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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모의 역사
아서 마윅 지음, 채은진 옮김 / 말글빛냄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예쁘고 볼 일이다. 안 예쁘면, 혹은 못 생기면 평소엔 문제가 없는데(과연..?) 잘 못하면 문제가 된다. 왜냐하면 외모가 바로 공격할 여지를 주기에. 상대가 여자라면 타격은 더욱 크다. 가령, 불만족스러운 서비스에 대해 항의를 할 때, "왜 거기 카운터에 앉아 있는 뚱하고 이상하게 생긴 여자 있잖아요! 얼굴이 그러면 표정이라도 예쁘게 하든지!!" 라는 말 같은 거 말이다.(물론 이 예는 너무나 몰상식한 경우로 완전히 적합한 예는 아니다. 그러나 이런 몰상식한 분들이 참 많다는 것이 문제.)
그래서 사람은 '억울하면' 예뻐야 한다. 근데 그게 어디 내 마음대로 되는 문제냐 이 말이다. 죽었다 깨어나든가, 엄마 뱃 속에 다시 들어갔다 나오든가, 아니면 현대 의학의 도움을 조금씩(?) 받느냐.. 아 그것이 문제로다. 그래서 의사들이 '의느님'이라고 불려지는 현재의 상황은 크게 공감이 가기도 한다. 어머니 날 낳으시고, 의사님 날 다시 태어나게 하시니... 맹자왈 공자왈.
이상주의자들이나 중세시대 사람이나 그리스 철학자들이나 외모가 별 거 아니라고 말하지만, 실상은 우리가 너무나 잘 알듯이 그렇지 않다. 그렇지 않으면 왜 네입어에 "교회 오빠, 성당 오빠, 절 오빠"가 버젓이 자동검색어에 나와 있냐고요.
.............번외. 얼마 전에 서점에서 무슨 까칠한 라디오 피디가 쓴 책을 잠깐 보았는데, 거기에 나오는 상담글. "교회에 하나님을 만나러 가야되는데, 설교는 귀에 안 들어오고 예쁜 자매님만 보게 됩니다... 나 우짜노?" 라는 고민에, "그게 자연스러운 겁니다." 라고 직언하던 글을 보고 큭큭 웃었다.
본론으로 돌아가서, 클레오 파트라의 코가 얼마나 더 높았다면 세계의 역사를 바꿨을 거라는 말이 있듯이 미모가 역사를 바꾼, 하다못해 개인의 인생을 바꾼 경우는 엄청나게 흔하다. 책의 앞 쪽에 나오는 초상화는 지금 봐도 너무나 아름다운 사람들이다. 가난하게 태어나서 고급 매춘부로 살다가 잘 나가는 귀족의 정부가 되는 경우나, 또 고급 매춘부로 소설의 뮤즈가 되거나.
대부분 옛날에 성공한 여자들은 원래 유망한 집안에서 태어나든가, 여성들은 직업이 없었던 탓에 고급 매춘부가 되서 직접 성을 파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야 시집을 잘 가든, 유망한 남자의 정부가 되서 평생을 보장받는 했으니까. 그래서 미모만 있고 집안 안 좋은 여성들은 매춘부의 길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조금 씁쓸하긴 하지만, 그러지 않았으면 가난에 시달리다 굶어 죽을 수도 있는 시절이었다. (어떤 게 더 좋은지는 각자의 판단이겠지만서도.)
그렇지만 꼭 미모가 뛰어나다 하더라도 무조건 행복한 삶을 산 것은 아니다. 미인은 팔자가 세다는 말이 있듯이, 이상한 일에 자주 휘말리기도 하고, 진짜 비극적인 경우로는 때를 잘 못 만나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는 경우도 있었다는 것이다. 결국, 지 복은 거기까지다? 운명은 타고난다?
분명한 것은 미모를 가진 자가 그렇지 않은 자에 비해서 선택의 기회를 더 많이 갖는다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다 옛날 이야기고, 요즘 이야기를 해보자면 요즘은 무조건 예쁜 게 좋다. 당연한 말이지만 여성이 직업을 가질 수 있는 시대이고, 또 직업을 구하기가 어렵게 됐고, 후광효과라는 말도 있으니, 미모를 가진 사람은 무조건 유리하다!! (쓰고보니 뭐 다 아는 사실을 이렇게 장황하게 썼나 싶다..)
책은 미모가 인생을 바뀐 사례를 지겹게 늘어놓고 있다. 그래서 별을 두개나 뺀 건 아니다. 다만 저자는 계속 미모와 그 밖의 매력을 분리하는 것은 최대의 과제로 여기고 계속 강조하고 있는데, 저자 자신이 그 미모의 조건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내놓지 못하는 점이 불만이었기 때문이다. 그냥 비례가 맞는 얼굴이라든가 완벽한 균형을 가진 몸매라든가... 그럼 자기도 다른 사람이 확실하게 기술해놓지 못하는 것을 불평이나 하지 말든지!
또, 책의 첫 장에 "우리가 괴로움을 느끼게 되는 이유는, 자신이 대다수의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아름답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무모하게 아름다움을 추구하기 때문이며, 친절함이나 관대함 등 다른 훌륭한 자질이 많이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p.54 라고 썼으면서도 결국에는 그런 매력을 가져서 성공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칭찬보다는 '훗 그래도 외모는 별로 였잖아.'라는 뉘앙스를 풍겼다는 점에서 마이너스. 나의 빈정이 조금 상했으므로.
그럼에도 나는 이 책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무엇보다도 솔직했다는 점에서. 이미지가 엄청나게 중요한 시대인 현대에 와서 아름다움을 보는 관점이 나타난 것이지, 시대에 따라서 미모에 대한 가치는 달랐고, 따라서 지금과는 아름다움의 가치가 달랐던 것이다. 계층에 따라서도 달랐고, 특히 가난한 계층에게는 미모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또한 장애인에 대한 보호나 사회제도 같은 것은 거의 있을 수도 없었다. 개념도 없었겠지만 신체적인 활용에만 가치를 부여하던, 어떻게 보면 좀 더 폭력적인 사회였던 것이다.
진화심리학이나 진화생물학에서 남성들이 미인을 추구하는 것은 본능이라고 했다. 생식의 본능이라고. 그래서 허리와 엉덩이의 비율이 어쩌고 저쩌고.. 그래야 아이를 낳기 가장 좋은 상태라나. 틀린 말은 아니지만 어째 석연찮은 구석이 있었다. 저자는 솔직하게 얘기한다. 생식의 본능보다는 '쾌락'을 추구하는 것 아니냐고. 미모를 가진 여성과는 성적쾌락도 더 높지 않느냐고. 쾌락을 추구하는 본능도 본능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다른 학문에서 말하는 이유보다 더 확실하게 다가왔다. 그럼 그렇지...(이런 솔직한 점이 책을 높게 평가하는 이유.)
희대의 요부 마타하리나 그밖에 사례들은 책을 보는 재미. 또, 내가 좋아하는 마릴린 먼로가 나와 좋으면서도 마음이 아팠다.
그녀의 삶은 아름다움의 힘과 비극적인 허무함을 동시에 보여준다. 그녀의 일생을 통해 우리는 젊고 아름다운 여성이 힘있고 탐욕있고 대개 외모가 볼품없는 남성들의 성욕을 채워주는 일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딛던 현실을 확인할 수 있으며, '자유분방한 60년대swinging sixties'의 문화 혁명이 가져다준 자유로 인해 여성이 아름다움의 힘을 자기 생각대로 활용하게 된 예 또한 확인할 수 있다. pp.271
엘비스 프레슬리에 대한 언급
구럴닉은 프레슬리를 성공의 길로 들어서게 한 것은 아름다운 외모가 아니라 매력적인 본질이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나는 이 주장에 대해 확실할 수 없다. 사람들은 실제로는 아름다운 외모에서 가장 큰 영향을 받으면서 겉으로는 외모를 보지 않는 척 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p.275
아 이 너무도 불편한 진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