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궁중음식 연구원 원장 한복려 님께서 알라딘으로 보내주신 7월의 좋은 어린이 책, <어린이 먹을거리 구출 대작전!>의 추천글입니다.
음식이라는 것은 먹는 걸로 그치는 게 아니고, 어른이 된 뒤에도 '기억'으로 남는 이야깃거리입니다. 그중에서도 엄마아빠가 만들어 준 음식, 집에서 만들어 먹는 음식은 더욱 특별하지요. 아마 요즘 아이들은 외식이나 학교에서 먹는 음식, 친구들과 사 먹는 음식이 전부라고 생각할 거예요. 급식이 아이들의 기억 속에 남는 '어렸을 때 음식'이 되지 않나 싶거든요.
음식은 누군가를 생각하면서 만드는 거예요. 부모님을 위하여, 언니오빠를 위하여, 그 누군가를 '위하여' 만드는 것, 만드는 사람의 마음을 담아서 보여 주는 표현이 바로 음식입니다. 만든 이의 마음을 전하려는 뜻이 담긴 음식, 제대로 만든 음식, 정성껏 만든 음식임을 알아챘을 때 느끼는 감정은, 파는 음식을 먹을 때와는 완전히 달라요. 감사히 먹을 수밖에 없거든요. 농부와 어부 같은 사람들의 땀과 정성이 한 단계 한 단계 거쳐서 완성된 것이 음식이에요. 쉽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지요. 음식을 만드는 사람은 물론, 생산하는 사람과 만드는 사람, 먹는 사람이 다 연결되는 거예요. 그러니까 좋은 음식이 무엇인가, 볼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해요. 어디 가서 음식을 먹든지, '아 이 음식은 맛이 있다' '정성 들인 음식이구나' 하고 알아차릴 수 있는 눈을 가져야지요. 그런 미각을 길러야지요.
그러니 어린이들이 식재료가 지니는 각자의 성질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해요. 호박이면 호박 맛, 죽순이면 죽순 맛이 있는 건데, 살면서 강하게 스트레스를 받다 보니 음식도 점점 강도가 세질 수밖에 없지요. 양념을 더 집어넣어야 맛있게 느껴지고, 미각에는 혼란이 와요. 그 맛이 기억이 되어 자꾸 강한 음식, 즉 맵고 질기고 한 음식을 자꾸 먹으려 하지요. 아이들한테 먹을거리 교육을 할 때는 이런 게 오이의 맛이야, 씹히는 건 이런 거야, 오이의 조직은 이렇게 생겼어, 그런 거부터 시작해 나가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오이의 아삭거리는 질감을 더 느끼게 하기 위해서, 오이의 이런 성질을 잘 살리기 위해 오이를 소금에 절이는 거다, 하는 기초적인 걸 가르치는 교육이 되어야 해요.
학교에서도 그런 걸 좀 제대로 가르쳤으면 좋겠어요. 옛날 우리 때는 굳이 배우지 않아도 할머니, 어머니한테 저절로 배웠죠. 요새는 집에서 그럴 새가 없으니까요. 김종덕 선생이 <어린이 먹을거리 구출 대작전!>에서 하고 있는 이야기가 바로 이런 것들이에요. 어린아이들은 호기심이 아주 많지요. 이 호기심을 가장 잘 다질 수 있는 것이 바로 엄마가 만들어 주는 음식이에요. 그러니까 이 책에 담긴 이야기들은 사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관점으로 엄마아빠가 봐야 되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 책을 본 아이들이 "엄마아빠, 뭐 좀 만들어 주세요." 하거나 같이 음식을 만들어 먹는 기회를 자꾸 만들면 좋겠어요. 어린이들이 부모한테 교육을 받는 게 아니라 오히려 아이들이 부모나 어른한테 가르치고 전해 주는 계기가 되어 줄 수 있을 것 같네요.
음식을 만드는 사람은 생명을 다루는 의사나 같아요. 옛말에 "마음을 다루는 의사가 최고의 의사이고, 식의食醫, 즉 음식으로 병에 안 걸리게 하는 것이 그 다음이다" 그랬어요. 어린이 여러분들이 이 책을 통해 사람을 살리는 먹을거리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어요. - 한복려(궁중음식 연구원 원장, 제38호 조선왕조궁중음식 보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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