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IN PEAKS>
               시즌  1    
               에피소드  5 (6)
               타이틀  Cooper's Dreams
               각본  Mark Frost
               감독  Lesli Linka Glatter 
               방영일  1990년 5월 10일
 

 

   
                 <지난 회 보기>
               0. Prologue - Chaos
               1. Pilot (aka Northwest Passage)
               2. Traces to Nowhere   
              
3. Zen, or the Skill to Catch a Killer
               4. Rest in Pain
               5. The One-Armed Man
 
   

 

 

1. 이야기  

   자끄의 집을 수색하던 중, 데일과 해리는 잡지에 실린 로라의 광고 사진의 장소를 알아낸다. 데일, 해리, 호크, 검시관 윌은 자끄의 오두막을 찾으러 숲에 들어간다. 그 와중에 통나무 여인을 만나 로라가 죽던 날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다시 길을 나서던 네 사람은 자끄의 오두막을 발견한다. 그 안에서 로라와 로네에 관련한 수많은 증거를 발견한다. 

   오드리는 데일의 수사를 도와주겠다는 일념으로 로라와 로네가 관련되어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혼 백화점 향수 매대에서 일을 하기로 한다. 

   제임스와 다나는 로라의 죽음을 해결하기 위해 그녀의 사촌 매디를 끌어들인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가석방한 행크가 심각하게 듣고 있다. 집에간 매디는 로라의 침대에서 녹음 테이프를 발견한다.

   노마는 빅 에드를 찾아가 당분간은 연락하지 말자는 말을 전한다. 

   행크는 리오를 찾아가 함부로 행동하면 다음번엔 가만 두지 않겠다고 주먹다짐을 한다. 리오는 그 화풀이를 셜리에게 하고, 남편의 폭력에 지친 셜리는 리오를 총으로 쏜다. 

   벤자민 혼은 캐서린과 조시 사이에서 제재소에 대한 음모를 꾸민다. 노르웨이 투자자들을 위한 파티장에서 딸을 잃은 슬픔에 정신이 반쯤 나간 리랜드는 음악이 흘러나오자 또다시 알 수 없는 춤을 추기 시작하고 여러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된다. 그 모습을 오드리가 보고 눈물을 흘린다. 

   수사를 마치고 돌아온 데일이 자신의 방문을 열자 오드리가 옷을 벗고 침대에 있는 것을 본다. 

 

 

 

 

2. 수직적 구도와 평면 구도

   전 에피소드에서 감독 팀 헌터가 이야기보다는 '영화적인 장면'을 만들어내는데 주력했다면, 이번 회의 감독인 레슬리 링카 글래터 역시 '영화적인 장면'을 만들어낸다. 팀이 인물과 아기자기한 소품을 이용해 거리감이 느껴지는 미장센을 구축했다면, 레슬리는 거대한 '자연'을 이용해 화면의 수직적인 깊이를 만들어 냈다. 이런 거대한 세트 아래서 인물이 눌리는 듯한 연상을 주는 장면은 영화사 최고의 걸작 <시민 케인(Citzen Kane)>을 연상케 한다.

<트윈 픽스>와 <시민 케인>. 인물과 배경의 구도와 차이.

 

   그리고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독특한 인물 배치가 보여지는데, 3명 혹은 4명의 인물이 카드게임에서 마치 자신의 패를 펼치듯 차례로 등장하는 모습이 보인다. 이들의 모습은 마치 애니메이션이나 비디오 게임에서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것처럼 보이며, 이런 모습은 화면이 평면적으로 보이게 한다. 이런 이유로 <트윈 픽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거대한 자연에 짓눌린 듯 보이고, 이곳은 마치 현실 세계가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레슬리는 데이빗과 마크가 창조한 독특한 세계를 나름 멋지게 해석한 셈이다.

  

 

3.  오드리 혼 

   처음 등장했을 땐, 그저 부잣집 망나니로만 보였으나, 오드리의 캐릭터는 회가 거듭될수록 더욱 두터워지고 있다. 그녀가 아버지의 사업을 계속 망치는 이유는, 아버지에게 받을 사랑을 친구 로라에게 빼았겼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비뚤어진 사랑을 외지인 데일 쿠퍼에게 찾으려 한다. 이런 두 지점이 오드리가 로라의 죽음에 대해 스스로 알아보게하는 당위성을 갖게한다. 친한 친구의 죽음은 오드리에게 있어 인생을 주체적으로 살게 할 기회를 주었다. 그리고 이런 기회는 제임스와 다나에게도 주어진 셈이다. 

   이번 회에서 그녀는 트윈 픽스에서 벌어지는 중요한 사건에 개입하거나 목격을 한다. 그녀는 혼 백화점에서 로라와 로네가 근무했던 향수 매대에서 일을 하기로 한다. 그리고 아버지 벤자민 혼과 캐서린 마르텔의 대화를 들으며, 그들이 패커드 제재소에 대해 음모를 꾸미고 있음을 목격한다. 그리고 그녀는 로라의 아버지 리랜드 파머가 유령숲 개발 파티장에서 웃음거리가 되는 것을 보고 눈물을 흘린다. 그녀가 발을 디디고 있는 세상은 더러운 음모로 가득 차 있고, 딸을 잃은 아비의 슬픔조차도 웃음거리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는 처음으로 사랑을 느낀 데일의 방에 찾아간 것이 아니었을까? 하지만, 데일에게 있어 그녀는 그저 18살 어린애일 뿐이다.  

 

 

4. 통나무 여인 (Log Lady) 

   자끄의 오두막을 찾던 중, 데일 일행은 마가렛 랜터맨(통나무 여인=Catherine E. Coulson)을 만난다. 그녀는 이미 그들이 올 줄 예견하고 있었으며, 자신의 통나무가 질문에 대답을 할 준비가 됐다고 말한다. 데일이 머뭇거리며 통나무에게 "로라가 죽은 그날 밤에 무엇을 봤냐"고 묻자 마가렛이 통나무의 대답을 대신 전해준다. 그녀는 통나무의 말을 해석해주는 영매의 역할을 한다. 

   
  어둠. 웃음소리. 올빼미들이 날아다녔다. 많은 것들이 막혀 있었다. 웃음 소리. 두 남자. 두 소녀. 산등성이 너머 숲 속에 플래시 불빛이 움직인다. 올빼미들이 기척에 있다. 어둠이 그녀를 덮친다. 그리곤 고요함. 조금 지나, 발자욱 소리. 한 사내가 지나갔다. 멀리서 들리는 비명소리. 끔찍해. 끔찍해. 목소리. 한 소녀의 목소리. 저 멀리. 산등성이 너머에서. 올빼미들이 조용해졌다.   
   

   마가렛의 남편은 벌목꾼이었으나, 결혼식 다음날 불에 타 죽었고 그 혼이 그녀가 들고 있는 나무에 깃들여 있다고 여긴다. 그녀는 남편이 불에 타 죽었다는 것을 '악마'를 만났다고 얘기한다. "불이란 연기 속에 겁쟁이처럼 숨어있는 악마다." 시즌 2에서 그녀는 남편이 죽었을 때 이상한 '냄새'를 맡았다고 이야기하는데, 이 이야기는 시리즈의 중요한 열쇠가 된다.  

 

 

5. 빨간방 

   자끄의 오두막은 빛이 외부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빨간 커튼으로 둘러싸여 있다. 오디오 데크에서 계속 되풀이되는 노래를 들으며, 데일은 꿈에서 난쟁이에게 들었던 "항상 음악이 흘러나온다"는 말을 기억해낸다. 이곳에서 로라와 로네, 자끄와 리오는『플래시 월드』라는 잡지에 실린 사진을 촬영했고, 로라의 어깨에 상처를 입힌 애완새가 있고, 로라를 묶었던 끈과 로라의 위 속에서 발견된 '애꾸눈 잭'의 칩이 발견 되었다. 이로써 지난 4회동안 조금씩 흘렀던 단서가 드디어 해결되는 느낌이지만, 해결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저 제1의 범행장소만 찾았을 뿐이고, '제 3의 사내'는 단서조차 나오지 않았다. 

   자끄의 오두막은 데일의 꿈에 나왔던 빨간방과 많이 흡사하고, '애꾸눈 잭'에 나온 매음굴과 유사하다. 두 장소의 공통점을 찾는다면, 두 곳 모두 '난삽한' 행위가 벌어지는 곳이다. 그렇다면 로라의 영혼이 머물러 있는 '빨간방'은 로라의 기억이 만들어낸 곳일까, 아니면 어떤 다른 존재가 머무르는 곳일까? 이에 대한 설정은 시즌 2에서 흰 오두막, 검정 오두막 이야기가 나오면서 조금씩 구축된다. 

 

 

6. 로라 파머 

   로라의 '공식적인' 애인인 바비 브릭스의 입에서 처음으로 로라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의사 자코비는 가족 상담을 받던 브릭스 부부를 내보내고 바비를 치료한다. 그는 바비가 엇나가는 것을 로라에 대한 '부담' 때문이라 생각하고 둘러대는 것 없이 직선적인 질문을 쏟는다. 이들의 대화는 로라에 대한 감정이 측은함과 분노 둘 다 느끼게 한다. 조금 길지만 이들의 대화를 옮겨 본다. 

 

자코비: 바비, 로라와 처음 잤을 때 어땠니?
바비: 아니, 무슨 질문이 그래요?
자코비: 바비, 너 그때 울었니?
바비: 뭐라고요?
자코비: 그러고 나서 로라가 어떻게 했지? 로라가 너를 보고 웃었니? 로라가 죽었을 때 굉장히 슬펐지?
바비: 로라는 죽고싶어 했어요.
자코비: 그렇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니?
바비: 로라가 내게 말했으니까요.
자코비: 또 무슨 말을 했니? 이 세상엔 선성(善性)이 없다고 얘기했니?
바비: 사람들은 착해지려고 노력하지만, 실은 역겹고 썩어있다고 했어요. 로라 역시 마찬가지고요. 그리고 로라는 매번 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려고 했지만, 무언가 끔찍한 것이 그녀 내부에서 올라와 그녀를 지옥으로 끌어내린다고 했어요. 그것은 그녀를 아주 어두운 악몽으로 더 깊이 끌어내린다고 했어요.  그래서 매번 밝은 곳으로 돌아오는데 힘이 든다고 했어요.
자코비: 바비, 너도 가끔씩 로라가 어떤 끔찍한 비밀을 간직했다고 느꼈니? 그것때문에 로라가 죽고 싶을 정도로 아주 나쁜 비밀? 로라가 사람들의 약점을 일부러 알아내게 하고, 괴롭히고, 유혹하고, 파멸시키고, 나쁜 짓을 하게 하고, 모든 것들을 타락시키게 할 만큼 아주 나쁜 비밀?
바비: 네.
자코비: 로라는 사람들을 타락시키길 원했어. 왜냐하면 그게 그녀가 그녀 자신을 느낀 방식이니까. 그게 너한테도 일어났니, 바비? 그게 로라가 네게 한 짓이니?
바비: 로라는 너무 많은 것을 원했어요. 그녀는 내게 마약을 팔게해서 마약을 구할 수 있었어요. 

 

   바비의 말은 어떤 측은함을 느끼게 한다. 실제로 그는 리오와 르노 형제들과 연관된 마약 밀매에 상당수 관여했으니까. 더구나 이번회에선 바비는 살인에 대해 언급을 한다. 그는 자신의 인생이 어디서부터 어긋나기 시작했는지 생각하는 과정에서 지금은 땅에 묻힌 로라를 원인으로 여긴다. 반은 맞는 이야기지만, 반은 틀리다. 왜냐하면, 우리는 로라의 이야기를 들을 수 없으니까. 죽은 로라 파머는 자신의 이야기는 단 한마디도 하지 못한채 타자의 비겁한 변명으로만 그 형상을 조금씩 만들어나가고 있는 중이다. 성녀와 악녀. 이 불안한 이미지 사이에서 로라는 조금씩 괴물이 되어가고 있다.

 

 

 

7. 빅 에드 & 노마 

   빅 에드와 노마의 사랑은 이들의 우유부단함으로 항상 겉돌기만 한다. 서로 사랑하면서도 다른 이유에 묶여 있는 이들의 모습은 답답함을 넘어 안타까움을 느끼게 한다. 사랑을 비롯한 인생의 여러 묶음은 뜻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얼마나 많았던가. 상처를 주지않고 서로를 사랑하는 방법은 없는 것인가. 빅 에드와 노마의 사랑은 네이딘과 행크에게 서로 묶여 있는 '결혼'이라는 제도가 걸림돌이 된다. '결혼'은 행크와 네이딘에게 안전한 법적/윤리적 안식처가 된다. 가정을 우선하는 청교도적인 가치. 빅 에드와 노마는 그 미국적 가치 안에서 번민하다가 결국 선을 넘는다. 그리고 <트윈 픽스>는 이 미국적인 가치를 위반했을 때 어떤 지옥이 기다리는지 시즌 2의 막바지에서 보여준다. 

 

노마: 전화로 너랑 이런 이야기하기 싫어서 왔어. 행크가 가석방을 받았어.
빅 에드: 그래.
노마: 행크는 집에 올거야. 그러니까, 다시 내게로 돌아 온다는 말이야. 난 가석방 심사에 들어가기 전에 고작 몇 분간 행크를 봤어. 그이는 꽤 희망적이었어.
빅 에드: 아무말도 하고 싶지 않군.
노마: 설명할 필요 없어. 네이딘한테는 아직 아무말도 안했어?
빅 에드: 아직.
노마: 내가 먼저 하길 기다리는 거야?
빅 에드: 네이딘이 상황이 좋지 않아서 그런거야.
노마: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거야? 아, 이제 알 것 같군.
빅 에드: 난 자기에게 상처주고 싶지 않아.
노마: 아마도 그게 우리 문제일거야, 에드. 우리는 절대로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주고 싶지 않으니까. 우린 절대로 우리가 원하는 걸 얻지 못할거야. 요즘들어 난 이런 생각을 해. 삶의 마지막에 다다를 때, 항상 이런식일 거라는,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끝이 날 것이라는. (...) 나한테 전화하지마. 내 말은, 한동안 말야. 알겠지? (...) 사랑해, 에드.    

 

 

 

8. 리오 & 행크 

   지난 회에서 조시와 관련이 있음을 보여준 행크는 가석방이 되어 풀려난 후, 다짜고짜 리오를 찾아가 주먹다짐을 하고 협박을 한다. 협박의 내용이 무시무시하면서도 멋진 언어를 사용했다. 

 

행크: 이봐, 리오. 내가 가게나 잘 지키고 있으라고 했지, 언제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라고 했나? 응?
리오: 행크, 난 말이지...
행크: 닥치고 들어, 리오. 다음에 또 이러면, 내가 널 죽이기 전에 먼저 네 귀여운 갈보년을 조각조각 내버릴거야.    

 

 

 

9. 기억할만한 지나침 

   이번 회에선 제임의 가족사에 대해 나온다. 제임스의 아버지는 음악가고, 어머니는 작가이자 알콜 중독자이다. 아버지는 제임스가 어렸을 때, 가족을 버렸고, 어머니는 마을 바깥에 기거하면서 아무 남자들과 잠자리를 가진다고 다나에게 말한다. 제임스와 어머니의 장면은 원래 촬영했으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삭제했다고 한다. 

 

 

바비: 선생님은 사람 죽여본 적 있나요?
자코비: 바비, 넌 그래봤니?
바비: 우리 아빠는 그랬죠.
브릭스 소령: 그땐 전쟁이었어요. 특별한 시기였죠. 

 

   파일럿에서 로라의 가장 친한 친구인 다나의 말에 의하면, "바비가 사람을 죽였다고 했다." 그는 로라의 죽음에 대해 어느정도 부채의식이 있는 듯 보였으나, 이 대사를 음미해보면, 로라의 죽음 때문이 아닌, 자신의 살인 때문에 전전긍긍하는 모습으로 보인다. 게다가 자신이 비뚤어진 것 또한 로라 때문이라고 스스로 믿기 시작하는 것 같다. 

 

   "누군가 우리가 같이 있는 것을 본다면, 우린 진짜 위험해진다는 걸 명심해." 벤자민은 캐서린과 조시 사이에서 제재소를 계속 저울질한다. 그는 리오를 통해 제재소를 불태우려 하면서도, 그 소유권을 확실히 얻기 위해 위험한 줄타기를 한다. 일은 벤자민의 예측대로 흘러가지만, 인생은 꼭 의도하는대로 흘러가는 법은 아니다.

 

 

10. 덧붙임   

a. 대부분 사실에 기초하여 썼고, 개개의 세부사항은 사실에 부합하지만,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사실의 전후부분이 바뀐 경우도 있습니다.     

b. 컨텐츠 중 캡쳐 이미지에 대한 권리는 해당 저작권사에게 있습니다.     

c. Refenences      

- 『Lynch on Lynch, Revised Edition』크리스 로들리, Faber & Faber
- 『
데이빗 린치의 빨간방』데이빗 린치,  곽한주 옮김, 그책
- <
Twin Peaks: Definite Gold Box Edition> Lynch/Frost Productions, CBS DVD, Paramount Home Entertainment
- <Citizen Kane> RKO Pictures, Turner Home Ent

- 위키피디아
http://en.wikipedia.org/
- IMDB http://www.imdb.com/   

d. 다음 글은 4월 7일 오전 9시에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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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31 09: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31 10: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31 13: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31 14: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나 2010-04-01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트윈픽스 참으로 좋아하고,최근에 또 다시 휘리릭 봤습니다.
정말 이리도 꼼꼼하고, 성의있고, 멋진 글을 올려주시니 감사할 따름이어요.
저 빨간방 장면, 심슨에서 패러디 한 것 혹시 보셨나요? 간만에 생각나네요.

여튼, 자주 들리고 있으니 또 멋진 글 올려주세요~

Tomek 2010-04-02 08:17   좋아요 0 | URL
심슨가족 트윈 픽스 패러디는 정말 최고죠! 제가 제일 좋아하는 것은 말 가면 뒤집어쓰고 호머 주위를 맴도는 장면이예요.

격려해주시니 몸둘바를 모르겠어요. ^.^;

고맙습니다.
 
알라딘 5기 신간 평가단을 모집합니다.

   앞서 마이리스트에도 언급했지만, 신간평가단 5기 활동기간동안 정신없이 많은 책들을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총 12권, 1주에 1권꼴의 평범한 독서를 한 셈이였습니다. 역시 흐름에서 벗어나니 큰 틀이 보이는군요. 평균적인 시간에 평균적인 독서를 한 셈이니 그렇게 실망스럽지는 않습니다. 어쩌면 6기 때부터는 조금 더 자유로운 독서를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책에 대한 코멘트는 마이리스트에서 해놓았으니, 이번 결산에서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로 5기 인문서적 활동을 하면서 받은 책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을까 합니다. 

 

   신간평가단 활동을 하면서 가장 먼저 받은 이 책은, 아마도 활동기간 내내 가장 열심히 읽었던 책입니다. 인문서적을 읽는 것은 대학 졸업 후 거의 처음 겪는 일이었거든요. 게다가 서평까지 써야 한다니 그 부담감은 이루 설명하기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택했던 방법이, 책을 읽으면서 각 장마다 요약을 하고 인용문을 적는 것이었지요. 그러다보니 어느 정도 틀이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물론 서평에는 적어놓은 것을 다 사용하지 못했습니다. 한 1/10 정도? 나머지는 삭제했습니다. 서툴게 읽었지만, 나름 진지하게 읽은 경우였고, 머릿속에서 머물러있는 (감상이 아닌)생각을 글로 풀어낸 예라고 자평할 수 있겠습니다. 이후의 책들은 이만큼 열심히 읽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아니, 열심히 읽긴 했는데, 이렇게 메모를 하지는 않았지요. 대신 포스트잇을 사용했습니다. 저도 책에 줄치고 낙서하는 것을 굉장히 싫어하거든요. 

 

   두 번째로 받은 이 책은, 지금와서 이야기하자면, 상당히 힘들게 읽었습니다. 책의 기획의도나 내용은 좋습니다. 좋은 사회를 꿈꾸며 이렇게 힘들게 일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이렇게나 많다는 모습과, 사회 운동이 이념이 아닌, 자발성과 놀이로 할 수 있다는 생생한 예시는 식물처럼 생활하는 저에게 감동과 놀라움을 안겨주었습니다. 그런데 제게는 이들 운동가들의 세세한 이야기가 그닥 재미있게 받아들이지는 못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책이 아니라 '활동보고서'처럼 느껴졌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런 재미있는 내용을 왜 이렇게밖에 풀지 못했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 책이였지요. 정신은 존중하나, 책으로의 매력은 상당히 떨어졌습니다.  

 

   이번 서평단 활동 중 가장 빨리 읽은 책을 꼽으라면 단연 이 책을 들겠습니다. 책의 내용도 어렵지 않고, 쉽게 읽힙니다. 저자는 '글쓰기'라는 행위에 대해 조곤조곤 이야기하면서 독자들로 하여금 '별것 아니니까 어서 글을 써봐'하고 선동하고 있습니다. 독일인이 독일인에게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사람 사는 건 다 비슷하지요. 한국이나 독일이나, 모두들 힘들고, 반복되는 쳇바퀴 일상속에서 자아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것은, '자신을 찾는 글쓰기'를 제안하고 있습니다. 누구에게 보여주는 것 보다는, 나를 위한, 나를 찾는 글쓰기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그 마력은 충분히 전염될만 합니다. 

 

   자수합니다. 이번 서평단 도서의 서평을 쓰면서 끝까지 다 읽지않고 서평을 쓴 책이 한 권 있습니다. 바로 이책입니다. 원래대로라면 쓰지 말아야하지만, 의무감때문에 썼습니다. 그래서인지, 서평들중에서 가장 붕 뜬, 뜬구름잡는 이야기만 쓴 것 같습니다. 처음엔 서문만 한 세번을 읽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인지 종잡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죠. 1장에서 3장까지는 그나마 꾸역꾸역 체증을 느끼며 읽었는데, 4~9장은 도대체 무슨 이야기인지 감이 잡히지 않더군요. 그래서 이 부분은 건너 뛴 상태로 책을 읽었습니다. 말그대로 절 넉다운시킨 책입니다. 하지만, 쓰러지고나니 왠지 모르게 편안한 마음이 들더군요. 시간 있을 때 조금씩 다시 읽을 예정입니다. 그때 되면 다시 서평을 쓰려합니다. 

 

   『이규태 칼럼』을 책으로 읽어본 적은 있지만, 이렇게 정치평론을 책으로 읽은 것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이런 글이 책으로 묶여 나올 수 있는 것은 MB정권 덕이랄까요? 한번 소비되고 잊혀질 글이 책으로 묶이는 것은, 그의 글들이 명문이라기 보다는, 지금 이 시대를 담은 글이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마치 2004년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들이 <올드보이>대신 <화씨 911>을 황금종려상으로 선택한 것과 같이, 정치적인 결정인 셈이지요. 네, 이 책은 지금 이 시대의 급박성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 책은 지금 소비되어져야 합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되물어야 합니다. 이런 류의 책은 2013년에는 읽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솔직히 얘기하자면, 가장 기대하지 않았던 책이었습니다. 책의 제목이며 디자인하며 굉장히 고루한 내용을 다룰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렇지 않습니다. 이 책, 예상외로 굉장히 재미있습니다. 이 책에 나온 17명의 '명의'들은 모두들 존경할만한 분들입니다. 회사에서 인정받는 회사원이 가정에서 빵점이듯, 환자들에게 존경받는 명의들의 가정생활은 정말이지 너무하다 싶을정도로 무관심의 연속입니다. 무슨 일이든지 '환자'와 '병(病)'만 생각하는 명의들을 뒤에서 묵묵히 바라보며, 때로는 촬영팀에게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이는 장면은 정말이지 가슴시립니다. 의사로써의 사명을 지켜가며 불철주야 연구하고 근무하는 명의들과 그들을 뒤에서 받쳐주는 가족들의 희생이 있기에, 적어도 우리 사회는 아직 살만한 사회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의외의 발견. 가장 만만찮은 책일 것이라 생각하고 마음을 다잡으며 책을 펼친 순간, 이렇게 쉽게 책에 빨려든 경우는 거의 처음이라 생각합니다. 시와 철학이라는 쉽지 않은 주제를 가지고 이렇게 쉽게 이야기를 풀 수 있다는 것은, 둘 다 그 내공이 만만치않으면 불가능한 일이지요. 저자 강신주 씨는 하나만 이야기해도 벅찰 대상을 정말로 쉽게 풀어냈습니다. 21명의 철학자와 21명의 시인들의 시를 가지고 마치 일상을 이야기하듯, 쉽고 이해하기 편하게 풀어놓았습니다. 혹자는 이도 저도 아닌 쿡쿡 찔러본 책이라 비평했지만, 저같은 평범한 사람에겐 시와 철학을 한데 맛볼 수 있는 전체음식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기본 요리에도 어느정도 적응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유용하고 재미있는 책이었습니다. 

 

   이 책은 '리영희'라는 사상의 은사를 그저 활자화된 인물로 여기고 평생을 살뻔한 제게 '찬물 한바가지를 끼얹은' 책입니다. 90년대 학번들에게 있어서 '리영희'라는 인물은 70년대 학번들처럼 사상의 은사도, 80년대 학번들처럼 극복의 대상도 아닌, 조금 관심있는 사람들에겐 과거의 박제화된 인물이거나, 활자로 만나는 인물로만 여겼습니다. 하지만, 지금 2010년, 21세기를 맞이하고 10년이 지난 지금에서도 선생님의 여러 면을 통해 한국사회를 읽을 수 있고, 진단할 수 있다는 점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생각과 행동이 일치하는 삶을 살았던 흔치않은 사람. 이런 선생님을 은사로 모실 수 있다는 점이 지금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는 큰 영광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마도 과학관련 도서는 '뉴턴'에 관한 책 이후로 처음인 것 같았습니다. 그만큼 인문학과 출신인 제게는 과학이란 쉽게 다가오지 않는 분야였지요. 이 책은 요즘 많이 언급되는 진화론의 허구에 다뤘습니다. 솔직히 얘기하자면, 크게는 무슨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지 느낌이 오지만, 세부적인 내용으로 들어갈수록 저자에게 끌려다닌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워낙 생소한 분야이니 그럴 수 밖에요. 가능한 저자와 팽팽하게 글을 읽고자했지만,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너무 쉽게 끌려다니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것이 사실인지, 그냥 하는 말인지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현대 과학으로는 우주는 커녕, 인간의 뇌 조차 설명을 할 수 없다는 것이지요. 이 무기력함을 무력함으로 읽어야할지, 새로운 희망으로 읽어야할지는 아직까지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까지 읽은 인문서적 중 가장 흥미진진한 내용인 것 같습니다. 아무리 미국에서 벌어지는 내용이라 하더라도 우리의 삶과 석유를 떼어놓고는 생각할 수 없지요. 이 책은 석유가 1 갤런(약 3.7리터) 당 2달러씩 오르면 우리의 삶이 어떻게 변할까하는 것에 대한 가상 시나리오입니다. 어느 정도는 버틸 수 있지만, 임계점을 돌파하는 순간부터 석유와 밀접한 우리의 삶은 영향을 받기 시작할 것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런 내용을 담은 대부분의 매체는 '종말'의 분위기가 나는 반면, 이 책은 상당히 낙관적인 전망을 펼친다는 점입니다. 낭비의 삶에서 절약의 삶으로, 미국인의 무분별한 낭비와 소비가 절제로 돌아갈 것이라는 것이죠. 가설에 의문이 들기는 하지만, 그런대로 꽤 유쾌한 내용입니다. 살기 좋은 지구라! 가슴이 설레는 말입니다. 

 

   『역사의 공간』이후로 녹록치 않게 읽은 책입니다. 작은 판형과 200여페이지가 채 되지 않는 얇은 두께의 책인데도, 표상정치를 이야기하는 수많은 개념들의 난립으로 만만치 않은 독서를 요하는 책입니다. 읽기는 읽어서 서평도 쓰긴 했지만, 과연 내가 제대로 읽었는가에 대해선 회의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살면서 일상을 개념화시키는 작업은 거의 하지 않았으니까요. 정치에 대해서, 나와 가장 밀접하지만, 그와 동시에 가장 멀리 떨어진 일상을 개념화시키고, 그만큼 거리를 두고 객관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던 것 같습니다. 쉽진 않았지만, 그만한 대가를 지불할만한 책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금 읽고 있는 이책. 아직 독서 중이라 이야기하긴 그렇지만, 독서에 대해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책이란 것은 저자와 편집자의 결과물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 책의 저자 마쓰오카 세이고 씨는 '독자의 편집' 또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저자가 자신의 생각을 텍스트로 편집을 하고, 편집자가 저자의 텍스트를 편집해 책이라는 결과물을 내놓으면, 독자는 그 책을 가지고 자신만의 편집술을 이용해 저자와 독자가 서로 대화를 할 수 있습니다. 그 방법이 독서지요. 대신 무턱대고 대화를 나누는 것 보다는, 어느정도 계통있는 대화를 나누는 게 좋지 않을까, 그리고 그 방법은 독서방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합니다. 아직 1/3정도 남은 상황이어서 쉽게 단정짓지는 못하겠지만, 지금까지 읽었던 수많은 독서관련 책들 중에선 단연 '재미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어느 정도 그간 읽은 책에 대한 소회를 풀어놓은 것 같습니다. 무슨 일이든 항상 뒤돌아보면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대신 후회는 없지요. 아쉬움은 있어도 후회는 없는 책읽기를 계속 유지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덧붙임: 

세 번째 질문의 대답이 빠졌네요. 처음 읽었던 『공정무역, 세상을 바꾸는 아름다운 거래』에서 뽑았습니다. 항상 '처음'이라는 경험은 소중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것을 알아야 합니다. 소비자들이 제품을 사는 것은 투표와도 같습니다. 소비자들은 자신의 소비 태도에 따라서 가까운 세상 혹은 먼 미래가 결정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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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3월 4주

   아직 3월 31일은 안 됐지만, 3기 무비매니아 활동이 채 사흘도 남지 않은 지금에서야, 지난 3개월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려 합니다. 지난 1월 1일부터 3월 28일까지 3개월간 극장에서 본 영화는 총 12편이었습니다. 그 중 시사회가 4편이었고, 재개봉작 1편과 나머지 7편은 유료관람이었습니다. DVD나 TV, IPTV의 영화는 헤아리지 않았으니까, 실제로는 이보단 많겠지만 뭐 대중 소급하면 이정도일 것 같습니다.  

   무비매니아 활동을 하면서 일신상에 달라진 점이 있다면, 극장에 간 횟수가 평소보다 늘어낫다는 것이겠지요. 전 개봉관, 특히 멀티플렉스에서 영화관람을 극도로 싫어하는 편입니다. 그곳에서 영화를 보려면 굉장히 많은 것들에 신경을 써야 하거든요. 앞 뒤에서 풍기는 나초와 팝콘 냄새, 주위에서 쏘아대는 휴대전화 레이저빔, 여자친구(혹은 후배)에게 친절히 내용을 암송하는 아이들, 회사일과 집안일을 극장에서 전화로 처리하시는 어르신들, 뒷자리에서 발길질하는 아이들까지. 정말이지 집중을 하기가 힘이 들지요... 

   이렇게 극장을 싫어하면서도(정확히 표현하자면 멀티플렉스의 분위기이지만서도), 이 3개월동안, 극장에서 두 번 관람한 영화들이 있습니다. 이 영화들은 위에서 열거한 이런 고통을 감내하면서, 마치 피리부는 사나이의 마법에 걸린 것처럼, 저를 다시 극장으로 이끌었습니다. 왠만한 영화는 2차 판권(DVD)이 풀릴 때 다시 감상하지만, 이 영화들은 그 기간을 기다릴 수 없을 만큼, 저를 다시 불러들인 경우입니다. '위대한 영화'라기 보다는, 저 개인적으로 가슴에 울린 영화들이겠지요. 3월 마지막 주, 무비매니아 마지막 영화 미션은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로 맺을까 합니다. 

 

   처음에 봤을 땐, 사랑스런 하나 氏 때문에 봤습니다. 신연식 감독이나, 안성기 氏는 모두 제 고려대상에서 벗어났지요. '영화야 어찌됐건, 최소한 <식객>때보다는 괜찮게 나왔겠지'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극장에 들어갔습니다. 

   이미 여러차례 이 블로그에서 얘기했지만, <페어러브>는 50여년간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살던, 그래서 이제는 자신을 가둔 그 벽마저 자기 자신의 일부가 된 형만(안성기)이 남은(이하나)을 만나 그 벽을 깨고 나와 '다시 시작'하는 이야기입니다. 이제는 끝났다고 생각한 50대의 나이에서 자신의 자아를 찾는 이야기는 어찌보면 진부한 소재일 수도 있지만, 신연식 감독은 그 진부한 소재를 어찌보면 다소 자극적인 소재로 버무려 다루었습니다. 친구의 딸과 사랑에 빠진다는 것이지요. 자칫 잘못하면 '지저분한' 이야기로 흐를수도 있지만, 신연식 감독은 이 이야기를 잘 다루었습니다. 

   처음 봤을 때, <페어러브>는 단순한 사랑이야기로 읽혀졌습니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서로에게 공정한 사랑은 인생을 오래 산 형만이나, 형만의 절반정도만 산 남은이나 어느쪽이나 유리하지 않습니다. 사랑의 기쁨과 사랑의 고통은 사랑을 하는 누구에게나 공정하고 공평하게 찾아갑니다. 그렇기때문에 그들은 그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시작'할 여지가 생겼겠지요. 

   하지만, 다시 감상했을 때, 결국 이 영화는 '인생'을 생각하는 영화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스스로 달리지 않고, 이제는 쳇바퀴의 관성에 편안히 몸을 맡기는 멈춰진 삶. 대부분의 인생은 다 그렇지 않을까요? 형만은 남은 덕분에, 자신의 공간, 자신을 둘러싼 상황을 직시하게 됩니다. 관성에 안주한 삶을 포기하고, 쳇바퀴에 내려, 스스로 다시 달릴 준비를 합니다. 이것은 굉장한 결단이지요. 자신의 기득권을 포기하고 새로운 도전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결단입니다. 형만과 남은의 사랑이 어떻게 됐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마지막 장면, 남은이 형만의 병원 침대의 가려진 커튼 밖에서 얘기하는 모습은 실제인지, 형만의 꿈인지는 제게는 더이상 상관 없습니다. 어찌됐건, 형만은 새로운 삶을 살기 시작할 것이니까요. 성공을 하던, 실패를 하던 결과는 "오십 대 오십"입니다.  

   남은의 "우리, 다시 시작해요"란 말은 형만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저 역시 다시 시작합니다.

 

   7년이나 지난, 이미 잊혀진 사건을 지금에서야 꺼내는 것은 감독의 의도가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지금은 (대다수의 사람들에게서) 잊혀진 '거물 간첩' 송두율 교수에 대한 이야기에서 2010년을 사는 우리들에게 이 이야기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영화를 감상했지요. 이 영화, 절대로 가벼운 영화가 아닙니다. 

   처음 봤을 때는, 갈팡질팡 진술을 번복하는 송 교수에 대한 실망감과, 그를 둘러싼 하이에나 같은 기자들, '찢어죽이지 못해' 안달하지 못하는 보수 단체들과, 운동성에 흠집을 냈으니 전향하라고 윽박지르는 진보 단체들의 장단에 맞추어 정신 없이 봤습니다. 이것은 홍형숙 감독의 의도한 편집이라기 보다는, 실제로 이렇게 급박하게 사건이 진행된 면이 컸었지요. 언론이 나선 점도 있었지만, 이 모두를 미쳐버리게 만든 장을 마련한 주체는 '대한민국'과 '국가 보안법'이었습니다. 저 역시 영화를 보면서 제 안에 자리잡고 있는 '레드 컴플렉스'와 사투를 벌이며 '전투적으로' 영화를 봤습니다. 이 영화는 대한민국에 사는 대한국민은 그 크기는 다를지라도, 모두 저마다의 '레드 컴플렉스'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체험해준 영화입니다. 

   어느정도 머릿속을 진정하고 난 후, 두 번째 재감상했을때, 드디어, 이 영화의 주인공인 송두율 교수를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학자이자 자연인으로써 경계인으로 살고자 했던 그의 신념과 37년간의 저항이 어떻게 한순간에 이리도 처참하게 무너질 수 있는지, 그와 우리 사회를 둘러싼 '집단 광기'가 어디서 발현됐는지를 천천히 곱씹어볼 수 있었습니다. 이 영화는 두 번 봐야 그 의미가 제대로 다가오는 영화입니다. 

 

   그리고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셔터 아일랜드>가 있습니다. 솔직히 이 영화 별 기대하지 않고 봤습니다. 예고편을 봤을 때, 대충 어떤 느낌의 영화일지 그려졌거든요. 영화를 봤을 때도 계속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스포일러를 언급하지 않고 영화를 이야기하기가 워낙 쉽지 않아, 영화를 본 제 반응을 알려드리자면, "음, 그렇군. 그렇군. 그렇게 되는군. 그렇게 되겠지. 그렇지. 그렇지. 응? 뭐라고? 헉! 헉!! 헉!!!" 뭐 이랬습니다. 저는 끝까지 음모론을 놓지 않았습니다. 분명 뭔가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하다가 결국 자승자박에 걸린 셈이였지요. 영화의 초중반에는 50년대 미국인들의 트라우마인 2차 세계대전, 핵폭탄과 매카시즘의 공포를 음모론과 다룬 수작이라 생각했으나, 영화의 말미에 가서, 지금까지의 생각을 다시 재구성해야 했지요. 그래서 다시 관람하기로 했습니다. 

   처음 봤을 땐, 이 영화가 잘 짜여진 스릴러라 생각했으나, 두 번째 봤을 땐, 참으로 슬픈 영화라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영화는 내용을 알고 볼 때와 모르고 볼 때 의미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보안관 테디(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둘러싼 수 많은 조연들의 연기가 다르게 받아들여집니다.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이런 미묘한 균형을 세우는 영화를 만든 공은 감독 마틴 스콜세지의 공이 큽니다. 어떤 관점에서 보든, 이 영화는 그에 합당한 이야기를 진행합니다. 

   영화를 보면서, 왜 하필 1950년대일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제는 <택시 드라이버>나 <좋은 친구들>같이 동시대를 다루는 영화는 나올 수 없는 것인가하고 짧게 탄식을 했지만, 이내 지워버렸습니다. 스콜세지 감독은 <갱스 오브 뉴욕>에서 하층민을 통한 미국의 역사를, <애비에이터>에서 상류층을 통한 미국의 역사를 그렸습니다. (실망스러웠던 <디파티드>를 제외한다면) 그는 <셔터 아일랜드>로 미국 중산층을 통한 미국의 역사를 쓴 셈입니다. 스콜세지는 그만의 방식으로 미국의 역사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언급한 세 편의 영화는 지금 극장에서 볼 수 있습니다. <페어러브>와 <경계도시2>는 극장을 찾기가 쉽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쯤은 볼만한 영화라 생각합니다. 이렇게 3기 활동을 마무리하게 되어 시원 섭섭합니다. 다음에는 더 즐거운 마음으로 적극적으로 활동하겠습니다. 좋은 기회 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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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29 12: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29 13: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KISS, KISS, KISS!
스위트피 (Sweetpea) 2집 - 하늘에 피는 꽃

 

               I'm gonna believe in your eyes
               So please don't say love is blind
               I wanna be reading your mind
               In secret communication
               Do you like toffee and lemonade?
               It used to taste so good hand-made
               Where are the smiles of yesterday?
               Our childhood conversation
               Please kiss, kiss
               Will anybody kiss me, please?
               Please, please kiss, kiss
               Give me strawberry kisses please 

               I'm gonna become sunshine
               And kiss everything in sight
               Could be a star in the night
               Just use your imagination
               I'm only holding back the rain
               So many rain drops, so many pains
               I wanna find my train someday
               As seasons go pass the station
               Please kiss, kiss
               Will anybody kiss me, please
               Please, please kiss, kiss
               Like a strawberry colored dream 

               Please kiss, kiss
               Will anybody kiss me, please?
               Please, please kiss, kiss
               Like a strawberry colored dream 

               Please kiss, kiss
               Will anybody kiss me, please?
               Please, please kiss, kiss
               Give me strawberry kisses please 

- sweetpea 「kiss ki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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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절로 2010-03-29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절 더러 어쩌자는 거예욧!!..것도 신성한 근무중에.
자제해 주시길..낄낄(레드카드!)

Tomek 2010-03-29 12:10   좋아요 0 | URL
ㅎㅎ 저도 먼댓글이었어요 ^.^;

2010-03-29 11: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29 12: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29 12: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29 12: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치니 2010-03-29 1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달콤한 토멕님. ^---^

Tomek 2010-03-29 16:06   좋아요 0 | URL
이런 상찬을... ^.^;

치니 2010-03-29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참, 근데 저기 이하나 <메리대구공방전>에 나왔을 때 모습인가요? 그 드라마, 아무도 안 보는데도 전 디게 재미나게 열심히 봤던 기억이 새삼 나네요. 여기서의 이하나, 참 괜찮았는데. <페어러브> 보셨어요? 거기선 심히 안타까웠어요. ^-^;;

Tomek 2010-03-29 16:06   좋아요 0 | URL
저도 엄청 재미있게 봤어요. ^.^; 다른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너무나 딱 맞아떨어지는 역할이었죠. >,.<
<페어러브>도 저희는 꽤 괜찮게 봤습니다. <식객>은 기존의 황메리 이미지를 그냥 차용한 느낌이었는데, <페어러브>에서는 다른 이미지로 나왔으니까요. 여배우로 느껴졌어요. ^.^;
고맙습니다.

저절로 2010-04-02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음악..매일 들으니, 위로를 주네요..'감사해요~!'

Tomek 2010-04-02 20:46   좋아요 0 | URL
좋으시다니 다행이예요~ ^.^;
 

 

                
               <TWIN PEAKS>
               시즌  1    
               에피소드  4 (5)
               타이틀  The One-Armed Man
               각본  Robert Engels
               감독  Tim Hunter 
               방영일  1990년 5월 3일
 

 

   
                 <지난 회 보기>
               0. Prologue - Chaos
               1. Pilot (aka Northwest Passage)
               2. Traces to Nowhere   
              
3. Zen, or the Skill to Catch a Killer
               4. Rest in Pain
 
   

 

 

1. 이야기  

   보안관 해리와 보안관보 앤디는 사라 파머가 봤다는 살인범의 몽타주를 그린다. 그 자리엔 로라의 단짝인 다나와 남편 리랜드도 있었는데, 리랜드는 부인이 살인범의 얼굴 말고 다른 것을 봤다고 한다. 사라는 어둠의 숲에서 누군가가 돌을 들추고 로라의 목걸이를 훔쳐갔다는 것을 봤다고 진술한다. 그 말을 다나가 듣는다. 

   데일이 꿈에서 본 외팔이 사내(Al Strobel)의 위치를 보안관보 호크가 알아낸다. 그곳엔 조시 또한 있었는데, 조시는 패커드 제재소를 없애려는 벤과 캐서린의 뒤를 캐고 있는 중이다. 데일과 해리가 외팔이 사내의 방에 들어가 조사를 벌이지만, 그는 데일의 꿈에서 나온 사람과는 달라 보인다. 

   로라의 어깨를 문 동물은 구관조였음이 밝혀지고, 그 새는 자끄 르노(Walter Olkewicz)가 소유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셜리와 밀회를 즐기고 있던 바비는 리오가 피를 묻힌 셔츠가 있음을 알고 그 옷을 자끄의 집에 숨긴다. 출동한 경찰들이 자끄의 집에서 리오의 셔츠를 발견하고, 자끄와 리오의 커넥션을 의심한다. 벤자민은 그런 리오와 무슨 꿍꿍이를 꾸민다. 

   노마는 남편 행크(Chris Mulkey)가 가석방으로 풀려난다는 소식을 듣는다. 행크는 조시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2. 변주

   기억력이 뛰어난 사람이라면, 이번 에피소드의 첫 장면을 보면서 뭔가 의아한 점을 느꼈을 것이다. 로라의 어머니 사라 파머가 다나를 껴안았을 때 이상한 사내의 모습을 본 장면은 첫 번째 에피소드, 로라가 죽은 그 다음날에 벌어진 일이다. 그런데 드라마는 그 이후의 이야기를 4번째 에피소드, 그러니까 4일이 지난 아침에서야 풀고 있다. 그리고 계속되는 데일의 심문과 늘 같은 대답의 지리한 반복. 이쯤되면 <트윈 픽스>는 계속 같은 이야기를 변주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드라마는 로라 파머가 죽은 후, 그녀가 어떻게 죽었는지에 대한 정보만 나올 뿐, 그녀를 죽인 용의자에 대한 수사는 거의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혐의가 있건 없건, 로라와 관계된 사람들은 전 회에서 모두 정리된 셈이다. 이제는 그 사람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인물들이 가지를 치고 새로운 이야기가 증식된다. 물론 이렇게 증식된 이야기는 무작정 산으로 가는 게 아니라, 로라 파머의 죽음과 어떻게든 연관되어 있다.  

   바로 이 부분이 <트윈 픽스>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장점은 로라 파머란 화수분으로 이야기를 계속 만들어갈 수 있는 반면, 단점은 정작 중요한 로라 파머의 범인에 대해선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애초에 히치콕이 그의 영화에서 사용한 맥거핀처럼, 관객의 흥미만 끌면 괜찮았을텐데, 파일럿부터 2화까지에서 보여준 로라 파머의 죽음은 너무나 강렬해서 시청자들의 뇌리속에 완전히 각인되어 있는 상태였다. 

   "왜 로라 파머는 죽었는가?"라는 질문은 "누가 로라 파머를 죽였는가?"라는 질문으로 이해되어 졌고 시청자들은 그 범인을 알고 싶어했다. 데이빗과 마크는 대중과 내기를 건 셈이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시즌 1에서는 데이빗과 마크가 승리했지만, 시즌 2에서는 패배했다. 패배한 시점부터 드라마는 산으로 가기 시작한다. 

 

로라 파머 살인 사건의 유일한 단서 - 애꾸눈 잭, 혼 백화점 향수코너 매대 판매원, 벤자민 혼 그리고 리오 존슨 

 

 

3. 드라마 vs. 영화 

   지난 회(Episode 3)를 보면 유난히 설명하는 부분이 많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트윈 픽스>는 다른 드라마들과 달리 시각적, 청각적 정보와 그로 인해 발생된 분위기로 극을 끌어간다. 즉, 친절하게 설명을 듣기보다는 갑자기 들이닥치는 시청각적 정보에 넋을 잃기 쉽다. 지난 회에서 그간에 있었던 일들이나 등장인물들의 내면을 친절하게 설명했었다면, 이번 회에서는 다시 <트윈 픽스> 본령의 세계로 돌아왔다.  

   이번 회에서는 유난히 눈에 띄는 '요란한' 장면들이 많이 있는데, 이것은 계속 반복되는 이야기를 조금 새롭게 보이기 위한 감독 팀 헌터의 전략이자 시청자들을 위한 배려이기도 하다. 때문에 이번 회에서는 유난히 시각적인 요소가 많이 드러난다. 

 

유난히 요란한 장식의 화장실. Pilot의 학교 벽 또한 이런 패턴으로 칠해져 있다. 

 

가석방 심사 중인 행크 제닝스와 부인 노마 제닝스. 이 둘을 같은 프레임에 보이도록 잡지 않았다. 이들이 앞으로 문제에 빠지게 될 것임을 알려준다. 

 

조시가 무언가를 숨기고 있음을 알려준다. <트윈 픽스>에는 직접 대면해서 대화를 하기 보다는 전화나 다른 매체를 통해서 커뮤니케이션을 통하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그런 경우 대개 소통이 불가능하다. 

 

행크와 조시의 전화 통화. 이전의 해리와의 통화가 안정적인 구도로 보여줬다면, 행크와의 전화는 앵글을 비틀어 불안함을 표현하고 있다. 몇 가지 인상적인 소품으로 조시의 불안감과 행크의 이미즈를 각인시킨다.

 

 

4. 외팔이 (One-Armed Man)

   그동안 로라의 시신이 있던 병원 주위를 어슬렁거리고, 데일의 꿈에 나와서 살인자의 존재를 알려준 외팔이 마이크가 드디어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그가 처음 등장한 모습은 가히 충격적이다.  

 

 

   꿈에 등장한 외팔이 사내 마이크와 현실에서 만난 구두 판매원 필립 제라드는 동일 인물이지만, 전혀 다른 인물이다(데일의 꿈에 나타난 마이크는 한참 이야기가 진행한 후에 등장한다). 이 장면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거의 없지만, 시각적 충격의 강렬함은 '빨간방' 씬과 비교할만 하다. 화면에 비치는 그의 모습은 시종일관 불안감을 내포하고 있다. 균형이 맞지 않는 불안감. 한 쪽뿐인 팔과 한 쪽만 있는 구두를 팔고 다니는 마이크는 등장 자체로 불안감을 보여준다. 

 

한 쪽 팔만 가진 사내가 한 쪽 신발이 가득한 가방을 들고 다닌다. 불안정한 균형. 

 

역시 계속 불안정한 구도를 보여줌으로써 드라마 전체에 '불안감'이라는 기운을 불러 놓았다. 드라마는 계속 알 수 없는 '불안'을 불러일으킨다. 

 

 

5. 커넥션 (Connection)

   지난 회에서 자끄와 베르나르 형제가 리오 존슨과 연관이 있다는 것을 보여줬었다. 리오 존슨은 (아직까진 물증이 없으나) 로라의 죽음과 큰 관련이 있는 용의자로 나온다. 그리고 이 리오 존슨과 벤자민 혼이 서로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 이번 회에서 밝혀진다.  

 

"자끄의 방에서 리오 존슨의 셔츠가 나왔어요. 리오 존슨과 자끄 르노. 드디어 연관성을 찾았어요." 

 

"우리가 얘기했던 그 거래 말인가요?"

 

   벤자민 혼은 패커드 제재소를 없애기 위해 캐서린 마르텔과 음모를 꾸미고 있고, 제재소의 소유주인 조시 또한 이 사실을 알고 나름 대응을 꾸미고 있다. 이번 회에 처음 등장, 가석방을 앞두고 있는 노마 제닝스의 남편인 행크 제닝스가 조시가 서로 연관되어 있는 것으로 나온다. <트윈 픽스>는 크게 사랑 관계도와 음모 관계도 두 축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종국에는 이 둘이 완전히 섞여버려 거대한 틀을 만들어 버린다.  

   <트윈 픽스>를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서로 속고 속이고 사랑에 빠지고 배신하는 이야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일은 로라가 죽지 않았더라도 일어났을 것이다. 단, 로라의 죽음으로 달라진 것이 있다면, 외부인의 개입으로 작게 끝날 일이 굉장히 커진다는 것이다.

 

 

6. 고든 콜 (Gordon Cole) 

   데일의 상관인 고든 콜은 이 드라마의 크리에이터이자 감독인 데이빗 린치가 맡았다. 그는 처음에는 목소리 출연만 했는데, 시즌 2에 이르러서는 직접 얼굴도 보이고 극 중 셜리 존슨과 키스신(!)을 열연하기도 한다. 시즌 1에서 그는 목소리로만 존재한다.  

 

 

   애초에 그의 극 중 이름을 고든 콜이라 지은 이유는 빌리 와일더 감독의 <선셋 대로(Sunset Blvd.)> 때문이었다. <선셋 대로>에서 한물 간 여배우 노마 데스몬드(Gloria Swanson)는 파라마운트 영화사에 근무하는 고든 콜의 전화를 받고 자신이 영화에 캐스팅된 줄 알고 영화사에 간다. 데이빗 린치는 그가 좋아하는 영화인 <선셋 대로>의 등장인물인 고든 콜의 이름을 자신의 이름으로 쓴 것이다. 한가지 더 재밌는 사실은 <트윈 픽스>DVD가 파라마운트를 통해서 출시됐다는 점이다. 

 

데이빗 린치는 윌리엄 와일더 감독의 <선셋 대로>를 정말 좋아한다. 특히나 헐리우드에서 전성기를 쇠하고 그 자신이 '영화처럼' 살아가는 '위험에 빠진 여배우'에 관한 이야기는 그 자신이 <멀홀랜드 드라이브>와 <인랜드 엠파이어>에서 변주했다. 영화는 정말 데이빗 린치가 만들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기괴한 아름다움이 넘쳐난다. 특히나 주인공 노마 데스먼드 역을 맡은 글로리아 스완슨의 연기는 정말 대단하다!

 

  

7. 기억할 만한 지나침 

해리: 안녕, 루시. 별 일 없지?
루시: 제이드 덕분에 제러드는 자살을 하지 않기로 했어요. 그리고 그는 에머랄드 말고 제이드에게 이 집을 물려주기로 유언을 수정했어요. 하지만 에머랄드가 유언을 수정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지금 체트를 유혹하려 하고 있어요. 그래야 그녀가 그 새로운 유언장을 없애버릴 수 있으니까요. 몬태나는 한밤중에 제러드를 죽이려 하고, 그렇게 되면 그 저택은 에머랄드와 몬태나가 소유하겠죠. 하지만 제 생각엔 에머랄드가 몬태나도 속일거예요. 아직 몬태나는 모르고 있지만요. (그 사이에 낀) 체트만 불쌍하죠.
해리: 내 말은, 지금 여기 말야. 무슨 일 있냐고?
 

 

   해리와 앤디가 살인범의 몽타주를 그리고 보안관 사무실에 도착했을 때 루시는 극 중 극 <사랑으로의 초대>를 보고 있었다. 해리가 사무실에 무슨 일이 있냐고 묻자, 루시는 지금까지 본 드라마의 줄거리를 이야기한다. <트윈 픽스>의 진행과는 상관없는 내용이지만, 극 중 극의 내용조차도 돈, 사랑, 죽음, 배신, 음모로 가득 차 있음을 알 수 있다. 루시의 극 중 극 줄거리는 지금 <트윈 픽스>의 이야기를 다시 한 번 환기시키는 역학을 한다. 

 

해리: 쿠퍼, 결혼했었나요?
데일: 아니오. 누군가를 전에 안 적은 있었죠. 그 사람은 내게 신뢰, 책임감, 위험... 이런 것들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지만, 실연의 고통 또한 가르쳐주었어요.
  

 

   데일의 옛 연인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시즌 1에선 언급하고 있지 않지만, 데일이 사랑한 여인은 동료 윈덤 얼(Kenneth Welsh)의 부인인 캐롤라인이다. 데일의 실수로 캐롤라인은 죽었고, 사랑하는 사람의 남편이자 직장 동료인 윈덤 얼 또한 사라졌다. 캐롤라인과 윈덤 얼은 시즌 2에서 등장한다.

 

"앤디, 더 많은 연습이 필요해요." 

   외팔이 사내를 검문하러 갈 때, 앤디(Harry Goaz)는 총을 오발하는 실수를 한다. 이후 그는 매주 3번씩 꾸준하게 연습을 하라는 데일의 지시를 받는다. 앤디의 총솜씨는 7번 째 에피소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지긋지긋한 시골을 벗어나 도시로 가리라는 마음을 먹은 오드리는 FBI수사관 데일의 수사를 도와주면 자신이 데일과 함께 대도시로 갈 수 있으리라는 엉뚱한 상상을 한다. 그가 알아낸 바로는 로네 풀라스키와 로라 파머의 연관성은 아버지의 백화점 향수 매대 판매원이란 사실이다. 그녀는 아버지를 설득해 백화점에서 일을 할 수 있도록 부탁한다. 부녀사이에 화해가 벌어진 듯한 장면에서 오드리는 아버지 책상에 있는 로라와 자신이 어렸을 때 찍은 사진을 발견한다. 그녀는 로라와 아버지의 관계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8. 덧붙임 

a. 대부분 사실에 기초하여 썼고, 개개의 세부사항은 사실에 부합하지만,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사실의 전후부분이 바뀐 경우도 있습니다.     

b. 컨텐츠 중 캡쳐 이미지에 대한 권리는 해당 저작권사에게 있습니다.     

c. Refenences      

- 『Lynch on Lynch, Revised Edition』크리스 로들리, Faber & Faber
- 『
데이빗 린치의 빨간방』데이빗 린치,  곽한주 옮김, 그책
- <
Twin Peaks: Definite Gold Box Edition> Lynch/Frost Productions, CBS DVD, Paramount Home Entertainment
- <
Twin Peaks: Fire walk with me> Lynch/Frost Productions, CIBY 2000, New Line Cinema
- <
David Lynch The Lime Green Set> Absurda
- <Inland Empire> Absurda/Rhino
- <Sunset Boulevard> Pramount Pictures

- 위키피디아
http://en.wikipedia.org/
- IMDB http://www.imdb.com/   

d. 다음 글은 3월 31일 오전 9시에 올라갑니다.

 

  

9. Bonus Screenshot (메첸 어믹) 

   <트윈 픽스>에서 유난히 인기를 끌었던 여배우는 다나 해이우드 역의 라라 플린 보일(Lara Flynn Boyle), 오드리 혼 역의 셔릴린 펜(Sherilyn Fenn) 그리고 셜리 존슨 역의 메첸 어믹(Mädchen Amick)이다. 당시 이들의 인기는 음악 잡지『롤링 스톤즈』가 최초로 뮤지션이 아닌 배우들로 커버를 장식다는 점을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났다. 다른 이들은 차후에 다루기로 하고, 이번 회에서는 메첸 어믹의 모습만 다루도록 한다. 실제로 지금까지 계속 머리를 매고 있다가 이번회에서야 머리를 푼 모습이 나오는데, 유니폼, 풀어헤친 긴 머리 등 남성들의 성적 판타지를 자극하는 모습으로 나온다. +,.+  

 

   <Twin Peaks: Definite Gold Box Edition>의 서플먼트에 수록된 <A Slice of Lynch>에서 메첸 어믹은 <SOS 해상구조대(Baywatch)>로 데뷔를 했다(응?)고 이야기를 한다. "Baywatch"란 말이 나오자, 주위의 남자들(카일 맥라클란, 데이빗 린치, 존 웬트워스)이 모두들 "우오오~"하는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보아, <SOS 해상구조대>가 당시 얼마나 많은 수컷들의 가슴을 태웠는지를 알 수 있다. +,.+

 

   메첸이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려하자 데이빗 옹께서 말을 끊으며 "<SOS 해상구조대>이야기 좀 해달라"고 말을 하는 장면은, 아마도 다큐멘터리 역사상 가장 훈훈한 장면이 아닐까...(^.^;)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원하시는 분들은 직접 DVD를 구입하시는 게 어떠실지...  

   CJ 관계자 여러분! 더빙까지는 바라지 않으니 제발 자막 입혀서 정발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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