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철거민들의 투쟁에는 많은 사람들이 간절한 마음을 갖고 그들이 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으로 연대했습니다. 미술인들 역시 그림과 조작과 전시와 행위로 그 누구 못지않게 뛰어난 연대투쟁을 벌였습니다. 미술인인들이 1년 가까이 진행했던 다양한 연대의 몸짓들을 모아서 나온 책입니다. 평면적으로 그들의 작품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행위를 글과 사진으로 보여주고 있어서 더 역동적입니다.
무수한 노동자들이 가슴 한가득 억울한 사연을 갖고, 또 한쪽 가슴 한가득 눈물을 감춘 채 싸우고 있습니다. 작가 오도엽이 사진기와 녹음기를 들고 그들을 찾아가서 그들의 얘기를 듣고 정리했습니다. 쉬워 보이지만 결코 쉽지 않은 오도엽의 작업을 모아서 책으로 내놓았습니다. 너무 많은 사연들을 짧은 글들 속에 담아내려다보니 너무 압축해버렸습니다. 그래서 비슷한 얘기들이 나열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일제시대를 살아가면서 현실을 때로는 풍자적으로, 때로는 비관적으로 그렸던 채만식의 소설은 다른 누구의 소설과 다른 그만의 냄새를 강하게 풍깁니다. 사회주의자를 지지하는 현실주의자였던 그는 일제 말기 자신의 변절을 솔직히 고백하고, 해방된 세상에서 좌도 우도 아닌 철저한 현실의 입장을 유지하려 노력합니다. 하지만 좀 옹색합니다.
부모를 잃고 먼 친척 집으로 와야 했던 소녀와 사랑하는 이들 잃고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사내가 비밀의 화원을 가꾸면서 서로의 상처를 쓰다듬습니다. 어린이용 소설치고는 꽤 세밀하고 감성적이고 감동적입니다. 그래서 이 책에 나온 지 백 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많은 이들이 찾고 있습니다. 하지만 너무나 귀족적이어서 많이 불편합니다.
일제로부터 해방된 세상에 공산당이 쳐들어와서 남쪽으로 내려온 사람들은 새로운 환경에서 살아가야 했습니다. 얼마 후 전쟁이 벌어지고 폐허 위에서 다시 살아남기 위한 사람들의 몸부림이 이어집니다. 이범선은 그런 혼란과 폐허 속의 부조리한 사회를 냉철하게 소설로 그려냅니다. 공산주의가 싫다고 부조리한 자본주의 남한을 합리화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떠도는 지식인의 시각으로는 삶의 풍부함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합니다. 그것이 영화 오발탄과 소설 오발탄의 차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