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나의 도시를 앨리스처럼 1~2 - 전2권
네빌 슈트 지음, 정유선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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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전에 읽어야 할 소설 1001권]에 수록되었다는 홍보 타이틀에 살짝 의아했다. 101권도 아니고 1001권이라....그래도 이런 걸 그냥 지나칠 수 없어 검색해보니 [죽기 전에 봐야 할 영화 1001편]과 더불어 여럿 시리즈가 있는 타이틀이었다. 다른 장르는 잘 몰라서 살펴보지 않았지만 1001권이 자칫 너무 많은 것 아닌가 싶어 의아할 수 있지만 그 목록을 보면 1001권이 참 알차다. 이 책들만 죽기 전에 다 읽어도 정말 뿌듯할 것 같긴 했다.  난 1001권 중에 43권 읽었더라는...이 책 덕분에 1권 늘어난 셈이다^^


사실 소설의 표지나 초반 이야기의 진행으로는 갑작스럽게 유산을 물려받은 여자의 러브 스토리라고 추측했었다. 그런데 진 패짓의 이야기가 진행되면 될수록 이 소설은 전쟁 소설이요, 모험 소설이요, 전기적 소설에 더 가까웠다. 물론 연애 이야기도 큰 줄거리 중 하나이다.  연애 이야기를 하자니 내가 얼마나 헛물을 켰던지 한 번 이야기하고 넘어가련다. 난 패짓 양의 신탁 관리인인 노엘의 나이가 일흔이 넘은 줄을 놓치고 나중에 안 터라 알기 전까진 둘의 관계를 응원했었다. 일흔이라는 것을 안 순간, 행여라도 그렇게 될까봐 혼자 막 긴장하며 읽었다. 마지막 문단을 보면 노엘의 마음을 내가 알아챈 것만은 분명하지만.

소설은 앉은 자리에서 다 읽을 수 있을 정도로 흡인력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조와 진이 결혼을 한 이후에는 살짝 지루함을 느꼈지만 그 전까지는 잠도 잊고 화장실도 잊고 읽었다. 특히 말레이시아에서 일본군들에 의해 계속 수용소를 찾아 걸어가는 몇 년간의 여정은 같은 식민지의 과거가 있어 그런지 몰라도 더 몰입이 되었다. 사람은 개별적으로 본다면 좋은 사람, 나쁜 사람 모두 있으니 그때의 일본군 중에도 좋은 사람은 있었겠지만 그때의 일본군은 정말 악당 그 이하라고 할 수 있다. 그 와중에 용기를 잃지 않고 무리를 이끈 한 여성과 마찬가지로 용기를 보여준 남성의 만남은 어쩌면 이상적이랄 수  있는데 그들의 만남이 거기가 끝이 아니라는 게 더 놀랍다. 허구가 아니라 실화 소설이라는 점에서 진에게서 강인한 생명력을 더 강하게 느낄 수 있었다. 

부자가 된 이후에 다시 말레이시아를 찾는다는 것도 보통 사람은 엄두가 안 나는 노릇인데 그곳을 거쳐 조를 찾아 호주 중에서도 열악하고 척박한 윌스타운과 미드허스트를 도시로 만들어낸 업적(?)은 그쪽 지방에 그녀의 동상 하나쯤은 세워졌을 것 같은 대단한 일이다. 
"내가 하고 싶은 게 바로 그거예요. 이 도시를 앨리스처럼 만드는 거요." - 2권 250쪽

아 이쯤에서 고백한다. 나는 앨리스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밖에 모르므로, 이 책의 제목을 본 순간부터 '앨리스 스프링스'라는 도시 이름이 여러 번 나온 뒤까지도 제목의 참뜻을 몰랐었다. 도시를 앨리스처럼 누비겠다는 뜻인가, 뭐 이런 말도 안 되는 의미 부여를 하던 참이었는데....나만 그랬을까?^^

무에서 유를 개척해낸 진 패짓이라는 여성이 실존하였다는 데에 무척 다행한 마음이 든다. 이 이야기에 나오는 그 어떤 인물보다 빛나는 그녀를 통해 같은 인간으로서 자긍심을 느낀다. 사람은 이렇게 극한 상황에서도 공익의 발전을 위해 빛이 날 수 있다는 사실은 지금과 같이 자기의 이익만 챙기려는 인간성에 각성을 준다. 개인에게 기대기엔 지금의 우리는 그만큼 열악하지 않으므로 진 패짓과 같은 시스템을 원한다. 공익을 도모하면서 개인의 이익도 충족되는 그런 시스템을.

#나의도시를앨리스처럼 #네빌슈트 #레인보우퍼블릭북스 #번역문학

#몽실북클럽 에서 책을 지원받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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