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렌체의 빛나는 순간 - 르네상스를 만든 상인들
성제환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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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립 도서관에서 문화강좌로 '르네상스 미술'을 듣던 참이었다.  이탈리아를 벗어나 북유럽의 르네상스 미술까지를 듣고 있던 중에 도서관 서가에 꽂힌 이 책을 보았고 당연한 듯 뽑아들었ㄷ. [피렌체의 빛나는 순간]이라는 제목 곁에 부제인 '르네상스를 만든 상인들'가 보였고 망각 곡선이 아직 적용되기 전인 나의 기억은 어렵지 않게 메디치 가를 떠올렸다. 읽어보자, 고 마음 먹은 것은 거기에서 오는 자신감이었다.

 

내가 배운 르네상스의 미술은 철저히 화가와 미술작품 위주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원자의 존재는 그 시대의 미술에서 가벼이 다루어질 수 없었다.  그림은 화가가 그렸으되, 그 그림의 시작과 내용은 후원자의 요구에 의해 이루어지는 게 그 당시의 일반적인 예술 활동이었다. 물론 그 그림은 돈으로 지불되는 바 작품의 소유권자는 그 후원자들이었으니 지금은 우리가 지금 레오나르도 다빈치나 미켈란젤로, 보티첼리의 그림이라고 부르지만 숨은 주인들은 바로 그 후원자들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그 후원자들은 당시 상업의 발달로 인해 막강한 부를 가지게 된 상인계층의 사람들이었고 그 가운데 가장 유명한 메디치 가문이 포함되어 있다.

 

[피렌체의 빛나는 순간]은 우리가 르네상스 시기라고 부르는 1300년대 중반부터 1500년대 중반까지 대략 200년 동안 피렌체를 지배한 가문들을 소개하며 당시 힘의 지형을 드러낸 책이다. 묘하게도 이 책은 '피렌체'라는 도시의 역사를 탐구한 역사서이기도 하고, 당시의 '빛나는' 예술 작품을 소개하고 설명하는 예술서이기도 하며 그 '순간'에 대한 막연한 향수와 동경을 갖게 하는 산문집이기도 하다. 이 점이 이 책이 갖는 독특한 매력이기도 하다.

 

중세에서 르네상스로 넘어가는 기점에는 고리대금업자들의 등장이 있었다. 십자군원정으로 인해 피폐해진 수도원들을 재정비하기 위한 교황의 노력도 함께 있었다. 이 두 계층의 사람들이 만나 지금 우리가 감탄하며 볼 수 있는 르네상스의 수도원 미술들이 존재하게 되었다. 수도원을 교황의 의도에 맞게 화려하고품위있는 미술 작품으로 채우는 것은 기존의 귀족계층이 아닌 고리대금업으로 막강한 부를 갖게 된 신흥상인들이었고 그런 상인들에게 교황은 손을 내민다. 상인들은 돈을 지불하는 가문만의 특별한 기도실을 제공받게 되고 각 기도실에는 가문을 상징하는 그림들이 그려지기 시작한다. 그러니 당시의 그림은 보는 것이 아니라 읽는 것이 더 정확하다고 보는 편이 더 옳을 지도 모르겠다.

 

그 중심에 메디치 가문이 있었다. 조반니 디 비치에서 코시모 데 메디치를 거쳐위대한 로렌초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그 이후 다시 교황 레오 10세와 클레멘스 7세에 다시 집권하기까지 르네상스의 절반의 시기를 지배한 가문이다. 메디치 가문 앞에 소개된 스트로치 가문이나 브란가치 가문 그리고 르네상스 후반에 등장한 마키아벨리를 모두 함친 것보다 더 큰 힘과 영향력을 가진 막강한 상인 계층. 이 책의 중심에도 바로 메디치 가문이 있었다.

 

이 책보다 더 넓은 의미의 르네상스 미술사 강좌를 들으면서도 이 메디치 가문에 대한 부분이 2-3강을 걸쳐 나왔을 정도이니 메디치 가문이 르네상스에 미친 영향은 그것의 부정성을 떠나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사실이다.  그들이 플라톤 아카데미를 만들어 인문학적으로 피렌체를 발전시킨 것, 미켈란젤로와 보티첼리 등 역사적인 미술가들에게 기회를 주고 그 아름다운 작품들을 현재에까지 물려준 것은 그들이 지배한 100년에 가까운 시간이 준 긍정적인 결과물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비판의 여지도 상당히 있다.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을 그들에게 권한 이유와 같이 그들이 애당초 표방했던 '시민 공동체'의 모습을 잃어가고 '독재 권력'으로 시민들에게 비춰진 점에 대해서는 분명 권력에 대한 야욕이 있었음을 드러낸다. 지배자의 자리란 원래 그러한 것일까? 견제할 대상이 없는 지배자의 모습은 충분히 그러할 수 있을 것 같다. 문득 오늘 읽은 정약용 시의 한 구절이 생각난다. 그 시를 당시의 로렌초 메디치와 지금 우리의 정치인들에게 바친다.

 

 

 

述志2(술지2)
-丁若鏞(정약용)
내 품은 뜻은


嗟哉我邦人(차재아방인)  아, 우리나라 사람들 애닯아라
辟如處囊中(벽여처낭중)  주머니 속에 처한 듯하도다
三方繞圓海(삼방요원해)  삼면으로 바다에 에워싸여
北方縐高崧(북방추고숭)  북방애는 산맥이 누르고 있도다
四體常拳曲(사체상권곡)  사지를 항상 펴지 못하니
氣志何由充(기지하유충)  기상과 마음을 어찌 채울 수 있을까
聖賢在萬里(성현재만리)  성현은 만 리 먼 곳에 있으니
誰能豁此蒙(수능활차몽)  누가 능히 이 몽매함 밝혀 줄까
擧頭望人間(거두망인간)  고개 들고 온 세상 바라보아도
見鮮情瞳曨(견선정동롱)  보이는 것 드물고 마음만 답답하도다
汲汲爲慕傚(급급위모효)  남의 것 모방하기 급급하고
未暇揀精工(미가간정공)  결점은 미처 정밀히 따지지 못하네
衆愚捧一癡(중우봉일치)  여러 바보들 한 천치를 치켜세워
裾唅令共崇(거함령공숭)  왁자지껄 함께 받들게 된다네.
未若檀君世(미약단군세)  단군 시재보다 못하나니
質朴有古風(질박유고풍)  그 때는 질박하고 고풍이 있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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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커지고 싶어! 베스트 세계 걸작 그림책
조너선 벤틀리 글.그림, 홍연미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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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 작가 꼭꼭!

 

 조너선 벤틀리

영국에서 미술을 공부하고 현재는 호주의 브리즈번에서 살고 있는 그림 작가. 「커리어메일 Courier Mail」 등의 신문에 10년 동안 일러스트를 그려왔으며, 여러 권의 그림책을 출간했다.

 『내 친구 오리』, 『아빠, 코 잘래요!』, 『아빠 뽀뽀』가 출간되었지만 개인적으로는 [나도 커지고 싶어!]로 처음 알게 된 작가이다. 일곱 살 아들이 읽기엔 좀 내용이 어린 느낌이 있어 5세 전의 아이들에게 맞는 책을 그리는 작가인 듯 싶다. ​

 

◐ 내용 꼭꼭!

 

형이 있는 아이들은 누구나 형을 뛰어넘는 '크기'를 가지고 싶어한다. 형보다 키도 크고 싶어하고, 힘도 세어지고 싶어하고, 더 잘 먹고 더 잘 궁리하는 로망이 있지만 그것은 번번히 좌절되곤 한다. 하지만 그 갈망마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짧은 다리, 작은 손, 작은 입을 가진 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런 저런 상상을 하지만 결국 그보다는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의 기쁨을 문득 깨닫게 된다. 

 

 

 

표지의 그림에서 느껴지는 아이와 동물들과의 케미(?)가 그림에서도 잘 드러난 점이 좋았다. 동물들의 큼지막한 다리와 손과 입은 읽는 아이로 하여금 어떤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것도 같았다.

 

하지만 글은 살짝 아쉬움이 들었다. 나라면 <긴 다리로는>, <큰 손으로는>, <커다란 입으로는> 이라는 문구를 추가했을 것 같다. 더 리듬감이 있을 테니까!

 

 

 

 

◐ 마음 꼭꼭!

 

 형을 닮고 싶어하는 아이의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된다. 긴 다리와 큰 손, 큰 입을 가지고 있다면 형을 훨씬 능가하는 힘이 생길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지금 형이 내게 해 주는 것들을 받지 못할 것이다. 더 큰 내가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형과 행복하게 지내는 지금이 더 중요하다는 것, 읽는 아이는 읽으면서 이해받는 느낌과 위안을 받을 것 같다. 다 읽고 나서 지어주는 큰 미소를 보면 알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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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하루 하루 보내는 것이 힘들었던 5월이 지나갔다. 내겐 그것만으로도 숨을 한 번 더 쉴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모든 것이 허망하고 가끔은 뼈마디가 아파왔던 것이 오늘이 6월이라는 것을 인식하는 순간, 살짝 풀어졌다. 그럴 수도 있구나, 이다지도 허약한 것이 인간이구나 싶다.

 

윤지형의 교사 탐구 시리즈가 마지막 책인 [세상의 교사로 살다]를 출간하면서 3권 세트로도 함께 출간되었다.

  1권과 2권이 학교 내부의 교사의 모습을 다룬 것에 반해 3권은 학교 밖의 교사들을 다루었다. 그렇다고 교육에서 떠난 것은 아니고 어쩌면 교육의 본질에 더 가깝게 교육을 하고 있는 교사들의 모습이다. [세상의 교사로 살다]라는 제목이 다소 거창하기도 하고 민망하기도 하지만 '학교 안'에서 그런 교사로 사는 것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는 자각이 생기면 씁쓸해 지는 것이다. 3권을 세트로 함께 만나는 것도 좋겠다. 특히 요즘 좋은 교사에 대한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2002년부터 많은 교사들을 인터뷰해서 정리한 이 책의 무게 만큼은 느낄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진작부터 교육의 문제에 있어 그 해결안으로 교사에게 눈을 돌렸다는 것이니.

 

 

교육의 희망을 묻는다면 
생명의 나무로 서 있는
‘교사’에게 먼저 눈을 돌려야 한다

 

세상에서 가장 불안정한 나라는 어디일까? 시방 우리나라도 그러한 것은 물론이지만 옆나라 일본과 중국도 마찬가지이니 사실 사방이 불안정한 곳이니 질문 자체가 의미 없는 것도 같다. 작년에 소설가 위화의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를 읽고서도 그동안 별 관심이 없었던 중국이라는 나라의 불안정한 모습을 엿볼 수 있었는데 이번에도 소설가, 더구나 젊은 소설가 한한이 중국에 대한 비평책을 내놓아 관심이 간다. 제목부터 흥미롭다. [나의 이상한 나라, 중국]

 

 한한은 1980년대에 태어난 중국의 인기 있는 젊은 소설가로 그동안 써온 소설 역시 사회 고발적 성격이 있고 문화계 전반에 관심이 많은 작가라고 한다. 밀리언셀러 작가라고 하니 그 영향력도 만만치 않은 듯 하다. 어느 순간 베일에 싸인 듯한 중국의 내부 모습이 궁금한 것은 어느 순간 세계의 중심국으로 커가는 중국의 영향력 때문이리라. 영향을 받기엔 우리가 그 나라에 대해 아는 것이 너무나도 공자왈 맹자왈일 뿐이다. 현재의 중국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책이 될 것 같다. 더불어 아마 위화의 책에서 그랬듯이 현재의 우리나라가 많이 떠오를 것도 예상할 수 있으니 읽어볼 만 하겠다. 이상하기로 치자면 중국에 우리나라가 빠질 게 없다....ㅠㅠ

 

 

'** 유산 답사기'는 유홍준 교수의 전매특허인 줄 알았는데 유사 제목들이 간간히 나오는 것을 보면 그 시리즈의 영향력이 크다는 것을 반증한다. 하지만 대개는 아류를 벗어나지 못할 텐데 이번에 출간된 '역사로 여는 과학문화유산답사기' 는 기획이 괜찮아 보이고 이대로 3권, 4권 등등 진행이 된다면 의미 있는 또 하나의 답사 시리즈가 될 것 같다. 1편은 '조선 왕릉' 편으로 동구릉에 인접하여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지대한 관심이 생긴다. 또한 2편은 '전통 마을 1'이고 예상컨대 조만간 '전통 마을 2'가 나올 것으로 기대되는데 지방에 놀러가면 민속마을에 놀러가는 것을 즐기는 사람으로서 역시 그곳에 숨은 과학은 무엇일지 궁금해진다. 독자로서 희망이 있다면 '탑'을 빼놓지 말기를 바란다. '궁'이나 '절'은 분명 포함될테니 말이다. 역사 속 과학작들의 본가를 답사하는 코스도 있으면 좋겠다. 생각해보니 주제가 무궁무진하다. 기획자가 천재인 듯^^

 

 

 

 

 

 

 

 

 

 

 

 

 

 

요즘 서양미술사를 배우면서 서양사, 특히 유럽사에 대하여 많은 궁금증이 생긴다. 곰브리치 세계사를 읽었지만 너무 많은 양을 다루다보니 궁금증이 해소되긴 어려웠다. 신간에 유럽 역사 책 있기를 바랐지만 없어서 아쉽다는 말로 2014년 5월 출간 인문 서적에 대한 관심을 접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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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그림자는 월요일
김중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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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지금 내가 공항에 있다면 서점에 들어가 [당신의 그림자는 월요일]을 살 것이다. 구동치가 그랬던 것처럼 대기실에서는 읽지 않은 채 기내에서 이 책을 읽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대기실에서 읽지 않은 이유는 구동치처럼 환불하고 싶어질까를 염려해서가 아니라 읽는 흐름이 끊기는 것이 싫어질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과장을 하자면 그러다 비행기를 못탈지도 모르니까^^

 

김중혁의 단편들을 좋아했다. 아니 어쩌면 김중혁이라는 사람의 목소리를 더 좋아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의 장편들에게 느껴지는 목소리는 내가 기대하던 목소리와 달라 썩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 장편 소설 [당신의 그림자는 월요일]을 읽으면서 구동치를 만날 때마다 김중혁 작가를 떠올렸고, 그런 구동치의 모습은 소설이 끝날 때까지 달라지지 않았다. 작가의 많은 부분이 들어간 인물이 아닐까 싶었다. 어쩌면 작가가 가진 남성상에 대한 환상까지도 다 포함된 피조물이 바로 탐정 구동치이다.

 

탐정 구동치가 주인공이고 사건 의뢰를 통해 진행되는 스토리가 있으니 이 소설을 '탐정소설'이라고 부르면 될까?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그것으로는 뭔가 부족하다. 얼마 전 읽었던 레이먼드 챈들러의 [기나긴 이별]을 단지 탐정 소설이라고 부를 수만은 없는 이유와 마찬가지이다. 물론 구동치와 필립 말로는 많이 다르다. 필립 말로는 그야말로 냉철하고 건조하지만 구동치는 냉철한 척 하지만 맘이 여린 남자이다. 정소윤의 눈물에 대응하는 모습만 보아도 그렇다. 두 작품이 그저 탐정 소설이라고 국한되어 불리기엔 문장이 참 좋다.  [당신의 그림자는 월요일]은 '빨간 책방'에서 호평받은 바 있듯이 대사도 인상적이지만 불쑥불쑥 설명하는 글에서 작가의 잽이 훅 들어왔다가 훅 나간다.

 

구동치가 테니스를 배우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나를 고쳐서 상대방을 이길 수 있다는 것이다. 상대방을 때리거나 물어뜯거나 비난하지 않고 자신의 밸런스를 유지하는 것만으로 승리를 쟁취할 수 있었다. (61-62쪽)

 

새로운 걸 쓰려면 계속 지워야 해요. 그렇게 지우고 지우다 마지막에 남는 것들, 그런 것들이 살아남을 가치가 있는 것들입니다. (81쪽)

 

살아 있으면서 더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으려는 마음이 삶을 붙잡으려는 손짓이라면, 죽구 난 후에 좋은 사람으로 남아 있으려는 마음은, 어쩌면 삶을 더 세게 거머쥐려는 추한 욕망일 수도 있었다. (328쪽)

 

외한내온(外寒內溫)의 탐정 구동치의 모습이 왠지 다른 사건과 함께 짜잔 하고 나타날 것만 같은데 작가는 그럴 계획이 없다고 한다. 아쉽지만 그것은 작가가 선택할 몫이니 왈가왈부할 것이 못된다. 다만 이리 탐정이 우리 영화에서 자주 그려진 형사의 모습을 하고 있어 한 작품에서 사라져도 딱히 아쉬울 것이 없다면 탐정 구동치는 그와도 다르고 홈즈나 말로와도 다르니 그를 한국형 탐정의 대명사로 부르고 싶은 마음이 드는데 이 한편으로 만족해야 한다니 그점이 아쉬울 따름이다.

 

'빨간 책방'을 듣자하니 작가가 남녀 관계를 묘사 혹은 서술하는 것에 대한 부정적 견해가 많았다. 나 역시도 그 의견에 어느 정도 동의하는 바이고 정소윤과의 그 어정쩡한 관계나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 한유미와 송미영의 존재는 의아하지만 사실 소설을 읽는 데에는 별 지장이 없었던 지라 그냥 '작가가 그렇다면 뭐' 그 정도로 넘어갈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이강혁의 존재가 너무 늦게 생뚱맞게 나와서 마치 미니시리즈 연장 결정에 급히 투입한 인물 같아 그 점이 아쉽다. 언젠가 작가님이 이 소설을 전면 개정해서 다시 써 주시면 더 멋진 작품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하지만 지금도 충분히 좋은 것은 신기하게 뭔가 완벽하지는 않은데 다시 읽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점이다. 매력 있다, 구동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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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허리가 아파 컴퓨터를 좀 멀리하고 있다보니 아무래도 리뷰도 덜 쓰게 된다. 읽는 거야 앉아서도 읽지만 서서도 읽고 누워서도 읽을 수 있으며 그저 읽고 밑줄 치고 조금씩 옮겨적기는 한다만 진득하니 앉아서 써야하는 리뷰는 쓰기가 힘들다. 그렇다고 아무 기록도 하지 않는다면 좀 서운하니 이렇게 페이퍼로 남겨둔다.

 

1. 레이먼드 챈들러의 책을 두 권 읽었다.

 

 

 

 

 

 

 

 

 

 

 

 

시작은 북스피어 사장님이신 마포 김사장님(@hongmin76)과 트윗을 주고 받으면서였고 결국 [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를 구입하게 되었고, 읽다보니 챈들러의 매력에 빠져버렸다. 근래에 무라카미 하루키를 자주 접하게 된 이유도 한 몫 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알다시피 하루키가 챈들러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특히 글쓰는 습관이 그러하다고 많이 알려져있다. 실제로 하루키가 인용한(하루키는 출처를 알지 못했던) 편지가 이 책에 실려 있으니 궁금했던 사람들은 아주 가려운 곳을 긁어내는 기분이었을 것이다.

 

작품론, 작가론, 할리우드, 필립 말로, 일상으로 나누어진 편지들을 우선 일상을 먼저 읽고 앞에서부터 차례대로 읽었다. 나는 챈들러에 대해 아무 것도 알지 못했던 까닭이었다. 잘한 것 같다. 가장 재밌었던 건 아무래도 생각과 감정을 포장하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동시대 작가들에 대한 일종의 품평이 담긴 <작가론>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북스피어에서 출간중인 '박람강기 프로젝트'가 궁금해져서 찾아보니 언젠가 내가 침을 꼴깍 삼켰던 책들이었다. 최근엔 마쓰모토 세이초의 책이 출간되었으니 역시나 침을 꼴깍 삼켜본다.

 

[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를 통해 그의 작품 중 최고라 불리는 것이 [기나긴 이별]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러하기에 필립 말로를 만나는 첫 작품으로 그 책을 택했다. 두 말 할 것 뭐 있겠나? 나는 필립 말로에게 매력을 느꼈다. 챈들러의 탐정 소설은 마치 소설책 몇 권을 읽는 듯한 느낌을 갖게 했다. 머리도 마음도 충만한 느낌이 들었다. 조만간 [빅슬립]으로 두번째로 필립 말로를 만날 생각이다. 챈들러는 참 잘 쓴다.

 

2. 첫 독회의 책이었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다 읽었다.

 

난생 처음 '독회'라는 것을 해 보았다. 주변에서 책 좋아하는 사람 찾기 힘들고, 그 책이 나와 취향이 맞기는 더더욱 힘들고, 함께 읽기는 가능이나 할 것인가 했었는데 가능하게 되어 시작한 독회였다. 일주일에 한번씩 만나 잡담을 나누고 차도 마시다 어느 순간 '내가 먼저 읽을까?'하는 말로 시작하여 네 번의 만남 끝에 이 얇은 책을 함께 다 읽었다. 사강의 에세이에 도전했다가 실패했던 경험이 있어 이 책이 어떨까 싶었는데 '사랑하는 남녀 사이에 있을 법한 모든 감정'들이 이 소설 안에 다 들어있다는 말로 정리하련다. 사강은 정말 상상 이상으로 섬세한 소설가이다. 그녀의 모든 묘사들을 이 책을 소리내어 읽은 우리 두 사람 모두의 가슴을 움직였다. 이 책 다음으로 밀란 쿤데라의 [느림]을 읽고 있는데 이 책보다는 읽으면서 좀더 집중을 해야하지만 소리내어 읽는다는 것의 매력을 새삼 느끼는 중이다. 

 

 3. 김연수

최근 김연수 작가의 [청춘의 문장들 +]가 나와 많은 이들이 좋아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던 터였다. 그러니 나는 어찌했겠는가? 가장 나답게 [청춘의 문장들]을 읽기 시작했다. 고민은 없었다. 김연수 작가의 책을 별로 읽지 않았고 그러하기에 굳이 [청춘의 문장들]이 있는데 +를 살 것 같지는 않았다. 다만, 궁금했다. 좋아하는 분의 추천이 있던 책이라 그래도 왠만하면 이 책은 읽자는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아, 이 분, 동양삘 나신다. 내 과다. 다만 의외였던 느낌은 있다. 강연회 때 뵙기론 그리 정적인 느낌이 아니었는데 한시를 마구 날려주시니 낯설면서도 기대되는 느낌이 있었다. 소설에도 도전해야겠다. 집에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이 다행히 있다. 요즘 김연수 작가의 재번역으로 레이먼드 카버의 [대성당]이 많이 회자되고 있다. 그러니 나는 역시 나답게 조만간 구판 [대성당]을 읽을 것이다. 신간을 제때에 읽는다는 것이 내겐 참 낯선 일인데 언제부터인가 가끔 최신간을 읽고 있다. 불현듯 나답지 않다는 생각이 스친다. 영화도 늘 비디오로 나올 때 보지 않았던가!!!! 그래도 요샌 비디오 빌리기 힘드니 영화는 영화관에서 보는 게 좋겠다며...

 

4. [피어나다]

 <도서관 문학작가 파견 작품집>이라는 타이틀로 출간된 세트 중 하나인데 알라딘 검색이 안된다. 다른 곳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피어나다]는 도서관 문학관 파견 시인들의 시를 모은 책으로 400쪽에 가까운 시들이 그득하다. 개인적으로는 반가운 이름 김산 시인의 이름 때문에 읽었는데 박판식, 문성해, 이길상, 이승희, 김일영 시인의 시도 좋아서 옮겨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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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읽고 있는 책

정민 [한시 미학 산책] - 난 그저 시를 원했는데 매우 전문적인 책.

지그문트바우만 [이것은 일기가 아니다] -사서 봤어야 하는 건데 싶은 마음!

김중혁 [당신의 그림자는 일요일]- 빨책에 맞춰서 읽기 시작.

시오노나나미 [생각의 궤적]- 역시나 솔직하신 여사님!

밀란쿤데라 [느림] - 나의 두번째 독회 도서. 한 4주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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