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일주일 전에 주문한 책이 발송되었다는 문자를 지금 막 받은 참이다. 그때 사나 지금 사나 받아보는 시기는 별 차이가 없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빨간날을 앞두고 책을 구입하고 편지를 부치는 급한 성격은 좀처럼 나아지질 않는다. 서점 택배 발송이 재개되면 많은 사람들이 또다시 책을 온라인으로 고르듯이 나 역시도 모처럼 신간 구경에 나서 본다.
*요즘 눈길 가는 출판사는 단연 [문학과 지성사]이다. 사실 집에 문학과 지성사 책은 대체로 아니 거의 다가 시집에 국한되어 있는데 요즘 문지에서 출간되는 소설들을 보면 꿀꺽 침이 넘어간다. 다 갖고 싶다. 최근에도 많은 책들이 출간되고 그 책들이 주는 기대감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파스칼 키냐르의 [세상의 모든 아침]을 필두로 이청준, 하성란, 최제훈의 소설까지 굵직굵직한 소설들이 줄줄줄 쏟아지고 있다. 문지가 드디어 소설 시장에서도 그 위력을 떨칠 것인가 기대가 된다.

파스칼 키냐르는 문학과 지성사의 대표작가라고 할 수 있는데 신간 [세상의 모든 아침]을 기점으로 리뷰대회도 개최하는 등 마케팅에도 열을 가하고 있다. 그 때문인지 트위터나 카페 등에서도 파스칼 키냐르의 소설 속 문장들을 자주 볼 수 있는데 아직 읽어본 적이 없는 사람으로서 어떤 책으로 먼저 시작하면 좋은지 누가 알려주면 좋겠다.
이청준 전집이 나오고 있었구나!!! 하는 사실을 오늘에야 알았다. 물론 전집이 나올 수 있는 충분히 훌륭한 작가이지만 대형 출판사에서 홍보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 이상 잘 모르는 게 사실인데 문지에서 꾸준히 나와 이번에 출간되는 [낮은 데로 임하소서]가 무려 17권 째라니 몰라도 너무 몰랐나 싶다.
하성란의 [여름의 맛] 표지가 너무 탐스럽다. 살짝 야한 느낌을 받는 건 나만 그런가? 따끈따끈한 신간이라 서점 페이지에서도 책정보가 없어 궁금하기만 하다. 일전에 읽은 [A]와 [헬로 미스터 디킨스] 속 단편을 좋게 읽은 터라 이번 작품 역시 기대가 된다. 탐스럽다.
*두번째로 관심이 가는 주제는 [인문학 간편 읽기]라는 타이틀로 출간되고 있는 시리즈이다. 박정자라는 분이 번역을 하셨다는 점을 출판사에서 강조하기에 찾아보니 많은 철학 서적을 번역하셨을 뿐 아니라 본인도 직접 저작활동을 하는 분이라 믿음은 간다. 하지만 이 책이 좀더 내 관심을 끄는 것은 착한 가격이다.
올 3월부터 지금까지 3권이 출간되었는데 정가가 7,000원 이하로 가격이 아주 착하다. 일반적인 철학 서적, 더구나 번역 서적의 가격의 절반 가격에도 못 미치는 것 같다. 물론 원본 번역본은 아니다. 번역자인 박정자 교수가 엮은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전문가에게는 성에 차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일반인들이 굳이 원본을 처음부터 읽을 필요가 있을까라는 출판사의 시발점에는 공감한다. 앞으로도 쭉 나오면 좋겠다.
* 같이 사는 사람에게 넓은 시야를 갖게 하고 싶은데 그게 잘 안된다. 집에 있는 책 중에서 그가 읽는 책은 역사 소설류에 치우치고 있다. 너무 자기 앞의 것만 취하려는 그 태도가 내 눈에는 너무 답답해서 책을 권해주어 시야를 넓혀주고 싶은데 집을 뒤져봐도 단박에 그럴 책은 눈에 띄지 않았다. 결국 자기 계발서를 택해야 하는 건가? 싶기도 한데, 그보다는 동양 고전을 좀 읽어보면 어떨까 싶어졌다. 가령, [손자병법]같은 책 말이다.
눈에 띄는 책은 [인생을람]이라는 책이다.
'마음이 깊어지는 인생 공부'라는 타이틀이 우선 눈길을 잡는다. 정말 마음이 깊어지고 넓어지면 좋겠어요!!
‘사서삼경’을 포함해 <안자춘추>, <한비자>처럼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가치가 있는 고전부터 두보와 이백 같은 최고 문인들의 시까지 4백 여개의 구절이 담겨졌다고 하는데 동양 고전을 접하지 않은 그에게 첫 시작으로 좋을 것 같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장자를 함께 읽으면서 가치관을 나란히 가져가도록 노력해봐야겠다.
글항아리 출판사의 동양고전 시리즈 중 많은 책들이 지난 8월에 반양장본으로 추가 출간되었다. 글항아리 출판사의 동양고전 시리즈는 동양 고전의 권위자인 김원중 교수의 완역본이 많아 소장 가치가 있는데 집에 있는 책들은 양장본인데 개인적으로는 반양장본을 좋아해서 더 반갑다. 8권인 [ 열녀전]이 7월에 출간되었고, 첫 책인 [정관정요]가 2010년 3월에 출간되었으니 내년 초 쯤에는 새로운 책이 출간될 것으로 기대해도 좋을까? [주역]이 나와도 좋을 것 같다. 그러고보니 [장자]도 아직이구나!
사람이 숨을 쉰다는 것은 무엇일까? 공기가 통하는 그런 물리적 의미 보다는 말이 통하고 마음이 통하게 되는 것, 그게 숨을 쉰다는 의미가 아닐까? 숨 같이 쉴 사람 만나는 거, 쉽지 않다. 그러기에 책이 있는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