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들에게 인생을 즐기라거나 매일매일을 충실히 살라는 말은 그리 와닿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어른들에게는 결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주제이다. 아마도 어른이 되고서야, 그 간단한 말을 실천하며 살아가는 게 얼마나 힘든지를 직접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겉보기에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이 그림책은, 어른들이 소리 내어 읽기에 더 좋은 책인 듯싶다. 지은이 신시아 라일런트는 이야기한다.


"어제는 먼바다로 떠나가 버렸고, / 내일은 아직도 잠들어 있어요."


이 책의 첫 장을 넘기면, 뜰에 나와 있는 남자아이를 만나게 된다. 아이는 씨앗을 심고 암탉에게 모이를 주고 민들레 홀씨를 불어 날리며, 그물침대에서 엄마 품에 안겨 한가로이 휴식을 취한다. 그밖에 특별한 일 하나 일어나지 않는다.


이 책에서 드라마틱한 부분은 바로 그림이다. 이 책의 그림을 창조하기 위해 그린이 니키 매클루어는 잘 드는 종이공작칼을 사용했다. 커다란 검정 종이 한 장을 세밀하게 오려내어 장면 하나하나를 레이스처럼 완성한 뒤, 배경에 색을 입혔다. 이러한 기법은 사람의 얼굴은 꼭두각시처럼 다소 무표정하게 그려내는 반면, 배경에 등장하는 콩 줄기와 자작나무, 새싹과 민들레 홀씨 등에까지 독자들이 감정 이입하여 의미를 되새기도록 생동감 있게 표현해냈다. 무광 종이 위에 흑백으로 대비되는 선과 금빛과 하늘색으로 번갈아 바뀌는 배경색이 이러한 느낌들을 더 강화한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신시아 라일런트는 말한다.


"넓고 넓은 우주에서 / 빙글빙글 지구가 돌아 / 오늘은 곧 지나가고 / 다시는 못 돌아와요. // 그러니 최선을 다해 / 오늘 하루를 멋지게 보내요. / 오늘 하루를 우리 스스로 가득 채워요."


그런 다음 독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멋진 하루가 또 우리를 기다리고 있네요. / 여러분은 오늘, 무엇을 할 건가요?" - 「월스트리트저널」, 메건 콕스 고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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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초 2012-11-03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에서 작거가 마지막으로 우리에게 던진 말 -당신은 오늘 무엇을 할것인가요? 이짧은 글이 감동적인 것은 우리가 그동안 하루라는 시간을 의미없이 보낼 때가 많았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