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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서란 한 권을 꾸준히 앉은 자리에서 진득하니 읽어야 하는 것인데, 난 애초에 습관이 좀 별나게 들어서인지 책을 여러권씩 조금씩 읽는다. 그러다보니 내용이 서로 엉키는 부분이 많아서 책을 읽을 때마다 복습을 하곤 한다. 제대로 책을 읽는지는 모르지만, 습관은 쉽게 잘 고쳐지지 않는 것 같다. 

 

1. 공무도하 

   작가 김훈의 자필 사인을 받고 싶어서 예약 기간에 냅다 주문해서 샀다. 처음엔 계속해서 벌어지는 사건과 인물이 순차적으로 진행되지 않고 병렬식으로 전개되어서, 읽는 동안 좀 골탕을 먹었었는데, 중반부를 넘어서니 그간 벌여놓은 인물과 사건이 점차 문정수에게 집중되는 느낌이 든다. 그의 문체 또한 여전히 치열하고. 다음주에 있을 <작가와의 만남>에 꼭 갈 수 있으면 좋겠다. 

 

2.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예전부터 서간집은 잘 읽지 못하는 편이었다. 물론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편지, 그것도 발신인 것만 모아놓은 이야기는 그 윤곽이 잘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간집은 나름 '적극적인 독서'로서의 매력이 있는 것 같다. 특히 날짜와 날짜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졌고, 또 주인공이 어떤 심리상태인지에 대한 생각은 소설을 더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그리고 지금껏 얼마나 많은 작품들이 이 소설을 인용했는지도 알 수 있고...

 

3. DUNE 

   올 6월부터 읽고 있는데 아직 1/3 정도밖에 읽지 못했다. <DUNE>을 읽은 계기는 데이빗 린치의 영화 <DUNE> 때문이다. 2시간 분량의 영화에 소설의 모든 세계관을 넣어서 무슨 이야기인지 따라잡을 수 없었기 때문에 소설을 택했다. 한글판 말고 영문판을 읽는 이유는, 단어의 선택이 궁금해서이기도하지만, 4권으로 분권된 번역본보다 1권인 영문판이 훨씬 저렴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4. 창천항로

           

   이미 다 읽기도 했고 구입도 한 책이지만, 1~22권까지는 삭제본 구판으로 가지고 있어서 다시 구입하고 읽기 시작했다. 성인만화로 분류되었으면서 도대체 삭제는 왜 한 것인지... 휴...  

   이학인의 글도 뛰어나지만, 왕흔태의 그림 또한 굉장하다. 재미면에서도 뛰어나지만, 서기 3세기까지 지탱되어 온 중국 역사의 체제, 종교, 학문, 철학을 아우르는 대작이기도 하다. 다만 아쉬운점은 이학인의 죽음으로 30권 이후부터는 <찬천항로>만의 아우라가 사라진, 평범한 만화가 되었다는 점이다.  

   구판은 인명의 오역이 다수 있고(서황->서광, 장료->장량), 번역이 매끄럽지 않아서 읽으면서 상당히 괴로웠는데, 이번 신판은 그런 점을 어느 정도 해소해 다행이다. 

 

5.  백야 

   언젠가 도스또예프스키를 읽으리라고 마음먹었던 지가 5년은 지난 것 같다. 이러다 읽지는 않고 다짐만 할까봐 구입해 읽기 시작했다. 일단 지금까지는 <백야>만 읽었는데, 지금의 현대 소설과는 많이 달라서 읽기가 쉽지 않았다. 석장쯤 읽다가 다시 앞으로 돌아가고, 다시 석장쯤 읽다가 다시 돌아가고. 어느 정도 남자 주인공을 파악하고 이해하기 시작했을 때 비로서 글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지금 태어났다면 아마도 '골방의 제왕'이 되었을 법한 독특한 사유와 글쓰기가 날 사로잡는다. 고전은 괜히 고전이 아닌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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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날씨

   어제부로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다. 영하권에 근접한 기온에 바람까지 부니 서늘한 가을 날씨에 만족해 있던 몸이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 어제의 추위를 반면교사 삼아 오늘은 때이른 겨울코트를 과감히 입어보았다. 기온은 어제보다 더 떨어진 영하권인데, 바람이 불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단단히 각오를 해서인지 등사이에 땀이 조금 찼다. 11월에 겨울코트라니... 시대를 앞서가는 사람이 아니라(뭐 그런적도 없었지만.. -.-;;) 시기를 앞서가는 사람이 된 것이 아닐까 하는 헛생각을 잠깐 해봤다. 

 

2. 2200번 

   난 파주에서 일한다. 서울서 파주까지 가는 방법은 여러 방법이 있으나, 대부분은 2200번 버스를 이용한다. 통근 시간이 가장 짧은 교통수단이니 다른 선택이 없을 것이다.  

   가뜩이나 출근시간엔 사람들이 많아 앉아가기는 일찌감치 언감생신, 겨우겨우 타곤 했었는데, 어제 버스 한 대가 고장이 나서 배차시간이 늘어나 겨우 타는 수준이 아닌, 짐짝처럼 낑겨서 탔다. 출입문 하단에 몸이 딱 들러붙은채로 버스 안에 있으니, '이렇게 살아야 하나'하는 자괴감이 들기도 했지만, 평소보다 낮은 위치에서 바라보는 자유로의 풍경이 새로와 머릿속에 들었던 생각은 금새 잊고 말았다.  

   매일 바라보는 똑같은 길인데도 높이가 다른 위치에서 바라보니 새로왔다. 길은 항상 그대론데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서 느끼는 감정이 다르다면, 우리의 직관이나 인식은 얼마나 얄팍한 것일까 하는 생각을 잠깐 해봤다. 

 

3. 후루야 미노루   

   어제, 그동안 미루고 미뤘던 후루야 미노루의 <심해어>를 주문했다. <이나중 탁구부>에서는 정말이지 배꼽을 잡고 낄낄거렸었으나, <두더쥐>를 읽고 거의 경악을 했다. 도저히 같은 작가라고는 믿지 못할 정도로 작화와 내용이 거의 극단으로 치달았다. 그나마 <두더쥐>보다 조금 나았던 <시가테라>도 4권까지 읽고 더 이상 감당이 안돼서 아직까지도 읽지를 못하고 있다. 거의 잊어버린 이름이었었는데, 지난주 라디오 북클럽에서 유희열씨가 이 책을 소개해준 것이 계기가 됐다. 어떤 내용일지 사뭇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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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커피  

   일요일 아침에 커피 한 잔. 일주일에 한 번 즐기는 호사다. 주말엔 특별히 알람에 의지하지 않는데도 평상시보다 일찍 일어나게 된다.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어둑어둑한 하늘을 뒤에 두고,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머그컵에 가득 커피를 내린다. (이럴거면 도대체 왜 에스프레소 머신을 산건지..) 정장바지에 벨트를 두르는 대신 편안한 추리닝 바지를 입었다는 사실에, 잠시나마 일에서 해방되었다는 안도감과 편안함을 느낀다. 해가 고개를 내밀기 직전의 하늘과 차가운 공기, 그리고 따스한 커피 한 잔. 어쩌면 세상은 살아갈 만한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2. 라디오 북클럽 

  

   일요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이유 중 하나는 MBC에서 방송하는 라디오 북클럽 때문이기도 하다. 이 프로그램의 열혈 청취자는 아니나, 징진 감독의 부드러운 목소리에 기대어 책을 듣는 기분이 좋기때문에 찾아 듣고는 한다. 다시듣기 서비스도 제공되지만, 신기하게도 이 프로그램은 일요일 아침 7시, 즉 그 방송시간에 듣지 않으면 흥취가 떨어진다. 마치 일요일 아침을 선점이라도 했듯이.  

   오늘은 발레리나 김주원씨가 나와  <음악가와 연인들>이라는 책을 소개해주었다. 내밀한 예술가들의 삶. 만일 그들의 삶이 괴팍하고 용서받지 못할 행동으로 점철되었는데 그들의 작품이 아름답고 숭고함을 느끼게 한다면, 우리는 그 작품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삶과 예술을 분리해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그 자체로 이해해야 하는 것일까. 방송은 흥미로운 내용으로 진행되었으나, 혼자서 괜시리 이런 생각까지 해보았다. 조용한 아침은 적막한 밤처럼 사색(혹은 망상)의 공간을 제공하는가 보다.  

   김주원씨와 짧은 만남을 가진 후, 장진 감독이 읽어준 책은 김영하 작가의 <오빠가 돌아왔다>였다. 낄낄거리며 읽은 책이었는데 장진 감독의 차분한 목소리로 들으니 더욱 재미있었다. 지현우가 주연으로 캐스팅된 영화얘기도 있었는데 어떻게 진행됐는지 궁금하다. 

 

3. 그리고 어김없이 돌아오는 끼니  

   

끼니는 어김없이 돌아왔다. 지나간 모든 끼니는 닥쳐올 단 한 끼니 앞에서 무효였다. 먹은 끼니나 먹지 못한 끼니나, 지나간 끼니는 닥쳐올 끼니를 해결할 수 없었다. 끼니는 시간과도 같았다. 무수한 끼니들이 대열을 지어 다가오고 있었지만, 지나간 모든 끼니들은 단절되어 있었다. 굶더라도, 다가오는 끼니를 피할 수는 없었다. 끼니는 파도처럼 정확하고 쉴 새 없이 밀어닥쳤다. 끼니를 건너뛰어 앞당길 수도 없었고 옆으로 밀쳐낼 수도 없었다. 

- 김훈 <칼의 노래>에서- 

   밥을 먹는 것은 시간을 견디어 내는 힘을 얻는 것. 밥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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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리뷰 

   이벤트에 혹해서 사흘동안 6편의 리뷰를 써나갔다. 그 중 이벤트 관련 리뷰는 4편, 나머지는 구매관련 리뷰였다.  

   리뷰라는 것은 어느정도 내 속에서, 글을 읽은 만큼의 시간을 들여 치열하게 고민을하고 생각을 해서, 내 안에서 곰삭아야 나오는 것이라 생각하는데 너무 쉽게 쓴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10대도 아닌데 이런 치기어린 글을 올려도 되는지 반성한다.  

   그래도 이런 기회가 있어 그동안 내 머리속에서 묵혀두었던 생각을 꺼내볼 기회가 있는 것에 고마워해야겠지. 여유가 있으면 엉켜있는 생각들을 지금보다 더 잘 풀 수 있겠지만, 한정된 시간에 빨리 풀어놓는 것도 나름 의미가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누구한테 보여주는 글이 아닌, 내 자신을 뒤돌아 볼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하고 신중히, 열심히 쓰자. 

 

2. This is it.  

   10월 마지막 날, 마이클 잭슨의 마지막 공연을 보러 간다. 2009년. 언론의 편견으로 오해를 받은 두 사람이 죽었다. 삶에 대한 태도와 인식에 대한 반성.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나는 그저 보이는 것만 보고 그 너머는 생각하지 않았나 보다. 그들의 죽음은 세상 사람들에게 안타까움과 미안함을 느끼게 해주었지만, 실제로 그 이상의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고 생각한다. 

   오늘, 그 중 한명에게 작별인사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특별한 작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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