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알리미로 며칠 전에 김언 시인의 새책이 나왔다고 문자가 왔다. 이상하다, 새 시집 나온지 얼마 안되었는데? 제목은 [어쩌다 당신이 좋아서]란다. 짐작컨대 공저이지 싶고 제목이 너무 간지러워서 별다른 관심을 두지는 않았다.

 

그러다 오늘 무심코 책 정보를 열어보는데 자연스럽게 저급하지만 이런 표현이 입밖으로 나왔다.

- 헐! 대박!

순화하자면

- 우와! 진짜 예쁘다!

정도 되겠다.

 

 

그렇다. 이토록 많은 시인들의 육필 편지가 실려있는 책이었단 말이다. 어쩜 시인들은, 글씨도 다들 이리 멋스러운지....이런 류의 책에는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수 없다. 헐! 대박!이 정확한 감정이다.

 

예전에 영인문학관 관장님이 엮으신 문인들의 편지글 모음책인 [편지로 읽는 슬픔고 기쁨]을 읽었을 때도 가슴 뭉클 벅찬 감정이 있었는데 그 책의 좀 젊어진 버전이랄까? 그런 느낌을 받았다. 그때 조정래 작가가 아내 김초혜 시인에게 보낸 편지 첫 머리에 '초혜!'라고 부르는 그 여운이 아직 남아 있다.

 

 

 

 

 

 

 

 

 

 

 

 

 

 

 

이와는 조금 다르지만 작가들의 초상이 실린 얼마 전에 출간된 [작가의 얼굴]이라는 책도 정말 아름답다. 위의 두 책과 달리 비평가 마르셀 라이히라니츠카의 글의 무게감이 좀더 실려 있지만 작가들의 친필이 곁들여졌더라면 아름다움의 극을 이뤘을텐데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독자의 욕심이다^  어쨌든 눈앞에 두고 보니 빨리 읽고 싶어지는 조바심이 생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책을 만드는 사람들의 많은 것을 함께 사랑하곤 한다. 그들의 글씨, 그들의 사진, 그들의 목소리, 그들의 습관, 그들의, 그들의 .....어떨 땐 그게 무슨 소용인가 싶다가도 이런 책들을 보면 나 역시 눈이 휘둥그레 지는 걸 보면 그 사랑은 어쩔 수 없는 건가 보다. 그냥 마음 가는대로 눈을 휘둥그려보자! 그게 좋은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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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세번째로 '당신이 오지 않는다면 시:리즈' 낭독회에 갔다. 오늘의 호스트는 신해욱 시인과 김소연 시인, 그리고 가수 요조였다. 늘 가던 언니들과 그리고 신해욱 시인을 좀 심하게 좋아하는 광주사는 동생과 함께 즐겼다. 갈땐 언니들과, 올땐 그 동생과. 녀석 때문에 내가 좀 얼굴에 철판을 깔았지만 어쨌거나 훈훈한 낭독회 자리였다.

 

갈 땐 두 권의 시집을 가져갔다. <눈물이라는 뼈>와 <간결한 배치>. 미처 다 읽고 가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 있었는데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 읽으니 특히 김소연 시인의 시가 좋았다. 낭독회에서 요조를 위해 쓴 곧 출간될 시집 [수학자의 아침]에 실릴 시부터 내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세 분의 목소리가 낭독에 정말 잘 어울렸다. 많이 연습하신 듯 조화도 정말 좋았다. 초반의 떨림 가득한 목소리는 어느 새 사라지고 목소리 연기까지 해 주시는 신해욱 시인님의 사랑스러움이 기억에 남는다.

 

초고속 배움의 과정으로 배운 캘리로 와이셔츠 마분지 잘라 만든 조악한 책갈피를 지인들에게 선물하고 온 밤. 시를 옮겨적고 싶어지는 밤이었다.

 

집에 와 사인본과 낭독회에서 받은 낭독 시 모음 소책자를 펼쳐들고 한 편씩 옮겨 적어 본다. 옮겨 적으며 문득 시가 쓰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가 이내 사그라들었다. 사그라들수 있는 간절함이라면 간절하지 않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에게 시란 무엇인가, 두둥! 쓰라고 한다면 그저 놀이라고, 몰두할 수 있는 놀이라고. 한 편의 시가 완성될 때 정말 잘 놀았다고 기분 좋아지는 그런 놀이라고, 이런 저런 생각 잠시 잊을 수 있는 무아지경의 놀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것도 다 잡소리다만.

   

 

10월엔 김소연 시인의 새 시집이 출간된다. 그 전에 두 분 시인의 시를 많이 읽고 싶다. 시를 읽는 가을 밤, 좋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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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김영아 교수의 힐링독서 부모교육 마지막 강연이 있는 날이라 도서관에 갔다. 역시나 연체가 된 책들을 가지고서 ㅠㅠ 김영아 교수의 강연은 지난 1월에 이어 두번째 듣는 것이지만 다시 들어도 정말 느껴지는 바가 많다. 아이를 기르는 사람으로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마음에 새겨야 할 내용이 많다. [십대라는 이름의 외계인]의 경우 중국에까지 번역되어 출간되었다니(교수님 왈 거기도 문제 많단다^^ 왜 안그러겠는가.) 축하드릴 일이다.

 

 개인적으로는 독서 치료에 관심이 많아 [아픈 영혼, 책을 만나다]에 더 끌렸었는데 강연을 듣다보니 우리 아이들이 걱정되었다. 그 아이들을 잘 가르치고 잘 기르고 싶어졌다. 십대의 부모가 된 큰형님과 곧 십대의 부모가 될 작은 형님 그리고 여동생에게 선물해야겠다. 어쩌면 다들 아들들인지.....특히 변화 가능성이 적은 제부에게 일독을 권해야겠다. 

 

강연을 마치고 연체된 책들을 수줍게 반납한 후에 남편을 불러 남편 이름으로 또 몇 권의 책을 빌렸다. 역시 도서관 카드는 돌려막아야 제맛이다!

 

 

 

 드디어 찰스부코스키를 시작한다. [우체국]에서 시작하여 내리 3권의 책을 읽어낼 수 있을까? 이 책이 중요할 것 같다. 이 책이 나를 사로잡는다면 나는 아마 내리 3권을 읽어낼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이 책마저도 덮혀버릴 것이다. 그러나 이미 나는 서문에서부터 반해버렸다.

 

 

 

이 기개! 이것이 찰스 부코스키라면, 아마 또 한 사람의 애정 작가가 생기는 것이 아니겠는가! 설렌다.

 

 

가끔 TV 프로그램으로도 [명작 스캔들]을 보았을 때 흥미로웠고 책으로 나왔다고 할 때에도 독서 모임 도서로 정할까도 했었는데 가격이 비싸서 참았다^^; 그런데 비쌀만 했다. 칼라로 된 그림 사진들이 큼직큼직하게 많이도 실렸다. 보고만 있어도 배불렀다.  좀더 읽어보고 알아봐야겠다. 일단 구성이나 문장은 흥미롭게 되어 있어서 명작에 지식이 크게 있지 않아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도서관에서 하도 시집을 새로 구입하지 않기에 희망 도서 구입 신청란에 '시집 좀 많이 사주세요!'라고 적었더니 그 후로는 시집이 좀 들어온다만 아직도 나는 배고프다. 이 시집이 나온지가 언젠데 이제사 들어오는구나 싶어 아직 멀었다 싶다. 한 번 더 요청해야할까보다.

 

 그래도 나 사는 지역에 시 좋아하는 분 계시는 지 그분의 흔적이 책에 남았다. 표지의 휘어짐. 그 정도의 흔적이라면 괜히 기분 좋다. 낯선 이와 교감하는 느낌이 살짝 묘하게 설레기도 한다. 이게 [사는 기쁨]이지. 

 

 

책을 빌리기 전엔 일단 빌릴 수 있는 권수에서 두세권을 더 골라두고 살짝 읽어본 후에 뺀다. 오늘 빠진 책은 번역가 김남주의 [나의 프랑스식 서재]였다. 디자인도 좋고 구성도 좋고 편집도 좋아 지인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호감이 생겼는데 좀 읽어보니 지루했다. 옮긴이의 말을 모으고 번역한 책의 일부를 발체하여 엮은 것에 다름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흥미가 쉽게 사그라들었다. 트위터나 카페에서 많은 사람들이 호응한 것에 비해 아직도 1쇄라는 것이 이상했었는데 펼쳐보니 이해가 되기도 했다.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그나저나 도서관카드 돌려막기를 하려면 식구를 늘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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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 일주일 전에 주문한 책이 발송되었다는 문자를 지금 막 받은 참이다. 그때 사나 지금 사나 받아보는 시기는 별 차이가 없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빨간날을 앞두고 책을 구입하고 편지를 부치는 급한 성격은 좀처럼 나아지질 않는다. 서점 택배 발송이 재개되면 많은 사람들이 또다시 책을 온라인으로 고르듯이 나 역시도 모처럼 신간 구경에 나서 본다.

 

*요즘 눈길 가는 출판사는 단연 [문학과 지성사]이다. 사실 집에 문학과 지성사 책은 대체로 아니 거의 다가 시집에 국한되어 있는데 요즘 문지에서 출간되는 소설들을 보면 꿀꺽 침이 넘어간다. 다 갖고 싶다. 최근에도 많은 책들이 출간되고 그 책들이 주는 기대감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파스칼 키냐르의 [세상의 모든 아침]을 필두로 이청준, 하성란, 최제훈의 소설까지 굵직굵직한 소설들이 줄줄줄 쏟아지고 있다. 문지가 드디어 소설 시장에서도 그 위력을 떨칠 것인가 기대가 된다.

 

 

 

 

 

 

 

 

 

 

 

 

 

 

파스칼 키냐르는 문학과 지성사의 대표작가라고 할 수 있는데  신간 [세상의 모든 아침]을 기점으로 리뷰대회도 개최하는 등 마케팅에도 열을 가하고 있다. 그 때문인지 트위터나 카페 등에서도 파스칼 키냐르의 소설 속 문장들을 자주 볼 수 있는데 아직 읽어본 적이 없는 사람으로서 어떤 책으로 먼저 시작하면 좋은지 누가 알려주면 좋겠다.

 

이청준 전집이 나오고 있었구나!!! 하는 사실을 오늘에야 알았다. 물론 전집이 나올 수 있는 충분히 훌륭한 작가이지만 대형 출판사에서 홍보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 이상 잘 모르는 게 사실인데 문지에서 꾸준히 나와 이번에 출간되는 [낮은 데로 임하소서]가 무려 17권 째라니 몰라도 너무 몰랐나 싶다.

 

하성란의 [여름의 맛] 표지가 너무 탐스럽다. 살짝 야한 느낌을 받는 건 나만 그런가? 따끈따끈한 신간이라 서점 페이지에서도 책정보가 없어 궁금하기만 하다. 일전에 읽은 [A]와 [헬로 미스터 디킨스] 속 단편을 좋게 읽은 터라 이번 작품 역시 기대가 된다. 탐스럽다.

 

 

 

*두번째로 관심이 가는 주제는 [인문학 간편 읽기]라는 타이틀로 출간되고 있는 시리즈이다. 박정자라는 분이 번역을 하셨다는 점을 출판사에서 강조하기에 찾아보니 많은 철학 서적을 번역하셨을 뿐 아니라 본인도 직접 저작활동을 하는 분이라 믿음은 간다. 하지만 이 책이 좀더 내 관심을 끄는 것은 착한 가격이다.

 

 

 

 

 

 

 

 

 

 

 

 

 

올 3월부터 지금까지 3권이 출간되었는데 정가가 7,000원 이하로 가격이 아주 착하다. 일반적인 철학 서적, 더구나 번역 서적의 가격의 절반 가격에도 못 미치는 것 같다. 물론 원본 번역본은 아니다. 번역자인 박정자 교수가 엮은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전문가에게는 성에 차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일반인들이 굳이 원본을 처음부터 읽을 필요가 있을까라는 출판사의 시발점에는 공감한다. 앞으로도 쭉 나오면 좋겠다.

 

* 같이 사는 사람에게 넓은 시야를 갖게 하고 싶은데 그게 잘 안된다. 집에 있는 책 중에서 그가 읽는 책은 역사 소설류에 치우치고 있다. 너무 자기 앞의 것만 취하려는 그 태도가 내 눈에는 너무 답답해서 책을 권해주어 시야를 넓혀주고 싶은데 집을 뒤져봐도 단박에 그럴 책은 눈에 띄지 않았다. 결국 자기 계발서를 택해야 하는 건가? 싶기도 한데, 그보다는 동양 고전을 좀 읽어보면 어떨까 싶어졌다. 가령, [손자병법]같은 책 말이다.

 

눈에 띄는 책은 [인생을람]이라는 책이다.

 

 

'마음이 깊어지는 인생 공부'라는 타이틀이 우선 눈길을 잡는다. 정말 마음이 깊어지고 넓어지면 좋겠어요!!

 

 ‘사서삼경’을 포함해 <안자춘추>, <한비자>처럼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가치가 있는 고전부터 두보와 이백 같은 최고 문인들의 시까지 4백 여개의 구절이 담겨졌다고 하는데 동양 고전을 접하지 않은 그에게 첫 시작으로 좋을 것 같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장자를 함께 읽으면서 가치관을 나란히 가져가도록 노력해봐야겠다.

 

글항아리 출판사의 동양고전 시리즈 중 많은 책들이 지난 8월에 반양장본으로 추가 출간되었다. 글항아리 출판사의 동양고전 시리즈는 동양 고전의 권위자인 김원중 교수의 완역본이 많아 소장 가치가 있는데 집에 있는 책들은 양장본인데 개인적으로는 반양장본을 좋아해서 더 반갑다.  8권인 [ 열녀전]이 7월에 출간되었고, 첫 책인 [정관정요]가 2010년 3월에 출간되었으니 내년 초 쯤에는 새로운 책이 출간될 것으로 기대해도 좋을까? [주역]이 나와도 좋을 것 같다. 그러고보니 [장자]도 아직이구나!

 

 

 

 

 

 

 

 

사람이 숨을 쉰다는 것은 무엇일까? 공기가 통하는 그런 물리적 의미 보다는 말이 통하고 마음이 통하게 되는 것, 그게 숨을 쉰다는 의미가 아닐까? 숨 같이 쉴 사람 만나는 거, 쉽지 않다. 그러기에 책이 있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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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데이지 2013-09-23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예전에 흐트러짐이 없는 양장본이 참 좋았는데 이제는 손에 쥐고 있으면
제 온기가 스미는 반양장본 책이 더 좋더라구요^^

저도 글항아리 동양고전 시리즈 다 가지고 있는데 반양본 출간된걸보고
아차 싶도록 아쉬우면서 또 반가웠어요...

저도 책만먹어도살쪄요님처럼 새로운책 출간을 기대하며 댓글남겨봅니다.
행복한 하루 되셔요!

그렇게혜윰 2013-09-23 12:26   좋아요 0 | URL
꽂아둘 땐 양장본이 힘도 있고 책등도 예뻐서 좋곤 한데 볼 때 좀 불편하더라구요. 이사갈 때 무기ㅣ도 좀 생각하게 되고ㅋ 아이책이 죄다 양장인데 무게가 장난이 아니에요ㅠㅠ

새로운 책, 정말 많은데 그 중 제 맘에 드는 책 발견할때 기분 정말 좋아요.^^

다락방 2013-09-23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의 모든 아침]은 표지가 너무 예뻐요. 그래서 저도 보관함에 넣어두고 있긴 한데, 일전에 파스칼 키냐르의 작품을 한 권 읽고 좀 어려웠던터라 섣불리 결제를 하게 되지는 않네요. 다시한 번 도전해볼까, 어쩔까, 고민중입니다.

복숭아는 생김새도 그렇고 먹을때도 그렇고 가장 에로틱한 과일인 것 같아요. 앵두도 그렇고요. 아, 앵두, 라고 쓰고나니 뭔가 몽글몽글 하네요. 하하핫

그렇게혜윰 2013-09-23 17:18   좋아요 0 | URL
세상의 모든 아침 표지를 본 탓인지 저런 구도로 자꾸 카메라가 향해요^^ 저도 파스칼 키냐르 책을 슬쩍 봤었는데 어려워보여서 덮었던 기억땜에ㅠㅠ

그나저나 앵두는 이름이 참 앵두앵두 하네요^^

우루곰 2013-10-15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와아...많은책들이 있네요.
좋은정보 얻고 좋은책소개 감사합니다~다음에도 신간도서추천부탁드려요~^^
아. 이번에 제가 읽은책중에 '혼자일땐 외로운 함께일땐 불안한'이라는 책 안읽어보셨다면
한번 봐보세요~추천해드려요~^^

그렇게혜윰 2013-10-17 10:01   좋아요 0 | URL
도움이 되셨다니 고맙습니다. 좀더 힘을 내서 페이퍼를 쓸 수 있겠는걸요?^^ 추천도 감사드리고요^^
 

제목은 마치 책과 관련이 있는 듯 하나 책은 오가는 차량 안에서, 그리고 아침에 가족보다 조금 일찍 일어나 휴게 장소에 나가 읽은 게 전부이다. 한 권을 다 읽고자 했지만 그러지 못해 아쉽기도 하다만 강화도 여행은 언제나 알차고 읽은 책도 좋은 글이 정말 많아 둘다 만족한다.

 

명절은 고향 갈 때만 막힌다고 생각한 탓에(왜 이런 생각을 했을까요?) 뻥뻥 뚫릴 줄 알았던 여행길이 고향 내려가는 것만큼 많이 막혔다. 숙소에 도착하니 벌써 어둑해져 첫 날은 그냥 휴식 모드로. 숙소 바로 앞에 보이는 바다가 보기만 해도 좋았다.  계절이라 하는 말이지만 바다는 가을 바다가 좋은 것 같다 ㅎㅎㅎ 겨울엔 겨울 바다.

 

 

강화도 유적지 관람 전 알면 좋은 지식!

 

강화도에는 5보 7진 53돈대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둘러보아도 어렴풋이 보와 진, 돈대가 구분되기도 하지만 사실 성곽이라는 막연한 개념이 더 크다. 알고 가면 더 좋을 것 같아 정리해 본다.

 

돈대(墩臺)는 경사면을 절토하거나 성토하여 얻어진 계단 모양의 평탄지를 옹벽으로 받친 부분이며 변방의 요지에 구축하여 총구를 설치하고 봉수시설을 갖춘 방위시설이다. 돈대가 2,3개 합쳐지면 보나 진이 된다.

진(陣)은 진영(陣營)이라고도하며 군대가 집결하고 있는곳을 말한다.

보(堡)는흙과 돌로 쌓은 작은 성(城)을 말한다.

 

 첫 방문 장소는 초지진이었으나 표지판 해독 장애가 있는 남편님의 지나침으로 인해 급 덕진진으로 변경. 초지진은 지난 번에도 시간이 지나 못 봤는데 우리와 인연이 아닌 모양이다. 덕진진 입장료가 700원인데 덕진진, 초지진, 광성보, 갑곶돈대, 고려궁지 5개 유적지 관람료는 2700원이다.(40%정도 할인된 가격이다.) 5곳 다 갈 생각은 없었지만 세 군데 가는 값과 같아 일단 5개 유적지 패키지로 표를 구매했다.

 

초지진은 예전에 가본 적이 있는지라 진의 규모에 대해 기대하지 않았는데 덕진진은 강화해협의 강력한 진이었고 남장포대는 다른 곳에 비해 대포가 포진되어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 곳과 관련 있는 인물로는 병인양요 때의 양헌수 장군을 들 수 있다. 역사적 이야기도 좋지만 산책하기에도 참 좋았다. 긴 벤치에 나란히 누운 중년의 부부가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 모습이 좋아보였다. 나도 눕고 싶었을 정도로. 그저 휴식 중에 나무 사이로 보이는 바다의 모습을 또 한 번 지긋이 담아보았다. 아들과 남편은 덕진진 경고비까지 보고 왔다는데 나는 그저 벤치에 앉아 바람하고만 놀았다. 참고로 덕진진 경고비는 흥선대원군의 명으로 세워진 쇄국에 관한 내용이 쓰인 비이다.

 

 

 

 

덕진진을 지나 광성보를 갔다. 광성보는 신미양요 때 격전지라고 알려진 곳으로 역사적 인물로는 어재연 장군이 있다. 안해루 옆쪽 작은 돌계단을 올라 들어선 광성 돈대에는 여러 크기의 세 개의 대포가 가운데 전시되어 있었고  광성돈대 외에도 손돌목 돈대와 용두돈대가 있어 규모가 컸다. 돈대에서 내려다보는 경치도 좋았고 이곳 역시 산책로가 좋았는데 올라가는 길에 신혼부부로 보이는 노부부가 수줍게 서로 사진을 찍어주고 계셨다. 노커플도 풋풋할 수 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나저나 우리 엄마 체력 완전 좋으심!!


 다음 유적지 관람은 내일로 미루고 육필문학관이라는 곳이 궁금해서 가봤더니 엄마가 정말 좋아하셨다. 지역 시인이신 노희정 시인이 개인으로 운영하는 곳인데 여러 작가들의 육필들이 전시되어 있고 시낭송 장소도 있어 여섯 살 어린 아들도 두 편이나 낭송했다. 뜻깊은 자리였다. 지역에 이런 곳이 있다면 참 멋스러울 것 같다. 엄마는 직접 사인도 받으신 신간 책을 구입하셔서 지금도 읽고 계신다. 다음 생엔 작가로 태어나고 싶으시단다.....

 

 

 

 

 

 풍물시장에 들러 전어회를 떠서 2층에서 무쳐달래서 도합 5만원으로 세 어른과 한 아이 배터지고 맛있게 먹었다. 전어를 무침으로는 처음 드신다는 엄마, 맛있다고 냠냠냠!  오후엔 아들과 남편을 옥토끼우주센터에 들여보내고 나는 그냥 차 안에서 책을 읽었다. 근처에 카페라도 있으면 가려했는데 허허벌판이라 그저 차 안에만 있었는데 맞은 편에 개관전인 시설이 있어 관리자분과 이야기 나누어보니 문화 시설의 필요성으로 만들어진 곳이라는데 다음 주에 개관한다하니 다음에 올 때에는 이곳에서 차라도 한 잔 마실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엄마랑 세 시간 동안 밀폐된 차에서 졸며 책 읽으며 수다 떨며^^

 

 다음 날 아침 아침 잠 없는 엄마 덕에 일찍 깨어 휴게 장소에 가니 엄마가 먼저 자리 잡고 책을 읽고 계셨다. 어제 육필 문학관에서 구입한 노희정 시인의 신간 에세이였다. 글쓰는 작가를 처음 만난 엄마는 무척 책을 행복한 마음으로 읽고 있었다. 요즘 사랑에 대해 고민이 많은 노부인이시다 ㅎㅎ 난 역시 읽던 알베르토 망구엘의 [책 읽는 사람들]을 펼쳤다. 풍경이 좋으니 책맛도 산다.

 

 

 

 

 

 

 

 

 

 

독서라는 행위는 텍스트의 지배를 두고 독자와 페이지 간에 벌어지는 권력투쟁이라 할 수 있다. 이 투쟁에서 승리하는 쪽은 거의 언제나 페이지다.

 

「책읽는 사람들」p79

 

이 날 첫 일정은 전날 가지 못했던 우리와 인연이 없던 초지진이었다. 다른 곳들을 미리 보아서 그런지 규모가 작아 살짝 실망했지만 어제의 빡빡한 일정으로 다리 아프신 엄마는 작은 규모가 맘에 들으셨나보다. 초지진 앞에는 지난 날 포탄에 맞은 소나무가 서 있었다. 기념 사진 좋아하는 남편이 그곳에서 찰칵 사진을 찍고 바로 다음 장소인 소리체험 박물관으로 향했다.

 

소리체험박물관 역시 개인이 운영하는 체험학습장으로 대략 5천원의 입장료가 있다. 나랑 아들만 들어갔다. 그러길 잘 했다. 어른이 들어가면 너무 시시할 듯 하다. 규모도 작고, 못 만지게 하는 것도 많지만 아들은 그나마도 즐거워했다. 내 경험으론 참소리박물관이 훨씬 좋은데 여섯 살 아이는 비소리, 천둥소리 내어 볼 수 있는 이 곳이 더 좋은 모양이었다. 맞은 편에 거꾸로 집이 유명하다는데 내 스타일은 아니라 패스!

 

 

구리에는 역사박물관의 존재도 모르겠지만 가까운 남양주의 역사박물관은 일찌감치 아들과 다니던 터라 아들은 강화도의 역사박물관도 무척 흥분해하며 갔다. 가서 보니 역사 도시라 그런지 관광객이 많아 그런지 시설이 정말 좋았다. 어린 아들은 스탬프찍기에 더 관심이 많았지만 그런 작은 부분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것이 내 보기엔 좋았다만 문화용품 판매점의 물건들은 국립중앙박물관보다 대략적으로 비쌌다^^ 관람료가 조금 비싼 감은 있다. 1000원만 해도 될 것 같아용^^ㅎ

아들은 그 앞 고인돌유적지에 가서도 실컷 움집에만 관심을 보였다는 풍문만 가지고 가족 모여 다시 평화전망대로 갔다. 가는 길에 밥을 먹으려고 했는데 실패했다 식당이 안보였다 ㅠㅠ

 

평화 전망대에 가니 민통선 구역이라 해병대에서 신분증 확인도 하고 뭔가 느낌이 엄숙해졌다. 주차장에서 전망대까지 가는 길은 가파른 편이라 사연 있으신 연세 많으신 분들이 걱정되었는데 다행히 관계자분께 말씀 잘 하면 편찮으시고 연로하신 분들은 차량 이동하게끔 편의를 봐 주신다. 올라가서 보니 비싼 입장료에 비해 볼 건 없었다만 망원경으로 본 북한이 무척 가깝게 보였다. 다른 전망대도 여러 군데 봤지만 여기가 젤 가까이 보이는 것 같다. 하지만 망원경도 유료라는 것!(입장료는 2500원이었다 점. 문화재 관리 보호에 쓰일 돈이니 아까워하지 않기로^^) 실향민 할아버지가 캔커피를 마시며 맨 눈으로 북한을 바라보는 모습을 측은히 바라보시는 할머니의 애틋함을 보았다.

 

올 때 초지대교로 왔다면 갈 때에는 강화대교를 넘어 가기로 했다. 그 전에 갑곶돈대를 보기로 하여 가는 길에 묵밥 집에서 밥을 먹었는데 맛은 그냥저냥 그랬다 ㅎㅎㅎ 배부르게 도착한 갑곶돈대가 참 예뻤다. 예전엔 역사박물관이 함께 있던 곳이라 그런지 조경도 잘 되어 있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서 전투를 벌여야했다니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그런 일 다시는 없었으면 좋겠다. 청서가 돈대 담벼락 위로 탱자 하나 물고 가는 모습이 보였다. 아들은 설명해주는 선생님 놀이에 몰입하느라 자기가 31살이고 13년전 부터 똑똑하다나 뭐래나 했지만 청서를 보자 마치 연예인 본 양 들떠 권위를 잃으셨다 ㅋㅋ 뭘 가르치는 선생님이냐고 물어보니, 공부 가르친단다. 내가 질문을 잘못 했나 보다 ㅠㅠ 많이 피곤하신지 엄마는 백일섭 꽃할배처럼 집집집! 하셨다. 몸매도 좀 비슷하신듯.....

 

강화도 여행길을 이렇게 정리해보니 적잖이 다닌 것 같아 솔직히 좀 놀랐다. 차를 타고 조금만 걸어가도 쉽게 보이는 성곽들, 강화도에 사는 아이들은 역사 의식이 남다를 것 같다 경주처럼. 경주의 찬란한 역사와 달리 아픈 역사를 간직한 이곳의 느낌은 달랐다. 경주가 기분좋게 다녀가고 싶은 곳이라면 강화도는 마음을 울리는 면이 있다. 지난 번 고려궁지에 다녀왔을 때도 그랬는데 이번에도 그렇다. 다음에 또 온다면 다시 한 번 고려궁지를 보고 전등사와 보문사를 다녀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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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23 09: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렇게혜윰 2013-09-23 10:15   좋아요 0 | URL
알베르토 망구엘의 책으론 네 번째 만나는 책인데요, (독서의 역사와 함께 읽고 있습니다.) 알고 보니 가장 최근 저작인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인지 뭔가 세련된 느낌?ㅋ 이 들었어요^^

박범신 작가님 이름은 첨엔 긴가 민가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