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키스
1
일이 시작되면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반드시 오늘날의 syo를 비방하겠지만, 오늘날의 syo는 괜히 구청 일이 재미있을 것만 같다. 이런저런 분야에서 20년 넘게 공직생활을 하고 계신 여러 강사님들이 와서 설명해주는 일들이 어쩐지 흥미롭다. 보람을 얻고 대신 머리카락을 잃었다는 자조의 말씀에서조차 뭔가 후광이 느껴진달까. 과연 syo는 어떤 공무원이 될 것인가.
2
9 to 6 연수원 생활은 강의를 빼놓고는 하루하루 즐겁다. 강의가 8할이라서 그렇지, 그걸 빼면 아무 문제가 없다. 책을 좀 봐야 하는데 영 시간이 나질 않는다. 기본적인 오피스 프로그램 다루는 법을 익히고 있다. 배치받은 자치구의 예산부터 각종 사업에 관한 문서들을 훑어보는 중이고, 동시에 발령받은 부서의 업무에 관련된 책도 두어 권 읽어 놓으려고 준비 중이다. 그래도 기본적인 회계 지식은 있어야 할 것 같아서 회계원리 강의를 신청해놓았고, 어쩌다 보니 미시경제학 강의도 듣는 중이다. 이런저런 핑곗거리들을 다 뭉치고 나니 결국 출퇴근 길, 점심시간 중 약간, 매트리스 위에 배를 깔고 잠들기 직전까지의 극도로 짧은 찰나 말고는 책 읽을 짬을 만들기가 녹록지 않다.
3
한때 누군가를 너무 좋아했던 그만큼은 다른 누구도 좋아할 수 없을 것 같다고 해서, 다시 누군가 좋아하면 안 되는 걸까. 좋아하는 마음을 왜 크기로 잴까. 짠맛은 아무리 짜도 단맛보다 큰 것이 아니고, 단맛은 아무리 달아도 짠맛보다 많은 것이 아닌데, 어떤 좋아하는 마음은 왜 또 어떤 마음보다 크거나 작고 많거나 적다는 식으로 감각할까.
4
그들은 오래도록 키스했다. 혀와 입술의 맛, 가끔씩 부딪치는 치아의 느낌, 작은 코에서 나오는 달콤한 숨결에 빠져서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조차 인지할 수 없었다. 자신의 몸이라는 것도, '나'라는 의식도, 너와 나의 구분도 그 순간에는 의미를 잃었다. 그럴 때 서로의 몸은 차라리 꽃잎과 물결에 가까웠다. 우리는 마시고 내쉬는 숨 그 자체일 뿐이라고 이경은 생각했다. 한없이 상승하면서도 동시에 깊이 추락하는 하나의 숨결이라고.
_ 최은영, 「그 여름」
해도 해도 잘 모르겠는, 키스란 대체 뭘까. 혼자 있다가 가끔씩 현타가 심하게 올 때면 대체 저 짓을 왜 하는 거지, 왜 혀로 혀를 얽고 서로의 타액을 교환하는 거지, 눈은 왜 스르르 감는 건데, 입술은 생식기도 아닌데 그거 두 개 붙이고 대체 왜 흥분하고 난린데- 하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이상하게 사랑하는 사람 옆에 서면 자꾸 입술만 보이고 입술만 보다 보면 주변은 하나도 안 보이고 정신 차려보면 뽀뽀와 키스 사이의 뭔가를 하고 있고 주위를 둘러보면 아차 지금 여기 퇴근 시간 지하철 2호선이고 막 그러는 것이다. 무진장 신비로운 키스의 매직.
--- 읽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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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 스피노자 매뉴얼 / 피에르-프랑수아 모로 : 131 ~ 247
: 스피노자 철학 입문의 시작점. 하지만 과문한 독자 입장에서는 평전은 스티븐 내들러가, 저작의 개론은 국내 저자가 쓴 다른 입문서들이 훨씬 읽기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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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8. 사람들은 왜 도시에 살까 / 미셸 르 뒤 외 : ~ 79
: 애들 보는 귀여운 책이랄까. 그렇지만 또 어쩐지 애들이 좋아할 것 같지는 않다.
--- 읽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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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년 하버드 글쓰기 비법 / 송숙희 : ~ 135
사랑을 위한 되풀이 / 황인찬 : 64 ~ 122
대한민국에서 공무원으로 산다는 것 / 이진수 : ~ 151
커피 연구소 / 숀 스테이먼 : ~ 105
다이어트 신화 / 팀 스펙터 : ~ 44
낙인찍힌 몸 / 염운옥 : ~ 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