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은 마치 책과 관련이 있는 듯 하나 책은 오가는 차량 안에서, 그리고 아침에 가족보다 조금 일찍 일어나 휴게 장소에 나가 읽은 게 전부이다. 한 권을 다 읽고자 했지만 그러지 못해 아쉽기도 하다만 강화도 여행은 언제나 알차고 읽은 책도 좋은 글이 정말 많아 둘다 만족한다.

 

명절은 고향 갈 때만 막힌다고 생각한 탓에(왜 이런 생각을 했을까요?) 뻥뻥 뚫릴 줄 알았던 여행길이 고향 내려가는 것만큼 많이 막혔다. 숙소에 도착하니 벌써 어둑해져 첫 날은 그냥 휴식 모드로. 숙소 바로 앞에 보이는 바다가 보기만 해도 좋았다.  계절이라 하는 말이지만 바다는 가을 바다가 좋은 것 같다 ㅎㅎㅎ 겨울엔 겨울 바다.

 

 

강화도 유적지 관람 전 알면 좋은 지식!

 

강화도에는 5보 7진 53돈대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둘러보아도 어렴풋이 보와 진, 돈대가 구분되기도 하지만 사실 성곽이라는 막연한 개념이 더 크다. 알고 가면 더 좋을 것 같아 정리해 본다.

 

돈대(墩臺)는 경사면을 절토하거나 성토하여 얻어진 계단 모양의 평탄지를 옹벽으로 받친 부분이며 변방의 요지에 구축하여 총구를 설치하고 봉수시설을 갖춘 방위시설이다. 돈대가 2,3개 합쳐지면 보나 진이 된다.

진(陣)은 진영(陣營)이라고도하며 군대가 집결하고 있는곳을 말한다.

보(堡)는흙과 돌로 쌓은 작은 성(城)을 말한다.

 

 첫 방문 장소는 초지진이었으나 표지판 해독 장애가 있는 남편님의 지나침으로 인해 급 덕진진으로 변경. 초지진은 지난 번에도 시간이 지나 못 봤는데 우리와 인연이 아닌 모양이다. 덕진진 입장료가 700원인데 덕진진, 초지진, 광성보, 갑곶돈대, 고려궁지 5개 유적지 관람료는 2700원이다.(40%정도 할인된 가격이다.) 5곳 다 갈 생각은 없었지만 세 군데 가는 값과 같아 일단 5개 유적지 패키지로 표를 구매했다.

 

초지진은 예전에 가본 적이 있는지라 진의 규모에 대해 기대하지 않았는데 덕진진은 강화해협의 강력한 진이었고 남장포대는 다른 곳에 비해 대포가 포진되어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 곳과 관련 있는 인물로는 병인양요 때의 양헌수 장군을 들 수 있다. 역사적 이야기도 좋지만 산책하기에도 참 좋았다. 긴 벤치에 나란히 누운 중년의 부부가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 모습이 좋아보였다. 나도 눕고 싶었을 정도로. 그저 휴식 중에 나무 사이로 보이는 바다의 모습을 또 한 번 지긋이 담아보았다. 아들과 남편은 덕진진 경고비까지 보고 왔다는데 나는 그저 벤치에 앉아 바람하고만 놀았다. 참고로 덕진진 경고비는 흥선대원군의 명으로 세워진 쇄국에 관한 내용이 쓰인 비이다.

 

 

 

 

덕진진을 지나 광성보를 갔다. 광성보는 신미양요 때 격전지라고 알려진 곳으로 역사적 인물로는 어재연 장군이 있다. 안해루 옆쪽 작은 돌계단을 올라 들어선 광성 돈대에는 여러 크기의 세 개의 대포가 가운데 전시되어 있었고  광성돈대 외에도 손돌목 돈대와 용두돈대가 있어 규모가 컸다. 돈대에서 내려다보는 경치도 좋았고 이곳 역시 산책로가 좋았는데 올라가는 길에 신혼부부로 보이는 노부부가 수줍게 서로 사진을 찍어주고 계셨다. 노커플도 풋풋할 수 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나저나 우리 엄마 체력 완전 좋으심!!


 다음 유적지 관람은 내일로 미루고 육필문학관이라는 곳이 궁금해서 가봤더니 엄마가 정말 좋아하셨다. 지역 시인이신 노희정 시인이 개인으로 운영하는 곳인데 여러 작가들의 육필들이 전시되어 있고 시낭송 장소도 있어 여섯 살 어린 아들도 두 편이나 낭송했다. 뜻깊은 자리였다. 지역에 이런 곳이 있다면 참 멋스러울 것 같다. 엄마는 직접 사인도 받으신 신간 책을 구입하셔서 지금도 읽고 계신다. 다음 생엔 작가로 태어나고 싶으시단다.....

 

 

 

 

 

 풍물시장에 들러 전어회를 떠서 2층에서 무쳐달래서 도합 5만원으로 세 어른과 한 아이 배터지고 맛있게 먹었다. 전어를 무침으로는 처음 드신다는 엄마, 맛있다고 냠냠냠!  오후엔 아들과 남편을 옥토끼우주센터에 들여보내고 나는 그냥 차 안에서 책을 읽었다. 근처에 카페라도 있으면 가려했는데 허허벌판이라 그저 차 안에만 있었는데 맞은 편에 개관전인 시설이 있어 관리자분과 이야기 나누어보니 문화 시설의 필요성으로 만들어진 곳이라는데 다음 주에 개관한다하니 다음에 올 때에는 이곳에서 차라도 한 잔 마실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엄마랑 세 시간 동안 밀폐된 차에서 졸며 책 읽으며 수다 떨며^^

 

 다음 날 아침 아침 잠 없는 엄마 덕에 일찍 깨어 휴게 장소에 가니 엄마가 먼저 자리 잡고 책을 읽고 계셨다. 어제 육필 문학관에서 구입한 노희정 시인의 신간 에세이였다. 글쓰는 작가를 처음 만난 엄마는 무척 책을 행복한 마음으로 읽고 있었다. 요즘 사랑에 대해 고민이 많은 노부인이시다 ㅎㅎ 난 역시 읽던 알베르토 망구엘의 [책 읽는 사람들]을 펼쳤다. 풍경이 좋으니 책맛도 산다.

 

 

 

 

 

 

 

 

 

 

독서라는 행위는 텍스트의 지배를 두고 독자와 페이지 간에 벌어지는 권력투쟁이라 할 수 있다. 이 투쟁에서 승리하는 쪽은 거의 언제나 페이지다.

 

「책읽는 사람들」p79

 

이 날 첫 일정은 전날 가지 못했던 우리와 인연이 없던 초지진이었다. 다른 곳들을 미리 보아서 그런지 규모가 작아 살짝 실망했지만 어제의 빡빡한 일정으로 다리 아프신 엄마는 작은 규모가 맘에 들으셨나보다. 초지진 앞에는 지난 날 포탄에 맞은 소나무가 서 있었다. 기념 사진 좋아하는 남편이 그곳에서 찰칵 사진을 찍고 바로 다음 장소인 소리체험 박물관으로 향했다.

 

소리체험박물관 역시 개인이 운영하는 체험학습장으로 대략 5천원의 입장료가 있다. 나랑 아들만 들어갔다. 그러길 잘 했다. 어른이 들어가면 너무 시시할 듯 하다. 규모도 작고, 못 만지게 하는 것도 많지만 아들은 그나마도 즐거워했다. 내 경험으론 참소리박물관이 훨씬 좋은데 여섯 살 아이는 비소리, 천둥소리 내어 볼 수 있는 이 곳이 더 좋은 모양이었다. 맞은 편에 거꾸로 집이 유명하다는데 내 스타일은 아니라 패스!

 

 

구리에는 역사박물관의 존재도 모르겠지만 가까운 남양주의 역사박물관은 일찌감치 아들과 다니던 터라 아들은 강화도의 역사박물관도 무척 흥분해하며 갔다. 가서 보니 역사 도시라 그런지 관광객이 많아 그런지 시설이 정말 좋았다. 어린 아들은 스탬프찍기에 더 관심이 많았지만 그런 작은 부분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것이 내 보기엔 좋았다만 문화용품 판매점의 물건들은 국립중앙박물관보다 대략적으로 비쌌다^^ 관람료가 조금 비싼 감은 있다. 1000원만 해도 될 것 같아용^^ㅎ

아들은 그 앞 고인돌유적지에 가서도 실컷 움집에만 관심을 보였다는 풍문만 가지고 가족 모여 다시 평화전망대로 갔다. 가는 길에 밥을 먹으려고 했는데 실패했다 식당이 안보였다 ㅠㅠ

 

평화 전망대에 가니 민통선 구역이라 해병대에서 신분증 확인도 하고 뭔가 느낌이 엄숙해졌다. 주차장에서 전망대까지 가는 길은 가파른 편이라 사연 있으신 연세 많으신 분들이 걱정되었는데 다행히 관계자분께 말씀 잘 하면 편찮으시고 연로하신 분들은 차량 이동하게끔 편의를 봐 주신다. 올라가서 보니 비싼 입장료에 비해 볼 건 없었다만 망원경으로 본 북한이 무척 가깝게 보였다. 다른 전망대도 여러 군데 봤지만 여기가 젤 가까이 보이는 것 같다. 하지만 망원경도 유료라는 것!(입장료는 2500원이었다 점. 문화재 관리 보호에 쓰일 돈이니 아까워하지 않기로^^) 실향민 할아버지가 캔커피를 마시며 맨 눈으로 북한을 바라보는 모습을 측은히 바라보시는 할머니의 애틋함을 보았다.

 

올 때 초지대교로 왔다면 갈 때에는 강화대교를 넘어 가기로 했다. 그 전에 갑곶돈대를 보기로 하여 가는 길에 묵밥 집에서 밥을 먹었는데 맛은 그냥저냥 그랬다 ㅎㅎㅎ 배부르게 도착한 갑곶돈대가 참 예뻤다. 예전엔 역사박물관이 함께 있던 곳이라 그런지 조경도 잘 되어 있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서 전투를 벌여야했다니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그런 일 다시는 없었으면 좋겠다. 청서가 돈대 담벼락 위로 탱자 하나 물고 가는 모습이 보였다. 아들은 설명해주는 선생님 놀이에 몰입하느라 자기가 31살이고 13년전 부터 똑똑하다나 뭐래나 했지만 청서를 보자 마치 연예인 본 양 들떠 권위를 잃으셨다 ㅋㅋ 뭘 가르치는 선생님이냐고 물어보니, 공부 가르친단다. 내가 질문을 잘못 했나 보다 ㅠㅠ 많이 피곤하신지 엄마는 백일섭 꽃할배처럼 집집집! 하셨다. 몸매도 좀 비슷하신듯.....

 

강화도 여행길을 이렇게 정리해보니 적잖이 다닌 것 같아 솔직히 좀 놀랐다. 차를 타고 조금만 걸어가도 쉽게 보이는 성곽들, 강화도에 사는 아이들은 역사 의식이 남다를 것 같다 경주처럼. 경주의 찬란한 역사와 달리 아픈 역사를 간직한 이곳의 느낌은 달랐다. 경주가 기분좋게 다녀가고 싶은 곳이라면 강화도는 마음을 울리는 면이 있다. 지난 번 고려궁지에 다녀왔을 때도 그랬는데 이번에도 그렇다. 다음에 또 온다면 다시 한 번 고려궁지를 보고 전등사와 보문사를 다녀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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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23 09: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렇게혜윰 2013-09-23 10:15   좋아요 0 | URL
알베르토 망구엘의 책으론 네 번째 만나는 책인데요, (독서의 역사와 함께 읽고 있습니다.) 알고 보니 가장 최근 저작인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인지 뭔가 세련된 느낌?ㅋ 이 들었어요^^

박범신 작가님 이름은 첨엔 긴가 민가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