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튼호텔 옆 쪽방촌 이야기 | 홈리스행동 생애사 기록팀 외 | 알라딘

 

서울의 한 쪽방촌 사람들을 만나서 그들이 살아왔던 삶을 기록했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벗어날 길 없는 가난 속에 살아온 이도 있고, 떵떵거리며 살아가다가 한순간에 굴러 떨어진 이도 있고, 반건달로 살다가 졸지에 의지할 곳이 없어져버린 이도 있고, 들쑥날쑥 하는 삶을 살며 그럭저럭 살아가는 이도 있다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으며 삶의 아이러니를 생각하기도 하고, 쪽방촌의 현실을 들여다보며 그들에 대한 편견도 들춰낸다

그들의 속마음을 열어내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 아주 정갈하게 정리까지 해놓았다.

 

 

 

 

 

 

 

 

 

나 같은 늙은이 찾아와줘서 고마워 | 김혜원 | 알라딘

 

세상에서 가장 쓸쓸하고 외롭게 버림받은 사람들 중의 하나인 독거노인들을 찾아 그들의 얘기를 듣고 정리했다.

너무나 오랜 세월 상처받고 외롭게 지낸 이들은 쉽게 자신의 마음을 열지 않으려 한다. 어렵게 입을 연다고 해도 답답하고 쓰린 그들의 얘기를 듣는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힘겨운 일일 테고, 두서없는 그들의 얘기를 정리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 어려움 속에 끄집어낸 그들의 이야기를 짧은 글에 담아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아련하고, 쓰라리고, 답답하고, 뭉클하고, 간절해진다.

 

 

 

 

 

7의 인간 | 존 버거 & 장 모르 도서 | 존 버거 | 알라딘

 

가난을 이기기 위해 다른 나라로 일자리를 찾아 떠난 사람들은 가난과 억압과 고독을 경험하면서 돈을 번다. 그리고 그들은 변하기 시작한다.

1970년대 유럽 이주노동자들의 생생한 현실을 글과 사진으로 담아낸 뛰어난 책이다.

이주노동자의 탄생 배경과 경제적 정치적 이유를 논리적으로 설명하기도 하고, 이주노동자들의 내면세계를 살며시 드러내기도 하고, 이주노동자들의 삶과 노동의 현실을 생생하게 그려내기도 하고, 이주노동자들의 인간으로서의 영혼을 시적으로 묘사하기도 한다.

글과 사진이 어우러지고 하고, 따로 놀기도 하면서 아름답고 처절한 연주를 들려주는 듯하다.

 

 

 

 

 

저 낮은 중국 | 라오웨이 | 알라딘

 

중국의 반체제 시인으로 불리는 라오웨이가 1990년대 중국의 밑바닥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얘기를 모은 책이다.

인신매매범, 공중화장실 관리인, 철거민, 거리 예술인, 늙은 홍위병, 우파 지식인 등 16명을 만나서 생생한 얘기를 듣고 정리했다.

보통의 정제된 인터뷰들과 달리 막말이 오가기도 하고, 개인적인 감정이 섞이기도 하면서 생생한 느낌이 살아 움직인다.

나이든 사람은 나이든 사람 데로, 절은 사람은 젊은 사람 데로, 좌파는 좌파 데로, 우파는 우파 데로 중국의 역사와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숨결과 호흡을 느낄 수 있다.

 

 

 

 

 

 

 

이규식의 세상 속으로 | 나의 OOO 1 | 이규식 | 알라딘

 

중증 뇌병변 장애를 갖고 태어나 어릴 때부터 집에서만 지냈다. 이후 나이가 들어가면서 감당하기 어려워진 부모님이 시설에 보내게 됐고, 시설에서 청년기를 보냈다그렇게 욕구도 의지도 없는 존재처럼 보이지 않게 살아가던 이가 노들야학이라는 장애인단체와 인연이 닿게 되면서 세상으로 나오게 됐다세상으로 나온 이후 장애인으로 살아가기 위해 당연하게 필요한 이동권, 자립지원 등의 요구를 하기 시작했고, 그 요구를 이뤄내기 위해 다양한 투쟁을 벌여야 했다

사회에서 버림받던 한 중증 장애인이 세상으로 나와서 당당하게 인간의 권리를 외치며 살아왔던 과정을 얘기하고 있다. 그 삶 자체가 만만치 않기도 하지만 그 얘기를 끄집어내서 정리하는 과정도 만만치 않았는데, 그것을 아주 깔끔하게 해내서 그 노력에 박수가 절로 나온다

자신의 삶을 냉철하게 돌아보면서도 유머와 희망을 함께 담아낸 아름다운 자서전이다.

 

 

 

 

 

 

쇳밥일지 | 천현우 | 알라딘

 

실업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공장을 전전하며 전망 없는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청년노동자의 삶을 날것 그대로 기록했다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보려 하지만 그들이 발 딛고 있는 현실은 그저 쓰다버리는 일회용품으로 바라볼 뿐이다. 그런 현실에서 기죽지 않으려 발버둥 치다보면 나이만 들어가고 골병만 쌓여간다

그 질퍽한 현실을 그대로 드러내면서도 꿋꿋한 자세를 잃지 않는 모습이 보기 좋다.

 

 

 

 

 

임계장 이야기 | 우리시대의 논리 27 | 조정진 | 알라딘

 

 

잘나가던 회사에서 정년퇴직을 하고 생계를 위해 다시 일자리를 구하는 이들의 이야기다

이런저런 이유와 경로를 거쳐 그들이 찾을 수 있는 일자리는 경비직이 가장 많다

그곳에서 그들이 어떤 일을 어떻게 하고 있고 어떤 처우 속에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는지를 생생한 경험으로 보여준다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는 얘기지만 들려주는 이야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지금도 많은 노인들이 상상 초월의 노동 착취와 인격 모멸 속에서 일하다가 쓰러지고 그대로 버려지고 있음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아메리카 타운 왕언니 죽기 오분 전까지 악을 쓰다 | 김연자 | 알라딘

 

먹고 살기 위해 기지촌으로 들어가 몸을 팔아야 했던 이들의 얘기는 70년대 에로영화나 80년대 운동권 소설 등에서 흔히 써 먹던 소재였다. 그래서 그들의 삶에 대한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 식상한 얘기를 나이 예순이 넘은 이가 자서전으로 써 냈다.

처음에는 너무 무거워서 중간 중간 숨을 돌려야 했다. 다음에는 너무 가슴 아파서 눈물을 글썽여야 했다. 또 다음에는 너무 가슴이 뛰어서 진정을 해야 했다.

그렇게 책을 다 읽고 났더니 마음이 먹먹해지면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저 고생 많으셨다는 말만 떠올랐다.

 

 

 

 

 

모래톱 이야기 | 범우문고 37 | 김정한 | 알라딘

 

초기 민중문학의 대표적 작가 중의 하나인 김정한의 대표 단편 3편을 모은 문고판이다.

60년대 가진 자들에 의해 버림받고 짓밟히는 사람들의 얘기를 처절하고 힘 있게 담아내고 있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 속에서 몸부림치지만 희망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 그들의 삶이 비관적으로 보이지 않는 것은 작가의 열정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철저하게 현실 속에서 살아나오는 문학의 힘을 느낄 수 있다.

 

 

 

 

 

이상한 나라에서 온 스파이 | 최인석 | 알라딘

 

최인석은 좀도둑, 창녀, 철거민 등 소위 사회파 소설에서 다뤘던 밑바닥 인물들을 지독하게 고집하는 소설가이다. 이 소설도 고아원에서 자란 남여가 미군 기지촌에서 건달과 창녀가 돼서 살아가는 얘기다.

자칫 철지난 고루함으로 느껴질 수 있는 통속적인 얘기를 자신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풀어간다.

끔찍한 세상의 밑바닥에서 발버둥 치며 살아가는 이들의 삶이 질퍽함으로 고스란히 다가오면서도, 이상한 인물이 등장하여 다소 신화적으로 이야기를 끌어가면서 몽롱함을 안겨준다. 그 질퍽함과 몽롱함의 조합에 이끌려 가다보면 묘한 해탈을 안겨준다.

 

 

 

 

사방에 부는 바람 | 크리스틴 해나 | 알라딘

 

1930년대 미국에 닥친 자연재해와 대공황 속에서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발버둥 쳤던 민중들의 이야기다.

말로 하기 힘들 정도로 끔찍했던 당시 상황을 너무도 생생하게 그려냈다. 아비귀환일수록 더욱 활개 치는 인간의 탐욕, 가진 것 없는 이들의 나약함과 이기심, 암울하고 힘들지만 사랑과 연민으로 서로를 보듬으며 버텨나가는 끈질긴 생명력 등 그런 상황에서 보여지는 인간의 모습들이 모두 담겨있다.

그 모든 것들이 너무 생생해서 읽는 내내 가슴이 미어졌다.

1980년대 쏟아져 나왔던 리얼리즘 소설을 다시 보는 것 같지만 그때의 소설들보다 훨씬 힘이 있고 정갈하다.

 

 

 

 

 

HUMAN 인간 (특별보급판) | 최민식 사진집 휴먼(Human) | 최민식 | 알라딘

 

가난한 이들을 애정 어린 눈으로 바라보면서 사진을 찍는 최민식의 대표적 사진들을 모아놓은 책이다.

사진가가 대상을 어떤 눈으로 바라보고 있느냐에 따라 사진의 질감이 달라짐을 생생하게 느끼게 해준다.

별다른 설명이 없는 사진 하나 하나를 들여다보면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여러 감정이 밀려온다.

가난하지만 모질도록 질기고 뜨거운 인간 그 자체의 에너지를 오롯이 느끼게 해준다.

 

 

 

 

 

 

 

 

서울의 심연 | 탁장한 | 알라딘

 

쪽방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이해하기 위해 직접 그곳에 들어가 살며 그곳의 생태계와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열악한 주거환경, 건물주의 탐욕, 주민들의 요구에 미치지 못하는 행정 등 기존에 어느 정도 알려진 사실만이 아니라 좀 더 내밀하게 그 안을 들여다보며 시스템의 작동방식과 인간들의 심리까지 파고들고 있다.

연구자이기에 개념적인 단어들이 많이 사용되고는 있지만 단순히 그곳을 관찰하는 것을 넘어서 은밀한 내면까지 파고들려 노력했다.

도시빈민문제에 대해 좀 더 깊이 있는 성찰적 접근을 하게 만드는 책이다.

 

 

 

 

 

 

그여자가방에들어가신다 | 우리시대의 논리 30 | 김진희 외 | 알라딘

 

거리에서 문득 마주치는 홈리스 중에 여성들은 자주 보이지 않는다. 그들이 자주 보이지 않는 것은 숨어 지내기 때문이다. 그렇게 숨어 지내는 여성 홈리스들을 찾아가 그들의 목소리를 세상에 드러냈다.

홈리스 사회에서도 남성중심적인 문화나 정책에 밀려 더 숨어들어야 하는 그들의 이야기는 낮은 곳에서도 더 낮은 곳이 존재함을 보여준다. 또한 그곳에서의 생존방식이 얼마나 치열한지도 알려준다.

애써 미화하거나 어줍잖게 각색하지 않고 불완전한 그들의 목소리 그대로를 드러내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당신이 꽃같이 돌아오면 좋겠다 | 고재욱 | 알라딘

 

삶의 구렁텅이에 굴러 떨어져서 노숙을 하던 이가 우연히 요양원에서 일하게 되면서 그곳에서 만났던 노인들의 얘기를 들려준다.

수년 동안 치매노인들을 돌보며 느끼게 된 여러 가지 사연들이 가슴 따뜻하게 전해진다.

인생의 마지막에서 초라하게 사그라드는 노인들에게서 전해지는 촛불과 같은 기억의 파편들을 어루만지다보면 어느새 삶의 온기가 느껴진다.

단순히 온정적인 따뜻함만이 아니라 요양시설의 현실에 대한 냉정한 진단까지 곁들여지면서 노인복지에 대한 성찰도 하게 된다.

죽음의 언저리에서 느껴지는 온기는 지금의 삶을 돌아보게도 만든다.

 

 

 

 

 

 

 

 

인간의 조건 | 한승태 | 알라딘

 

고기잡이배, 편의점, 돼지농장, 자동차 부품공장 등 가진 것 없고 배운 것 없는 이들이 몸뚱아리로 먹고 살아가기 위해 선택하는 일자리들을 전전했던 기록이다.

그 참혹하고 뜨거운 노동의 현장이 다큐멘터리처럼 생생하게 드러난다. 아울러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면면들도 극영화처럼 영혼까지 다 보여준다.

밑바닥 노동이 어떻게 인간을 망가지게 만드는지 자신를 표본삼아 보여주는 뛰어난 르뽀인데 술자리 푸념처럼 다소 얘기가 늘어지는 것이 조금 아쉽다.

 

 

 

 

 

 

깻잎 투쟁기 | 우춘희 | 알라딘

 

이 사회에서 가장 열악한 집단인 이주노동자 중에서도 더 심각한 처지에 있는 농업종사 이주노동자들의 현실을 생생하게 드러내고 있다

제도가 많이 정비되고 개선됐다고 하지만 노동착취와 인권유린에 허덕이면서 제대로 도움을 구할 곳도 없는 이들의 삶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단순히 그 삶의 모습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농업종사자들이 왜 그런 식으로 이주노동자들을 대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서도 총체적으로 보여주면서 시스템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다

자료나 증언에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발로 뛰면서 기록한 글이라서 더 생생하고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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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팝의 고고학 1980 - 욕망의 장소 한국 팝의 고고학
신현준.최지선 지음 / 을유문화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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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이유로 한국 사회가 역동적으로 변하던 1980년대 대중음악도 아주 역동적으로 변화하며 만개하기 시작했다. 그 당시 대중음악의 지형을 한편의 풍속화이자 세밀화처럼 쫙 펼쳐 놓아 자세히 보여주고 있다. 

가왕 조용필와 여의도의 방송사들을 필두로 해서 새로운 형태의 트롯과 그룹사운드, 심지어 민중가요와 헤비메탈까지 참으로 폭넓은 지형도를 보여준다. 당시 인기를 얻었던 가수들만이 아니라 작사가, 작곡가, 연주인, 기획자들까지 음반산업 전반을 골고루 볼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였다. 

특정 장소를 중심으로 해서 음악인들이 모이고 흩어지는 과정을 이야기의 틀로 잡으면서 사회적 역동성도 함께 느낄 수 있었다는 점은 이 책이 단순히 음악인들에 대해 아카이브 이상임을 보여준다. 

한 시대의 대중음악을 이해하기 위한 아주 값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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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틀린 한국 의료 - 의대 정원 너머 ‘진짜 보건의료 문제’ 취재기, 2024년 11월 책씨앗 인문교양부문 추천도서
김연희 지음 / 산지니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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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문제로 불거지기 시작한 한국 보건의료 실태를 정리했다. 

단순히 의대정원 문제만이 아니라 한국 의료산업의 전반적인 문제를 들여다보기 위해 다양한 측면에서 총체적으로 접근하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한국 의료산업의 심각성을 어느 정도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이기는 하지만 의료산업의 역사성이나 다양한 층위에서의 문제들이 잘 그려지지 않아서 약간 엉성하게 느껴지기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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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것의 기원 - 어디에도 없는 고고학 이야기
강인욱 지음 / 흐름출판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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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고기, 스포츠, 황금, 마스크, 문신 등 인류의 삶 속에 자리 잡고 있는 여러가지 것들의 고고학적 기원을 설명하고 있다. 우리 삶 속에 있는 많은 것들이 생각보다 오랜 전에 나타났고 크게 변하지 않은 상태로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재미있다.

길지도 짧지도 않은 글 속에 다양한 이야기를 쉽게 풀어 놓은 데다가 화질이 좋은 사진이 적절하게 배치되어 있어서 이해하기가 편했다. 단편적인 이야기들을 모아 놓은 것이라고 전체적인 이야기의 흐름은 없지만 고고학적 지식을 가볍게 접할 수 있는 재미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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쥰페이, 다시 생각해! | 오쿠다 히데오 | 알라딘

 

야쿠자 똘마니로 살아가는 21살 청년 쥰페이가 제대로 사건 하나 벌이기까지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일본소설 특유의 만화 같은 캐릭터들이 활보하는데, 그 캐릭터들이 너무 생생하게 살아서 움직이고 있다. 마치 야쿠자 똘마니 출신이 직접 자기의 얘기를 하는 것처럼...

가볍게 얘기를 풀어가면서도 비열한 세상을 날것 그대로 드러내고, 밑바닥 삶을 살아가는 쥰페이의 마음 속 깊이 있는 공허함도 절제된 문장으로 잘 보여준다. 정말로 쥰페이가 걱정되게 만든다.

 

 

 

 

침묵의 거리에서 1 | 오쿠다 히데오 | 알라딘

 

왕따와 학교폭력이라는 문제는 심각한 만큼 어쩌면 식상해져버린 주제가 되 버렸다. 쉽게 해답이 나오지 않는 이 문제를 꺼내서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아이들의 세상을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들여다보고, 그를 둘러싼 어른들의 세상은 어른들의 눈높이에서 들여다보면서 그 둘의 세상이 어떻게 어긋나면서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있는지를 생생한 다큐멘터리처럼 보여준다.

오쿠다 히데오 소설에서 보이던 유머와 톡톡 튀는 캐릭터들은 사라지고, 날것 그대로의 잔인한 세상이 그려지고 있다. 그런데 그 세상 속에서는 특별한 악당이 없지만 살벌하기만 하다.

너무 날카로워서 조금 불변하지만 오쿠다 히데오 소설의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한 권으로 만들어도 충분할 분량의 책을 굳이 두 권으로 나눠서 내놓은 이유는 얄팍한 상술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민음사도 이러는구나....

 

 

 

| 오쿠다 히데오 | 알라딘

 

30대 직장 여성이라는 존재는 이래저래 애매하다. 나이도 그렇고, 직장에서의 위치도 그렇고, 결혼문제도 그렇고...

이렇게 애매한 위치에 있는 여성들의 얘기를 소소한 일상 속에서 아주 자연스럽게 풀어가고 있다. 버티는 게 만만치는 않지만 주눅 들지 않고 나름 씩씩하게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이들의 모습에서 자연스럽게 미소가 지어진다.

오쿠다 히데오 특유의 살아있는 캐릭터가 매력이기는 하지만, 여자 캐릭터 속에서 왠지 남자의 냄새가 풍긴다.

 

 

 

 

마돈나 | 오쿠다 히데오 | 알라딘

 

특별하게 잘난 것도 없고, 그렇다고 지지리 궁상도 아닌 평범한 소시민이 그저 그렇게 살아가는 모습을 장난스럽게 들춰내서 보여주고 있다.

특별한 일이 일어난 것도 아닌 그저 그런 삶의 연장선이지만, 당사자들에게는 나름 큰 일로 다가오는 것들이 있는데, 바로 그런 모습들을 능구렁이처럼 장난스럽게 얘기하고 있다.

보통 이런 류의 소설에서는 약간 과장된 캐릭터들이 유쾌하게 장난치다가 끝나거나, 현실과 유리된 채 황당한 일탈로 날아가 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작가는 톡톡 튀는 캐릭터들을 현실의 그물에 끈끈하게 묶어둔 채 이야기를 풀어간다.

결국 별거 아닌 이야기 속에서 삶과 사회와 체제의 문제가 실루엣처럼 드러난다. 참으로 대단한 작가이다.

 

 

 

소문의 여자 | 오쿠다 히데오 | 알라딘

 

어느 중소도시에서 살아가는 20대 초반의 여성을 둘러싼 이러저런 얘기들을 따라가면서 그를 둘러싼 진실과 그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짧은 에피소드들이 쌓이는 식으로 구성된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전체의 흐름을 이어주는 이야기의 맥에 자연스럽게 다가서게 되는데, 그 이야기 방식이 참으로 자연스럽게 잘 짜여있다. 그 잘 짜인 구조 속에서 현실의 세상을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일상과 욕심과 작은 일탈들이 소소하게 드러나는데, 그런 작은 이야기들도 참으로 자연스럽다.

그렇게 한 인물 인물들의 이야기들이 세밀화처럼 쌓이면 그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얽히고설킨 모습이 드러나는데, 사회과학적 분석 이상으로 현실적인 모습을 콕 집어서 드러낸다.

그렇게 한 여성을 쫓아서 이야기 끝에 다다르면 잡힐 듯 말 듯 하던 그 여성은 자취가 없어지고, 적당한 이기주의와 촘촘한 이권관계로 뒤덮인 현실이 모습을 드러내고, 그런 세상에서 살아가는 인간을 자연스럽게 돌아보게 만든다.

이렇게 독특하면서 무거운 얘기를 하고 있는데도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은 가볍고 재치 있기까지 하다. 굳이 아쉬움을 찾는다면 인간의 심리가 팔딱거리는 오쿠다 히데오 특유의 장점이 조금은 약하다는 점이다.

 

 

 

 

 

나오미와 가나코 | 오쿠다 히데오 | 알라딘

 

남편에게 상습적인 폭력을 당하는 가나코를 위해 그의 친구 나오미가 제거 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제거에 성공하지만 그들의 계획은 허점투성이여서 곧 추적을 당하게 된다.

내용은 대강 이런 내용인데 두 범인의 입장에 몰입해서 시종일관 그들의 감정을 따라가게 된다. 마지막에 추격전이 이뤄지는 상황에서는 제발 잡히지 말라고 두근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소설을 읽게 된다.

소설로서 중간 중간에 허점들이 보이고, '델마와 루이스' '태양은 가득히' 같은 고전 영화의 냄새가 강하게 풍기지만, 읽는 사람을 빨아들이는 매력은 역시 오쿠다 히데오답다. 결말도 마음에 듣다.

 

 

 

 

인 더 풀 | 닥터 이라부 | 오쿠다 히데오 | 알라딘

 

각종 강박관념에 시달리는 이들이 동네의 허름한 병원을 찾아간 정체를 알 수 없는 이상한 의사에게 상담 아닌 상담을 받는다. 무슨 주사인지 모를 주사는 꼭꼭 놔주는데, 상담하는 내용은 4차원을 넘어서 5차원에 가깝다. 그런데도 환자들은 매일 같이 그 병원에 가서 상담을 한다. 그렇게 황당한 나날이 이어지다 보니 어느 순간 자신을 무겁게 짓누르던 강박관념들이 날아가 버린다.

의학적 신빙성이 있는 것도 아니고, 철학적 깊이가 있는 것도 아니고, 기상천외한 상상력이 넘치는 것도 아닌데 그냥 유쾌하게 이야기를 읽다보면 기분이 살짝 즐거워지는 소설이다.

 

 

 

 

 

 

 

라디오 체조 | 닥터 이라부 | 오쿠다 히데오 | 알라딘

 

 

살아가면서 크고 작은 형태로 겪게 되는 정신적 문제들에 대해 괴짜 의사와 간호사의 독특한 처방이 이어진다.

현실적인 문제들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소설적 상상력으로 이야기를 끌어가는데 킥킥거리며 읽어가다 보면 내 마음의 긴장감이 어느새 풀어져있음을 느끼게 된다.

오쿠다 히데오의 장점이 고스란히 살아있는 가벼운 소설이다.

 

 

 

 

 

코로나와 잠수복 | 오쿠다 히데오 | 알라딘

 

크고 작은 굴곡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 비현실적인 환상이 살짝 곁들여졌다

별일 아니라는 듯 능청스럽게 현실과 환상을 버무리고는 하나의 소소한 이야기로 만들어냈다

특별하다면 특별하고 평범하다면 평범할 수 있는 이야기가 별다른 자극 없이 술술 이어진다

어느 낯선 마을의 소담한 식당에서 먹는 자극 없고 평범하지만 뒷맛 개운한 한 끼 식사 같은 단편들이다.

 

 

 

 

 

 

우리 집 비밀 | 오쿠다 히데오 | 알라딘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 속에 나름 커다란 돌덩이가 던져졌다

그렇게 생긴 파문으로 출렁이는 마음을 아주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그리고 그 파문이 잦아들면서 남기는 여운까지 잔잔하게 전해진다

글이 깔끔하고 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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