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정신 - 세상을 바꾼 책에 대한 소문과 진실
강창래 지음 / 알마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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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의 제목이 무척이나 유치하다. 마치 초등학생이 작가에게 보내는 이메일 제목같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실제로 이런 질문을 많이 했다. 사실 온라인 서점에서 이 책을 처음 봤을 때에는 제목과 표지가 쏟아져나오는 메타북들 중에 단연 이 책을 선택할만큼 매력적이지가 않았다. 저자 역시 내가 아는 이가 아니라 굳이 읽으려 했던 적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도서관에서 이 책을 봤다. 도서관에 가면 책들이 죄다 겉껍질이 벗겨진 채 꽂혀 있는데 그 속살을 만나고나서야 나는 이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아무래도 저 빨간 표지가 살짝 공포심(?)을 일으켰나보다. 책을 빌려 집에서 읽으며 뭐라 꼭 짚어낼 수는 없었지만 가독성있게 편집이 잘된 것 같아 편집자의 이름(천경호, 성기승, 배은희)을 확인하기도 했다. 서문이 좋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기도 했다. 책장을 덮고 쓰다듬기도 했다. 읽는 순간부터 마냥 맘에 들은 것이다 이 책이.

다시 유치한 리뷰의 제목으로 돌아가보자. 이 책은 우리가 (특정) 책에 관하여 가진 통념을 깨뜨리기 위해 쓰여진 책이다. 부제로 '세상을 바꾼 책에 대한 소문과 진실'을 보면 어느 정도 예상은 하였지만 첫 장부터 포르노 소설이 나올 줄은 몰랐다.  포르노 소설이 프랑스혁명을 일으킨 결정적인 사상서적이었다니! 이후 위대하지만 너무나 어려운 과학책을 편 과학자들에 대한 비판, 고전이라 불리기엔 너무나 헛점이 많고 매력이 없는 플라톤의 [변명]과 공자의 [논어],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으로 다윈의 진화론을 갖다붙인 우생학의 자식들, 책을 학살한 역사를 통해 되돌아보는 현재 우리의 독서 운동까지 작심하고 쓴 이 글들의 가장 큰 장점은 그 내용의 흥미로움을 넘어선 작가의 '똑똑함'이었다. 똑똑하다는 말을 아들이 아닌 인문학 작가에게 할 줄은 나도 몰랐지만 강창래 작가는 그 많은 책들을 읽고 이토록 명확한 주제의식으로 어쩌면 이렇게 매력적으로 쓸 수 있담? 이 시점에서 자꾸만 묻게 되는 것이다. "책을 많이 읽으면 작가님처럼 똑똑해질 수 있을까요?"

 

책은 크게 위에서 요약한 다섯 개의 이야기로 구성되었지만 이 책에 인용되거나 거론된 책은 상상을 초월한다.(참고문헌 목록으로 10페이지가 할애되었다.) 그 많은 책들 외에도 아마 작가는 더 많은 책을 읽었으리라. 단순히 많이 읽는 것은 별 의미가 없을 지도 모른다. 책의 주제가 그러하듯 작가는 비판적 책읽기를 습관처럼 하고 있으며 어느 한 생각에 치우치지 않기 위해 같은 주제의 책을 여러 권 동시에 읽는다고 한다. 이 지점에서 작가가 어떻게 이렇게 '똑똑'한지 알게 된다.

 

지금도 잘 알지 못하지만(그것들에 대해 '잘 알려면' 거의 학문을 연구하듯 해야 한다.), 그 당시에는 아예 몰랐기 때문에 어떤 것을 사야 할 지 선택하는 일부터 어려웠다. 도대체 어떤 [변명]이, 어떤 [논어]가 '진짜'란 말인가. 어쩔 수 없이 그럴듯해 보이는 책들을 선택해서 소개하는 글을 읽어보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평소 습관대로 각각 네댓 권씩을 샀다. 비슷한 주제를 다룬 책은 여러 권을 비교하면서 읽어야 비판적인 독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165쪽)

 

불현듯 그동안 나는 '아예 모르면서'도 아무 책이나 느낌 가는대로 읽고 그 책을 믿어왔다는 생각이 들어 부끄러워졌다. 글 전반에 흐르는 주체적이고 비판적인 기류는 이런 저자의 독서 습관 덕분이고, 그런 저자의 독서 습관이 매력적인 글쓰기의 밑천이 되었다는 생각을 하면 서문에서 밝힌 '독서의 기쁨'이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어쩌면 작가가 마지막 장에 '책의 학살'이라는 타이틀로 쓴 내용이야말로 저자가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인지도 모르겠다. (앞의 책들은 그럼 일종의 양념이 되려나? '나 요러요러한 책들을 읽고 요러요러한 생각을 했는데 니들은 몰랐지? 책은 이렇게도 읽을 수 있는거야.' 정도의?^^) 여러 협회에서 지정하는 권장목록들로 인해 그 외의 책들은 소외당한 채 도서관이라는 감옥에서 세월의 처분만 기다려야 한다는 그 안타까움 말이다. 다양한 책을 다양한 방법으로 읽고 서로 공유하며 책과 삶에 생명을 불러일으키길 작가는 바라는 게 아닐까? 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어찌 그 마음과 닿지 않을까?

 

책을 파괴하는 이유를 거꾸로 새겨보라. 이들은 지금 불태우는 책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그 힘에 대해 대단한 찬사를 보내고 있다.! (347쪽)

현대의 도서관에서는 비슷하면서도 결과는 조금 다른 일이 일어난다.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받는 책일수록 빠르게 손상된다. 그런 책들과 달리 인기가 없는 책들은 도서관이라는 감옥에서 사람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365쪽)

 

책을 적게 읽는 사람은 아니지만 깊게 읽지 못하는 나로서는 이 책을 통해 느끼는 바가 많았다. 개인적으로 최근에 와서야 책을 혼자가 아닌 타인과 함께 읽는 것에 마음을 연지라 내 속의 어떤 갈등을 건드려준 것 같다. 때로는 나의 얕은 지식에 부끄러움을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때로는 좋은 선생님처럼 바른 독서의 방법을 알려주기도 하며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특정 책을 읽는 노하우를 전수해주기도 한다. 책에서 어떤 답을 얻고자 할 것이 아니라 질문을 얻어야 한다는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좋은 책을 찾아 읽고 생각을 드러내고 그것을 함께 하는 일의 중요성도 느낀다. 요즘 리뷰 쓰는 것에 대한 회의가 생길 무렵 이 책을 읽어 격려를 받았다. 즐겁게 책 일고 신 나게 쓰기! 저도 작가님처럼 똑똑해 질래요! (아, 초등학생이 작가에게 보내는 이메일의 마지막 인사말 같구나!)

 

 결국 좋은 책이란 명확한 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질문을 던짐으로써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겠는가. (239쪽)

 

앞으로 나는 어떻게 책을 읽고 어떻게 생산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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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4-07-11 0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국 좋은 책이란 명확한 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질문을 던짐으로써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겠는가. (239쪽)

맞아요~~~ 그리고 이 리뷰는 제게도 새로운 질문을 던지네요.
"어떻게 책을 읽고 어떻게 생산할 것인가?"
저도 이 책을 읽고 싶어요.

그렇게혜윰 2014-07-12 10:11   좋아요 0 | URL
남이야 뭐라든 어쨌든 이렇게 꾸준히 리뷰를 쓰는 것도 일종의 생산이니까 말이에요,,,,, 이 책 괜찮아요. 전 빌려서 봤는데 다음에 책 나오시면 사서 보려구요^^
 
바다 이야기 The Collection Ⅱ
아누크 부아로베르.루이 리고 글.그림, 이정주 옮김 / 보림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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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꼭꼭!  - http://blog.aladin.co.kr/tiel93/7065224 참고

◐ 내용 꼭꼭! 

고요한 바다의 수면을 깨뜨려요.

 

 바야흐로 바다의 계절, 여름이다. 유치원에서 아이들에게 이 책과 [나무늘보가 사는 숲에서]를 읽어주기 위해 갔을 때  '바다'에 대한 호기심으로 이 책을 먼저 읽어주길 바라는 아이들이 많았다. 그만큼 바다는 우리에게 신비롭고 아름다운 곳이다. 아마 겉에서 보기에는.

 

배가 떠나려는 항구의 모습은 설렌다. "안녕, 육지야! 바다가 우리를 기다려!"라는 마음은 배에 탄 모두의 마음일 것이다. 그런데 과연 바다도 우리를 기다릴까?

 

 

 아마도 그렇지 않을 듯 하다. 사람만 왔다하면 생각지도 못할 쓰레기들로 바다 생물들이 피해를 입으니 제발 사람들은 바다에 오지 말기를 바라지 않을까? 자기들이 그렇게 더럽혔으면서 사람들은 좀더 멀리 좀더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깨끗한 바다를 찾아 떠난다. 고요한 바다의 수면을 깨뜨리는 것은 정말 고래일까?라는 질문이 드는 것은 인간의 입장이 아닌 바다의 입장에서 내가 취할 수 있는 최소한의 양심이다.

 

우리가 꿈꾸는 바다예요!

 

 

우리는 아름다운 바다를 꿈꾼다. 아이들에게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펼쳐주었을 때 빛나던 눈동자만큼 아름다운 바다. 여기에서 '우리'는 여행을 하거나 탐험을 하는 사람들만을 칭하는 대명사가 아니다. 바다의 모든 것을 포함하는 대명사이다.

 


◐ 재미 꼭꼭! 

바다를 대하는 마음과 앞서 리뷰를 올린 책 [나무늘보가 사는 숲에서]에서 숲을 대하는 마음은 같다. 사람만 아니면 자연은 아릅답다는 것, 평화롭다는 것, 행복하다는 것! 사람만 정신차리면 된다는 말이다.

 

대체 어디로 간 걸까요?

 

앞의 책이 그런 생각과 마음을 갖게 하는 것 외에 그림의 섬세함과 나무늘보를 찾는 재미가 있었다면 [바다 이야기]는 매 장마다 던져지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찾는 재미가 있다.  가령 이런 거다.

 

그런데 선장님은

어디에 갔을까요?

에 이어지는 그림.

 

 

 아이들은 선장님을 찾느라 또 한 번 눈을 부릅뜬다. 그러면서 글밥에 있는 작은 물고기 떼와 범고래, 바다표범을 함께 살핀다. 동시에 빙산이 보이는 것에 비해 바닷속에서 몇 배나 더 크다는 것도 알아챈다. 그 다음 장에도 난파선을 제 집 삼은 문어를 찾고, 아름다운 바닷속에서 선원들을 찾으면서 그보다 더 많은 것을 알아간다. 바로 그 점이 이 팝업북이 갖는 매력이다. 살펴보면 볼 게 더 많다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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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늘보가 사는 숲에서 The Collection Ⅱ
아누크 부아로베르.루이 리고 글.그림, 이정주 옮김 / 보림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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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꼭꼭! 

 

아누크 부아로베르(Anouck Boisrobert)

프랑스 출신의 삽화가이자, 그래픽 디자이너이다. 파리 에스티엔 미술학교에서 삽화를, 스트라스부르 장식미술학교에서 시청각 교수법을 공부했다. 어린이 책과 잡지에 삽화를 그리고 있고, 멀티미디어 프로그램과 팝업 오브제를 만들며, 이와 관련된 수업을 하고 있다.  

 

루이 리고(Rouis Rigaud)

프랑스 출신의 삽화가이다. 스트라스부르 장식미술학교에서 시청각 교수법을 공부했다. 어린이 책과 잡지에 삽화를 그리고 있고, 멀티미디어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생각하게 하는 메시지를 재미있게 전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두 작가가 함께 작업한 책  [나무늘보가 사는 숲에서]와 [바다 이야기]가 이번에 보림의 The collectionⅡ로 출간되었다. 국내에는 현재 이 두 작품만이 출간되었다. 함께 작업한 이 두 권의 팝업북은 그리 두껍지도 크지도 않지만 섬세함과 함축성을 가지고 있다. 젊은 작가들이라고 하던데 앞으로의 합작이 또 기대된다.


◐ 내용 꼭꼭

 보이나요?

 

나무늘보가 사는 나무가 우거진 숲속입니다. 나무늘보가 보이나요? 그럼, 새는요? 개미핥기는요? 사람은요? 나무가 주인인 숲에서 그들을 찾는 것은 재미있고 신 나는 경험입니다. 아이들에게 읽어주었을 때, 아이들이 '보이나요?'라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나무늘보를 찾으려 눈을 부릅 뜬 모습이 무척 신 나 보였어요.

 

 

하지만 그곳에 기계가 등장하면서 그런 즐거움과 평화는 깨어집니다. 모두가 기계의 폭력을 피해 도망가지만 나무늘보는 마지막 나무가 베어지기 전까지는 숲에 남아 있습니다. 한치의 동요도 없이 말이죠.

 

 

하지만 그런 나무늘보도 매달린 나무가 없다면 숲에 남을 이유가 없답니다. 나무 한 그루, 동물 한 마리 남지 않은 숲을 숲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그때 한 사람이 나타납니다. 아마 언젠가 그 숲에서 아름다운 추억을 쌓았을 첫번째 그림 속이 그 누군가일 겁니다.

 

그 사람이 나무를 심습니다. 그러면 다시 나무늘보가 돌아옵니다. 시간이 흘러 숲은 원래의 모습을 되찾습니다.아니 아픔을 극복하고 더 울창한 숲으로 거듭납니다. 보이나요?

 

 


◐ 마음 꼭꼭!

나무늘보가 사는 숲은 모든 것이 조화롭고, 생명이 넘쳐요. 

 

사람들은 숲에서 많은 것을 얻어갑니다. 나무, 버섯, 열매, 공기, 위안까지. 울창한 숲은 혼자 가도 좋고 누군가와 함께 가도 좋은 곳입니다. 그곳에 가면 사람조차 자연의 일부가 될 수 있지요. 하지만 어느 날 그곳에 기계를 가져갈 때, 그곳을 훼손시킬 때, 발전이라는 이름으로 이기적이 될 때 사람들은 숲에서 많은 것을 앗아갑니다. 얻어가고 앗아가고 참으로 괘씸한 이들입니다. 나무늘보마저 떠난 숲은 그야말로 숲이 아닙니다. 어떻게 나무늘보를 돌아오게 할 수 있을까요?

 

그것은 숲을 망가뜨린 인간이 다시 숲을 복원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한 사람이 나무를 심고 나무늘보가 돌아오는 것, 어쩌면 현실에서는 꿈같은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꿈을 꾸워봅니다. 작은 행동이 숲을 다시 울창하게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봅니다.  나무늘보가 살아야 숲은 조화롭고, 생명이 넘치니까요.

 

이 모든 이야기가 섬세하고 사려깊은 그림작업으로 펼쳐집니다. nothing이 된 숲을 보는 순간과 everything이 되는 숲을 보는 순간의 감동이 팝업 그림과 함께 밀려옵니다. 두 작가의 아름다운 합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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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에 읽은 괜찮은 책들을 정리해 본다. 뭔가 선별한 느낌이지만 '괜찮은 책 = 근래에 읽은 책'이라는 공식이 성립한다.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으로 잘 알려진 한기호 소장이 2010년 11월부터 최근까지(지금도 연재는 계속되고 있다.) 약 3년 동안 <경향신문>에 연재한 칼럼을 모은 책이다.

한기호 소장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지난 해 출판사 사재기 문제로 TV에서 인터뷰를 한 모습을 본 것인데, 궁금하였지만 애써 찾아보진 않았던 그의 책을 이렇게 다시 만나는 것을 보니 인연이 있는 모양이다. 심지어 이 책은 마지막까지도 도서관에서 볼까말까 했던 책이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빌려온 책 중 이 책을 가장 먼저 읽는 이 심리는 뭔지 모르겠다.

 

책에 관한 책, 적잖이 읽었다. 그런데 이런 느낌은 처음이다!! 책 이야기를 하는 것 같지만 책은 그저 제목만 빌려줄 뿐 세상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명박 정권 하에서 우리 나라 출판 문화, 독서 문화가 얼마나 학대당했는지에 대한 토로가 많았는데 읽다보니 공감하지 않을 수가 없다. 한 편의 글에 서너 권 이상의 책들을 거론하면서 하나의 글로 마무리 짓는 솜씨가 좋다. <한기호의 다독다독>을 읽기 위해 <경향신문>을 구독해야 하나 고민 중이다. 읽고 싶은 책들도 그득하고 시사에도 밝아지고 비판의식도 생기는 글들이다.

 

 정보화 시대에 인간은 컴퓨터를 이기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인간은 기억력, 정보력, 정리력 등에서 컴퓨터를 이겨낼 수 없지만 창의력만큼은 이길 수 있습니다. 창의력은 책을 읽는 가운데 배양됩니다. 그러나 책은 혼자 읽는 것보다 함께 읽는 것이 중요합니다. 함께 읽어온 것이 바로 학문의 역사가 아닌가요.  299쪽

 

 

 머리를 식힐 겸 고른 책이다. [당신에게 러브레터]라고 하지 않는가! 더구나 부제도 '예술에 담긴 사랑과 이별의 흔적들'이라고 하니 예술작품+에피소드 정도로 구성되었거니 싶었다.

그런데 이 책 제목을 잘못 지은 듯 하다. 제목이 책의 내용을 갉아먹는 듯, 내용에는 깊이감도 있고 대중성도 있는데 제목이 너무 가볍지 않은가?

 사진작가인 저자 이동섭은 이 책에서 사진 뿐만 아니라 회화,무용, 문학에 이르기까지 예술이라 불리는 다양한 장르의 작품과 예술가의 삶을 사랑이라는 주제로 묶어 소개한다. 예술의 가장 기본이 사랑이라는 점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듯 싶으니 공감이 되는 글들이 많다. 사랑이 기본 테마이고 다양한 예술을 만날 수 있고 자신을 드러내는 편안한 글이라 많은 이들에게 읽힐 것 같은데 문제는 앞서 말한 제목! 너무 가볍다. 그 때문에 이 책이 더 읽힐지, 덜 읽힐지는 모르겠으나 개인적으로는 좀 바꿨으면 좋겠다.

 

가령, 에곤 실레의 에로티슴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은 그저 '러브 레터'라고 이름 붙이기엔 어려운 인간 본질에 대한 물음을 불러일으킨다.

 

엄밀히 말하자면 실레의 그림이 보여주는 것은 실레의 에로티슴(의 기록)이지 내 에로티슴은 아니다. 그런데도 나는 내 에로티슴이 그의 에로티슴과 만나고 있다고 느낀다. 무엇 때문일까? 불연속적인 존재인 우리가 경험하는 에로티슴은 각각 불연속적이다. 즉 나와 내 연인의 에로티슴, 그와 그의 연인의 에로티슴은 각자 떨어져 존재한다. 그럼, 언제 각자의 에로티슴은 연속적이 될까? 여기서 나와 예술작품의 관계를 곰곰이 생각해 본다. 내가 실레의 그림에서 느꼈던 여러 미묘한 감정들이 빚어내는 쾌감과 불안 등은 어디에서 비롯되었을까?     146쪽

 

 

 

  출간되었을 때부터 관심을 갖기는 했었다. 내가 무슨 번역에 크게 관심이 있다거나 그런 이유는 아니고 언제부터인가 번역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시나브로 느꼈기 때문이다. 올초에는 [이방인]에 대한 번역 논쟁(을 넘은 전투)이 있었듯이 알라딘 서재에서도 끊임없이 번역에 대한 갑론을박이 있어왔으니 책을 좀 읽는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겐 번역이라는 것이 그저 남의 일만은 아닌 것이다. 

 위의 책과는 달리 제목을 참 잘 지었다. 이 책에서 유명한 번역가인 이디스 그로스먼은 글자 그대로 번역을 '예찬'하고 있었다. 아마 그 기저에는 그동안 인정받지 못하고 홀대받은 번역 작업에 대한 항의의 마음이 있었겠지만(영어권의 번역가라 그러했던 듯 하다. )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이디스 그로스먼은 '번역'이라는 작업에 대한 자긍심이 무척 높았다. 그런 점은 나쁘지 않았고 그녀의 많은 생각에 공감했다. 하지만 아직도 나는 모르겠다. 그녀가 서평가나 비평가들이 책을 소개하며서 원어를 모르기에 번역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는 것을 조롱하는 것에서는 그녀에게 동조할 수 없었다. 정말 언급을 못하는 것일 수도 있는 것이니 그냥 안타까워하는 정도로만 할 수는 없었을까? 하지만 앞으로는 리뷰를 쓸 때 번역에 대한 언급을 하고는 넘어가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비록 그 언급 역시 그녀가 비난하는 정도에 그칠지라도 말이다.

 

어찌 됐건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붓는 듯한 저자의 태도가 무척 인상적이고, 문장만으로도 글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것으로 보아 미국에 사는 그녀의 번역본을 읽은 많은 독자들은 충분히 만족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번역에 대한 책을 번역'한 공진호 번역가의 역할도 충분히 인정해 주어야 할 것 같다. 흥미로우면서도 어려운 작업이었을 것 같다.

 

부록으로 이 책의 편집자와 번역자 그리고 로쟈 이현우의 인터뷰가 실려있는데 긴장하지 않고 읽기엔 그 글도 번역이라는 작업을 이해하기에 도움이 되었다. 만족스러운 책이다. 귀퉁이가 하도 많이 접혀서 어떤 부분을 공유할까 고민이 된다. 번역가를 작가라고 주장하는 아래의 글이 그녀의 생각과 감정과 문체와 수사를 잘 드러내는 것 같아 소개해 본다.

 

진지한 전업 번역가라면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볼 때, 달리 어떤 생각이 들건 자신을 작가라고 생각한다고 저는 믿습니다. 대개는 남몰래 그런 생각을 하지요. 저는 또한 번역가가 자신을 그렇게 생각하는 게 옳다고 믿습니다. 순전히 주제넘은 생각일까요? 분수를 모르는 도취적 생각일까요? 문학 번역가가 하는 일이 정확히 무엇이기에 '작가'라고 불리는 게 정당하다는 걸까요? 번역가는 그저 하찮고 이름 없는 문학의 시녀요, 시종이 아닐까요? 고마워하며 출판업계에 늘 알랑거리는 종이 아닌가요? 제가 동원할 수 있는 말 중 가장 울림이 있고 점잖은 대답은 '아니오'입니다.    17쪽

 

 

어쩌다 보니 메타북들을 많이 읽는 것 같다. 지금 읽고 있는 책도 그런데 이 메타북의 세계는 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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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을 많이 갖는 편이다. 이렇게 쓰고 나니 썩 괜찮은 엄마인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하지만! 어쨌든 서울과 가까운 지역에 살아 지하철만 타면 괜찮은 공연이나 전시회를 그리 어렵지 않게 경험할 수 있다. 아들을 핑계 삼아 내 콧구멍에 바람되 쐬고 아들을 볼모 삼아 비싼 커피도 마시고 그러는 것이기도 하지만!

 

지난 주말에도 역시 뭐 하며 놀까? 생각하다 우연히 알게 된 전시회가 바로 지역 아트홀에서 열리는 [상상마을] 전시회였다. 13일까지 열리는 것이니 알아도 너무 늦게 안 것이다. 가까운 곳에서부터 확인해야 하거늘 늘 멀리만 나갔던 내가 좀 우습게 보이기도 했다.

 

지난 5월에 성남에서 [그림책의 위대한 발견]을 보고 왔던 터라 그 비슷한 느낌으로 진행이 되겠거니 하는 기대만 가지고 갔다. 물론 무료!라는 혜택은 알고 갔다. 하하하! 결론부터 말하자면 작가들의 인지도만 덜하다 뿐이지 [그림책의 위대한 발견]이라는 이름마저 위대한 전시회보다 훨씬 좋았다.

 

 

 

우선 하루에 3번 진행되는 도슨트 설명이 무척 열정적이다. 지켜보니 일반적으로 설명 때에만 나오는 도슨트가 아니라 쭉 전시장에서 함께 관리도 하시며 도슨트를 하는 분이라 전시회 및 작품들에 대한 애정이 높아 나온 결과로 보였다. 아이들이 전시장을 한 바퀴 다 돌며 설명을 듣는 동안 무척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는 것만 보아도 선생님의 진행이 얼마나 좋았는지를 설명해준다.

 

 

체험비 5000원을 내면 스탬프를 찍을 수 있고 전시회 설명이 되어 있는 책자와 뱃지와 상상기차를 꾸밀 수 있는 나무 기차 연필꽂이 키트를 주는데 여건이 좋아서 즐겁게 놀았다.

 

 

     

 

알라딘에 굳이 이 경험을 쓰는 것은 이 전시회가 그림작가들의 전시회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기존에 알고 있던 작가들은 한 명도 없었다. 인지도 면에서는 아직 약한 작가들이지만 그림들이 전부 개성 만점에 아름다워서 기억해두고 싶었다. 그 소개를 하고 싶은 것이다.  대부분 현재 그림책이 아닌 일러스트레이터로서의 일을 활발히 하고 있었다.

 

1. 이상한 나라의 마을 - 이지선

2. DO! 상상 마을 - 강현주

3. 와글와글 꼬마 괴물 마을 - 장현아 http://blog.naver.com/hyunaillus

4. 정원 마을 - 정유나 http://www.jungyuna.com/main.php

5. 무지개 마을 - 정재회 http://blog.naver.com/oukigima

 

 

 

 

 

 

 

 

6. 마녀 마을 - 김신희 http://blog.naver.com/dearro719

가장 스토리가 강한 그림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역시 이중 그림책 작업을 가장 많이 한 것으로 보인다.  마녀 마을이 그림책으로 만들어지길 기대해 본다.

 

 

 

 

 

 

 

 

 

 

7. 아주 작게, 아주 적게...마을 - 김마늘 http://www.kimmaneul.com/

이름도 무척 인상적이고, 작품은 무척 시사적이다. SAFE US!

삽화가 아닌 그림작가로서 기대된다.

 

 

 

 

 

 

 

 

 

 

 

 

8. 고양이 마을 - 주이

9. 바닷속 상상 마을 - 최현수 http://hyunsoochoi.com/

 

10. 브레멘 음악 마을 - 이슬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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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아트홀 2014-07-10 10: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구리아트홀 큐레이터입니다^^
구리아트홀 상상마을 리뷰를 찾아보다 우연히 들렸습니다
너무너무 좋은 내용을 남겨주셔서 감사함을 표하려 글을 남깁니다.
구리아트홀에 애정을 주셔서 감사하고,
보답하고자 계속해서 더 좋은 전시를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그렇게혜윰 2014-07-10 11:44   좋아요 0 | URL
포탈 사이트 블로그가 아닌 온라인 서점에 오린 글이라 이렇게 댓글 남기시는 게 간편한 일은 아니셨을텐데 이런 열정이 좋은 전시를 만드는 것 같아요. 좋다고 소문내서 동네 어머님들 아마 오늘 내일 상상마을 한 차례 방문하실겁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