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족의 은밀한 사생활 - 탐미의 시대 유행의 발견, 개정판
이지은 지음 / 지안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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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만화 깨나 봤다는 소녀에게는 익숙한 만화 [베르사이유의 장미]. 그때는 상식이고 의식이고 없을 때라서 그저 멋진 주인공을 입을 헤-벌리고 보는 것이 전부였는데, 거기 나오는 아리따운 공주님이 마리 앙뚜아네트였다는 사실을, 정말- 정말 나중에야 알았다. (오스카가 더 멋있어서 그런지 그밖의 다른 인물들의 사건이 당최 기억이 나질 않는다.)  

캔디풍의 그림체였던 그 만화는 앙투아네트를 되게 재수없게(?) 묘사했었던 것 같다. 왠지 우울한 분위기 때문에 꼭꼭 챙겨보는 만화가 아니었던 까닭에 내용은 거의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 캐릭터가 나오면 자동적으로 눈을 째릿했던 것 같다. 

1789년, 서양의 역사에서는 그렇게 중요한 프랑스 시민혁명이 있었던 해이다. 그리고 프랑스의 마지막 왕비였던 마리 앙뚜아네트가 단두대에서 파란만장한 생을 마감했던 해이기도 하다. 또 오브제와 예술의 역사에서는 절망적인 해였다. 참 어떤 일에도 좋은 일만 생길 수는 없다. 항상 양면은 존재한다니! (특히, 많은 공예 장인들이 굶어죽었다고 하니 참 슬픈 일!)

남의 나라 왕비한데 비운의 왕비니 어쩌고 저쩌고 하는 것이 좀 이상하게 여겨지기는 했는데, 한 여자의 일생으로 보면 불쌍한 생각이 들긴 하다. 커스틴 던스트가 주연한 영화 [마리 앙뚜아네트]는 소박한 마음을 지니고 있었던 그녀가 사람들의 오해로 역사의 시류에 휩쓸려가는 비애가 잘 드러난 점에서 잘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빵이 없으면 고기를 먹으면 되지"라는 본인이 하지도 않은 말로 유명해져서, 나중에는 프랑스 혁명군에게 오스트리아 창녀로까지 묘사되기까지 한다. 그들은 상징적인 희생물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적국 출신의 공주는 얼마나 좋은 대상인가. 

책은 마리 앙뚜아네트를 비롯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루이 14세, 로코코 시대의 화가 부셰 등을 다루며 흥미롭지만 그들의 삶에 이면에 집중한다. (루이 14세의 삶도 무척 흥미로왔다.)또한 유행의 발달하는 양상과 오브제 아트의 역사를 볼 수 있어서 눈이 즐거워진다.  

 

서양 미술사를 배울 때, 로코코 시대는 분량부터 몹시 적다. 그저 향락적이고 여성적인 시대, 그리고 그때 태어난 예술. 그 정도만 알면 된다. 로코코 시대에서 힘을 뺐다가는 다른 시대에서 힘들테니. 주제도 귀족들의 피크닉, 가벼운(?) 애정행각 등의 풍속과 가십거리같은 소재에 전반적으로 파스텔 톤의 그림에 굳이 필요하지 않은 장식만 난무한다고 비난할 수도 있지만, 대책없이 행복한 그림 앞에는 손쓸 길이 없다.   

굳이 필요하지 않은 장식들은 또 어떻고. 군더더기를 싫어하고 실용적인 사람이면 까무러칠 장식은 로코코 공예품의 존재의 이유같은 것이다. 또한, 부셰는 살아 생전에는 인정받고 왕권 붕괴와 함께 몰락한 예술가라고 하는데... 위대한 화가들 중에는 평생 가난하게 살았던 사람도 많이 있어서 그런지 그닥 동정이 되지는 않았다. 죽고나서 명성이 생기면 무슨 소용이요?!

르누아르의 대책없이 행복한 그림. 부셰의 대책없이 행복한 그림. 그래도 요즘의 사람들은 르누아르를 지지할테지? (나도 요즘 사람이라 굳이 따지자면 르누아르 쪽이 좋긴하다.) 

내게는 일본의 몇몇 여자애들만이 열광하는(불량공주 모모코 같은 분장하고 다니는 애덜) 풍조라 생각했던 로코코 시대의 양식을 새롭게 발견하게 해준 고마운 책이다. 저자의 글솜씨도 무척 좋아서 술술 재미있게 읽힌다. 각 테마마다 앞장에 붙어있는 그림 테두리를 금장(?)이라 고급스럽고 뒤 쪽에 관전 포인트를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것을 보니 책을 성의있게 만든 티가 난다. 

 

ps. 제목만으로 너무 보고 싶던 책인데 보관함에 담아놓고 끙끙 앓기만 했었다가, 작년인가.. 올해초인가.. 알라딘이 로고를 새로 바꿀 때 이벤트로 신청한 책이었다. 그 때 - 88만원 세대이지만 귀족들이 어떻게 사는지는 보고라도 싶소! 라는 식으로 글을 남겼는데, 당당한 당첨자가 되었다. 

책이 배송되서 책과 함께 있던 편지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던 거 같다. -- 한때 기사딸린 이층집 사모님이 되고 싶었던 꿈을 품었던 저로서는 뽈쥐님의 욕망을 그냥 지나칠 수 없네요. (까르르 넘어갔다)..... 재밌게 읽으시고 리뷰로 보답해 주셔요. 

저 마지막 말을 지키려고 노력했다는 사실을 알려드리며...(근 일년을 책장에 꽂힌 저 책만 보면 마음이 묵직하고 그랬다ㅠㅠ) 리뷰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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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 결혼 시키기
앤 패디먼 지음, 정영목 옮김 / 지호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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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전히 제목만 보고 살까 말까 하다가 산 책이었는데 가족들의 모든 책이 뒤섞인 내 서재에서 조용히 있어야할 운명에 있었던 책이었다. 그러다 가격이 50%가 다운되자 억울함에 눈물을 흘리며 다시 집어들었던 책이기도 했다.

내가 읽은 것 중, 가장 재미있고 잘 써진 에세이이며, 그리고 로맨스 소설보다도 더 로맨틱한 책이다. 

결혼을 하고 서재를 합치고 아이들이 책을 놀이도구로 삼고 블럭 쌓듯이 놀며, 가족들끼리 낭독 대회같은 것을 하는... 어쩌면 어릴 때 내가 그토록 꿈꿔왔던 가족의 이미지였다. 그러므로 책을 읽으면서 너무 행복했고 웃음을 터뜨렸고 질투심에 부들부들 떨기도 했다. 

나는 어릴 때 책을 무척 안 읽는 아이였다. 우선 집에 재밌는 책이 별로 없었다. 순전히 위인전과 그게 아니면 역사 만화, 백과사전 아니면 아예 어른용으로 된 세계문학전집 등이 우리집 서재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대신 동화책과 알쏭달쏭 상식같은 가벼운 과학책(대부분 언니가 졸라서 산 것), 어린이용 브리테니커 백과사전이 있었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씩 동네에 새로 생긴 큰 서점에 세모녀가 나란히 가서 책을 하나씩 골라오곤 했는데, 거기서 내가 고른 재미있는 이야기 책만이 내가 여러번 읽고 선호했던 책이었다. 얼마나 여러번 읽었는지 그 때 읽었던 창작 동화집과 <트리캡의 샘물>은 언제나 내 기억에 남아 있다. 정말 훌륭한 동화는 50세에 읽어도 재밌다는 말은 진실이다! 

스토리에 목마른 내가 나와 맞지 않은 책들로만 가득찬 우리집 서재에서 지루함을 느꼈던 것은 당연한 일이다. 특히, 나는 위인전을 별로 안 좋아했고 지금도 싫어하는 수준으로 안 좋아한다. 그 많은 위인전들 중에 읽었던 인물은 에디슨, 헬렌 켈러, 강감찬 뿐이었다. 에디슨은 스펀지에서 주기적으로 나쁜 인물로 나와서 날 실망시키고, 헬렌 켈러는 사회주의자였다는 다소 충격적인 사실(사회주의자를 싫어하는 건 아니다. 다만 무척 의외로 느껴졌을 뿐이다.)을 알았고, 강감찬은 탄생에 얽힌 지명인 낙성대와 키가 작고 못생겼다는 사실만 기억할 뿐 그가 공을 세웠던 전투는 기억에 별로 남지 않는다. 

엄마는 어릴 때 가끔 위인전을 잠에 들기전인 언니와 나에게 읽어주었고, 나는 도서 선정에 짜증을 느꼈지만 그냥 엄마가 옆에 있는게 좋아서 참고 들었다. 그리고 결심했다. 나는 내 아이에게는 위인전 따위는 읽어주지 않으리! 

그런 점에서 이들의 결혼생활은 무척이나 로맨틱하게 느껴진다. 이야기 책으로 가득찬 서재에 꽂힌 책들을 '육체적으로' 느끼고, 그것들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모든 것을 배운다니. 특히, 처음의 서재를 결혼시키는 장면에서 부부가 토론하는 모습은 무척 부러웠다. 영문학에 대한 지식은 많이 없지만 겹치는 책에 대해 이마에 핏대를 세우면서 싸울 수 있는 남자를 만났으면 좋겠다.  

그 밖에도 재미있는 꼭지를 만나볼 수 있다.  책을 사랑하는 방식에 따라 '육체적 연인'과 '궁정식 연인'으로 분류하는 법에 대해서는 본인의 방식을 체크해 볼 수 있을 것이며, 어디까지를 표절이라고 말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생각을 공유할 수도 반대할 수도 있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내게는 이 에세이 집이 어떤 할리퀸 로맨스보다도 더 로맨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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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전에 꼭 봐야 할 명화 1001점 죽기 전에 꼭 1001가지 시리즈
스티븐 파딩 책임편집, 제오프 다이어 서문편집, 하지은.한성경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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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마로니에 북스에게 심심한 감사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난 이렇게 좋은 책을 몇 년전인지... 알라딘에서 진행한 [내 책상 위에 꾸미는 미술관 : Art book 시리즈]의 이벤트 선물로 받았다. 이렇게 크고, 묵직하고, (무엇보다도) 비싼 책을... 죄송합니다. 꾸벅. 굽신굽신. 

아직 이런 연유로 리뷰를 작성하지 못한 책이 몇 권 더 있으므로 카테고리마저 새로 만들었다. 부지런히 쓰겠습니다. 몇 년이 걸리더라도 리뷰는 꼭 쓰는 그런 여잡니다, 저는. 

우선, 나는 원래 그림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다. 언제가 시작인지는 모르겠는데 그림보는 것이 좋다. 예쁜 그림이 들어간 책과 그냥 글로만 이뤄진 책이 있다면 전자의 책을 고르는데는 그렇게 까다로운 사람이 아니다. 그런 관심으로 미술사나 미학에 대한 수업도 몇 개 듣게 되었고, 세상에는 참말로 아름다운 그림이 많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죽기 전에 꼭 봐야할 명화 1001점은 그런 점에서 매우 좋은 책이다. 별로 관심이 없는 사람도 알 법한 유명한 작품도 많지만 생각보다 모르는 작품도 많았고, 적기는 하지만 동양화나 현대작가의 작품까지 있는 것이 좋았다.(우리나라 화가로는 이중섭과 박수근이 실려있다!) 게다가 친절한 설명까지. 관심이 많은 화가의 이야기에는 조금 부족함을 느끼긴 했지만 잘 모르는 화가에 대한 설명은 재미있고 좋았다. 관심있는 사람은 찾아보면 좋을 듯.

요즘 [게릴라걸스의 서양 미술사]를 다른 책을 읽는 도중 짬짬이 읽고 있는데, 미술사를 배우면서 수많은 남성 화가의 이름은 기억나는데 생각해보니 여성 화가는 별로 없었다. 정말 기억나는 이름이라곤 젠틸레스키밖에 없었는데... 성추문 사건으로 유명해진 것이라 하니.. 쩝. 곧 리뷰를 쓸 것 이지만, 당대에 그림으로 돈을 많이 벌었어도 평론가에게 인정받지 못한 작가가 무진장 많다고 한다. 아니면 우리나라의 나혜석처럼 사생활이 부각되던지. 

이런 현실에 씁쓸해 하면서도, 책에서 화가 <타마라 드 렘피카>의 사생활 중심으로 쓰여진 설명을 보자 나는 인터넷을 검색하고 말았다. 향수 <롤리타 렘피카>의 뮤즈인 그녀는 굉장히 자유로운 삶을 살았으며, (아마)아름다운 외모를 이용해 남편의 탈주를 돕거나 명망있는 남성들의 초상화를 그려주었다. 그리고 헐리우드에서 '스타급 화가'가 되었다고 하는데.... 실제로 검색을 해보니 엄청 관능적인 외모다. 왠지 배우 그레타 가르보같은 느낌이다.  

여성 화가는 사생활만 부각시키는 풍조를 비난하면서도 짧은 글을 읽기만 해도 영화같은 그녀의 삶을 검색해본 나도 참... 그림이 도시적이고 양감을 표현하는 것에 매우 독특하다.  

뭐 이런 식으로 관심있는 작가들은 따로 찾아보는 것이 이 책을 활용하는 최고의 방법인 듯 하다. 죽기 전에 꼭 봐야할 명화들은 아직도 더 많은 것 같으니 곧 죽어도 여한이 남을 것 같다. 책의 두께와 무게, 용어풀이나 화려한 작가진(?)의 내력은 무척 감동스럽고 든든하다. 

타마라 드 렘피카의 사진을 투척하며 배은망덕한 리뷰를 마친다.  

  

 

ps. 표지에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를 넣은 것은 매우 잘한 선택이다. 언제봐도 몹시 아름다운 그림이므로. 한때 덴*크 모카치노에서 이 명화를 넣어서 엄청나게 마셔댔는데.. 디자인이 바뀐 뒤로 손이 가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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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모의 역사
아서 마윅 지음, 채은진 옮김 / 말글빛냄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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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고 볼 일이다. 안 예쁘면, 혹은 못 생기면 평소엔 문제가 없는데(과연..?) 잘 못하면 문제가 된다. 왜냐하면 외모가 바로 공격할 여지를 주기에. 상대가 여자라면 타격은 더욱 크다. 가령, 불만족스러운 서비스에 대해 항의를 할 때, "왜 거기 카운터에 앉아 있는 뚱하고 이상하게 생긴 여자 있잖아요! 얼굴이 그러면 표정이라도 예쁘게 하든지!!" 라는 말 같은 거 말이다.(물론 이 예는 너무나 몰상식한 경우로 완전히 적합한 예는 아니다. 그러나 이런 몰상식한 분들이 참 많다는 것이 문제.) 

그래서 사람은 '억울하면' 예뻐야 한다. 근데 그게 어디 내 마음대로 되는 문제냐 이 말이다. 죽었다 깨어나든가, 엄마 뱃 속에 다시 들어갔다 나오든가, 아니면 현대 의학의 도움을 조금씩(?) 받느냐.. 아 그것이 문제로다. 그래서 의사들이 '의느님'이라고 불려지는 현재의 상황은 크게 공감이 가기도 한다. 어머니 날 낳으시고, 의사님 날 다시 태어나게 하시니... 맹자왈 공자왈.  

이상주의자들이나 중세시대 사람이나 그리스 철학자들이나 외모가 별 거 아니라고 말하지만, 실상은 우리가 너무나 잘 알듯이 그렇지 않다. 그렇지 않으면 왜 네입어에 "교회 오빠, 성당 오빠, 절 오빠"가 버젓이 자동검색어에 나와 있냐고요.  

.............번외. 얼마 전에 서점에서 무슨 까칠한 라디오 피디가 쓴 책을 잠깐 보았는데, 거기에 나오는 상담글. "교회에 하나님을 만나러 가야되는데, 설교는 귀에 안 들어오고 예쁜 자매님만 보게 됩니다... 나 우짜노?" 라는 고민에, "그게 자연스러운 겁니다." 라고 직언하던 글을 보고 큭큭 웃었다. 

본론으로 돌아가서, 클레오 파트라의 코가 얼마나 더 높았다면 세계의 역사를 바꿨을 거라는 말이 있듯이 미모가 역사를 바꾼, 하다못해 개인의 인생을 바꾼 경우는 엄청나게 흔하다. 책의 앞 쪽에 나오는 초상화는 지금 봐도 너무나 아름다운 사람들이다. 가난하게 태어나서 고급 매춘부로 살다가 잘 나가는 귀족의 정부가 되는 경우나, 또 고급 매춘부로 소설의 뮤즈가 되거나. 

대부분 옛날에 성공한 여자들은 원래 유망한 집안에서 태어나든가, 여성들은 직업이 없었던 탓에 고급 매춘부가 되서 직접 성을 파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야 시집을 잘 가든, 유망한 남자의 정부가 되서 평생을 보장받는 했으니까. 그래서 미모만 있고 집안 안 좋은 여성들은 매춘부의 길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조금 씁쓸하긴 하지만, 그러지 않았으면 가난에 시달리다 굶어 죽을 수도 있는 시절이었다. (어떤 게 더 좋은지는 각자의 판단이겠지만서도.)

그렇지만 꼭 미모가 뛰어나다 하더라도 무조건 행복한 삶을 산 것은 아니다. 미인은 팔자가 세다는 말이 있듯이, 이상한 일에 자주 휘말리기도 하고, 진짜 비극적인 경우로는 때를 잘 못 만나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는 경우도 있었다는 것이다. 결국, 지 복은 거기까지다? 운명은 타고난다? 

분명한 것은 미모를 가진 자가 그렇지 않은 자에 비해서 선택의 기회를 더 많이 갖는다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다 옛날 이야기고, 요즘 이야기를 해보자면 요즘은 무조건 예쁜 게 좋다. 당연한 말이지만 여성이 직업을 가질 수 있는 시대이고, 또 직업을 구하기가 어렵게 됐고, 후광효과라는 말도 있으니, 미모를 가진 사람은 무조건 유리하다!! (쓰고보니 뭐 다 아는 사실을 이렇게 장황하게 썼나 싶다..) 

  

책은 미모가 인생을 바뀐 사례를 지겹게 늘어놓고 있다. 그래서 별을 두개나 뺀 건 아니다. 다만 저자는 계속 미모와 그 밖의 매력을 분리하는 것은 최대의 과제로 여기고 계속 강조하고 있는데, 저자 자신이 그 미모의 조건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내놓지 못하는 점이 불만이었기 때문이다. 그냥 비례가 맞는 얼굴이라든가 완벽한 균형을 가진 몸매라든가... 그럼 자기도 다른 사람이 확실하게 기술해놓지 못하는 것을 불평이나 하지 말든지! 

또, 책의 첫 장에 "우리가 괴로움을 느끼게 되는 이유는, 자신이 대다수의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아름답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무모하게 아름다움을 추구하기 때문이며, 친절함이나 관대함 등 다른 훌륭한 자질이 많이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p.54 라고 썼으면서도 결국에는 그런 매력을 가져서 성공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칭찬보다는 '훗 그래도 외모는 별로 였잖아.'라는 뉘앙스를 풍겼다는 점에서 마이너스. 나의 빈정이 조금 상했으므로.

그럼에도 나는 이 책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무엇보다도 솔직했다는 점에서. 이미지가 엄청나게 중요한 시대인 현대에 와서 아름다움을 보는 관점이 나타난 것이지, 시대에 따라서 미모에 대한 가치는 달랐고, 따라서 지금과는 아름다움의 가치가 달랐던 것이다. 계층에 따라서도 달랐고, 특히 가난한 계층에게는 미모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또한 장애인에 대한 보호나 사회제도 같은 것은 거의 있을 수도 없었다. 개념도 없었겠지만 신체적인 활용에만 가치를 부여하던, 어떻게 보면 좀 더 폭력적인 사회였던 것이다.  

진화심리학이나 진화생물학에서 남성들이 미인을 추구하는 것은 본능이라고 했다. 생식의 본능이라고. 그래서 허리와 엉덩이의 비율이 어쩌고 저쩌고.. 그래야 아이를 낳기 가장 좋은 상태라나. 틀린 말은 아니지만 어째 석연찮은 구석이 있었다. 저자는 솔직하게 얘기한다. 생식의 본능보다는 '쾌락'을 추구하는 것 아니냐고. 미모를 가진 여성과는 성적쾌락도 더 높지 않느냐고. 쾌락을 추구하는 본능도 본능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다른 학문에서 말하는 이유보다 더 확실하게 다가왔다. 그럼 그렇지...(이런 솔직한 점이 책을 높게 평가하는 이유.)

희대의 요부 마타하리나 그밖에 사례들은 책을 보는 재미. 또, 내가 좋아하는 마릴린 먼로가 나와 좋으면서도 마음이 아팠다.  

그녀의 삶은 아름다움의 힘과 비극적인 허무함을 동시에 보여준다. 그녀의 일생을 통해 우리는 젊고 아름다운 여성이 힘있고 탐욕있고 대개 외모가 볼품없는 남성들의 성욕을 채워주는 일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딛던 현실을 확인할 수 있으며, '자유분방한 60년대swinging sixties'의 문화 혁명이 가져다준 자유로 인해 여성이 아름다움의 힘을 자기 생각대로 활용하게 된 예 또한 확인할 수 있다. pp.271 

엘비스 프레슬리에 대한 언급 

구럴닉은 프레슬리를 성공의 길로 들어서게 한 것은 아름다운 외모가 아니라 매력적인 본질이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나는 이 주장에 대해 확실할 수 없다. 사람들은 실제로는 아름다운 외모에서 가장 큰 영향을 받으면서 겉으로는 외모를 보지 않는 척 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p.275 

아 이 너무도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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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22 11: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22 21: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23 10: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을 읽을 자유 - 로쟈의 책읽기 2000-2010
이현우(로쟈) 지음 / 현암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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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쟈. 알라딘을 자주 이용하는 소비자라면 이미 익숙한 이름이다. 책을 검색하면 페이퍼에 추천 책 목록이 올라와 있어 도움을 받곤 했었다. 매번 꽤 긴 글이었고, 솔직하게 말하자면, 글을 끝까지 읽은 적이 없다. 이상하게 글이 어려운 느낌이라... 눈도 쩜 아파오는 것 같고...부끄. 

글을 다 읽지 못해도 지금보다 좀 더 어릴 때의 생각으로도 '아, 이 사람은 적어도 글로 먹고 살 수는 있는 사람이겠구나.'라는 막연한 생각을 했었는데, (거의 망언 수준인가..) 작년인가 제작년인가 [로쟈의 인문학 서재]라는 책도 나왔다. 머 여기까지는 대충 다 아시는 말씀. 

학교 도서관에서 깨끗하고 두꺼운 책이 눈에 띄길래, 가벼운 마음으로 집어 들었다가 갑자기 조급해져서는 앉아서 읽기 시작하고, 수첩에 책 목록을 적다가 대출해서 집에 꼼꼼히 읽고 말았다. 책을 아주 안 읽는 편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모르는 책도 많았을 뿐더러, 책 편식자인지 깨닫고 반성하게 되었다. 흑흑 이렇게 모자라게 책을 읽어왔다니! 

이미 서평으로 이뤄진 책에 서평을 한다는 건 좀 우스운 생각이 들지만, 지금까지 읽었던 어떤 자기개발서보다도 날 초조하고 조급하게 만들었기에 기념비적(?)인 의미로 써본다. 

가장 인상깊었던 서평은 [롤리타]로 유명한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에 대한 꼭지였다. 예전에 로쟈와 어떤 사람이(헉-_-) 나보코프가 토프토예프스키를 싫어했다는 토론을 적은 페이퍼를 본 적이 있는데, 처음에는 꽤나 흥미로워서 열심히 읽다가, 글이 길어지자 눈도 아파오고 집중력이 떨어졌으므로, 게다가 읽으면 읽을수록 싫어했다는 건지 반대로 좋아했다는 건지 아리송한 상태가 되었으므로 그만두었다. 처음으로 읽어보려 한 글이 실패로 끝나자, 내가 작가의 호불호까지 알아야하나! 라는 반발심이 생겼던 부끄러운 과거가 있다. 

이상하게도 그 글이 책장에 꽂혀있는 [롤리타]를 볼 때마다 기억이 났는데, 그게 톨스토이였는지 도프토예프스키였는지 또 헷갈렸다. 그치만 귀차니즘과 알라딘을 켤 때마다 신간이나 GIFT의 새로 나온 팬시들을 구경하느라 까맣게 잊는 건망증 때문에 계속 아리송한 상태. 이 꼭지를 읽으니, 역시 도프토예프스키를 싫어한 거 였어!, 라고 마음속으로 소리쳤고, [롤리타]를 읽었으니 왜 그가 톨스토이를 찬양해 마지 않았는지 이해불가였다.  

이유는 톨스토이가 전하는 도덕적 메시지에 있다. 정리하자면 이 정도가 될까. "관계에는 육체적 사랑뿐만 아니라 형이상학적인 사랑, 자기희생, 상호존중 기반해야 하는데, 육체적인 사랑에만 기초하고 있는 관계에는 파국이 깃들어있다." 그리고 이 메시지를 두 커플에 대조시켜 극명하게 표현했기 때문이란다.(근데 왜 자신은 그런 작품을 쓰셨수?)  

이미 서재의 달인으로 유명한 블로그를 가보면 년도와 함께 붙어 있는 '서재의 달인' 딱지를 보면 무슨 훈장처럼 보이기도 하고 삐까뻔쩍한 느낌이 들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 

난 아직 활자중독자 수준은 아니지만, 이제 편식하지 않고 책 좀 많이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불끈불끈 솟게 만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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