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공감, 사람을 읽다 - 다락방의 책장에서 만난 우리들의 이야기
이유경 지음 / 다시봄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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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우편함에서 고지서가 아닌 편지를 받았다. 우린 그렇게 편지를 주고 받는다. 요즘 사람치고는 자주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곤 한다. 사람들은 그런 나를 굉장히 따뜻한 사람이라 생각하지만 난 그저 편지 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일 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편지가 쓰고 싶어졌다. 그건 단순히 편지 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의 행동이 아니라 마음이 따뜻해진 사람으로서 취할 수 있는 반응이었다. 누구에게 쓰지? 글쎄, 누구에게 썼을까?

 

이미 유명해진 소설가, 문학 평론가 및 어느 방면으로 아무튼 유명인이 된 많은 사람들이 책에 관한 책을 쓴다. 그들의 책조차도 사실 개성이 드러나지 않고 도리어 작가에 대한 실망감이 드는 경우도 있다. 왠지 책을 위해 글을 쓴 느낌이 들기도 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알라딘 서재에서는 이미 유명하지만 일반인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다락방님은 그저 숨쉬듯 자판으로 생각과 마음을 꾸준히 입력해왔다. 사실 그것이 웹페이지로 읽힐 때에는 정제되지 않은 그의 날것을 취하는 매력이 있지만 이렇게 책으로 꾸려진 것을 읽자하니 맛있는 요리를 먹은 듯 하다. 어찌됐든 이 책은 글을 위한 책이지, 책을 위한 글은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블로거들의 책은 다 그런 형식이지 않겠는가? 그렇다고 다 맛있지는 않은 것, 도대체 매력이 뭐지? 이런 생각, 하면서 읽었다.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을 선물했을 때, 그 책을 읽고 난 상대가 내게 했던 말이 불쑥 떠오른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이런 책을 좋아하는 네가 나쁜 사람일 리 없다."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선물한다는 것은 나의 내밀한 마음을 조금이나 드러낸다는 뜻인 것 같다. (26쪽)

 

책에 관한 책이지만 사실 책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작가 자신에 대한 이야기가 훨씬 많다. 그 점이 이 책을 특별하게 만드는 지점이기도 하고, 덕분에 이 책이 아닌 이 책을 쓴 사람에 대한 공감을 많이 하게 되었다. 책에 관한 책의 목적 중의 하나가 소개한 책을 함께 읽도록 하는 계기를 마련해준다는 것이며 그러한 책을 선택한 독자의 경우에도 그 목적을 가지고 책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이 책을 읽고 나도 몇 권의 위시리스트를 만들어두었다. 그런데 그것보다 우월하게 저자의 책을 한 권 더 읽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예쁜 옷을 입고 왔는데 아무도 예쁘다고 해주지 않아 서운했고, 족발과 잠을 모두 원해 족발 먹고 바로 잠이 들어 아침에 얼굴이 말이 아니라는 솔직한 그녀의 일상은 알라딘 서재에서 더 많이 접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에 버무려진 맛이 더 좋다. 어쨌든 다음 책을 읽고 싶다고! 어쩌면 소설을 기대하는 것도 나쁘진 않겠다.

 

나는 어릴 때부터 소설가가 되기를 꿈꿨따. 소설을 쓰며 먹고살기를 꿈꿨다기보다는 근사한 소설 한 편을 세상에 내놓는 것으로 만족하는 '소설을 썼던' 사람이기를 희망했다. 대단한 문학상을 받아 인정받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야기로 그리고 이야기를 구성하는 문장들로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읽는 베스트셀러가 되지는 못해도, 읽은 사람이라면 사랑할 수밖에 없는 그런 책을 쓰고 싶었다. 그러나 그건 내가 나 자신을 몰랐기 때문에 가졌던 꿈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58쪽)

 

이 글과는 달리 속으로는 여전히 소설을 쓰고 싶어할 것 같다. 이 책에서 간간히 나오는 상상씬에서 나는 간만에 마음이 말랑말랑해졌으니 소설이 기대가 된다. 하지만 기대할 수 없는 것 한 가지도 있다. 바로 그녀의 결혼! 결혼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글을 읽을 때면 그녀의 행복 따위는 생각지도 않은 채 뜯어 말리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 결혼은 나름의 장단점이 있고 '해도 후회 안해도 후회'라는 말이 격언처럼 전해져 오지만 '사랑'에 관해서만큼은 단조롭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 자연 소설 속에서 느끼는 공감이 지금처럼 펄떡이지는 않을 것이기에 다음 책을 위해서라도 그러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나만 해도 미혼 남녀의 사랑 소설에는 크게 관심이 생기지 않고, 유부녀의 외도라던가 남편을 잃은 여인의 슬픈 사랑에만 공감이 가니 말이다. 극히 개인적인 경향일 수는 있으나 삶이 그닥 다르진 않을 거다. 같은 작가를 좋아하고 그 작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꼭 남편일 필요는 없어요, 아마 결혼을 하게 되면 그 작가를 싫어하게 될 수도 있어요, 남편이 좋아하는 작가라는 이유로. 극단적이지만 그럴 수도! 그러니 당신, 이런 글을 쓰기 위해서라도 사랑의 감정을 계속 느끼면 좋겠어요!

 

마무리가 결혼 반대로 끝나버려 머쓱하지만 하고 싶은 말은 그거다. "이런 글을 쓰는 당신이 나쁜 사람일 리 없다." 그리고 "당신 글, 좋아요." "좋아요."는 이런 때 쓰라고 있는 것인데 '좋아요'가 남발되고 있다며 삼천포로 빠지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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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09 07: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14-12-09 0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재미있게,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지요.
저는, 거의 빼먹지 않고 다락방님 페이퍼를 읽은 건 같은데, 알고 보니 제가 알라딘 들어온지 얼마 안 되었더라구요. 책으로 묶여지니 더 새롭게 느껴지는 것도 많았구요.

저도 다락방님 소설을 기다리는 사람 중의 한 사람입니다. 그렇게혜윰님 리뷰 덕분에, 그 마음이 더 애절해지네요. 잘 읽고 가요*^^*

그렇게혜윰 2014-12-09 12:08   좋아요 0 | URL
사실 글 따라 가느라 소개해주신 소설은 나중에 다시 확인했네요. 그만큼 글이 매력적이라는. 정말 농약같은 가시내 아니 다락방님입니다 그려 ㅋㅋ

건수하 2021-12-09 15: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즘 읽는 책인데, 혜윰님 리뷰 보니 반갑습니다~ :)

그렇게혜윰 2021-12-09 15:28   좋아요 0 | URL
7년 빨랐다며 뿌듯 ㅋㅋㅋ

독서괭 2021-12-09 15: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정도면 북플베스트 아닌가요? 저도 오늘 몇꼭지 읽었습니다. 멋진 리뷰에 엄지척이요!!👍👍👍

그렇게혜윰 2021-12-09 15:42   좋아요 0 | URL
북플이 저 때 없지 않았나 싶기도 해요 ㅋㅋ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