모습을
               우리가 슬픔 속에서 난 그녀가 춤추는 것을 보았네
               그것은 내 꿈속에서 살고 있는 로라였네

               그것은 로라였네
               그 빛나는 것은 생명
               그녀의 미소는 말을 하네
               울어도 괜찮다고
               숲은 우리의 슬픔
               춤은 그녀의 부름
               그것은 로라였네
               그리고 그녀는 내게 작별의 입맞춤을 하러 왔네

 

 

11. 덧붙임  

a. 대부분 사실에 기초하여 썼고, 개개의 세부사항은 사실에 부합하지만,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사실의 전후부분이 바뀐 경우도 있습니다. 

b. 컨텐츠 중 캡쳐 이미지에 대한 권리는 해당 저작권사에게 있습니다.  

c. Refenences
- 『
Lynch on Lynch, Revised Edition』 크리스 로들리, Faber & Faber
- 『
데이빗 린치의 빨간방』 데이빗 린치, 곽한주 옮김, 그책
- 『TWIN PEAKS #2.001』 스크립트, 4th Revisions
- <
Twin Peaks: Definite Gold Box Edition> Lynch/Frost Productions, CBS DVD, Paramount Home Entertainment
- <David Lynch The Lime Green Set> Absurda

- 위키피디아
http://en.wikipedia.org/
- IMDB http://www.imdb.com/  

d. 다음 글은 5월 12일 오전 9시에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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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TI - 성격.성향 테스트 (정확도 90%)

▩ ISFJ 임금 뒷편의 권력형 ▩

조용하고 차분하며 친근하고 책임감이 있으며 헌신적이다.
책임감이 강하고 온정적이며 헌신적이고, 침착하며, 인내력이 강하다. 다른 사람의 사정을 고려하며 자신과 타인의 감정에 민감하며, 일 처리에 있어서 현실감각을 갖고 실제적이고 조직적으로 처리한다. 경험을 통해서 자신이 틀렸다고 인정할 때까지 어떠한 난관이 있어도 꾸준히 밀고 나가는 형이다. 때로 의존적이고 독창성이 요구되며 타인에게 자신을 충분히 명확하게 표현하는 것이 필요할 때가 있다. 타인의 관심과 관찰력이 필요한 분야, 즉 의료, 간호, 교직, 사무직, 사회사업에 적합하다. 이들이 일을 하고, 세상일에 대처할 때 그들의 행동은 분별력이 있다.
 


▒ 일반적인 특성 ▒

자기 의견을 끝가지 주장하지 못하고 다수 의견에 따르게 된다 (ㅠㅠ)

여러 사람 앞에서 말하기 힘들어한다

끈기 있고 성실하며, 안정감이 있다

치밀성과 반복을 요하는 일을 끝까지 해나가는 인내력이 있다

보수적이며 새로운 변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조직에 안정감을 준다

자기주장이 강한데 비하여 표현이 적어 속병이 많다.(위장병, 심장병 등)

많은 것을 가슴에 묻어 둔다 (크아~ +,.+)

남들은 좋으나 본인이 힘들다 (크아~ +,.+)

남에게 의존하는 것을 좋아한다 (ㅎㅎ)

현모양처 감이다

나와 타인의 감정에 민감하다

책을 목차서부터 읽기 시작하여 끝까지 읽는다 (어느 정도는 맞는듯 해요)

집에 있는 것이 편하다

무슨 일을 할 때 먼저 주변 정리부터 한다 (ㅋㅋ)

여럿이 모여 떠드는 것 보다는 1 : 1 대화가 좋다

모험을 하지 않고 아는 길로만 간다

남에게 상처 줄까봐 말조심한다

남에게 싫은 소리 잘 못하고 싫은 소리를 들으면 상처를 많이 받는다 (캬~ 절실!)

여럿의 대화 시 침묵을 지킨다

여행 시 짐이 많다 (거의 없는 편)

어른들이 좋아하나 본인은 힘들다 (크아~ +,.+)

맏며느리 감이다

가정적인 아빠다 (wannabe!!)

 



▒ 개발해야할 점 ▒

술,담배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음

술 안 먹고 노래방가서 큰 소리로 노래 부르고 춤추는 것이 필요 (그 반대는 꽤 했는데..)

에어로빅 같은 활발한 운동이 성격개조에 좋다

 

 

90% 이상은 맞는 것 같아요. ^.^; 좋은 말만 있어서 좀 머시기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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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HIN 2010-04-19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토메님도 인내심이 강하고 헌신하는 분이군요 ^^

저절로 2010-04-20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ENFP 스파크형이라는데요. 우헤헤 잘하면 님을 '물수도' 있겠습니다.

^^ 2010-04-26 0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남들은 좋으나 본인은 힘들다..란 말이 와닿네요.
그냥 옳은 일을 옳은 방식으로 진행하는게 얼마나 힘든가 하는 생각이 밀려드는..
 

 

동백꽃은 해안선을 가득 메우고도 군집으로서의 현란한 힘을 이루지 않는다. 동백은 한 송이의 개별자로서 제각기 피어나고, 제각기 떨어진다. 동백은 떨어져 죽을 때 주접스런 꼴을 보이지 않는다. 절정에 도달한 그 꽃은, 마치 백제가 무너지듯이, 절정에서 문득 추락해버린다. '눈물처럼 후드득' 떨어져버린다.  

 

매화는 잎이 없는 마른 가지로 꽃을 피운다. 나무가 몸속의 꽃을 밖으로 밀어내서, 꽃은 품어져 나오듯이 피어난다. 매화는 피어서 군집을 이룬다. 꽃핀 매화숲은 구름처럼 보인다. 이 꽃구름은 그 경계선이 흔들리는 봄의 대기 속에서 풀어져있다. 그래서 매화의 구름은 혼곤하고 몽롱하다. 이것은 신기루다. 매화는 질 때, 꽃송이가 떨어지지 않고 꽃잎 한 개 한 개가 낱낱이 바람에 날려 산화(散華)한다. 매화는 바람에 불려가서 소멸하는 시간의 모습으로 꽃보라가 되어 사라진다. 가지에서 떨어져서 땅에 닿는 동안, 바람에 흩날리는 그 잠시 동안이 매화의 절정이고, 매화의 죽음은 풍장이다. 배꽃과 복사꽃과 벚꽃이 다 이와 같다.  

 

산수유는 다만 어른거리는 꽃의 그림자로서 피어난다. 그러나 이 그림자 속에는 빛이 가득하다. 빛은 이 그림자 속에 오글오글 모여서 들끓는다. 산수유는 존재로서의 중량감이 전혀 없다. 꽃송이는 보이지 않고, 꽃의 어렴풋한 기운만 파스텔처럼 산야에 번져 있다. 산수유가 언제 지는 것인지는 눈치 채기 어렵다. 그 그림자 같은 꽃은 다른 모든 꽃들이 피어나기 전에, 노을이 스러지듯이 문득 종적을 감춘다. 그 꽃이 스러지는 모습은 나무가 지우개로 저 자신을 지우는 것과 같다. 그래서 산수유는 꽃이 아니라 나무가 꾸는 꿈처럼 보인다.  

 

목련은 등불을 켜듯이 피어난다. 꽃잎을 아직 오므리고 있을 때가 목련의 절정이다. 목련은 자의식에 가득 차 있다. 그 꽃은 존재의 중량감을 과시하면서 한사코 하늘을 향해 봉우리를 치켜올린다. 꽃이 질 때, 목련은 세상의 꽃 중에서 가장 남루하고 가장 참혹하다. 누렇게 말라 비틀어진 꽃잎은 누더기가 되어 나뭇가지에서 너덜거리다가 바람에 날려 땅바닥에 떨어진다. 목련꽃은 냉큼 죽지 않고 한꺼번에 통째로 툭 떨어지지도 않는다. 나뭇가지에 매달린 채, 꽃잎 조각들은 저마다의 생로병사를 끝까지 치러낸다. 목련꽃의 죽음은 느리고도 무겁다. 천천히 진행되는 말기 암 환자처럼, 그 꽃은 죽음이 요구하는 모든 고통을 다 바치고 나서야 비로소 떨어진다. 펄썩, 소리를 내면서 무겁게 떨어진다. 그 무거운 소리로 목련은 살아 있는 동안의 중량감을 마감한다. 봄의 꽃들은 바람이 데려가거나 흙이 데려간다. 가벼운 꽃은 가볍게 죽고 무거운 꽃은 무겁게 죽는데, 목련이 지고 나면 봄은 다 간 것이다. 

 

봄은 숨어 있던 운명의 모습들을 가차없이 드러내보이고, 거기에 마음이 부대끼는 사람들은 봄빛 속에서 몸이 파리하게 마른다. 봄에 몸이 마르는 슬픔이 춘수(春瘦)다. 

 

- 김훈 『자전거 여행』「꽃피는 해안선, 여수 돌산도 향일암」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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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0-04-18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아! 이 책을 다시 읽어봐야 겠어요. 제가 좀전 보고 온 꽃이 매화였군요.

Tomek 2010-04-19 08:23   좋아요 0 | URL
저도 꽃구경 좀 해야 하는데... 책으로만 꽃구경을 하고 있어요..
ㅠㅠ

L.SHIN 2010-04-18 2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절정에서 문득 추락해버린다. '눈물처럼 후드득' 떨어져버린다"
- 아! 눈물처럼 후드득이라니, 그렇다면 꽃송이가 통째로 떨어질까요?
상상을 하니 왠지 애달픕니다.

"그래서 산수유는 꽃이 아니라 나무가 꾸는 꿈처럼 보인다"
- 며칠 전에 친구 따라 아침에 산을 갔다가 저 산수유를 보았습니다.
표현이 너무 아름답습니다. 여기에 나와있는 말들을 그 꽃들 앞에서 읊으면 그야말로
풍월을 읊는 선비가 아니고 뭐겠습니까. 반해버렸습니다.(웃음)

"꽃잎 조각들은 저마다의 생로병사를 끝까지 치러낸다. 목련꽃의 죽음은 느리고도 무겁다. 천천히 진행되는 말기 암 환자처럼, 그 꽃은 죽음이 요구하는 모든 고통을 다 바치고 나서야 비로소 떨어진다"
- 맞아요. 청초하게 도도하게 피었던 목련은 늘 끝이 이쁘지 않죠.
그러나 이 표현을 보고나자, 아- 하고 탄식하게 됩니다.

어찌 이렇게 표현력이 옛날 선비 같나 했더니 작가가 김훈이군요.
나는 그의 소설 [칼]을 사놓기만 하고 아직도 안 읽었는데. 이 책, 담고 맙니다.

Tomek 2010-04-19 08:27   좋아요 0 | URL
'죽음'에 대한 생각을 하다가 갑자기 목련이 떠올라서 이 책을 다시 열었습니다. 처음 읽었을 땐 지난한 사유와 문체에 질려 정말 힘겹게 읽었는데, 이런 글이 쉽게 다가오는 것을 보면...

계절을 타는 게 분명합니다. 가을보단 덜 하겠지만. ^.^;

L.SHIN 2010-04-19 09:00   좋아요 0 | URL
지금에서야 깨달은 것인데,
우리가 봄이나 가을을 타는 것은..
생명이 다시 피어오르는 봄에, 우리 인체의 세포들이 그 자연의 역동적인
흐름과 조화를 이루고 싶어 들썩들썩 대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과,
생명이 다시 조용히 땅으로 들어가는 가을에는, 우리 영혼이 침묵의 시간으로
들어갈 때의 그 서운함을 느끼는 건 아닐까 하고 말입니다.

이처럼 자신만의 깨달음은 늘, 예상치 못 했던 순간에 찾아오곤 하죠(웃음)
토메님 덕분입니다.^^

Tomek 2010-04-19 11:43   좋아요 0 | URL
캬~ 우문현답입니다. ^.^;

카스피 2010-04-19 1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아름다운 봄꽃들이네요.근데 올해 제가 본 봄꽃은 목련,개나리,벚꽃 뿐이더군요^^

Tomek 2010-04-21 08:38   좋아요 0 | URL
저도 그정도 본 것 같아요. 아니, 더 많은 꽃을 본 것 같은데 이름은 잘 모르겠어요.

그동안 이름 조차 모르고 스쳐지나간 사람들, 꽃들을 얼마일지 잠시 생각이 들었습니다. ^.^;
 

 

                
               <TWIN PEAKS>
               시즌  1    
               에피소드  7 (8)
               타이틀  The Last Evening
               각본  Mark Frost
               감독  Mark Frost 
               방영일  1990년 5월 23일
 

 

   
                 <지난 회 보기>
               0. Prologue - Chaos
               1. Pilot (aka Northwest Passage)
               2. Traces to Nowhere   
              
3. Zen, or the Skill to Catch a Killer
               4. Rest in Pain
               5. The One-Armed Man
               6. Cooper's Dreams
               7. Realization Time
 
   

 

 

1. 이야기  

   자코비의 병원에 찾아간 제임스와 다나는 로라의 테이프와 목걸이를 발견한다. 자코비는 로라로 변장한 매들린을 보고 놀라지만, 누군가 자코비를 공격한다. 

   '애꾸눈 잭'에 잠입한 데일은 자신이 리오 존슨의 물주라 하면서, 중간 유통책 없이 자신과 거래를 하자고 얘기한다. 그 말에 혹한 자끄는 국경을 넘고, 잠복하던 경찰들에 잡힌다. 

   벤자민 혼의 명령을 받은 리오는 자신을 배반한 부인 셜리와 함께 재제소를 불태운다. 벤자민은 행크에게 전화를 걸어 "계획대로 진행하라"고 한다. 행크는 캐서린에게 전화를 걸어, "당신이 찾는 것은 재제소에 있다"고 한다. 

   행크와 조시 사이에 모종의 거래가 있었고, 조시의 전 남편에 대한 사고사를 포함한 일련의 살인 사건이 그녀와 관련이 있다. 

   '애꾸눈 잭'에 (스스로) 잠입한 오드리는 데일을 봤지만 아는 척을 못한다. 그녀는 방에서 손님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사건이 해결한 데일이 호텔방에 들어가자 누군가 문을 두드린다. 데일이 문을 열자, 누군가가 데일을 향해 총을 겨누고 있고, 데일을 향해 총이 발사된다. 

 

 

 

2. 로라의 상처 

   실제로는 아무런 해결도 없지만, 시즌 1의 마지막 회다보니 어느 정도 벌린 사건들을 마무리 짓는 모습들이 보인다. 우선 로라 파머 부검 당시 어깨에 난 상처와 위에서 발견된 칩 조각이 어떤 경위로 생기게 됐는지 모르던 차에, 데일의 기지로 범행의 용의자인 자끄로부터 설명을 듣는다.  

 

데일: 한 가지만 더 물어보죠, 자끄. 리오가 내게 그날 밤에 벌어진 모든 이야기를 해줬는데, 그 깨진 칩에 대해선 얘기하지 않았어요. 그날 무슨 일이 벌어진거죠?
자끄: 그건 그 빌어먹을 새 때문이었어요.
데일: 새요?
자끄: 그 새는 로라를 좋아했어요. 항상 로라 이름을 지저귀곤 했죠. 마치 사랑에라도 빠진 것처럼. 그래서 우리는 새도 우리 놀이에 포함시켰죠. 여자애들은 모두들 절정에 다다르고, 모두들 거의 미쳐있었던 것 같아요.
데일: 당신과 로라와 로네 말이죠.
자끄: 리오가 그 새를 새장에서 꺼내서 그녀 어깨에 올려놓았어요. 로라는, 꽁꽁 묶여 있었죠. 걘 그렇게 묶여 있는 것을 좋아했거든요. 그 새는 로라 어깨를 쪼기 시작했어요. 쿡쿡 쪼아댔죠, 섹스할 때 하는 것처럼. 내 말 무슨 말인지 알죠? 그러니까 리오가 로라를 괴롭힌 거예요. 그리고 로라는, 그 빌어먹을 새 때문에 비명을 질러댔죠. 그러자 리오가 칩을 하나 꺼내더니 로라 입에 집어넣고 얘기했어요. "꽉 깨물어, 아프면 꽉 깨물라고."
데일: (...) 자세히 알려줘서 고마워요. 

    

어깨 상처는 어떤 동물에게 물린 것으로 판명낫네.

위에서 발견된 것은 포커 칩의 한 부분이야.

 

 

3. 로라의 테이프 

   첫 화에 나왔던 로라의 숨겨진 테이프에 대한 내용이 이제서야 공개된다. 그 테이프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로라가 죽기 전날에 녹음한 것이기 때문이고, 또 로라가 언급한 "미스터리한 남자"에 대한 내용이 있기 때문이다. 로라의 옛 애인인 제임스, 로라의 가장 친한 친구인 다나, 로라의 사촌인 매들린은 자코비의 방에 있던 테이프를 가져와 듣는다. 

 

   
  안녕, 잘 지냈나요, 선생님? 저 로라에요. 물론 제가 누군지 진즉에 아셨겠지만요. 오늘은 23일 목요일이고, 전 너무 지루해요. 실은, 전 좀 이상한 기분에 빠져있거든요. 아, 제임스는 정말이지 달콤하지만, 너무 멍청해요. 그래서 이제부턴, 그 달콤함만 사랑하려 해요. 선생님, 전에 내가 얘기한 미스터리한 남자 기억나요? 내가 그 사람 이름을 말한다면, 아마도 우린 굉장히 곤란해질거예요. 그 사람은 더 이상 그런 미스터리한 남자가 될 수 없을 것이고, 아마 선생님도 죽을지 몰라요. 내 생각에 그 사람은 여러번 날 죽이려고 했어요. 하지만 그거 알아요? 선생님도 알다시피, 난 확실히 그 사람과의 섹스에 빠져있어요. 섹스란 참 이상하죠? 이 남자는 정말로 날 흥분시켜요. 빨간 코벳 스포츠카에 앉아있는 것처럼.   
   

  

 

   누군가의 비밀을 들쳐본다는 것은 관음증적인 쾌감이 동반하지만, 그와 동시에 상처받을 준비도 해야한다. 이들은 로라를 죽인 범인을 찾기 위해 이런 방법을 택했지만, 동시에 본인과 로라에 대한 치부 또한 감내해야만 했다. 다른 사람의 일기장을 들추어 볼 때는 그만한 각오를 해야 하는 법이다. 

 

  

4. 조시 

   전 회에서 데일은 사랑에 빠져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는 해리 보안관에게 충고를 건넸다. 물론 해리는 그 의심을 부인했고, 데일 또한 해리의 의견을 존중했다. 하지만, 이번 회에 드러난 그녀의 과거, 즉 그녀와 행크와의 커넥션은, 착하고 여리며, 이민자이자 아웃사이더이고 남편을 사고로 잃은 불쌍한 미망인의 이미지를 한 번에 날리게 한다. 좀 길지만 이들의 대화를 인용한다.  

 

조시: 이게 전부야.
행크: 아주 관대하시군, 조시. 내가 감방에서 종일 앉아 생각해봤는데 말야, 이 9만 달러가 모든 돈의 기준처럼 느껴지더라고. 계속 생각하게 되고 말야. 정말 웃기지. 출소하고 나니까 말이지, 잘 모르겠지만, 왠지 모르게 좀 아닌 것 같은 생각이 드는거야.
조시: 우린 계약을 맺었어.
행크: 내가 이걸 계속 생각해보니까, 그러니까 내 말은, 우린 똑같은 삶을 살고 있다는 거야. 그리고 우린 수많은 세월을 움직이고 숨을 쉬어가며 살아왔지. 이건 동양철학에 관한 책에서 읽은 거야. 내가 감옥에 있을 때 읽었지. 그리고 아마도 어디에 있는 누군가는 우리가 함께한 시간을 알고 있지 않을까.
조시: 난 모르겠는데, 당신은 그런가봐?
행크: 한 남자가, 삶의 어떤 일부분, 예를들면 18개월, 을 포기할 때, 그 사람은 그 시간에 어떤 가치를 부여할까? 18개월, 9만 달러, 그게 뭐지? 한 달에 5천 달러인가? 흠, 당신이 40년이나 50년 형을 받게 된다면 그리 나쁘진 않은 계산이군. 하지만, 형을 그렇게 받았는데, 만약 당신이 고작 20년을 산다면? 아니면 10년? 아니면 어떤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당신이 내일 죽는다면 어쩌지? 보트 사고로 죽은 당신 전남편 앤드류처럼 말야. 아니면, 당신이 막 출소했는데, 아주 엄청난 범죄에 연루된 것을 부인하기 위해 계약의 일부로 자동차 살해범을 편든다면? 엄청난 범죄, 살인말야. 어떤 식이든, 당신은 이 일에 책임이 있어. 지금 이런 협박은 지금까지 얘기한 사실이 드러날 수도 있지. 그리고 내 말은 당신 삶에서 10년, 15년, 20년을 떼어낼 수 있어. 그래서 난 자문해왔지. "감옥에서의 18개월은 실제로 얼마일까?"
조시: 우린 계약을 맺었어.
행크: 자기 말대로 우린 여전히 계약 중이지. 그래서 우린 우리가 동의한 모든 것들에 대해 조심해야 해. 봐, 당신은 돈을 더 가지고 싶어할 뿐이고, 난 내 잃어버린 시간을 원할 뿐이야. 당신도 알겠지만, 감방엔 이런 격언이 있어. 동양 철학이 아니라, 내 신조와 비슷한 말이야. 한 번 누군가와 계약을 맺으면, 그 계약은 평생을 가는 것이다. 결혼처럼 말야. 안 그래, 파트너?
  

 

사슴 머리 박제 앞에 행크가 서 있어서 마치 행크의 머리 위에 뿔이 난 것처럼 보인다. 이 장면에서 행크는 뿔달린 악마처럼 조시를 악(惡)으로 밀어 넣는다. 그녀의 모습에 로라 파머의 모습이 겹쳐진다.

 

   이미 벌어진 사건과 예전에 묻혀 있었던 사건이 드러나면서, 마을을 둘러싼 불길한 기운은 점점 더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5. 캐서린 & 피트 

   드라마가 진행되면서, 이들 부부만큼 전형적인 부부사이가 없었다. 부잣집 망나니같은 드센 부인과 그에 반해 순진한 남편. 이들의 과거가 마지막회에서 드러난다. 솔직히 캐서린이 남편 피트에게 도움을 청하는 모습은 그렇게 진실해보이진 않지만, 그 또한 그녀의 솔직한 모습으로도 보인다. 그녀는 남편 피트에게 진심으로 도움을 요청한다.  

 

캐서린: 피트, 우리가 서로에게 상처줬던 말이나 행동은 제발 잊어버려.
피트: 지금 한 것도? 전처럼 잠깐 잊어버리지 뭐.
캐서린: 우리 결혼 생활이 순탄치 않은 것 알아. 하지만, 우리 사이에 결혼 생활을 유지시켜준 어떤 것들이 있었잖아. 당신은 날 사로잡은 남자. 고양이처럼 나무 위를 뛰어다녔던 벌목꾼.
피트: 당신은 언덕 위 큰 저택에 사는 사장의 여동생이었고.
캐서린: 한 여름의 불장난. 그리고 우린 결혼했잖아.
피트: 캐서린.
캐서린: 피트.
피트: 그 때 언덕 위의 그 집에서 당신을 데리고 오지 말았어야 했는데. 물론 난 그 집에 대해 어떤 불만도 없소. 나로서는, 내 모든 어리석은 짓을 통털어, 날 버티게 해 줄만큼 품격이 넘쳐나는 한 사람에게 구애했다는 사실이 내 최고의 기쁨이었으니까. 그 후로 모든 상황이 당신에겐 쉽지 않았었지.
캐서린: 피트, 만일 우리가 싸워서 생긴 상처에, 우리가 서로에 대해 느껴온 감정에 대한 희미한 조각이라도 있다면, 지금 그걸 느껴보라고 부탁할께.
피트: 왜? 정확히 의도가 뭔데?
캐서린: 왜냐하면, 내가 지금 곤란한 상황에 빠졌으니까! 그리고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행동과 내가 사람들을 대한 방식으로는 아무도 날 도와줄 사람이 없으니까. 도와줘.
  

 

(저 불 속에 갇혀있는) 캐서린은 여전히 내 부인이라고. 

 

   캐서린의 이런 모습은 피트로 하여금 불구덩이에 뛰어들게 하는 감동적인 장면을 만들어내게 한다.  

 

 

6. Cliffhanger (떡밥 결말) 

   시리즈를 만든 데이빗과 마크는 애당초 더 긴 시간을 원했지만, ABC의 소극적인 모습 때문에, 고작 7편만 제작할 수 있었다. 당연한 일이지만, 데이빗과 마크는 이 드라마를 더 길게 이어나가고 싶어했다. 그래서 그들은 시즌 마지막을 지금까지 벌어진 사건을 정리하기 보다는, 사건을 더 만들어내기로 결정했다. 이들이 택한 결말은 다음과 같다. 

① 자코비가 심장마비로 병원에 입원한다.  

 

② 로라 파머의 살인 사건의 용의자인 자끄 르노가 체포할 때 총에 맞아 병원에 있게 된다. 로라의 아버지 리랜드 파머가 자끄를 죽인다.  

 

③ 데일을 위해 스스로 매음굴에 들어온 오드리는 첫 손님으로 아버지 벤자민을 맞는다. 

 

④ 리오는 바비를 죽이려다 행크의 총에 맞는다. 

 

⑤ 자끄를 체포할 때 자끄를 총으로 쏜 앤디는 소원해진 루시와 화해를 한다. 그녀는 앤디에게 "임신했다"고 얘기하고 앤디는 충격을 받는다. 

 

⑥ 네이딘은 발명품 특허를 받지 못해 약을 먹고 혼수상태에 빠진다. 

 

⑦ 바비 브릭스의 익명 신고로 제임스는 마약 소지로 체포된다. 

 

⑧ 행크의 전화로 제재소에 간 캐서린은 묶여 있는 셜리를 구해준다. 그러나 불길이 그녀들을 덮친다.   

 

⑨ 호텔에 돌아온 데일은 전화를 받는다. 그 때 누군가 문을 두드리고 데일이 문을 열자 총구에서 불이 뿜어져 나오고 데일이 쓰러진다. 

 

 

7. 기억할 만한 지나침 

 

   부인 말을 우습게 여기고 심지어 손지검까지 하는 리오는 의외로 순애보적인 모습을 보인다. 자신에게 총을 들이댔다는 사실보다, 자신을 속이고 외도를 벌였다는 사실이 더 가슴아프게 느껴지는 것 같다. 하지만 그렇다고 부인을 죽이려는 것 까지는 그렇지 않은가? 소유하지 못하면 없애버리는 것이 리오의 본성이자 성격은 아닌지... 리오의 순애보적인 행동은 시즌 2에서도 엿볼 수 있다. 

 

<샤이닝> 잭 토런스

<풀 메탈 자켓(Full Metal Jacket)> 고머 파일

   리오가 바비를 노려보는 모습과 도끼로 쳐 죽이려는 모습은 <샤이닝>의 잭 토런스(잭 니콜슨)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그의 생김새를 보면 <풀 메탈 자켓>의 고머 파일(빈센트 도노프리오)를 떠올리게 한다. 뭐 명배우들과 비교하는 것이라 리오 존슨도 그다지 기분 나쁘지는 않을 듯 하다. ^.^; 

 

   리오가 총을 맞는 장면은 극 중 극 <사랑으로의 초대>와 겹쳐진다. 제러드와 채트를 몰락시키려던 몬태나의 계획은 결국 수포로 돌아가고, 몬태나는 채트의 총에 맞아 죽음을 맞는다. 시즌 1을 끝으로 <사랑으로의 초대>는 더이상 <트윈 픽스>에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에머랄드와 제이드는 어떻게 되었을까? 

 

   의문의 보험 증서를 받았을 때도,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촌각을 다투는 순간에서도 캐서린은 "생각"을 한다. 그녀의 성격이 어찌됐건 간에, 그녀는 자신에게 닥친 상황을 냉정하게 판단하는 능력이 있다. 그리고 이런 생각에 관한 에피소드는 20여년이 지난 바다 건너에서도 재연되고 있다. 

<극장전> 김동수

 

 

 

8. 덧붙임   

a. 대부분 사실에 기초하여 썼고, 개개의 세부사항은 사실에 부합하지만,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사실의 전후부분이 바뀐 경우도 있습니다.     

b. 컨텐츠 중 캡쳐 이미지에 대한 권리는 해당 저작권사에게 있습니다.     

c. Refenences      

- 『Lynch on Lynch, Revised Edition』크리스 로들리, Faber & Faber
- 『
데이빗 린치의 빨간방』데이빗 린치,  곽한주 옮김, 그책
- <
Twin Peaks: Definite Gold Box Edition> Lynch/Frost Productions, CBS DVD, Paramount Home Entertainment
- <The Shining> Warner Bros.
- <Full Metal Jacket> Worner Bros.
- <극장전> 전원사, 청어람

- 위키피디아
http://en.wikipedia.org/
- IMDB http://www.imdb.com/   

d. 다음 글은 한 주 쉬고 4월 28일 오전 9시에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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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 김기영 감독의 영화 < 하녀 > 는 하나의 사건이었다. 연인들의 사랑이나 문학작품에 기반한 영화들이 주류를 이루던 와중에 < 하녀 > 의 등장은 새로운 것이었다. 팜므파탈을 연상시키는 젊은 하녀와 그에 대비되는 아내, 그 사이를 위태롭게 오가는 주인집 남자의 욕망이 뒤섞이는 집은 이전의 어떤 한국영화에서보다 낯설고 공포스러웠다. 그리고 2010년 임상수 감독에 의해 50년 만에 리메이크된 < 하녀 > 는 전도연, 이정재, 서우, 윤여정이라는 걸출한 배우들과 '에로틱 스릴러'는 새로운 외피를 둘렀다. 이혼 후 식당일을 하다 상류층 대저택에 하녀로 들어온 은이(전도연), 완벽하고 친절해보이지만 오만으로 가득찬 주인집 남자 훈(이정재), 쌍둥이를 임신 중인 어린 안주인(서우), 오랫동안 집안일을 도맡아온 늙은 하녀 병식(윤여전)까지 < 하녀 > 는 과연 50년 전과 얼마나 다를까? 각기 만만치 않은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들조차 "영화가 어떻게 나올지 너무 궁금하다"고 기대를 감추지 않은 < 하녀 > 는 5월 13일 개봉한다. 다음은 KBS < 신데렐라 언니 > 의 촬영으로 불참한 서우를 제외한 임상수 감독, 전도연, 이정재, 윤여정이 참석한 기자간담회를 정리한 내용이다. 

 

 

Q . 한국 영화사에서 상당한 평가를 받고 있는 김기영 감독의 원작인 < 하녀 > 를 리메이크 한다는 것이 부담이 됐을 것 같은데, 연출에서 가장 심혈을 기울인 부분은 무엇인가.  

임상수 감독: < 하녀 > 는 우아하게 잘 사는 가정에 묘한 하녀가 들어오고, 그녀가 주인집 남자와 관계를 맺게 되는 스토리로 원작과 똑같다. 50년 만에 리메이크하게 된 거라 화면의 질이나 물량적인 면에서는 명백하게 차이가 느껴지겠지만 원작의 캐릭터들이 맞이한 상황과 행동이 지금의 우리와 얼마나 달라졌는지 혹은 변하지 않았는지 흥미롭게 볼 수 있을 거다. 김기영 감독은 한국 영화사에 남는 대가지만 부담감보다는 자신감 있게 만들었다. 그리고 미술에 공을 많이 들였다. 사실 상류층에서 일어나는 결혼문제 같은 건 TV 드라마에서도 항상 다루고 있는 것이기에 뭔가 달라야 했다. 진짜 그런 사람들의 삶은 어떤지 보는 즐거움을 위해 신경을 많이 썼다. 그리고 영화에 배우들이 딱 6명 나오는데 그들에게 집중을 했다.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재미 또한 있을 거다. 

 

Q . 전도연은 와이어 액션에 베드신, 심지어 뺨까지 무지막지하게 맞던데 작품을 선택할 때 고민이 많이 됐을 것 같다.  

전도연: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많은 고민을 했는데 만약 임상수 감독이 아니었다면 하지 않았을 것 같다. 원작이 너무나 호평을 받았던 작품이라 그 부담감을 뛰어넘을 수 있는 감독은 임상수 감독뿐이란 생각을 했다. 그리고 시나리오 상에선 이렇게까지 은이가 할 게 많은지 몰랐다. (웃음) 일인다역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육체적으로는 힘들었지만 정신적으로는 행복하고 즐거웠다. 힘든 것조차 스트레스로 느껴지지 않고 쾌감으로 느껴졌다. 

  

Q . 여배우들은 출산이나 결혼 이후 배우로서 가치관이나 시선이 달라지기도 하던데 실제로는 어땠나.  

전도연: 결혼이란 걸 선택했을 때 이걸 함으로써 배우 전도연이 작품을 결정하는 게 달라질 거란 생각은 한 번도 안 했다. 결혼 전에도, 결혼 후에도 나는 전도연이기 때문에 달라지고 싶지 않았고, 바뀌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너무 고마운 건 나보다도 남편과 가족들이 배우 전도연이 결혼 후 달라지는 걸 더 원하지 않았고, 그 모습 그대로 있어주길 바랐다. < 하녀 > 를 선택할 때도 가족의 힘이 컸다. 

  

Q . 전도연, 서우, 윤여정까지 함께 연기한 여배우들의 면면이 기가 세다고 할 만큼 만만치 않은데 유일한 남자배우로선 촬영하면서 어땠나.  

이정재: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처음으로 다 같이 모여서 식사를 했는데 그 날 체해서 3일 동안 고생했다. (웃음) 윤여정 선생님도 기가 세고, 전도연도 기가 세고, 서우도 만만치 않다. 그렇게 혹독한 첫 날을 치렀지만 촬영은 즐겁게 잘 했다. 맡았던 역할도 나쁜 남자여서 재밌을 것 같았고. 그런데 보통 나쁜 남자가 아니더라. 매 촬영마다 시나리오에 있던 대사나 상황보다 10배나 더한 대사와 상황이 주어졌는데, 당시에는 당혹스러웠지만 촬영을 더 즐겁게 할 수 있는 이유가 되기도 했다. 

  

Q . 다른 배우들보다도 윤여정에게 < 하녀 > 라는 작품이 가지는 의미는 남다를 것 같다. 스크린 데뷔작도 김기영 감독의 작품이었고, 임상수 감독과는 < 바람난 가족 > 에서부터 쭉 함께 해오고 있다.  

윤여정: 날 불러주는 사람이 임상수 감독밖에 없다. (웃음) < 하녀 > 는 촬영 내내 혼자서 감개무량할 정도로 의미가 남달랐다. 40년 전에 김기영 감독의 < 화녀 > 로 데뷔한 배운데 아직도 배우를 하고 있다는 게 자랑스러웠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서 혼자서 자랑스러워했지만. (웃음) 

  

Q . 임상수 감독의 영화는 < 처녀들의 저녁식사 > 때부터 매번 색다른 베드신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 하녀 > 또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임상수 감독: < 처녀들의 저녁식사 > 때도 베드신이 있었고, < 눈물 > 에서도 그랬고, < 바람난 가족 > 에서도 베드신이 상당히 많았다. 그런데 베드신은 감독이 하는 일보다 배우들의 몫이 훨씬 크다. 그리고 아무리 흔쾌히 작품에 임하는 배우라도 베드신 때는 신경이 날카로워지기 마련이다. 사실 촬영하면서 전도연과 이정재의 베드신을 재촬영한 적이 있다. 새로운 카메라 기법을 쓰다보니까 그랬는데 두 사람이 아주 흔쾌하게 다시 해줘서 정말 고마웠다. 그리고 그 고마움이 더 이상 만족할 수 없을 만큼의 결과로 나온 것 같다.  

이정재: 첫 번째 찍었던 베드신에선 대사가 세진 않았는데 두 번째 찍은 신에서는 대사가 좀 바뀌었다. 그런데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그런 대사였다. 그것도 그 날 아침에 대사가 바뀌었다고 봤는데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그래서 약 오 분 정도 심각하게 고민했다. 어느 정도로 심각했냐하면 대사가 적힌 A4 용지를 도저히 버릴 수가 없을 정도였다. 간직하고 있다가 윤여정 선생님이 오셨을 때 이런 대사를 했다며 보여주기까지 했다. (웃음) 

  

Q . 메이킹 영상을 보니까 은이라는 캐릭터에 대해 계속 모르겠다고 하더라. 결정적으로 은이가 전도연에게 다가왔던 계기가 있었나.  

전도연: 은이의 순수함을 이해하지 못해서 어려웠다. 지나치게 순수하기 때문에 당당하고, 지나치게 순수하기 때문에 솔직한 그런 부분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 부분을 전부 이해하고 촬영을 마친 것도 아니고. 은이에 대한 물음표를 끝날 때까지 가지고 있었고, 촬영 내내 끊임없이 나 자신을 의심했다. 그래도 감독이 처음부터 날 믿어줬고, 어느 순간 은이를 내가 너무 멀리서 찾고 있었던 거 아닌가 싶더라. 나 자신이 은이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니까 좀 편해졌다. 

  

Q . 마지막으로 상반기 최고의 기대작이라고 일컬어지는 < 하녀 > 의 관람 포인트를 짚어 달라.  

윤여정: 우린 굉장히 행복하게 찍었다. 전도연이 칸에서 상을 탔다니까 그런가보다 했는데 실제로 처음 연기해보니까 대단하더라. 감독의 디렉션을 스펀지 같이 받아들이는 걸 보면서 나도 반성을 많이 했다. 전도연 정도의 나이에 내 태도가 저랬나 하면서. 전도연에게 많이 배우면서 했다. 이정재도 이번을 터닝 포인트로 삼았고. 우리 셋이 감독이 죽으라면 죽는 시늉까지 했으니까. (웃음)  

이정재: 모든 사람이 열심히 해보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해서 끝까지 가기 쉽지 않은데, < 하녀 > 는 누구도 빠짐없이 열심히 그리고 아무 탈 없이 끝났다. 개봉을 앞두고 있는데 깊은 의미가 있는 작품으로 남을 거 같다.  

전도연: 나도 촬영하면서 윤여정 선생님이나 서우에게 많이 자극받고 감동했다. 나이를 들어서 어떤 모습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안 해봤는데 윤여정 선생님을 보면서 내가 좀 더 나이든 배우가 된다면 저런 모습과 자세, 열정을 갖고 있으면 좋겠단 생각을 했다. 우리 영화의 관람 포인트는 일단 시각적으로 보는 재미가 있고, 배우들이 다 열연을 해서 듣는 재미까지 있지 않을까?  

임상수 감독: < 하녀 > 는 원작의 기본 스토리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뻔한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막장드라마 스토리 같은 것일 수도 있는데, 그걸 명품연기와 명품미술로 훨씬 더 세련되게 만들었다. 명품 막장 드라마가 나온 거 같다. (웃음) 

 

글. 이지혜 seven@10asia.co.kr
사진. 이진혁
el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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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0-04-13 2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제일 기대하고 있는 영화에요.^^
윤여정은 정말 감회가 남다르겠어요.
전도연도 늘 실망 주지 않는 연기를 하니까요.
인터뷰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Tomek 2010-04-14 09:10   좋아요 0 | URL
김기영 감독 영화로 데뷰를 하고, 임상수 감독 영화로 제 2의 영화 인생을 사시니 그 감회가 정말 남다르실 것 같아요. 하지만 김수현 작가와의 관계를 생각해보면 출연하기 좀 난감했을 듯 하기도 하고... 결과물이 설명해 주겠죠.
^.^;

LAYLA 2010-04-14 0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완전기대!!! 아이언맨과 하녀만 기다리고 있숴요 ^.^

Tomek 2010-04-14 09:10   좋아요 0 | URL
저는 <하녀>와 <나이트메어>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

순오기 2010-04-14 1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인터뷰 기사까지 하녀에 대한 기대를 한층 더 높여주네요.
감사~~~ ^^

Tomek 2010-04-15 09:40   좋아요 0 | URL
빨리 개봉했으면 좋겠어요. >,.<

저절로 2010-05-13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개봉해요!젤 먼저 보고올께요.기대만땅.

Tomek 2010-05-14 14:36   좋아요 0 | URL
재미 있으셨나요? 전 재미 있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