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전국이야기 1~11 세트 - 전11권 춘추전국이야기
공원국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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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 겨울 대만 고궁박물관의 유물을 보면서 유물 앞에 적인 안내글에 'Spring and Autumn'이라고 쓰인 것을 보고 그 이름이 참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봄과 가을이라니...하지만 우리가 익히 알듯이 그 시대는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먼 시대였고 자연의 평화로움보다는 짐승들의 야생성이 더 어울리는 시대였다. 그런데 왜 공자는 그런 이름을 붙였을까? 올 한 해 공자를 그렇게 읽고도 그것 하나 기억해내지 못하는 스스로가 어처구니없지만 그래도 그런 고운 이름을 지어줘 고맙다고 말하련다. 


올 한 해 '하나의 책'에서 '논어 읽기' 독서 모임을 함께 했다. 코로나로 인해 초반엔 거의 참석 못했고 마지막 3번을 참석했다. 그 마지막이 8월이었나? 아무튼 그때까지 나는 공자와 논어에 대해 다방면의 독서를 했다. 리링, 이중톈, 양자오, 김영민의 책을 포함한 공자와 논어 관련 책들을 읽었고, 영화 [공자]도 보고, EBS다큐 [절망을 이기는 철학 제자백가]도 보고, 가장 오래는 지금 소개하려는 [춘추전국이야기]를 읽었다. 


이 책이 먼저인지 논어가 먼저인지 지금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아무튼 이 책이 딱 필요할 때 집에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역시 책은 산 책 중에 읽는 것이라는 말이 진리임을 깨달았다. 한 권 읽을 때마다 정리를 좀 해 두었으면 좋으련만 그저 읽는 데에만 몰두해서 지금은 '춘추전국'도 '논어'도 어렴풋한 앎만 유지하고 있다. 더 잊기 전에 한 페이지에라도 정리를 해 두어야겠다 싶어 마지막을 끝낸 지금 이렇게 쓰고 있다. 순전히 나를 위해서. 


<1>

작가 공원국은 제나라의 관중과 한고조를 무척 편애한다. 그건 대놓고 하는 일이라 스포일러는 아니리라. 1권의 시작을 관중으로 하고, 마지막 11권을 유방으로 하는 것은 그의 편애가 가장 심혈을 기울인 수미쌍관의 미학이라 해도 좋을 것 같다. 아무튼 관중이 1권의 주인공이다. 


이 책을 읽기 시작해서 마무리하기까지 1년인데 그 사이 나는 [봉신연의]라는 대작을 읽었다. 그 책을 먼저 읽었으면 이 책이 더 잘 이해가 되었을텐데 그 점이 못내 아쉽지만 아무튼 결과적으로 나는 주나라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알고 있다. 봉건제의 주나라가 힘이 약해질 때 사방팔방에서 강력한 제후들이 등장하고 그들은 주나라 황실을 명분으로나마 보필하면서 저들끼리 세력다툼을 한다. 나라의 구분이랄 것도 잘 없지만 아무튼 동쪽엔 제, 서쪽엔 진(秦), 남쪽엔 초, 북쪽엔 진(晉)이 4강으로 자리잡는다. 그중 제나라에 관중이 있다. 주나라의 세습 문제에서 패한 관중이 포숙의 도움으로 제 환공의 참모가 되는 이야기는 우리가 학창시절 '관포지교'라는 사자성어를 배울 때 익히 알고 있는 그 내용이다. 그런데 우정을 넘어 관중이라는 인물이 정치적으로 대단한 존재라는 것 이번에 알았다. 부국강병의 제나라를 만들기 위해 뛰어난 정치를 하는 관중과 그런 관중을 절대적으로 믿어주는 제환공의 케미가 왜 지금 이 세상에는 없는가 안타깝다. 그런 관중이기에 작가의 총애를 한 몸에 받는 것이겠지?


관중은 절대로 뒤통수를 치지 않는다. 다만 관중은 여론을 끌고 간다. 관중은 뒷다리를 무는 물뱀이 아니라 천하에 널리 알려진 법룡이었다. (277쪽)


관중과 환공은 기존의 예법보다도 자신들의 입으로 말한 기준을 지키는 사람들이었다. (307쪽)


관중 사후 멀쩡하던 제환공이 쇠락의 길을 걷는 것을 보니 관중은 비록 2인자였으나 나라를 지키는 데에는 1인자였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런 관중에 대한 애정을 곳곳에 품어내며  재미있게 춘추시대의 초반 모습이 쓰여있었다. 1권에서 사로잡힌 그 힘이 이 책을 끝까지 읽어내게 한 동력이라 생각한다. 재밌다는 말이다.


<2>

북쪽의 진 문공이 제환공에 이어 춘추시대 두번째 패자가 된다 진문공은 선왕 진혜공이 진(秦) 목공에게 패해 왕위에 오른 인물로 매력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초반엔 야망이 없었으나 차츰 야망이 생기고 잔인함과 집요함까지 갖춘 그 시대에 어울리는 인물이 되어 간다. 이 시대에는 제환공보다는 진문공 같은 사람이 더 적합할지도 모르겠다. 바야흐로 춘추시대는 그 이름과 달리 전쟁의 시대가 되어가는 중이므로. 초나라에 대항하는 진,진,제,송나라의 회맹에서 그는 두번째 패자로 인정받는다만 여기에 숨은 호랑이가 있으니 바로 진혜공을 무찌른 진목공이다. 진목공은 꽤 괜찮은 인물로 춘추오패 중 한 사람이 될 수도 있었을텐데 안타깝게도 진문공이 죽고 나서도 진에 패해 서쪽 지역에만 머무는 변두리 패자에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먼훗날 결국 진나라는 해낸다!


<3>

그럼 세번째 패자는 누가 될까? 남쪽의 초장왕이다. 그는 무력 군주로 넓은 안목을 지니고 전쟁과 회맹을 모두 잘 한다. 꽤 매력적인 인물이다. 제환공이 유교적 군주라면, 진문공은 병가적 군주요, 초장왕은 도가적 군주라는 것이 작가의 평이다. 이 시대엔 그래도 매력적인 군주들이 적지 않아 보인다. 물론 형편없는 군주도 적지 않지만.


가까운 곳과 먼 곳을 구분하지 않고 중심을 잡기 때문에 먼 곳에 있는 이들은 그 바름을 애정으로 이해했고 목숨까지 바쳤다. (252쪽) 


계산해서 이렇게 된 건 아닌 것 같고 초장왕의 바탕이 그러했던 것 같다. 


<4>

바야흐로 초나라와 진(秦)의 연합이 이루어진 때, 패권을 가져오기 위한 각국의 힘쓰기가 치열하다. 그래서인가 큰 나라 작은 나라 할 것 없이 명신들도 적지 않다. 정나라의 자산, 송사라의 자한, 제나라의 안자, 초나라의 굴건과 위엄, 진(晉)나라의 조무 등. 그 명신들이 이야기가 흥미진진하다. 그들 덕분인가 4강국은 휴전을 하고 주변의 자질구레한 나라들만 괴롭힌다. 당시 초 영왕은 폭군이었다고 하니 나머지 제후국들의 괴로움을 짐작할 만 하다. 


작은 나라의 정치인은 큰 나라의 정치인들보다 더 청렴해야만 비로소 큰 나라를 상대할 수 있다. 그래서 작은 나라의 정치인 노릇이 더 어렵다.(?쪽) 


고 합니다. 아시겠습니까, 대한민국 정치인들!!!


<5> 

초평왕 시절 인재가 많은데 그 인재들이 오나라로 간다. 오자서는 이간질 당한 오사의 아들이라 복수를 위해 오나라로 가고, 백비는 진나라의 백종, 초나라의 백주리의 후손으로 역시 초나라에서 오나라로 건너가 오왕 합려를 돕게 된다. 초나라는 월을 이용해 오를 견제하지만 오나라 왕 합려에선 오자서와 백비 외에도 제나라에서 온 손무도 있었으니 막강했다. 초소왕이 성장하여 초가 이기기도 하지만 그보단 오나라가 월나라, 제나라와 싸우면 거기서 어부지리를 얻는 게 더 컸다. 이때의 월왕 구천과 범려, 서시의 이야기가 유명하게 전해진다. 합려의 아들 부차는 절치부심 와신상담한 구천에 의해 목숨을 잃으니 합려를 네번째 패자로 말하고 구천을 다섯번째 패자로 말하는데 이 둘은 앞의 세 사람에 비해 좀 약하다. 아무래도 중앙은 진출하지 못했으니까.


<6>

제자백가의 사상을 담았다. 기록을 따로 해 놓은 게 없다. 우리가 익히 아는 내용이 많았다.


<7> 

춘추시대에는 그래도 명분으로나마 주나라나 노나라는 건드리지 않았다만 전국시대는 이름처럼 '너 죽고 나 살자'는 시대로 각국의 병법과 외교 수단이 경쟁하는 시대라 하겠다. 위문후에게는 오기([오기병법])가 있었고 진효공에게는 위나라에서 건너온 상앙이 있었으며, 제조왕에게는 손빈이 있었다. 오기에 대한 에피소드는 군사의 고름을 입으로 짜내준 이야기가 유명하고, 상앙은 자기의 법에 자기가 죽은 이로 유명하니 각국의 전술가들을 비교해보는 재미가 있다. 작가는 오기를 좋아한다는 것을 숨기지 않는다. 나는 맹자나 장자에서 익히 본 위혜왕(양혜왕)에 대한 에피소드들이 기억에 남는다. 어디 모자란 사람도 아니고 나쁜 사람도 아닌데 나라를 약하게 만든 장본인이 되니 참 왕이 아니었으면 좋은 이웃이었을 텐데 아쉽다. 장자에서 본 혜시에 대한 평가는 나중에 장자를 읽어보고 나서 해야하겠지만 사기꾼 이미지가 강하다. 전국 시대, 실로 명분은 버리고 실익을 취하는 자가 힘을 얻는 시대라 하겠다. 


<8>

합종연횡. 연나라의 유세가 소진은 조를 중심으로 연, 제, 초, 한, 위 6국의 합종을 이루나 1년만에 진나라의 장의에 의해 무산된다. 초나라에서 굴욕을 당하고 진나라에서 쓰임을 받아 6국의 합종을 하나씩 무너뜨리는 연횡을 펼친 자로 중국 드라마 [미월전]에서 보자니 진나라에서 일을 얻기 전엔 참 이러저리 찬밥 신세였다. 그러니 어디에라도 자기를 써 주는 자에게 충성하였으리라. 말을 엄청 잘했는가 보다. 뜻은 소진이 더 좋은 거 같은데...제나라 선왕이 꽤 성군이었는데 운이 좋았다면 진 대신 제나라가 중심이었을 수도 있었으리라. 그래도 그 뒤의 제민왕이 의심병이 많아서 금방 약해졌을 것 같긴 하다. 이때 진나라 왕위에 오른 진 소왕에게는 그 유명한 선태후(미월)도 있고, 위염과 백기 장군도 있었다. 무엇보다 진 소왕 자체가 리더십이 있는 왕이었으니 진이 가장 유리하기는 했다. 각 나라에 있는 유세가들의 모습과 그들을 대하는 왕들의 모습이 보는 재미가 있다. 드라마 <대진제국3>을 같이 봤는데 썩 재밌었다. 


합종을 깬 것은 진이 아니라 산동 나라들의 욕심이었다. (302쪽)


무수한 가능성이 있던 시대, 전국. 그 가능성 중 하나였던 진. 진이 승기를 잡는 것도 어쩌면 예측불가한 일이었을 지도 모르겠다. 


<9> 

전국시대 4공자라 하면, 제민왕 때문에 진나라에 갔다가 거기서 위기를 모면하고 다시 제로 돌아온, 유세객이 많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제나라의 맹상군이 있고, 조나라의 좀 찌질한 느낌의 평원군이 있으며, 초나라의 좀 멋진 춘신군이 있으나 그중 제일은 작가 공원국이 애정해마지 않는 '협의 정신'을 가진 신릉군 위무기가 있었다. 당시 북쪽의 진은 이미 조,한,위로 나뉘어 있었고 그중 조나라가 진(秦)나라에 대적할 만 했다. 당시 진나라는 범저가 재상으로 있었는데 장의는 축에도 못길 기회주의자로 보인다. 대장군인 백기와의 사이도 안 좋아 결국 백기를 죽게 만들고 자기의 말년도 좋지 않았다.  드라마 [대진제국3]에선 꽤 멋있게 나오는 백기도 실은 장평전투에서 어마어마한 살상을 했으니 동정심은 넣어두련다. 이 장평 전투에 띨띨한 조나라 장수와 왕을 보면 백기보다도 더 죄가 크다.  


진시황이 왕위에오르고 신릉군 위무기도 죽고 이제 멋진 사람은 없는 때이다. 우리에겐 '폭군 진시황과 문란한 태후와 그의 남자들인 여불위, 노애'로 더 잘 이해되는 시대, 우리가 알다시피 그런 진나라는 오래가지 못한다. 


지도자는 싸움의 기술도 알아야 하고 싸움을 잘하는 사람을 알아봐야 한다. (301쪽)


<10> 

진왕은 나름 똑똑하고 리더십도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정신적으로는 질병을 앓고 있었다고 보는 편이 맞을 거다. 왜 안 그렇겠는가? 아무튼 초반 병법은 율로, 내외정은 이사에게 맡기고 여러 가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진나라를 키운 왕이다. 한, 조, 연을 차례차례 멸망시키고 위, 초, 제까지 멸망하니 드디어 '황제'가 탄생했다. 그간의 봉건제를 철폐하고 군현제를 실시한 것은 물론 이것저것 많이 없애고 많이 만들었다. 말년이 추해서 안타깝지만 중드에서 최근 왜 멋진 캐릭터로 만드는지 모르겠다. 아마 이 시대 자국의 정당성을 알리려는 게 아닐까 싶어 씁쓸하기도 하다. 


<11> 

진2세는 환관 조고에 의해 나라를 말아먹는다. 조고와 척을 진 진의 세력가들은 모함으로 죽게 되고 이상한 나라 진에 대항하는 세력들이 나타나는데 그중 항우와 유방이 두드러진다. 그들은 원래 초왕에 셀프등극한 진승을 도와 진을 공격하는 세력이었는데 진승이 패하는 바람에 독립하게 된다. 유방보다는 항우가 더 큰 세력을 가지는 것은 일단 항씨 집안이 초나라에서 명문가이기도 하고 항우 자체가 큰 싸움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좀 참을성 및 판단력이 떨어져 진나라 왕들처럼 막 죽이고 짓밟아 민심을 얻지 못했다. 반면 유방은 1:1로 붙으면 항우에게 지겠으나 항우에게 대적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할 수 있는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역이기, 장량, 팽월, 진평, 소하 , 영포 거기에 한신까지! 심지어 한신, 진평, 영포는 항우한테서 온 인재들이었다니 유방의 사람을 끄는 매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만 하다. 


항우는 자기 감정을 감추지도 억누르지도 못하는 기분파였던 모양이다. 유방은 감정도 잘 감추고 필요하다 싶으면 입장을 싹 바꾸기도 하던데, 그런 사람이 결국 천하를 가지나 보다. 유방은 목숨이 위험할 때 좀 비겁하다 싶을 정도로 도망을 치기도 하지만 항우는 장렬하게 자결한다. 20만 이상의 목숨을 쉽게 죽인 그 죄는 진나라 백기만큼 크기에 동정할 필요는 없겠다. 


한의 황제가 된 유방은 법에 관해 너그럽고 사면도 수시로 하고 새 나라를 안정되게 운영하기 위해 대외 정벌도 안 하고 신사적인 왕이 되었다. 다만, 초반에 의심병이 돋아 한신, 팽월을 토사구팽한 면도 보이지만 그건 그가 그 시대에 살아 남아야 했던 통일 국가의 황제이기 때문이었을 지도 모르겠다. 


제국의 건설자는 비정함도 천하의 갑이요 온정도 천하의 갑, 속이 좁기도 천하의 갑이요 속이 넓기도 천하의 갑이었다. 물론 비겁함도 갑이요 용기도 갑이었다. 잔인함과 인자함이 이렇게 뒤섞여 있지만 왜 그를 영웅이라 하는가? 가운데에 어떤 과오가 있든 그의 처음과 끝은 서로 호응하는 울림이 있었기 때문이다. (246쪽)


그렇다면 이 책도 처음엔 관중, 끝엔 유방으로 울림을 주니 영웅적 면모를 가졌다 할 수 있으려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11권을 급하게 출간했나 다른 권에서는 신경이 쓰이지 않았던 오탈자가 꽤 있었다. 12권을 내려다 못 냈다는 걸 봐선 좀 급하게 낸 모양이다. 그점 빼고는 마지막이라니 아껴아껴 읽었다. 


잠시 쉬었다가 내년엔 [초한지]를 읽을 계획이다. 그 사이 [동주열국지]를 읽으면 더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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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0-12-13 0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정말 대단하세요!!!! 전 1권 사두기만 했어요. 엄두가 나질 않아서요. 저자 공원국 선생 정말 대단하다, 생각이 들어요.

동주열국지 글항아리에서 나온 걸로 읽으실 계획이신가요? 같이 읽자고 하고 싶....지만 그런 계획 보따리가 제겐 을매나 많겠습니까. ^^ 전 한 권짜리 신동준 선생이 엮은 걸로 갖고 있어요.

초한지, 그렇죠. 초한지! 어디 걸로 읽으실 계획이신지 그것도 궁금하네요. 전 오래 붙들고 있었던 ‘십팔사략‘ 이제 남송 마무리 단계입니다. 송나라 당파싸움 장면은 너무 낯익어서 할 말이 없고 그래요.

그렇게혜윰 2020-12-13 08:34   좋아요 1 | URL
십팔사략 단권짜리 읽고 있어요 현대지성클래식. 동주열국지는 정리 차원에서 읽을 더라 단권짜리 땡기네요^^ 글항아리 동양고전이 참 좋은데 다 살 순 없고 단 권짜리들만 모으는 중 ㅋㅋㅋㅋ 초한지는 교유서가책 사뒀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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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따뜻해요^^ 쓸모로 치면 가성비 갑! 지퍼 부분이 좀 아쉽긴 한데 작은 흠이죠^^

여자분들은 체격이 좋고 옷을 두껍게 입어도 M이면 충분해요. 더 크면 어깨 클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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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의 연대기
기에르 굴릭센 지음, 정윤희 옮김 / 쌤앤파커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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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소설 쓰고 있네'라는 말이 큰 이슈가 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진짜 이 소설의 화자가 딱 그짝이다. 티미의 남편이자 이 소설의 화자인 '나'(이름이 나왔었나?)는 작가라는 직업에 걸맞게 각각의 사건에 자신의 상상력으로 상황을 모두 메꾸는 좀 피곤한 사람이다. 소설을 거의 다 읽을 때까지도 나는 이런 화자는 물론 그의 아내 티미와  '장갑맨' 중 그 누구에게도 이입을 할 수 없었다. 소설이 거의 끝나갈 무렵에서야 겨우 이입할 대상을 찾았는데 그건 부부의 첫째 아이였다. 


어떻게 "당신이 내 여자이기만 한다면 무슨 짓을 해도 괜찮다."는 말을 공공연히 할 수 있지? 그건 소설가의 망상이 아닐까? 그래, 20대 세상을 좀 모를 때는 그럴 수도 있지만 그들은 중년 부부인데 어떻게 그것이 가능하다고 그것이 부부의 이름 안에서 가능하다고 믿었을까? 그 무슨 짓이 결국 사랑이 될 거라는 걸 모를 수 있을까? 그런 공공연한 허세를 듣고 자랐던 첫째 아이가 부부의 파국을 유책 배우자인 엄마가 아니라 아빠에게 책임 지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지도 모른다. 아빠가 찌질하게 구는 것도, 아무렇지 않게 구는 것도 다 꼴보기 싫고 미울 것 같다. 나조차도 남편에겐 일말의 동정심도 생기지 않았으니까. 내가 아주 초반부터 이 부부, 잘 하는 짓이다 싶었다....


소설에서도 나오듯 우리는 누구나와 사랑에 빠질 수 있다. 스쳐지나가는 그 '아무나'와도. 하지만 그 스침을 지속으로 만들지 않는 한 수많은 그 기회들은 자연 소멸된다. 그런데 그 기회를 장려한 남편과 한껏 누린 아내의 결혼 생활이라니 그들은 그것이 유지될 거라고 정말 믿은 걸까? 단지 실험 정신이 뛰어났던 걸까? 소멸될 기회들조차 경계하는 사람들도 진절머리나지만 자신들의 사랑에 무모하게 자신했던 이들 부부에게도 그 어떤 긍정적인 마음이 들지 않았다. 아이들만 아니라면 이 부부의 이별은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않았을 것 같다.


 타미 부부가 감정을 우습게 본 그 마음을, 서로의 감정을 너무나 굳건하게 본 그 마음을 보며 어린 날 한때 가졌던 내 마음들이 생각났다. 하지만 이 소설의 목적이 그 어린날의 감정을 소환하는 것은 아니었을 것 같다.  내가 너무 메마른 사람인가 모르겠지만 소설가의 표현이 섬세하든 안 하든(굉장히 디테일하게 쓰는 작가이다. 뇌 속에서 일어나는 일도 훤히 보인다고 할까?) 이야기 자체에 공감을 못해서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읽었나 궁금해진다. 아무튼 결혼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이 남자는 내눈엔 너무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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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는 악플, 특기는 막말 생각학교 클클문고
김이환 외 지음 / 생각학교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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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에 대한 교육은 아이들이 아주 어릴 때부터, 그리고 인류의 역사에서도 아주 오래 전부터 전해져 내려오지만 왜 시간이 지날수록 말은 세상을 어지럽히는 요소가 되었을까? 말을 잘한다는 것은 유려함의 상징이라기 보단 사기꾼의 상징에 가깝게 느껴지는 건 나 뿐일까?

 

말에 대한, 욕에 대한 동화들이 적지 않지만 주로 초등 저중학년 수준의 책들이 많았다. 어른들이 읽는 [--말들]과 같은 에세이들도 있지만 청소년 소설은 딱히 유명한 책이 떠오르지 않는다. 이 책에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말에 대해 본격적으로 말하는 소설 다섯 편이 들어 있다.

 

하늘과 바람과 벌과 복수 / 조영주

 

어린 시절 자신을 말로 괴롭히던 희선에 대한 기억을 치료하는 계기가 된 소설을 쓴 해환이 다시 희선을 만나는 이야기이다. 자기의 소설을 읽었다면 희선이 양심에 가책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는데 정작 다시 만난 희선은 피해자에 공감했다니 해환으로선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노릇이다. 동주 삼촌의 진단대로 희선은 '멘탈 뱀파이어', '감정 흡혈귀'이다. 살면서 말을 폭주기관차처럼 쏟아부어 듣는 사람을 지치게 하는 사람을 한둘 떠올리기란 어렵지 않다. 그것이 괴롭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걸 어떻게 각성시킨다? 해환의 복수는 참신했지만 아무나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저 피할지어다.

 

리플/정해연

무심코 단 악플에 지나가던 모지리가 중상을 당했다. 아무도 그 지경까지 의도한 것은 없지만 원래 사고란 예상치 못한 곳에서 크게 터지는 법이다. 모두를 불행하게 한 재혁의 우월감. 그 우월감이 만들어낸 타인에 대한 무시와 경멸. 말 이전에 맘보를 곱게 쓸 지어다.

 

말을 먹는 귀신 / 정명섭

다섯 편의 소설 중 밑줄이 가장 많은 작품이다.

"네가 남한테 상처 주는 건 괜찮고, 남들은 너한테 상처 주면 안 되는 거야?"

"말이라는 것은 입 안에 든 칼이랑 다를 바가 없지. 그래서 조심하지 않으면 타인은 물론 자신을 해치는 법이란다."

악의란 원래 악의 없음으로 표현되는 것 아닐까? 성혁이 진훈에게 가한 것은 엄연히 학교폭력인데 세상 아무 것도 모르는 얼굴로 입 안의 칼을 휘두르는 아이가 어찌 성혁 뿐일까? 모두 말의 감옥에서 말 먹는 귀신을 만나 봐야 정신을 차릴까? 실제로 말의 감옥이 있다면 좋겠다는 상상을 해봤다.

 

별로 말하고 싶지 않은 기분 / 김이환

말에 대한 에스피 시티와 콘트랙트 시티의 상반된 정책이 인상깊은 SF소설이다. 가끔은 콘트랙트 시티에서처럼 속의 말을 나오는대로 지껄여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할 말은 해야 한다는 걸 편리를 통해 알 수 있었던 소설. 말이라고 다 나쁜 건 아니다.

 

햄릿이 사라진 세상 / 차무진

마스크 시대엔 말도 마스크가 대신해줘야 할까? 이 시대에 유독 공감이 가는 설정이다. 언어가 아닌 비언어로 전달되는 의미들. 세익스피어의 소설들로 회복되는 말이라는 설정도 뭔가 신화적인 느낌이 든다. 말이 참 죄가 많다, 아니 사람이 참 죄가 많다.

 

내가 읽기 전 아이를 먼저 읽혔는데 이맘 때 아이는 자기 표현을 아끼는 모양인지 그냥 "재밌어."라고만 대꾸했다. 내가 읽어보니 그 이상으로 할 말이 많은 책인데 이제는 나의 말이 아이를 구속하고 괴롭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보게 된다. 말은 하기 전에 많이 생각해봐야겠다.

 

#몽실북클럽 도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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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나의 도시를 앨리스처럼 1~2 - 전2권
네빌 슈트 지음, 정유선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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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죽기 전에 읽어야 할 소설 1001권]에 수록되었다는 홍보 타이틀에 살짝 의아했다. 101권도 아니고 1001권이라....그래도 이런 걸 그냥 지나칠 수 없어 검색해보니 [죽기 전에 봐야 할 영화 1001편]과 더불어 여럿 시리즈가 있는 타이틀이었다. 다른 장르는 잘 몰라서 살펴보지 않았지만 1001권이 자칫 너무 많은 것 아닌가 싶어 의아할 수 있지만 그 목록을 보면 1001권이 참 알차다. 이 책들만 죽기 전에 다 읽어도 정말 뿌듯할 것 같긴 했다.  난 1001권 중에 43권 읽었더라는...이 책 덕분에 1권 늘어난 셈이다^^


사실 소설의 표지나 초반 이야기의 진행으로는 갑작스럽게 유산을 물려받은 여자의 러브 스토리라고 추측했었다. 그런데 진 패짓의 이야기가 진행되면 될수록 이 소설은 전쟁 소설이요, 모험 소설이요, 전기적 소설에 더 가까웠다. 물론 연애 이야기도 큰 줄거리 중 하나이다.  연애 이야기를 하자니 내가 얼마나 헛물을 켰던지 한 번 이야기하고 넘어가련다. 난 패짓 양의 신탁 관리인인 노엘의 나이가 일흔이 넘은 줄을 놓치고 나중에 안 터라 알기 전까진 둘의 관계를 응원했었다. 일흔이라는 것을 안 순간, 행여라도 그렇게 될까봐 혼자 막 긴장하며 읽었다. 마지막 문단을 보면 노엘의 마음을 내가 알아챈 것만은 분명하지만.

소설은 앉은 자리에서 다 읽을 수 있을 정도로 흡인력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조와 진이 결혼을 한 이후에는 살짝 지루함을 느꼈지만 그 전까지는 잠도 잊고 화장실도 잊고 읽었다. 특히 말레이시아에서 일본군들에 의해 계속 수용소를 찾아 걸어가는 몇 년간의 여정은 같은 식민지의 과거가 있어 그런지 몰라도 더 몰입이 되었다. 사람은 개별적으로 본다면 좋은 사람, 나쁜 사람 모두 있으니 그때의 일본군 중에도 좋은 사람은 있었겠지만 그때의 일본군은 정말 악당 그 이하라고 할 수 있다. 그 와중에 용기를 잃지 않고 무리를 이끈 한 여성과 마찬가지로 용기를 보여준 남성의 만남은 어쩌면 이상적이랄 수  있는데 그들의 만남이 거기가 끝이 아니라는 게 더 놀랍다. 허구가 아니라 실화 소설이라는 점에서 진에게서 강인한 생명력을 더 강하게 느낄 수 있었다. 

부자가 된 이후에 다시 말레이시아를 찾는다는 것도 보통 사람은 엄두가 안 나는 노릇인데 그곳을 거쳐 조를 찾아 호주 중에서도 열악하고 척박한 윌스타운과 미드허스트를 도시로 만들어낸 업적(?)은 그쪽 지방에 그녀의 동상 하나쯤은 세워졌을 것 같은 대단한 일이다. 
"내가 하고 싶은 게 바로 그거예요. 이 도시를 앨리스처럼 만드는 거요." - 2권 250쪽

아 이쯤에서 고백한다. 나는 앨리스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밖에 모르므로, 이 책의 제목을 본 순간부터 '앨리스 스프링스'라는 도시 이름이 여러 번 나온 뒤까지도 제목의 참뜻을 몰랐었다. 도시를 앨리스처럼 누비겠다는 뜻인가, 뭐 이런 말도 안 되는 의미 부여를 하던 참이었는데....나만 그랬을까?^^

무에서 유를 개척해낸 진 패짓이라는 여성이 실존하였다는 데에 무척 다행한 마음이 든다. 이 이야기에 나오는 그 어떤 인물보다 빛나는 그녀를 통해 같은 인간으로서 자긍심을 느낀다. 사람은 이렇게 극한 상황에서도 공익의 발전을 위해 빛이 날 수 있다는 사실은 지금과 같이 자기의 이익만 챙기려는 인간성에 각성을 준다. 개인에게 기대기엔 지금의 우리는 그만큼 열악하지 않으므로 진 패짓과 같은 시스템을 원한다. 공익을 도모하면서 개인의 이익도 충족되는 그런 시스템을.

#나의도시를앨리스처럼 #네빌슈트 #레인보우퍼블릭북스 #번역문학

#몽실북클럽 에서 책을 지원받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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