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IN PEAKS〉
        시즌 2 
        에피소드 15 (23)
        타이틀 Slaves and Masters
        각본 Harley Peyton & Robert Engels
        감독 Diane Keaton
        방영일 1991
년 2월 9일 
 

 

 

1. 이야기  

윈덤 얼은 리오 존슨의 정체를 알아채고 그를 범죄에 이용하려 한다. 그는 셜리 존슨, 오드리 혼, 다나 헤이워드에게 각기 편지를 보낸다. 그는 데일 쿠퍼에게도 메시지를 남긴다. 

데일 쿠퍼는 자신을 쏜 범인에 대한 증거를 찾는다. 그는 윈덤 얼의 체스 게임에 대항할 사람으로 피트 마르텔의 도움을 받는다.  

제임스 헐리는 다나 헤이워드의 도움으로 에블린 마쉬와 맬콤이 짜놓은 덫에서 가까스로 탈출한다.  

빅 에드 헐리는 노마 제닝스와 밤을 함께 보내고, 네이딘 헐리는 새로 사귄 마이크와의 사랑 때문에 빅 에드 헐리와 헤어진다. 셜리 존슨이 다시 더블 알 식당에 돌아온다.  

캐서린 마르텔은 조시 패커드를 이용해 토마스 에크하르트를 끌어들인다.  

 

 

 

2. 다이앤 키튼(Diane Keaton)  

맞다. <대부>에서 알 파치노의 그녀, <애니 홀>, <맨하탄>, <맨하탄 살인 사건>에서 우디 앨런의 그녀, <미스터 굿바를 찾아서>에서 리처드 기어의 그녀, 그리고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에서 키아누 리브스의 그녀. 지난 회의 울리 에델에 이어 그녀가 감독을 맡았다.  

그녀가 이번 에피소드를 연출하면서, 드라마의 성격이 조금 바뀌어졌다. 이번 22화는 처음으로 <트윈 픽스>에 사는 여성들의 심리를 다룬다. 스크립트는 이야기를 진행하는 평범한 정도이지만, 다이앤 키튼은 그 안에서 여성들의 감정을 발견하고, 그것을 스크린에 풀어냈다. 특히 이번 회에서 그동안 벌려놓은 재미없는 이야기들이 마무리되고, 윈덤 얼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는 시점에서 그녀의 연출은 참으로 시의 적절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녀는 이번 에피소드를 감독하면서 될 수 있으면 평면적으로 보이게 찍었다. 인물들이 액션을 취하거나 대화를 할 때 대부분 180도로 늘어서 있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녀는 이런 평면적인 구도를 하나의 층(layer)으로 보고, 2차원적인 화면에 계속 다른 층을 겹치도록 화면을 꾸민다. 이것은 마치 <트윈 픽스>의 이야기가 여러 겹으로 쌓여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효과를 자아낸다.  

 

 

 

3. 여(女) 대 여(女)  

에블린 마쉬와 다나 헤이워드는 제임스 헐리를 서로 사랑한다. 에블린 마쉬는 자신의 남편과 정부를 죽이고서라도 제임스를 차지하려 하고, 다나 역시 로라 파머와 매들린 퍼거슨의 죽음으로 인해 제임스를 포기하지 못한다. 차이가 있다면, 에블린에게는 제임스가 너무 늦게 찾아왔다는 점이다. 아니, 너무 늦게 발견한 것이다.   

 

노마 제닝스와 빅 에드 헐리는 서로 사랑했지만, 치기어린 오해로 20여년을 그저 바라만보고 살아왔다. 노마는 네이딘 헐리에게 빅 에드가 어떤 존재인줄을 알기에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지 못했다. 그녀의 남편이 다시 감옥에 들어갈 상황과 네이딘의 기억 상실을 이용해 그녀는 처음으로 빅 에드와 선을 넘었다. 이런 모습을 네이딘에게 들키지만, 네이딘은 오히려 노마에게 사과를 전한다. 다른 이들의 불행이 그들에게 축복이 된 마냥 기뻐할 수 없는 기이한 상황.   

 

조시 패커드는 캐서린 마르텔의 하녀로 생활하고 있다. 캐서린은 조시를 이용해 토마스 에크하르트를 끌어들인다. 그들은 조시를 앞에 두고 계약을 한다. 캐서린은 조시를 팔아넘기려하고, 토마스는 그녀를 적당한 가격에 사고 싶어 한다. 조시는 자신이 동물처럼 거래되고 있다는 사실에 분노할 겨를이 없다. 이것은 생존의 문제다. 토마스 에크하르트에게 돌아간다는 것은 죽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4. 기억할만한 지나침  

윈덤 얼이 리오 존슨에게 채우는 목걸이는 루이스 티그 감독의 <개 목걸이(Wedlock)>를 연상시킨다. 이 영화에는 조안 첸이 출연하는데, 그녀는 (이 영화에서도) 애인의 뒤통수를 치는 역할을 맡았다.  

 

 

5. 덧붙임  

a. 대부분 사실에 기초하여 썼고, 개개의 세부사항은 사실에 부합하지만,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사실의 전후부분이 바뀐 경우도 있습니다.  

b. 콘텐츠 중 캡처 이미지에 대한 권리는 해당 저작권사에게 있습니다.  

c. References
- 『Lynch on Lynch, Revised Edition』 크리스 로들리, Faber & Faber
- 『데이빗 린치의 빨간방』 데이빗 린치, 곽한주 옮김, 그책
- 『TWIN PEAKS #2.014』 스크립트, 6th Revisions
- 〈Twin Peaks: Definite Gold Box Edition〉 Lynch/Frost Productions, CBS DVD, Paramount Home Entertainment
- 위키피디아 http://en.wikipedia.org/
- IMDB http://www.imd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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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8월 1주

2010년 7월 29일 새로 개봉한 두 편의 영화에서 우리는 누군지는 확실히 모르겠지만, 왠지 익숙한 인물이 출연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영화를 책임지는 주연은 아니었지만, 안젤리나 졸리 주연의 <솔트>에서, 이안 감독의 <테이킹 우드스탁>에서, 주인공을 (어떤 방식으로든) 받쳐주는 든든한 인물을 맡았습니다. 그의 이름은 리에브 슈라이버(Liev Schreiber)입니다.  

그는 잘 생긴 얼굴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몸매가 잘 빠진 것도 아닙니다. 명연을 펼친 적도 없습니다. 그런데 그는 거의 20여 년간 할리우드에서 배우로 살아남았습니다. 가히 할리우드의 미스터리라 할 만합니다. 그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그가 얼마나 끊임없이 작품에 출연하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그것은 그가 영화를 어느 정도 책임을 질 수 있는 배우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주연도 몇 편 맡았지만, 오히려 조연을 맡은 작품들에서 더 많은 빛을 발하는 배우입니다. 이것은 연기력의 문제라기보다는 배우의 성향인 것 같아 보입니다. 그는 영화 전체를 통제하기 보다는 영화를 조율하는 인물에 더 적합해 보입니다.  

 

        

그를 처음 본 것은 웨스 크레이븐 감독의 <스크림>시리즈에서였습니다. 시드니 어머니의 애인인 코튼 위어리 역은 1편에서는 그저 소비되는 단역에 불과했습니다. 그런데 2편에서 그의 존재감은 갑작스레 커집니다. 그의 첫 등장은 공포를 불러일으키면서 동시에 연민을 불러일으킵니다. 마치 가해자와 피해자의 모습을 동시에 담고 있는 듯한 모습. 그렇기 때문에 그는 영화가 끝날 때까지 서스펜스의 열쇠를 지닌 인물로 남아 영화를 이끌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를 배우로 인식한 영화는 <RKO 281>이었습니다. 이 영화에서 그는 무려 오손 웰즈의 역을 맡습니다. 24살의 오손 웰즈가 스튜디오의 전권으로 그의 데뷔작이자 주연작인 영화 <시민 케인>은 미디어 제왕 윌리엄 허스트의 일생을 다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영화의 주인공 케인은 윌리엄 허스트의 모습뿐 아니라 오손 웰즈 자신의 모습 또한 담겨 있습니다. 한 편의 영화를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싶은 예술가의 탐욕스러움과, 온 세상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싶은 미디어 재벌의 탐욕스러움은 케인이라는 인물에 정확히 겹칩니다. 리에브 슈라이버는 이 탐욕스러우면서 동시에 열정적이고 때로는 무모하며, 언뜻 광기까지 비추는 오손 웰즈를 훌륭히 표현했습니다. 물론 존 말코비치와 제임스 크롬웰이라는 명배우들이 그를 받쳐준 것도 큰 위안이 되었겠지만요. 이 영화에서 그는 처음으로 자신의 복잡한 이름을 대중에게 각인시키게 합니다.    

 

 

리에브 슈라이버의 모습은 우리 선조들의 모습(이를테면 오스트랄로피테쿠스라던가...)을 떠올리게 할 만큼 야성적이지만, 그의 음성은 매력적인 중저음입니다. 이런 이율배반적인 모습 때문에 그는 항상 이중적인 역할을 맡아온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햄릿2000>에서 그는 레어티스 역을 맡아 셰익스피어 인물에 도전합니다. 레어티스는 극의 초반과 후반에만 나오는 조역이지만, 그가 등장할 때마다 영화는 이상한 분위기에 휩싸입니다. 레어티스가 떠나기 전, 오필리아와 대화하는 장면은 음란함을 느낍니다. 그가 햄릿과 결투를 하는 장면은 죽은 누이와 아버지 때문이 아니라, 사랑하는 연인을 잃은 모습입니다. 리에브가 연기하는 레어티스의 연기 때문에 <햄릿 2000>은 근친상간으로 얼룩진 비극으로 그려집니다. 마이클 알메레이다 감독이 어떤 의도로 『햄릿』의 인물들을 21세기의 뉴욕으로 불러들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영화에 음란한 기운을 불러일으키는 인물은 레어티스와 오필리아 그리고 클라디우스와 거트루드입니다.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리에브 슈라이더의 주연 작품은 2006년에 리메이크된 <오멘>입니다. 그는 (감히!) 원작에서 그레고리 펙이 맡았던 로버트 쏜역을 맡습니다. 이 영화는 원작의 관점에서 보면 정말이지 지루한 영화입니다. 고전적 의미의 리메이크를 그대로 수행해 영화는 원작을 거의 답습하기 때문이지요. 이 영화는 조금 삐뚤게 보면 꽤 흥미롭습니다. 이 영화의 젊은 부부 로버트 쏜과 캐서린 쏜을 맡은 배우는 리에브 슈라이버와 줄리아 스타일스입니다. 줄리아 스타일스는 <햄릿 2000>에서 오필리아 역을 맡았습니다. 그러니까, <햄릿 2000>에서 레어티스와 오필리아가 결혼을 해 <오멘>에서 자식을 낳았더니, 그게 악마의 자식이더라는 식의 경망스러운 상상. 이런 상상에 기대서야 영화를 견딜 수 있을 만큼, <오멘>은 리에브 슈라이버가 원톱으로 극을 이끌기에는 너무 힘에 부친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테이킹 우드스탁>에서는 여장남자인 빌마역을 맡았습니다. 그의 역할은 주인공 엘리엇 부모의 보디가드입니다. 그는 이 영화에서 억눌려있는 엘리엇의 자아를 끌어내는 역할을 합니다. 엘리엇은 게이이지만, 그의 부모 때문에 드는 성정체성을 숨기며 살아왔습니다. 부모 때문이라기보다는 그 당시 사회 분위기가 게이를 탄압하는 것이기 때문이기도 했지요. 엘리엇은 너무도 스스럼없이 다니는 빌마의 모습을 때론 신기하게, 때론 부러움의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어느 날 엘리엇이 빌마에게 묻습니다. "이렇게 (게이임을 밝히고) 살아도 괜찮아요?" 빌마가 대답합니다. "언제까지나 숨기고 살 순 없잖아? 자신에게 솔직해져." 이 영화에서 리에브의 출연분량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는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의 말로 인해, 그리고 우드스탁이라는 대축제의 분위기로, 그는 자신에게, 가족에게 솔직해질 용기를 얻습니다.    

 

 

<솔트>에 대해선 별로 할 말이 없습니다. 이 영화는 안젤리나 졸리의 원톱 주연 영화니까요. 졸리를 제외한 그 외의 인물들은 하나같이 그녀를 받쳐주는 역할입니다. 그녀를 지원하거나 배신하거나 하는 역할들. 리에브 슈라이버가 맡은 테드 윈터 역 역시 그렇습니다. 딱 기대할 만큼의 이야기 전개와 딱 예상만큼의 반전. 좀 더 양념을 쳤으면 더 흥미로운 영화가 될 수 있었지만, 영화는 레서피를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할리우드의 대형 배우들을 제외하고 20여년에 가까운 세월동안 꾸준히 영화에 출연한 배우는 리에브가 거의 유일합니다. 어느 정도는 소비되기도 했지만, 어느 정도는 자신의 연기를 펼치는 이 할리우드의 곡예사의 앞길이 어떨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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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0-08-07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대단하셔요!
솔트는 정말 졸리를 위한 영화여요.
토멕님 설명 읽으니까 정리가 되는군요.
그런데 제가 욕해주고 싶은 건, 이런 허리우드 액션 영화에서 자주 보여주는
자기 정체를 속이고 속여 관객으로 하여금 '너 이런 줄 알았지?'하는
얄팍한 뒤통수치기 좀 그만했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이젠 그거에 그닥 박수칠 사람도 없는데
지네들끼리 놀아먹고 뭐가 그리도 좋은지...쩝.

사실 이거 제 페이퍼에 써야하는 건데
그동안 제가 허리우드 욕을 좀 많이해서
자제하려다 여기서 딱 걸렸네요. 이해하셔요.ㅜ

Tomek 2010-08-07 15:05   좋아요 0 | URL
아무래도 제작비가 많이 드니까 그런 것 같아요. 안전하게 가는 거죠. 답답하긴 하지만, 뭐라 욕은 못하겠더군요. 왜냐하면, 저도 제 돈으로 어딘가에 투자할 때는 이보다 더 보수적이 되거든요. 물론 문화를 투자대상으로 보는 것은 천박한 발상이라 여기지만요... 자본을 손에 든 사람들의 마음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stella09 님의 좀 더 큰 일갈 바랍니다! :D

굿바이 2010-08-07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에브 슈라이버는 저도 참 좋아하는 배우랍니다. 잘생긴건 모르겠는데, 양볼에 사탕을 문듯한 그 뚱함이 야성미를 좀 중화시켜주는 것 같아서 더 좋았습니다. 뭐랄까 알면 더 알고 싶은 그런....^^
<햄릿 2000>에서의 그 암울한 느낌은 참 오래 머리속에 남더라구요. 최근에 나온 영화는 보지 못했는데, 여기서 만나니 또 즐겁습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D

Tomek 2010-08-09 08:42   좋아요 0 | URL
굿바이 님도 리에브를 아시는군요! @.@
정말 반갑습니다. :D

루체오페르 2010-08-09 1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을 보니 누군지 알겠네요. 토멕님의 배우에 대한 애정어린 글 잘 봤습니다.^^

Tomek 2010-08-10 08:37   좋아요 0 | URL
^^; 아니예요. 그저 관심이 있을뿐, 애정을 표현하기엔 제가 너무 부족하지요. :)
 

 

 
        〈TWIN PEAKS〉
        시즌 2 
        에피소드 14 (22)
        타이틀 Double Play
        각본 Scott Frost
        감독 Uli Edel
        방영일 1991
년 2월 2일 
 

 

 

 

1. 이야기  

데일 쿠퍼는 보안관 사무소에 윈덤 얼이 들어와 시체를 놓고 갔다는 것이라 얘기하지만, 그에 대한 증거는 발견할 수 없다. 리오는 혼수상태에서 깨어나 셜리를 죽이려하지만 실패하고 숲으로 도망친다. 숲을 헤매던 중 리오는 윈덤 얼을 만난다.  

오드리 혼은 아버지 벤자민 혼이 제정신을 차리게 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한다. 피트 마르텔은 형님인 앤드류 패커드가 살아있는 모습에 깜짝 놀란다. 토마스 에크하르트가 조시 패커드를 쫓아 트윈 픽스에 도착한다.  

에블린 마쉬의 남편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자, 제임스 헐리는 (이제서야!) 자신이 이용당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경찰을 피해 도망치던 중, 제임스는 다나 헤이워드를 만난다.  

 

 

 

2. 유구무언(有口無言)  

솔직히 이 에피소드로 한 편의 글을 쓸 수 있을까 할 정도로, <트윈 픽스>는 더 이상 어떤 담론도 만들어내지 않는 소프 오페라가 됐다. 드라마는 더 이상 아무런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으며, 계속 매 회 새로운 인물들을 투입하고 있지만, 원래의 아우라를 되찾기에는 너무나 멀리 왔다. 사람들이 <트윈 픽스>를 본 이유는 미스터리 때문이었지, 매 회 새로 출연하는 게스트를 보려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신기한 점은 왜 작가들은 더 이상 밥에 대해 이야기를 만들지 않는가이다. 밥은 다른 사람의 몸에 기생할 수 있는 영혼이다. 밥으로 인해 <트윈 픽스>는 또 다른 서스펜스를 만들어낼 수 있다. 어쩌면 마을 주민들 중 모두가 살인자가 될 수도 있는 매력적이고 무서운 장치이기도 하지만, 작가들은 초자연적인 현상을 버리고 현실 세계의 트윈 픽스를 다루기 시작했다. 데일 쿠퍼가 양복을 벗고 캐주얼을 입은 때와 동시에, <트윈 픽스>는 더 이상 특별하지 않다.  

 

 

 

3. 울리 에델(Uli Edel)  

새로운 출연자 뿐 아니라, 이번 회에서는 기존의 감독들 말고 새로운 감독이 영입되어 에피소드를 만들었다. 울리 에델. 최근의 관객들에게는 <바더 마인호프(Der Baader Meinhof Komplex)>의 감독으로 기억되겠지만, 당시 <트윈 픽스>세대에게는 <부룩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Last Exit To Brooklyn)>와 마돈나가 주연한 <육체의 증거(Body Of Evidence)>의 감독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아무리 (그 당시에) 잘 나가는 감독을 섭외했다 하더라도, 산으로 간 각본을 구제할 방법은 없다. 한 편의 드라마로는 잘 만들어진 드라마임에는 틀림없지만, <트윈 픽스>의 에피소드 안에서, 이 작품은 그저 그런 시시한 작품에 위치한다. 그것은 <트윈 픽스>가 다룬 것이 이야기가 아닌, 미스터리와 같은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한 때 승승장구했지만, <육체의 증거> 실패 이후로, 울리 에델은 거의 10여년을 그저 그런 TV 영화만 연출해왔다. 그렇게 잊혀지는 이름인줄 알았는데, 독일로 돌아가 <바더 마인호프>를 만들지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울리 에델은 2010년 <엘렉트로 게토, 부시도 이야기(Zeiten ändern Dich)>를 만들었는데, 놀랍게도 래퍼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 영화는 올해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만날 수 있다.   

 

 

4. 기억할만한 지나침  

토마스 에크하르트 역을 맡은 배우는 데이빗 워너(David Warner)다. 그는 (영국출신의 위대한 배우들이 대개 그렇지만) 로열 셰익스피어 극단(Royal Shakespeare Company)에서 연기 생활을 시작했다. 일반 대중에게 각인된 작품으로는 <오멘(The Omen)>과 <타이타닉(Titanic)>이 있다.   

 

 

 

5. 덧붙임  

a. 대부분 사실에 기초하여 썼고, 개개의 세부사항은 사실에 부합하지만,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사실의 전후부분이 바뀐 경우도 있습니다.  

b. 콘텐츠 중 캡처 이미지에 대한 권리는 해당 저작권사에게 있습니다.  

c. References
- 『Lynch on Lynch, Revised Edition』 크리스 로들리, Faber & Faber
- 『데이빗 린치의 빨간방』 데이빗 린치, 곽한주 옮김, 그책
- 『TWIN PEAKS #2.014』 스크립트, 6th Revisions
- 〈Twin Peaks: Definite Gold Box Edition〉 Lynch/Frost Productions, CBS DVD, Paramount Home Entertainment
- 위키피디아 http://en.wikipedia.org/
- IMDB http://www.imd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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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은 쌍방과실」... 인생의 진리가 들어있는 이 위대한 詩! <넘버 3>에서 현지가 낭송했던 시 이후로 이렇게 내 가슴을 후린 시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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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2010-07-31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다가 웃겨서 죽는 줄 알았어요. 가슴을 치는 통렬함에 이런 유쾌함이란...최고예요^^

Tomek 2010-08-02 08:03   좋아요 0 | URL
저도 보고나서 몇 분간 정신을 못차렸어요. :)
 

나는 원래 겁이 많다. 그래서 공포영화를 잘 못 보는 편이다. 그런데도 공포라는 감정이 원초적인 무의식을 자극하는지, 그렇게 무서워하고 잠을 설치는데도 불구하고, 굳이 공포영화를 찾아서 보는 것을 보면... 죽을 줄 알면서도 불 속으로 날아드는 부나방 같다고나 할까. 내가 생각하도 나 자신을 잘 모르겠다.  

내 숙면을 방해한 공포영화는 여럿 있지만, 그 중 가장 무서웠던 영화는 시미즈 다카시(清水崇) 감독의 <주온(呪怨)> 시리즈였다. <링(リング)> 시리즈는 TV만 치우면 됐었지만, 이 <주온>시리즈는 도저히 손을 댈 수가 없었다. 잠을 자다 눈을 떴을 때 불현 듯 눈에 들어오는 살짝 열린 방문, 가구와 가구 사이의 틈은 정말이지 공포 그 자체였다. 당장이라도 가야코가 꺽~꺽~ 소리를 내면서 기어 나올 것 같은 느낌에 눈을 뜨지 못하고 억지로 잠을 청한 적도 부지기수다. 하다못해 이불 속으로도 들어갈 수 없었다. 이불 속에서 가야코가 미리 기다리고 있을까봐.   

 

그 밖에도 <주온>은 여러 이유로 불현 듯 나를 공포에 떨게 했다. 한 밤중에 벽 속에서 쿵 하고 울리는 소리며(당시 내가 살던 단독주택이어서 벽이 울릴 일이 없었다) 잘 듣던 라디오가 갑자기 수신 불량으로 잡음이 들릴 때, 샤워할 때 누가 내 머리를 감겨주는 게 아닐까 하는 섬뜩한 생각이 들 때, 시끌벅적하던 공공장소에서 멍하니 있다가 갑자기 정신을 차려보니 아무도 없고 나 혼자 있는 것을 발견할 때 그야말로 난 공포에 속수무책 떨었다. 그건 바로 시미즈 다카시 감독이 무언가를 보여주려 하기 보다는, 오히려 감추고 우리의 상상력으로 공포를 느끼게 했기 때문일 것이다. 상상력으로 만들어내는 공포는 <주온> 시리즈가 최고인 것 같다.   

 

<주온>은 후지 TV에서 방송될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때문에 일반 드라마처럼 방송용 ENG카메라로 촬영됐다. 그런데 내부 시사 후, "너무 무섭다(!)"는 이유로 방송이 취소되었다. 시미즈 감독은 출시사의 요청으로 이 영화를 비디오 영화로 재편집해 두 편의 비디오로 내놓았다(때문에 이 영화는 1편의 결말과 2편이 시작부가 30분가량 서로 겹친다). 이 비디오 영화의 엄청난 성공으로 시미즈 감독은 극장판 <주온>을 두 편 만들고, 할리우드의 요청으로 <그루지(The Grudge)>란 제목으로 두 편을 더 만든다. 이 6편의 영화들은 (어떤 평가를 받았건 간에) 흥행에 성공했다.  

주온(呪怨)이란 뜻은 "억울한 원혼이 업이 되어 저주를 내리는 것"이라고 영화에서 설명된다. 억울하게 살해된 가야코, 토시오 모자(母子)는 자신들이 살해된 집에 들어오는 사람을 무차별적으로 살해한다. 동아시아의 귀신들이 원한과 복수의 관계가 명확했던 것에 비해 <주온>의 가야코, 토시오 모자의 행위는 불특정 다수를 노린 테러로 보일 정도다. <링> 시리즈의 사다코 역시 마찬가지다. 그녀의 저주는 비디오테이프라는 매체를 통해 전염된다. 그녀는 귀신이라기보다는 전염병에 가깝다. 이런 전통은 동아시아 적이라기보다는 서양의 귀신들에게 더 많이 보이는 것이다. 땅속 깊이 잠들어 있는 악마를 깨워 그 대가를 받는 인간들의 이야기. <이블 데드(The Evil Dead)>에서 이런 악마이야기를 다룬 샘 레이미가 이런 기막힌 소재를 그냥 둘리가 없다.  

같은 감독이 같은 장소에서, 단지 주연 배우들만 바뀌었을 뿐인데도 <주온>과 <그루지>는 너무나 다르다. 원본과 리메이크라는 익숙함과 익숙하지 않음의 차이가 아니라, 그 공포를 다루는 방법에서 동양과 서양의 차이가 확연하게 느껴진다. (할리우드 영화에서 보이는) 서양은 모든 것을 증명한다. 초자연적인 현상이나, 기이한 일들을 서양은 원인 혹은 실체를 찾아낸다. 찾아내지 못하면 뒤집어씌우기라도 한다. 그리스 로마 신화나 하다못해 마녀사냥 같은 것을 보더라도, 서양은 눈에 보이는 실체를 만들어낸다. 자연을 보더라도, 서양은 자연을 극복, 아니 정복의 대상으로 보았다. 하지만 동양은? '스스로 그러하다(自然)'라는 표현처럼, 우리는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그대로 둘 뿐이다. 꽉꽉 채운 프레스코 벽화와, 여백을 아름다움이라 칭하는 수묵화. 같은 세상에 살면서 서로 다른 가치관을 지닌 사람들. 그래서일까? 너무나 무서웠던 <주온>의 세계가 서양인들의 시선이 개입되자, 그저 그런 시시한 세계로 전락한 것은.  

<주온>이 무서웠던 것은 설명할 수 없는 것을 설명하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왜 가야코가 그렇게 나타나서 사람들을 해코지하는지 모른다. 다만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설명되지 못한 잉여 부분은 그 자체로 공포가 된다. 하지만 <그루지>는 다르다. <그루지>는 이 규정할 수 없는 공포를 '귀신들린 집'이야기로 다룬다. 그 자신도 훌륭한 공포영화를 만들어 온 샘 레이미 감독은 <주온>의 공포가 단순히 기괴한 이미지에서 온다고 생각한 것일까, 아니면 이렇게 논리 정연한 이유를 대는 것이 바로 그들의 기질일까?   

 

<그루지>에서 느꼈던 공포는 소통의 부재였다. 전혀 말이 통하지 않는 지구 반대편에서 이유도 없이 쫓아다니는 귀신과, 말도 통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처한 상황을 설명하기란 얼마나 힘겨운 일인가? <그루지>의 인물들은 철저히 혼자다. 그들은 혼자서 이 엄청난 공포에 맞서야한다. 공포영화의 잔인한 점 중 하나는 이런 잔인한 운명에 빠진 인물들을 즐기면서 구경거리로 만든다는 점이다. 장르의 쾌감이라 변명하긴 하지만, 죄의식이 드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래서일까? 내가 그토록 공포영화에 빠져드는 것은. 나만의 (소박한) '길티 플레져(Guilty Pleasure)'.  

         

 

 

*덧붙임:  

1. 어쩌면 소피아 코폴라 감독은 <그루지>를 보고 영감을 받아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Lost in Translation)>를 만들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농담입니다. :)  

2. <그루지>는 <주온>의 지루한 반복에 불과했지만, 그래도 인상적인 장면이 하나 있었습니다. 전 이 장면 이후로 버스 창가에 함부로 기대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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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0-07-31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역시 어지간한 공포영화는 껌처럼 씹어버리지만...'주온' 만큼은 예외입니다.

Tomek 2010-08-02 07:56   좋아요 0 | URL
저는 다른 시시한 공포영화에도 겁을 먹습니다. <주온>은 그 중 가장 최고의 자리에 있어요. ㅠㅠ

다락방 2010-08-01 1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흑. 마지막에 올리신 사진은 보지 말걸 그랬어요. ㅠㅠ 무서워요. ㅠㅠ

저는 귀신영화를 잘 못보는데요(정말 무섭잖아요!) 저를 그렇게 만든건 [엑소시스트 무삭제판]이었어요. 위에 말씀하신 것 처럼 일상생활로 돌아와서 후유증을 계속 안겨준 영화가 저는 [엑소시스트] 였죠. 그걸 극장에서 봤었는데 극장을 나오면서도 심장이 막 벌렁벌렁 거렸어요. 아이가 병원 침대에 누워 사탄의 얼굴을 보는 장면이 잊혀지지 않더라구요. 그 뒤로 며칠간 세수를 하려고 할 때마다 물 위로 사탄의 얼굴이 보이는 것 같고, 가슴도 두근두근.

저는 [주온]을 보지 않았는데 그건 [링]이 너무 무서웠기 때문이었어요. 공포영화를 보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할 만큼 제게는 [링]도 어찌나 무섭던지. [링]을 보면서 '사람이 공포만으로도 죽을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귀신이 우물에서 나올때는 정말. 어휴 ㅜㅜ

Tomek 2010-08-02 08:02   좋아요 0 | URL
<엑소시스트>는 정말 무서운 것 같아요. 그 영화를 보면, 무신론자라하더라도 세상에 하나님과 악마가 분명히 존재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예전에 리뷰를 읽었을 때, 미국 신학대학에서 매년 신입생들을 위해 상영하는 영화가 <엑소시스트>라는 이야기도 있는 걸 보면, 역설의 역설이랄까.

<링>은 공포영화의 <시민 케인>이라 평가받을 게 분명합니다. 이 영화 이후로 아시아 공포영화가 다 바뀌었으니까요. 소설과 영화 속 현실이 진짜 현실이 된 무서운 경우인 것 같아요.

pjy 2010-08-02 16: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주온을 본건 아닙니다..다만 워낙 소개가 많이 되서요~
엘리베이터 바깥에서 아이가 계속 보이는 그 유명한 장면 있잖아요~~~

정말 아무생각없이!
영화를 찍을때 예산을 줄이려면~ 저 아이는 뛰는건가? 하는 소박한 의문을 입밖으로 내고 보니 문득 코메디로 다가오더군요ㅋ

Tomek 2010-08-03 09:12   좋아요 1 | URL
저는 처음에 "닮은 애들 한 4명 데려온건가?" 했어요.
제가 더 코미디인 듯. :D

Mephistopheles 2010-08-04 09:26   좋아요 1 | URL
가장 압권인 장면은 이불속에 숨어있는 여자귀신....이었다는...

pjy 2010-08-04 11:44   좋아요 1 | URL
아, 그 장면, 전 영화를 안봐서 앞뒤가 얼마나 공포스럽고 놀라운지 모르잖아요^^ 기냥, 참 더운데 힘들겠다~ 공포영화 여배우는 땀나는 체질은 안되겠구나~했어요ㅋ

iamtext 2011-09-01 12: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도 공포영화 무서워서 못봤었는데,,, 새끼들을 키우다보면, 공포영화 쯤은 아무것도 아닌게 되더랍니다. 둘째 막달에 호러영화 페이퍼를 쓰기도 했었죠. 은행이 무섭고, 검사결과가가 나오는 병원이 무섭고, 뭐 그렇게 되더랍니다. 링 귀신보고, '대구리 좀 묶고 다녀! 답답해'소리치게 되어요.

Tomek 2011-09-01 15:54   좋아요 1 | URL
:D
아직까진 현실의 공포보다 상상속의 공포가 더 무서운 나이인가 봅니다.
애가 생기면 정말 달라질까요?

iamtext 2011-09-02 14: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서재 정문 사진 보니까, 미모에 아직 많이 젊으신데요, 뭘, 벌서 아기엄마 되실 생각을...

2011-09-02 16:5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