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치회가 먹고 싶었다.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꼭 더 그렇다. 내 생일은 여름인데, 어느 해 생일에 참치회를 먹으러 갔더니 날이 더워 그런지 회가 금세 흐물흐물해졌다. 그날 이후로 여름에는 웬만하면 참치회를 먹지 않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가을 무렵, 추석쯤이면 참치회에 대한 갈망이 잔뜩 커져있다. 어쩌면 아마도, 10년 전 가을, 추석을 하루 앞둔 날, 그 사람과 나는 참치회를 먹으러 갔는데.... 그날이 아마도 시작이었던 것 같다. 서로의 마음을 완전히 확인한 날이. 그래서 가을이면, 추석을 앞둔 날이면 그렇게 참치가 더 생각이 나는지도 모르겠다.
며칠 전 함께 길을 걷다가 나는, “참치 먹고 싶다. 추석 때쯤에 먹으러 갈래?”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얼마 전 리뷰대회가 있었는데 이번에는 적립금이 아니라 상금으로 주더라, 10만 원쯤 받으면 내가 참치 쏘겠다고 했다. 그렇다. 나는 1등 상금이 50만 원인 것은 알고 있었으나, 누구처럼 1등은 ㅋㅋㅋㅋ 꿈도 꾸지 않았고 한 10만 원만 받으면 참치 먹으러 가야지, 하고 생각했다(2등 상금이 20만 원이나 되는 줄도 몰랐네). 그 사람은 그래 좋아, 하고 참치회 정도는 먹을 수 있겠구나 생각하는 얼굴이었다. 내가 이런저런 리뷰대회에서 적립금을 타거나 가끔 상금을 타오는 걸 알고 있어서 받으면 받는구나, 그런 표정이랄까. 다만 그 사람은 약간 적립금은 꺼리는 듯했다. 책이 또 늘어날 테니까? 그러나 이번에는 ‘상금’이라는 말에 솔깃한 것 같았다.
그리고 오늘, 메일함에 알라딘 이벤트 당첨 소식을 알리는 메일이 와 있는 것을 보고 살짝 마음이 떨리기 시작했다. 어쨌든 당첨이구나. 마침내. 얼마일까? 궁금해 하며 살짝 실눈 뜨고 보다가 와우~! 참치회 다섯 번 먹을 상금을 타게 된 것을 보고 으하하하, 너털웃음을 터뜨릴 뻔했다. 때마침 그 사람과 메신저로 대화 중이었는데, 이 기쁜(그러나 흔한) 소식을 전했더니 그 사람도 기뻐한다. 참치 먹을 생각에 기쁜 것이겠지....? 사실 애인이 와인셀러를 샀다고 내일 올 거라고 뭐 이런 이야기 중이었는데, 때마침 어제 쌀이 똑 떨어진 것을 보고 나는, 쌀 떨어진 집에 와인셀러가 웬말이냐 뭐 이런 말을 하고 있던 것이다. 아, 아깝다. 상금 탈 줄 알았다면 와인셀러 나보고 사라고 할 걸 그랬다, 이런 말을 하다가 그럼 쌀이라도 사주겠니? 그리하여 상금 탄 것(아니 탈 것으로) 쌀을 일단 주문했다. 글 써서 쌀 사먹는...?

생생한 대화의 현장-

다부장의 자뻑을 따라해봄 ㅋㅋㅋㅋㅋ
10만원쯤 받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는 고양이들 스크래쳐며 간식이며 캔이며 이것저것 주문했었는데 괭이 삼모녀가 잘 먹는 캔을 발견하고 이 세모녀 줄 생각으로 비타크래프트 하트캔도 더 주문했다(울집 기존의 삼형제는 비타크래프트 하트캔 안 먹음....). 아무튼 그래서 쌀 사고 괭이 밥 사고 ㅋㅋㅋ 참치회 먹으러 갈 생각이고, 와인셀러에 와인도 좀 넣어주기로..... (상금은 아직 받지 않았음) 리뷰 대회에서 타는 적립금도 좋지만 가끔 이렇게 주는 현금은 더 좋네요.
부장님 이 기분 아십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 마침내... 저보다 리뷰를 잘쓰시네요? 패턴을 좀 알고 싶은데요.
잠자냥 : 1등이 파도처럼 덮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물에 잉크가 퍼지듯이 서서히 물드는 사람도 있는 거야.
잠자냥 : 당신은 리뷰도 있고 상금도 있어야 행복하잖아.
단발머리 : 1등하는 걸 보고 부장님이 뭐라던가요?
공쟝쟝 : 하아... 독한 것.
다락방 : 또 탈락이야? 내가 너한테 밥 준다고? 그럼 됐어. 나한테 선물을 꼭 하고 싶다면, 그 잘쓰는 잠자냥의 손가락을 가져다 주세요. 난 좀 갖고 싶네.
공쟝쟝 : 하지만 부장님이 나한테 그랬잖아요. 리뷰는 흡연과 같아서... 처음만 어렵다.
단발머리 : 한국에서는 리뷰 대회 탈락했다고 글쓰기를 중단합니까?
다락방 : 잠자냥한테... “나 너 때문에 맘고생 깨나 했지만 사실 너 아니었으면 내 인생 공허했다” 요렇게 좀 전해 주세요.
잠자냥 : 우리 일을 그렇게 말하지 말아요.
다락방 : 우리 일? 우리 일 무슨 일이요. 내가 당신 서재 앞에서 밤마다 서성인 일이요? 당신 글 읽으면서 깊이 잠든 일이요? 모니터를 끌어안고 행복하다고 속삭인 일이요?
잠자냥 : 락방씨가 나하고 같은 종족이란 거, 진작에 알았어요.
다락방 : 리뷰는 됐고, 이사나 가자.
공쟝쟝 : 그 새낀 니가 어딜 가든 쪼차오자나
단발머리 : 락방 씨... 수렁에서 건진 리뷰, 그거 다시 버려요. 더 깊은 바다에 버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