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는 늘 내가 가장 익숙했다. 낯선 이에게 손을 내밀기 보다는 나와 닮은 사람이 내밀어주는 손을 잡는 편이 훨씬 쉬웠다. 내 안에서 일어나는 일에 가장 관심이 많았고, 내가 상처받지 않는 일이 가장 중요했다. 걱정이 쓸데없이 많았던 아이여서 관계 속에서 행복을 찾기 힘들었다. 그런 이유로 지금껏 내게는 늘 내가 가장 익숙하고 사랑스러웠다. 그런데 그토록 오래 익숙했던 나인데 요즘 내가 낯설다. 용기가 필요하지만 낯선 이의 손을 잡기도 한다. 당연히 손을 내밀어야 하는 자들이 손을 내밀지 않아 자신만이 우주였던 사람조차 그 우주를 벗어나 타인에게 손을 내밀어야만 하는 그런 세상이니까. ‘눈먼 자’들의 세상이니까.

 

 

남을 위해 울기도 했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사고가 일어나고 얼마간은 참을 수 없어서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내게 꺼내어 쓸 수 있는 덕목이 많았다면 좋았을 텐데, 내겐 용기도 정의감도 없었다. 쓸데없는 눈물만 흘리는 내가 더 이상 익숙하지도 사랑스럽지도 않았다. 부끄러웠다. 알랭 드 보통은 [뉴스의 시대]에서 재난 뉴스에 대해 쓰면서 ‘균형 잡힌 삶을 위해서는 내면과 외부의 관심사를 절묘하게 혼합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뉴스가 늘 우리 앞에 갖다놓고자 애쓰는 슬픔과 고통을 명확히 인식하는 한편, 거기에 고착되지 않도록 해야 하다.(236쪽)’고 말했지만 그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았다. 그 둘은 각각 왔다. 어떤 날은 나의 책임을 회피하느라 어떤 날은 그들의 구체적 삶에 깊이 다가가느라 혼란스러웠다. 그 혼란스러움과 그보다 더 큰 비겁함 때문에  [눈먼 자들의 국가]를 사놓고도 이내 읽을 수가 없었다. 시일이 많이 지나 가슴을 방망이질치는 문장들을 읽고 나서도 여전히 내겐 꺼내어 쓸 수 있는 덕목이 없었지만 일면 생각해 보니 ‘나와 같은 사람도 나름의 저항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노란 리본을 보며 ‘이따위’ 정권을 ‘국가’로 보지 않겠다는 마음을 한 번 씩 백 번을 먹고, 정의로운 집단을 지지하며 후원하고 세월호 참사를 잊어가는 사람들에게 자꾸만 상기시키는 일 따위라도? 김광기가 [이방인의 사회학]에서 ‘우리의 일상생활 세계를 살아가는 인간들이 지닌 ‘자연적 태도’라는 것도 실은 그 생활세계(또는 사회세계)를 살아가는 ‘성원들의 부단한 노력’의 결실‘(76쪽)이라고 말했으니 이런 노력이 부단해지면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지도 않을까?’


박민규 작가는 표제작인 <눈먼 자들의 국가>에서 강력한 바람을 호소했었다.

    바라건대 각하, 지금 당신에겐

 

    저 불쌍한 유가족들을

    구조할 기회가

    아직은

이라고. 그의 바람대로 되었더라면 나는 굳이 낯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각하에겐 점점 더 바랄 것이 없고, 저 불쌍한 유가족들은 자꾸만 침몰되어 간다. 그러니 각하 대신 개인이라도 노력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저항’이라 말하기는 민망하지만 그래도 사람이기에 그까짓 마음이라도 먹는다. 그 마음을 먹는 것도, 홍철기의 말에 따르면 일종의 능력이니까.

공적인, 너무나 공적인 무능력

우리가 지켜본 것은 무능력의 광경이었다. 그것도 집단적이고 총체적인 무능력이었다.(203쪽)


뉴스를 챙겨본다. 연말이 다가오며 세월호 특별법은 우여곡절 끝에 처리가 되었지만 그것이 정부의 능력 향상과는 무관하다는 것은 연이어 터지는 많은 문제들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 그 문제들마저 보도하는 기관에 따라 비중의 차이가 있어 어떤 채널에서는 집중 보도의 형식으로 다른 채널에서는 여러 뉴스들 중의 하나로 지나가 버린다. 그리고 안 보던 사람이 봐서 그런 건지 원래 우리나라의 정치 뉴스가 그런 건지 뉴스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명확히 무엇인지를 잘 모르겠다. 그저 쇼핑몰의 상품들을 나열하는 것만 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처음엔 다양한 전문가들이 나와 하는 소리에 집중하다가도 이내 산만해져 버린다. 질 나쁜 물건을 말만 그럴 듯하게 하여 좋은 물건인 양 비싸게 팔아먹으려는 느낌을 받는 곳도 있다. 알랭 드 보통은 [뉴스의 시대]에서 ‘뉴스가 제공하는 국가에 대한 소식들이 국가 그 자체는 아니(52쪽)’라고 했지만 어느 곳에선 그들의 판단을 진실인 양 받아들이겠기에 마음이 불안해진다. 그것은 그저 하나의 판단일 뿐이다. 국민이 이 점을 간과할 때 누군가는 이 점을 교묘히 이용하는 것이 흔한 일이니 만큼 뉴스를 보더라도 정신 똑바로 차리고 봐야 할 일이다. 또한 그가 ‘구성원들이 서로에게 품격 있는 관심을 갖는 것(212쪽)’이라며 셀러브리티 뉴스에 대해 정리한 글은 비단 셀러브리티 뉴스뿐만 아니라 사회적 모든 관계를 위해서도 새겨들을 말이다. 정부도 뉴스도 국민도 서로에게 품격 있는 관심을 갖는 나라는 아름다울 테니까.

 

 

오로지 자신의 내면에 갇혀있던 사람이 작은 걸음이지만 외부를 향해 눈을 돌린다는 것은 다시 말해 자기 자신을 낯설게 만들어 궁극적으로는 자신의 위치와 가치를 찾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겨우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고 뉴스를 챙겨보는 일 따위를 하면서 거대한 의미를 갖다 붙이는 느낌이 들어 민망하지만 김광기가 [이방인의 사회학]에서 ‘영원한 이방인이 되는 것, 하이데거가 말한 "이상한" 자가 되는 것, '실향성(낯섬)'을 담지한 자가 되는 것, 그리고 우리의 고향을 부단히 찾고 기다리며 그리워하는 것은 바로 본연의 나의 모습을 찾는 유일한 길이다’(417쪽)는 말에 기대본다. 요즘 나도 모르게 아이에게 “행복하냐?”는 질문을 던지곤 하는데 나 때문에 누군가가 행복하다는 말이 그렇게 듣기 좋다. 결국 자꾸만 물어 아이가 “행복하다는데 왜 자꾸 물어?”라며 나를 멋쩍게 하지만 내가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 준다는 사실은 결국 나 자신의 행복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그 가치를 너무 늦게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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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땅 노래 그림책 똑똑별 그림책 1
김성은 지음, 김규택 그림, 박승규 감수 / 나는별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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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 아이라 그런가 어릴 적부터 기차를 좋아하더니 자연스레 우리땅에 대한 관심이 높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도 좋아해 이곳 저곳을 다니다보니 자연스레 우리땅에 대한 감각도 생기는 것 같다. 그런 아이에게 노래를 통해 우리땅에 대한 지식을 알려주니 더욱 흥미를 갖는다. 마침 이 책을 슬쩍 보시던 할머니께서 이 책이 재밌다며 아이에게 불러주니 아이와의 친밀감이 더 늘어났다.

 

   노래에 익숙해질 즈음 아이와 지도를 보며 서로 가본 곳을 표시하기로 했다. 아이가 먼저 칠하고 나서 그 외에 엄마가 가 본 곳을 칠하자니 아이가 놀란다. "엄마, 해남 가봤어?", "순천도 갔었어? 언제?" 이야기가 풍성해지는 순간이다.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책에 나온 것처럼 퀴즈를 내어 보기로 했다. 아이 하나, 엄마 하나 이렇게 번갈아가며 문제를 내고 퀴즈를 맞히는 것이 종이에 쓴 것보다 계속 늘어났다. 말이 되고 안되고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우리는 내내 깔깔거렸다.

 

 

 

 

그리고 끝말잇기 놀이에서도 우리는 책에 만족하지 않고 한 가지 더 만들어 놀았다. 마침 '성'으로 끝나는 땅이 많아 다행이었다. 아이가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그러면서 고성이 경남과 강원도에 두 군데나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재밌게 '또, 고성'이라고 하는 걸 보니 함께 하면서도 재미가 있었다.

 

 

 

 

 

노래를 엄마가 한 번 다 불러주고 나니 자기도 해 보겠다며 한참을 하더니 목이 아프다며 귤을 먹으면서 부르는데 음은 살짝 안드로메다로 갔지만 나름 가요톱텐처럼 BEST8을 꼽아보았다. 사진을 찍는 와중에도 노래 연습에 이러다 가수된다고 하려나 싶을 정도이다^^

 

 

 

1위로 꼽은 '오징어가 나란히 나란히'는 자기가 가사를 막 바꿔부르더니 정말 재밌다고 난리다. 가령 이런 식이다. '춘천에는 닭갈비가 나란히 나란히 나란히' 그러면서 자기가 먹은 빨간 닭갈비가 오징어처럼 매달려 있는 장면을 떠올리며 깔깔 거리는 것이다. 한참을 웃더니 아이가 지도를 다시 펴더니 가보지 못한 곳을 가보고 싶다고 말한다. 특히 해남에 대한 열망이 크다. 대전도 꼭 가보고 싶은 곳이라고 한다. 늘 가던 곳만 가는구나 싶은 마음도 들어 내년엔 즐겁게 노래 부르며 방방곡곡 더 많이 다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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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동생에게 책 세권이 담긴 장바구니 사진을 보냈더니 책을 잘 모르는 동생이 검색을 해서 세 권을 확인하는 사진을 답해왔다. 그리고 어제 택배가 왔다.

 

[그림책 상상 그림책 여행]은 이미 읽었던 터라 앞으로 두고두고 참고하면 좋겠고, [인간의 문제]는 호불호가 갈리는 것 같지만 그래도 내겐 로맹 가리 오빠니까! 산문이라고 하니 특히 기대가 된다. [최초의 인간]은 사실 카뮈의 작품이라서가 아니라 호세 무뇨스의 그림을 이전 [이방인]에서 보고 홀딱 반해서 갖고 싶어졌다. 카뮈 보다 무뇨스의 역할이 컸다.

 

 

 

 

 

 

 

 

 

 

 

 

 

 

 

오전엔 도서관에 책을 반납하러 갔다. 바로 요가를 가야하기에 얼른 반납만 하고 오려고 했는데 어느 새 자리잡고 앉아버렸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집에서는 요가를 간 줄 알테니 요가 끝날 시간까지 간만에 맘 편하게 서가를 탐색해보기로 했다. 그리곤 이 책들을 골라 읽기도 하고 빌리기도 했다. 그중에 펼쳐진 저 책, 도서정가제 개정 전에 사야지 했다가 놓쳐버린 신형철의 [몰락의 에티카]. 혹시라도 내 취향에 안맞을까 고민하다가 못샀는데 프롤로그부터 장난 아니게 나를 쥐락펴락 한다.

 

어떡하지,,,, 자꾸 밑줄 긋고 싶어져....얼른 덮었다. 그리곤 후다닥 네 권의 책을 빌려왔다.  버트런드 러셀의 책은 다락방님의 책을 읽다가 [게으름에 대한 찬양]을 읽으려고 했는데 누가 낙서를 잔뜩 해놨길래 대신 이 책으로 빌렸다. 두껍지만 잘 읽힐 것 같다. 기대가 된다. 그리고 김행숙의 [에코의 초상]은 첫 시부터가 인상적이다.

 

인간의 시간

 

우리를 밟으면 사랑에 빠지리

물결처럼

 

우리는 깊고

부서지기 쉬운

 

시간은 언제나 한가운데처럼

 

 

EBS다큐책 [멸종]은 원래는 내 관심 분야가 아닌데 요즘 자꾸만 자연과 우주에 대한 흥미가 생긴다. 다행히 쉽게 쓰여진 것 같아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나중에 다큐와 함께 보아도 좋겠다.  그리고 원래는 [단테의 신곡 강의]를 빌리려고 했는데, 가서 확인해 보니 내가 원하는 스타일이 아니고 도리어 [쉽게 풀어쓴 단테의 신곡 지옥편]이 내가 찾던 해설에 가까워 빌렸다.  근데 왜 지옥편만 있는거람?? 어쨌든 지금은 지옥편을 읽는 중이니까 도움 좀 받아야겠다.

 

 

 

 

 

 

 

 

 

 

 

 

 

그리곤 아는 선생님께 문자를 보냈다. 작년에 1학년을 담임하셨던 분이시라 혹시 작년에 쓰고 남은 문제집 있으시면 버리지 말고 나 달라고. 교육과정이 바뀌면서 휴직을 하게 되어 도대체 교과서가 어떻게 되는지 일반 엄마들보다 더 모른다. 사실 엄마들의 정보력은 직장맘은 범접할 수 없으므로.  그중에 가장 궁금한 것은 스토리수학! 동네 엄마 말로는 가르치는 선생님이 50대가 넘으셨는데 교과서가 바뀐들 뭐가 그리 달라지겠어? 끄덕끄덕....부정할 수 없었다^^;;; 그래도 스토리 수학은 내가 오래전부터 궁금했던 분야라 관심을 갖게 된다. 수학 굉장히 좋아한 사람으로서 그게 아이들의 사랑을 못받는게 넘 안타까웠다. 그래서 이야기랑 같이 하면 진짜 재밌겠기에 그쪽에 쭉 관심을 가졌지만 핑계가 많아서 닥쳐야 관심을 갖는다....^^;; 근데 왜 책검색하니 메이플만화만 잔뜩 뜨냐? 내가 원하는 건 그런게 아닌데... 에잇 모르겠다. 학교 가면 알겠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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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하고부터 나는 '자기만의'에 굶주려 있다. 그 증상의 첫번째로 버지니아울프의 '자기만의 방'을 모으고 있으며, 책 제목에 '자기만의'가 들어가면 너무 소중하게 여겨진다. 레오리오니의 '자기만의 색깔'은 우리말로는 '제 각기 자기 색깔'이나 '저마다 제 색깔'로 번역되어 있지만 먼저 만나본 것이 원서 그림책인지라 나는 그 제목보다는 '자기만의 색깔'이라고 부르는 것을 더 좋아한다.

 

 

 

 

 

 

 

 

 

 

늘 가던 카페가 아니라 좀더 가까운 다른 카페로 가보았다. 훨씬 사람이 적고 의자가 편안했지만 화장실이 바깥에 있고 전에 가던 곳과는 달리 혼자 오는 손님보다는 여럿이 둘씩 오는 손님이 많았다. 사전을 펼쳐놓고 포스트잇에 끼적이는 것을 보아서일까 어찌됐건 내 근방에는 사람이 없었다. 나오는 길에 보니 볕이 좋은 자리가 있던데 다음엔 그곳에 앉아봐야겠다.

 

 

 

 

오늘도 역시 두 권의 그림책을 가져갔다. 한 권은 위에서 언급한 레오리오니의 'A color of his own'이고 다른 한 권은 하이드룬 보딘의 'In the beetle land'인데 책장을 펴고는 좀 머쓱한 것이 글자가 너무 적어서 굳이 내가 이렇게 롱맨 사전을 펴놓고 읽을 필요까지는 없었기에 주위를 두리번 두리번! 그렇다고 또 막 원활한 것은 아니니 의미 없지는 않다. 덕분에 '찰리와 초콜릿 공장'은 두 챕터나 읽을 수 있었으니까,,,, 그나저나 찰리는 언제 골든 티켓을 찾는담?? 다음 장이 'Miracle'이니 다음 번엔 찾겠다 싶다.

 

<A color of his own>

지난 주말 국립서울과학관에 들렀다. 체험 중에 카멜레온 색깔 바꾸는 곳이 있었는데 그것을 보니 딱 이 책이 떠올랐다. 언제나 주변환경에 의해 색이 변하기에 자기만의 색깔이 없다고 생각하는 카멜레온 한 마리. 한 군데에 머물면 영원히 하나의 색을 가질 거라 기대하곤 나뭇잎 위에서 평생을 보낼 생각을 하지만 미처 나뭇잎은 계절에 따라 색을 달리 한다는 것을 몰랐던 터이다. 그러다 또다른 카멜레온을 만나 함께 있으면서 늘 서로가 비슷한 색깔을 유지하며 '자기들만의 색깔'을 갖기로한 그들의 모습이 예뻐보인다. 어쩔 수 없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대로 두고 생각을 바꾼 모습이 괜히 대견해보인다. 나보단 어리겠지 뭐^^

 

"Won't we ever have a color

 of our own?" he asked.

 

 

"I'm afraid not," said the other chameleon

who was older and wiser.

"But," he added,

"Why don't we stay together?

 

 

We will still change color

wherever we go,

but you and I

will always be alike."

 

 

 

heather

- 보랏빛 꽃이 피는 허브의 일종, 학명은 칼루나.

 

 

 

polka dot  물방울 무늬

 

 

 

<In the beetle land>

 

 

 처음 그림책을 영어로 읽어봐야겠다 싶었을 때 단행본으로 하나씩 사려니 가격부담도 되고 너무 방대해서 구입했던 세트이다. 글밥이 긴 것도 있고 이 책처럼 아주 간략한 것도 있다. 좀 아이러니하다면 작가 이름으로 봤을 땐 독일 그림책 같은데 이걸 한글도 아닌 영문으로 읽어다는 점^^

 

 

작가가 국내에 잘 알려지지는 않았고 현재 유통되는 그림책은 없지만 절판된 책을 보니 아무래도 동물 그중에서도 딱정벌레를 사랑하는 작가인가 보다. 네오키드 픽처북은 맨 뒷장에 글밥만 번역한 페이지를 할애하는데 책에서는 딱정벌레 대신 풍뎅이라고 번역했지만 난 딱정벌레가 좋아서 그냥 딱정벌레라고 하련다. 어쨌든,

 

딱정벌레 나라에는 다양한 모양의 딱정벌레들이 산다. 먼곳에서 손 흔드는 발이 큰 딱정벌레, 고깔 모양의 모자를 쓴 딱정벌레, 손모양의 나뭇잎을 먹는 딱정벌레, 머리에 냄비를 쓴 딱정벌레, 왕처럼 보이는 딱정벌레, 인디언 딱정벌레, 밤에만 볼 수 있는 딱정벌레, 구스테 아줌마와 하인츠 아저씨 딱정벌레 등등. 모양과 이름을 표현하는 문장들가 선명한 색감이 특징인 책이다. 딱정벌레를 좋아하는 아이들이라면 계속 읽어달라고 하지 않을까?

 

 

 

 

 

muck 거름

 

crawl 기어가다

 

 

문득 사전을 쳐다보니 참 깨끗하다. 1997년에 산 사전인가 본데 내가 그만큼 깨끗하게 본 것인지, 안 본 것인지....근래 10년은 안 본것이 확실하다만. 그래도 롱맨영영한사전은 나 죽을 때까지 쓸란다. 맘에 들어! 가격은 약 1.5배 상승하였고 디자인도 바뀌었지만 너도 좋을거야!! 믿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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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공감, 사람을 읽다 - 다락방의 책장에서 만난 우리들의 이야기
이유경 지음 / 다시봄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간만에 우편함에서 고지서가 아닌 편지를 받았다. 우린 그렇게 편지를 주고 받는다. 요즘 사람치고는 자주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곤 한다. 사람들은 그런 나를 굉장히 따뜻한 사람이라 생각하지만 난 그저 편지 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일 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편지가 쓰고 싶어졌다. 그건 단순히 편지 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의 행동이 아니라 마음이 따뜻해진 사람으로서 취할 수 있는 반응이었다. 누구에게 쓰지? 글쎄, 누구에게 썼을까?

 

이미 유명해진 소설가, 문학 평론가 및 어느 방면으로 아무튼 유명인이 된 많은 사람들이 책에 관한 책을 쓴다. 그들의 책조차도 사실 개성이 드러나지 않고 도리어 작가에 대한 실망감이 드는 경우도 있다. 왠지 책을 위해 글을 쓴 느낌이 들기도 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알라딘 서재에서는 이미 유명하지만 일반인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다락방님은 그저 숨쉬듯 자판으로 생각과 마음을 꾸준히 입력해왔다. 사실 그것이 웹페이지로 읽힐 때에는 정제되지 않은 그의 날것을 취하는 매력이 있지만 이렇게 책으로 꾸려진 것을 읽자하니 맛있는 요리를 먹은 듯 하다. 어찌됐든 이 책은 글을 위한 책이지, 책을 위한 글은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블로거들의 책은 다 그런 형식이지 않겠는가? 그렇다고 다 맛있지는 않은 것, 도대체 매력이 뭐지? 이런 생각, 하면서 읽었다.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을 선물했을 때, 그 책을 읽고 난 상대가 내게 했던 말이 불쑥 떠오른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이런 책을 좋아하는 네가 나쁜 사람일 리 없다."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선물한다는 것은 나의 내밀한 마음을 조금이나 드러낸다는 뜻인 것 같다. (26쪽)

 

책에 관한 책이지만 사실 책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작가 자신에 대한 이야기가 훨씬 많다. 그 점이 이 책을 특별하게 만드는 지점이기도 하고, 덕분에 이 책이 아닌 이 책을 쓴 사람에 대한 공감을 많이 하게 되었다. 책에 관한 책의 목적 중의 하나가 소개한 책을 함께 읽도록 하는 계기를 마련해준다는 것이며 그러한 책을 선택한 독자의 경우에도 그 목적을 가지고 책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이 책을 읽고 나도 몇 권의 위시리스트를 만들어두었다. 그런데 그것보다 우월하게 저자의 책을 한 권 더 읽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예쁜 옷을 입고 왔는데 아무도 예쁘다고 해주지 않아 서운했고, 족발과 잠을 모두 원해 족발 먹고 바로 잠이 들어 아침에 얼굴이 말이 아니라는 솔직한 그녀의 일상은 알라딘 서재에서 더 많이 접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에 버무려진 맛이 더 좋다. 어쨌든 다음 책을 읽고 싶다고! 어쩌면 소설을 기대하는 것도 나쁘진 않겠다.

 

나는 어릴 때부터 소설가가 되기를 꿈꿨따. 소설을 쓰며 먹고살기를 꿈꿨다기보다는 근사한 소설 한 편을 세상에 내놓는 것으로 만족하는 '소설을 썼던' 사람이기를 희망했다. 대단한 문학상을 받아 인정받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야기로 그리고 이야기를 구성하는 문장들로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읽는 베스트셀러가 되지는 못해도, 읽은 사람이라면 사랑할 수밖에 없는 그런 책을 쓰고 싶었다. 그러나 그건 내가 나 자신을 몰랐기 때문에 가졌던 꿈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58쪽)

 

이 글과는 달리 속으로는 여전히 소설을 쓰고 싶어할 것 같다. 이 책에서 간간히 나오는 상상씬에서 나는 간만에 마음이 말랑말랑해졌으니 소설이 기대가 된다. 하지만 기대할 수 없는 것 한 가지도 있다. 바로 그녀의 결혼! 결혼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글을 읽을 때면 그녀의 행복 따위는 생각지도 않은 채 뜯어 말리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 결혼은 나름의 장단점이 있고 '해도 후회 안해도 후회'라는 말이 격언처럼 전해져 오지만 '사랑'에 관해서만큼은 단조롭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 자연 소설 속에서 느끼는 공감이 지금처럼 펄떡이지는 않을 것이기에 다음 책을 위해서라도 그러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나만 해도 미혼 남녀의 사랑 소설에는 크게 관심이 생기지 않고, 유부녀의 외도라던가 남편을 잃은 여인의 슬픈 사랑에만 공감이 가니 말이다. 극히 개인적인 경향일 수는 있으나 삶이 그닥 다르진 않을 거다. 같은 작가를 좋아하고 그 작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꼭 남편일 필요는 없어요, 아마 결혼을 하게 되면 그 작가를 싫어하게 될 수도 있어요, 남편이 좋아하는 작가라는 이유로. 극단적이지만 그럴 수도! 그러니 당신, 이런 글을 쓰기 위해서라도 사랑의 감정을 계속 느끼면 좋겠어요!

 

마무리가 결혼 반대로 끝나버려 머쓱하지만 하고 싶은 말은 그거다. "이런 글을 쓰는 당신이 나쁜 사람일 리 없다." 그리고 "당신 글, 좋아요." "좋아요."는 이런 때 쓰라고 있는 것인데 '좋아요'가 남발되고 있다며 삼천포로 빠지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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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09 07: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14-12-09 0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재미있게,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지요.
저는, 거의 빼먹지 않고 다락방님 페이퍼를 읽은 건 같은데, 알고 보니 제가 알라딘 들어온지 얼마 안 되었더라구요. 책으로 묶여지니 더 새롭게 느껴지는 것도 많았구요.

저도 다락방님 소설을 기다리는 사람 중의 한 사람입니다. 그렇게혜윰님 리뷰 덕분에, 그 마음이 더 애절해지네요. 잘 읽고 가요*^^*

그렇게혜윰 2014-12-09 12:08   좋아요 0 | URL
사실 글 따라 가느라 소개해주신 소설은 나중에 다시 확인했네요. 그만큼 글이 매력적이라는. 정말 농약같은 가시내 아니 다락방님입니다 그려 ㅋㅋ

건수하 2021-12-09 15: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즘 읽는 책인데, 혜윰님 리뷰 보니 반갑습니다~ :)

그렇게혜윰 2021-12-09 15:28   좋아요 0 | URL
7년 빨랐다며 뿌듯 ㅋㅋㅋ

독서괭 2021-12-09 15: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정도면 북플베스트 아닌가요? 저도 오늘 몇꼭지 읽었습니다. 멋진 리뷰에 엄지척이요!!👍👍👍

그렇게혜윰 2021-12-09 15:42   좋아요 0 | URL
북플이 저 때 없지 않았나 싶기도 해요 ㅋㅋ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