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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구네 고추밭 소동 : 알라딘

 

지지리도 가난하지만 너무도 착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한가득이다.

그 이야기가 삶에서 나온 것이어서 생생하다.

아이들에게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는 신념이 넘쳐흐른다.

주저리주저리 늘어놓지 않고 간결하게 써놓았다.

그림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지...

이 모든 것이 모여서 정말로 아름다운 이야기책이 만들어졌다.

 

 

산골 아이 : 알라딘

 

폐암으로 힘겨운 시간을 버티고 있던 이가 삶의 끄트머리에서 적어나간 시들이다.

말기 암환자의 시라고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맑고 깨끗한 시들이다.

너무 너무 착해서 뼛속까지 착한 사람만이 쓸 수 있는 시들이다.

 

 

몇 호에 사세요? : 알라딘

 

자기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하는 초등학교 5-6학년 또래의 아이들의 얘기들을 단편으로 써놓았다.

큰 일 없이 소소한 일상의 얘기들이지만 그 속에는 불안정한 가정, 친구 없는 외로움, 가난과 같은 삶의 짐이 묵직하게 들어있다. 그런데 아이들은 그런 현실에 짓눌리지 않고 나름 씩씩하다.

애써 환상으로 도피하지 않으면서 아이들만의 방식으로 그런 현실을 살아가는데 그 얘기를 듣다보면 마음속이 따뜻해진다. 순수함과 따뜻함과 씩씩함을 아이와 어른에게 동시에 전해주는 소설이다.

 

 

불량한 주스 가게 : 알라딘

 

별거 아닌 것 같은 짧은 소설 네 편을 모아 놨다. 그것도 각기 다른 작가들의 소설이다. 표지도 조금 유치하다.

편하게 읽어나가는데 한 편 한 편을 읽을 때마다 가슴 속에 뭔가가 묵직하게 놓이는 기분이다. 글도 쉽고, 내용도 특이하지 않고, 유치하다 싶을 정도의 기교 정도만 살짝 부렸는데... 내공이라는 것은 이런 것이다.

 

 

쥐를 잡자 : 알라딘

 

죽을 만큼 힘든 이가 있었다. 그러나 그가 기댈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엄마는 엄마대로 죽을 만큼 힘들었고, 선생은 선생대로 죽을 만큼 힘들었다. 모두가 죽을 만큼 힘들게 살고 있었다. 그래서 결국 죽을 만큼 힘들었던 그는 죽어버렸다.

지독하게도 현실적인 소설이다. 청소년에게 꿈과 희망을 주기보다는 차가운 현실을 보게 하는 청소년 소설이다. 그래서 죽을 만큼 차가운 현실에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줄지도 모른다. 짧은 소설이 긴 여운을 남긴다.

 

 

몽실 언니 : 알라딘

 

권정생의 글들 중에 가장 대중적으로 많이 읽힌 소설이다. 이 책은 길게 소개하고 자시고 할 것이 없다. 자신의 모든 것을 다 주면서 살아가는 삶에 대한 얘기다.

작위적이지 않은 민중적 감동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은 낮은 곳에서 세상을 볼 줄 알았던 권정생이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우리들의 7일 전쟁 : 알라딘

 

중학생들이 어른들을 향해서 반란을 일으켰다. 한때 혁명을 꿈꾸다가 현실에 안주했던 어른들과 그 혁명을 진압했던 어른들이 애들의 반란에 맞서 하나가 됐다.

발상만 신선한 것이 아니라 얘기 방식도 신선하고 철학도 신선하다. 청소년 소설이라고 내용 없는 교훈을 설교하지도 않고, 어정쩡하게 현실과 타협하지도 않는다.

유쾌 상쾌 통쾌한 소설이다.

 

 

창가의 토토 : 알라딘

 

많이 산만한 토토가 어렵게 찾아간 학교에서 새로운 친구들과 선생님들을 만나면서 서로를 존중하는 삶을 배워간다. 일본의 초기 대안교육의 한 모습을 어린이의 눈과 마음으로 깔끔하게 그리고 있다.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가 브라질 빈민가 소년의 순수함과 감동이라면, '창가의 토토'는 일본 중산층 소녀의 순수함과 감동을 전해준다.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 : 알라딘

 

청소년 소설의 장점은 아주 쉽게 읽히면서도 감동이 있는 책들이 많다는 점이다. 가난한 빈민가의 어린 소년이 꿈을 품으면서 가난과 폭력의 삶을 이겨낸다는 류의 청소년 소설들이 무수히 많지만, 그중 가장 뛰어난 책을 꼽으라면 단연 이 책이다.

그들의 삶이 생생하게 숨을 쉬면서 그들의 몸부림이 처절하게 전해진다. 그 생생함과 처절함 속에서 다가오는 감동은 어거지로 만들어진 감동과는 차원을 달리한다. 그래서 아직도 많은 이들이 제제를 생각하고 박수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그리운 순난앵 : 알라딘

 

무지 가난하고 힘든 시절을 보내는 아이들의 이야기이다. 그 힘겨움을 이겨내는 방법은 아이들만의 상상력과 순수함이다.

자칫 뻔할 수 있는 얘기인데 자연스럽게 현실과 상상을 넘나들면서 마음속에서 힘과 온기가 피어오르게 한다. 아이들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참 좋은 동화다.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 : 알라딘

 

 

부모도 없이 혼자서 오래된 집에 사는 소녀라면 다양한 선입견이 생길 것이다. 그런데 삐삐 롱스타킹은 어른들의 그런 선입견을 완전히 날려버리고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 자유롭게 살아간다.

이런 유의 어린이 소설에서 흔히 보이는 어른들과의 대립으로 이야기를 몰고 가지도 않고 이야기의 흐름마저도 자유분방하다. 삐삐는 아이들의 영웅일 뿐 아니라 어른들의 거울이기도 하다.

 

 

두 친구 이야기 : 알라딘

 

 

순간적으로 발작하듯 무지막지한 폭력을 휘두르는 엄마가 있다. 그 엄마와 함께 아빠가 다른 동생을 돌보며 살아가는 소녀가 있다. 상처받은 가족 속에서 소녀는 숨죽여 살아간다. 체념 속의 삶을 어린 나이에 배우고 있다. 누군가의 손이 절실한 소녀에게 역시 상처가 많은 한 소년이 나타난다. 조심스럽게 둘은 친구가 되지만, 소녀의 상처는 너무 크고 깊다.

너무 사실적인 얘기다. 그리고 어른이 잘난 척 아이들을 교양하는 소설이 아니라 아이들 눈높이에서 아이들의 고민을 진지하게 담고 있다. 내가 손을 내밀어 주고 싶다.

 

 

요헨의 선택 : 알라딘

 

꼬맹이가 조금씩 세상을 알아가면서 세상살이가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런 세상에서 살아가기 위해서 발버둥 치는 법을 배우게 되는데 점점 발버둥이 커져야만 살아갈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

세상에 무시무시한 악마는 없다. 적당한 무관심과 적당한 관료주의와 적당한 개인주의만으로도 순진한 꼬맹이를 범죄자로 만들기에 충분하다. 애들만 그런 게 아니라는 걸 어른들도 충분히 알고 있지 않나? 책을 덮고 나서도 오랫동안 가슴 속에 뭔가가 남아 있다.

 

 

13층 나무 집 : 알라딘

 

13층 나무집에 두 아이가 살고 있다.

그곳에는 상상할 수 있는 것들은 뭐든 다 있다.

그리고 상상할 수 없는 것도 있다.

그냥 그곳에서 종횡무진 돌아다니며 마음껏 즐긴다.

 

단순히 다양한 아이디어들로만 채워진 이야기가 아니다.

얘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너무 자유로워서 그저 웃으며 따라가기 바쁘다.

만화와 이야기가 어우러진 방식도 흥미롭다.

읽고 나면 남는 건 없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마음껏 즐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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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대혁명또 다른 기억 알라딘

 

중국의 문화대혁명은 극좌 모험주의의 대표적 사례로 많이 거론 되는 오래지 않은 역사적 사건이다.

이 책을 쓴 천이난은 당시 16살의 견습공으로 자신이 겪은 문화대혁명의 경험을 생생한 다큐멘타리처럼 써나가고 있다. 기존 공산당 관료권력에 맞선 조반파 노동자가 경험했던 문화대혁명 10년의 경험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최고지도자에 의한 위로부터의 지침과 아래로부터의 대중들의 뜨거운 반응이 매우 역동적으로 나타난다. 세계를 혁명적 열정으로 뒤흔들었던 68년 혁명이 그렇게도 칭송했던 문화대혁명의 정신은 무엇이었을까?

800쪽이 넘는 꽤 두툼한 책을 읽고 나면 역사의 소용돌이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로베스피에르혁명의 탄생 알라딘

 

프랑스혁명에서 가장 문제적인 인물이지만 가장 논쟁이 적은 인물 중의 하나가 로베스피에르이다. 혁명을 공포정치로 만든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프랑스의 역사학자인 장 마생은 공포정치의 화신인 로베스피에르를 혁명의 정신을 잃지 않으려했던 일관된 인물로 그리면서 논쟁의 중심으로 끌어올렸다.

로베스피에르가 그렇게도 강조했던 혁명의 정신은 무엇이었을까?

700쪽에 이르는 분량이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가장 뛰어난 전기 중의 하나임에는 분명하다.

 

 

서준식 옥중서한 알라딘

 

 

요즘 나오는 책들의 활자크기의 반 정도 되는 활자 크기로 800쪽이 넓게 두툼한 책이다. 과연 이 책을 읽어 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극적인 이야기 전개도 거의 없고, 인간들 간에 오고가는 관계도 거의 없이 혼자만 주절주절 거린다.

비전향 장기수 서준식이 썼던 편지들을 모아놓은 이 책을 읽는 것은 정말 인내심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 인내심이라는 것이 17년의 인내심을 이해하기 위한 것이라면 시도해볼만하다.

 

 

생존자 알라딘

 

나치와 소련의 집단 강제수용소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움 지옥이 만들어졌다. 그곳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과연 무엇으로 버티었을까?

생존자들의 다양한 증언과 기록, 문학 작품들, 정신분석학과 사회과학적 자료 등을 풍부하게 살피면서 생존의 힘을 들여다봤다.

재소자들에게는 살아남아야 하는 목적이 있어야 하고, 서로를 도와야 하고, 저항해야 하고, 나름대로의 규율이 있어야 했다.

어쩌면 아주 단순한 결론이지만, 우리는 왜 그 단순한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일까? 우리가 살아가는 바로 지금 이 세상이 죽음의 수용소와 다름없는 사람들에게도 그 단순한 진리가 필요하지 않을까?

 

 

살아남은 아이 알라딘

 

1984년 9살의 나이에 형제복지원에 입소해서 3년 동안 지옥의 경험을 했던 한종선씨의 삶을 기록했다.

그 지옥의 경험 이후 사회로 나왔지만 고아원과 교도소를 들락거리는 그의 삶은 또 다른 지옥이었다. 가해자는 아직도 떵떵거리며 살고 있다.

누구가의 삶에 대한 기록이 이 사회의 더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참으로 가슴 떨리는 얘기를 덤덤하게 써내려간 뛰어난 글인데, 뒤에 이어진 교수의 글이 너무 장황해서 책의 가치를 손상시킨다.

 

 

눈물도 빛을 만나면 반짝인다 알라딘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9년 동안 아빠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던 끔찍한 기억을 글로 정리하면서 자기치유를 해가는 과정을 담았다.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끔찍한 지옥의 기억이다. 영화 '도가니'의 내용은 애들 장난일 정도다.

참으로 힘들게 그 기억을 끄집어내서 기록해 놓은 만큼 이 글을 읽는 사람도 힘들다. 그 힘든 과정을 이겨내면서 끝까지 글을 읽어나가다 보면 어느 순간 글쓴이의 치유과정이 글을 읽는 이에게 전해진다.

진실 된 글이 그 글을 읽는 이에게 고스란히 전해져서 함께 치유되는 정말 정말 정말 감동적인 책이다.

 

 

금요일엔 돌아오렴 알라딘

 

책을 읽는 내내 눈물이 흘렀다. 눈물이 마르면 우울한 기분에 빠져든다. 깊은 바다 속에서 힘없이 허우적거리는 사람을 지켜보는 기분.

자식 읽은 부모들은 그런 기분으로 이야기를 풀어놓았고, 그 이야기를 끄집어내서 정리한 이들은 그런 기분을 여과 없이 전달했고, 그 이야기를 읽는 이들은 그런 기분에 빠져들었다.

그렇게 힘들게 이야기를 듣다보면 그냥 말없이 그들을 바라보게 된다. 그들이 전해주는 삶의 메시지가 깊은 바다 속에서 살며시 퍼져나간다.

 

 

김지은입니다 알라딘

 

세상을 놀라게 한 사건의 중심에 섰던 인물에게 닥쳐왔던 거대한 쓰나미를 기록했다.

안희정의 성폭력을 폭로한 이후 벌어졌던 일들이 아주 고통스럽게 쓰여 졌다.

그 과정에서 어떻게 버텨왔고 어떻게 일어설 수 있었는지 담담하게 얘기한다.

뼈 속까지 파고드는 고통을 읽는 이도 고스란히 느끼게 된다.

그 고통 속에서 다시 일어서는 그의 모습을 보며 내 삶의 의지도 일어선다.

 

 

관통당한 몸 알라딘

 

세계 곳곳에서 자행됐던 전시 성폭력에 대한 증언들을 모아놓았다.

상상을 초월하는 이야기들에 몸서리를 치며 읽게 된다.

말하는 사람도, 기록하는 사람도, 읽는 사람도 고통스럽게 한발 한발 나아간다.

그렇게 끔찍하고 방대한 이야기를 다 읽고 나서도 희망은 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 고통을 같이 느끼면서 삶과 세상을 돌아볼 수 있었음에 너무도 가치 있는 책이다.


무법의 바다 알라딘


개별국가의 법이 미치지 않는 공해상에서 벌어지는 온갖 탈법의 현장을 기록하고 있다.

노예노동, 불법 남획, 해적, 해상오염, 사설경비 등 자본의 이익을 위해서 스스럼없이 벌어지는 온갖 일들을 보여준다.

자료나 증언에만 의존하지 않고 직접 발로 뛰면서 기록한 것들이라 다큐멘터리처럼 생생하고 그 속에서 고통 받거나 감추려하는 사람들의 영혼까지 느껴진다.

아주 방대한 분량의 책이고 내용이 상상 이상으로 끔찍하지만 우리가 풍요롭게 누리는 세상의 속살을 들여다보며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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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앨저넌에게 꽃을

 

나이 많은 저능아가 지능을 향상시키는 수술을 통해 엄청난 천재가 되어간다. 그러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지기 시작하고 사람들과의 관계도 달라진다.

저능아이자 천재인 찰리가 급속하게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면서 삶을 바라보는 방식이 달라지는 얘기다. 저능아이자 천재인 찰리가 바라보는 세상과 삶은 뻔히 예상할 수 있는 방식과는 달랐지만, 세상을 살아가는 가장 기본적인 것을 보여주고 있다.

순수함을 얘기하는 가장 뛰어난 소설 중의 하나이다.

 

 

 

 

알라딘: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

 

 

자연과 사화와 서로의 삶을 사랑했던 헬렌 니어링과 스콧 니어링의 아름다운 이야기이다.

헬렌 니어링이 자신의 삶과 자신이 기억하는 스콧 니어링의 삶에 대해 얘기하고, 그 둘이 만나서 이루었던 삶에 대해 얘기하고, 자기 의지로 삶을 마감한 스코 니어링에 대한 추억을 얘기한다. 두 사람의 삶과 사랑에 대한 자서전이다.

삶의 마무리를 이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감동적인 책이다.

 

 

 

알라딘: 창가의 토토

 

많이 산만한 토토가 어렵게 찾아간 학교에서 새로운 친구들과 선생님들을 만나면서 서로를 존중하는 삶을 배워간다. 일본의 초기 대안교육의 한 모습을 어린이의 눈과 마음으로 깔끔하게 그리고 있다.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가 브라질 빈민가 소년의 순수함과 감동이라면, '창가의 토토'는 일본 중산층 소녀의 순수함과 감동을 전해준다.

 

 

 

알라딘: 전태일 평전

 

지금까지 읽었던 책들 중에 가장 많이 읽었던 책이 전태일 평전이다. 전태일의 삶 자체가 주는 열정과 감동도 뜨거웠지만, 그 삶을 열정적으로 쓴 조영래 변호사의 글 속에서도 또 다른 심장소리를 느낄 수 있었다. 몇 번을 읽고 읽어도 가슴이 뜨거워지는 책은 많지 않다.

 

 

 

알라딘: HUMAN 인간 (특별보급판)

 

가난한 이들을 가장 애정 어린 눈으로 바라보면서 사진을 찍는 사진작가 최민식의 대표적 사진들을 모아놓은 책이다. 사진 하나 하나를 들여다보면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여러 감정이 밀려온다. 그것이 사진의 힘이다. 사진가가 대상을 어떤 눈으로 바라보고 있느냐에 따라 사진의 질감이 달라지듯이 최민식의 사진만큼 따뜻함이 강하게 느껴지는 사진도 드물다.

 

 

 

알라딘: 교실 밖 아이들 책으로 만나다

 

학교와 가족과 사회에서 다양한 아이들이 다양한 이유로 문제아가 된다. 그들과 만나서 책을 통해 마음의 문을 열어가는 선생님 아닌 선생님의 경험을 정리한 책이다.

이런 종류의 책에서 흔히 보이는 감정의 과잉이나 가르치려고 하는 태도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애정이 필요한 이들에게 그저 친구가 되어주는 것뿐이다. 사람을 사랑으로 대한다는 것은 이런 것이다. 가슴 속에 조용히 들어와 눈물을 흘리게 한다.

 

 

 

알라딘: 하늘을 듣는다

 

많은 사람들이 편견과 차별 때문에 자신의 비밀을 숨기면서 세상을 살아야 한다. 그중에서도 에이즈 걸린 게이라면 그 편견과 차별은 상상하기 힘들다. 그런 현실 앞에 당당하게 자신을 드러낸 윤 가브리엘의 목소리는 강하지도 슬프지도 않다. 차분하게 자신의 삶을 얘기한다. 이 천박한 세상에서 한 사람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이렇게 힘들지만, 그 삶을 쓰러지지 않고 살아왔기에 가슴이 벅차다. 감동과 힘이라는 것은 이런 것이다!

 

 

 

 

알라딘: 나쁜 친구

 

고등학교 시절 일진이었던 여고생들의 삶을 생생하게 그린 만화책이다. 가정폭력과 학교폭력에 시달리면서 일탈의 삶을 살아가던 그들이 세상을 알아가는 과정은 힘들기만 하다. 문제아로 살아가는 그들의 삶을 교육적이지도 않게, 감상적이지도 않게, 그렇다고 합리화하지도 않으면서 얘기하고 있다. 생생하면서도 절제된 그림과 대사들이 공들여 그렸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오래간만에 울림을 주는 만화책을 접했다.

 

 

 

 

알라딘: 피부색깔 = 꿀색

 

5살에 지구 반대편에 있는 벨기에로 입양이 됐던 작가 자신의 경험을 만화로 들려주고 있다.

살짝 진부할 수 있는 해외입양에 대한 얘기이고, 자기감정에 도취 되서 듣는 이를 불편하게 할 수도 있는 얘기이기도 한데, 전혀 그렇지가 않다. 절대로 채워질 수 없는 엄마에 대한 그리움과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문제를 꽉 붙들고 있으면서도 자신을 객관화시키면서 성찰하고 있다. 감당하기 어려운 삶의 무게를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살짝살짝 유머를 섞어가며 힘겨움을 덜어내고 있다. 할 말이 너무 많을 텐데도 지나치게 중언부언하지도 않고, 깔끔하게 정리된 그림도 그의 오랜 정제과정을 보여주는 듯하다.

정말로 오래간만에 가슴 속에 뭔가 뭉클하게 와 닿는 얘기를 들었다.

 

 

 

알라딘: 당신이 꽃같이 돌아오면 좋겠다

 

삶의 구렁텅이에 굴러 떨어져서 노숙을 하던 이가 우연히 요양원에서 일하게 되면서 그곳에서 만났던 노인들의 얘기를 들려준다.

수년 동안 치매노인들을 돌보며 느끼게 된 여러 가지 사연들이 가슴 따뜻하게 전해진다.

인생의 마지막에서 초라하게 사그라드는 노인들에게서 전해지는 촛불과 같은 기억의 파편들을 어루만지다보면 어느새 삶의 온기가 느껴진다.

단순히 온정적인 따뜻함만이 아니라 요양시설의 현실에 대한 냉정한 진단까지 곁들여지면서 노인복지에 대한 성찰도 하게 된다.

죽음의 언저리에서 느껴지는 온기는 지금의 삶을 돌아보면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동력이 된다.

 

 

 

알라딘: 이해인의 말

 

이해인 수녀가 살아왔던 삶을 돌아보면서 사람과 세상과 영성에 대해 얘기를 나눈다

낮고 편안한 목소리로 조근 조근 얘기하는데 말의 울림이 만만치 않다

70여 년의 삶과 50여 년의 구도자 생활 속에 스며든 내공이 책을 읽는 이에게도 잔잔히 스며든다

인터뷰를 진행하고 정리한 이 역시 욕심 부리지 않고 상대의 말을 잘 전하는데 중점을 두어서 책이 너무도 정갈하다.

 

 

 

알라딘: 세상의 끝과 부재중 통화

 

공중전화 부스에서 마음 속 응어리를 독백처럼 얘기하고 알지도 못하는 누군가 그 얘기를 듣는다

단지 그것만으로 말하는 이와 듣는 이와 이를 전달하는 이가 함께 마음의 주름이 펴진다

상대를 의식하지 않는 솔직한 얘기들이 마음으로 스며들어 잔잔한 울림을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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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말해요, 찬드라

 

이제는 이주노동자문제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얘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에는 별로 그렇지 않았다. 이미 이주노동자문제는 심각해져 있었는데 사람들은 잘 모르거나 피상적으로 알고 있었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때 이 책을 보고 이주노동자의 문제를 이주노동자의 눈으로 바라본다는 것, 그리고 이주노동자 스스로 문제를 풀어간다는 것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이란주 씨의 풍부한 경험과 쉬운 글쓰기가 어우러져 깊이를 느낄 수도 있었다. 이 땅이 같이 살아가지만 보이지 않았던 이들이 보이게 되면서 세상이 좀 더 넓어졌다.

 

 

알라딘: 아주 작은 차이

 

페미니즘에 대한 책을 많이 본 것은 아니지만 여성주의적 시각이라는 것을 아주 쉽고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는 책이다. 남성중심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던 세상을 여성의 시각으로도 바라보게 되면서 내게는 당연했던 것들이 다른 이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론을 중심으로 얘기한 것도 아니고, 여러 사례를 단순히 나열한 것도 아니다. 이 시대에 여성으로 살아가는 여러 사람들의 얘기가 차분하고 진지하게 정리돼 있다. 독일 얘기가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

 

 

알라딘: 풀하우스

 

미국 출신의 좌파 고생물학자인 스티븐 J 굴드의 진화론에 대한 책이다. 진화를 점진적으로 발전하는 진보라고 주장하는 이들의 논리를 구체적인 사례와 과학적 분석으로 통렬하게 비판하고 있다. 다양성의 점점 증가하는 진화의 세계에서 우연하게 생겨진 인간이라는 종들이 자신을 세상의 중심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얼마나 웃기는 짓인지 얘기하고 있다. 인문학적 글쓰기와 대중적 표현방식으로 쉬우면서도 깊이 있는 자연과학자의 글을 음미해볼 수 있다.

 

알라딘: 새로 만난 하느님

 

과거 민중신학이나 해방신학이니 하는 책들이 많았던 때가 있었다. 그리고 사회주의권의 붕괴 이후 운동권이 전반적으로 침체하는 것과 함께 해서 이런 신학에 대한 관심도 줄어들었다. 그 사이에 우파 기독교세력들을 점점 세력을 확장해갔고, 좌파 사회주의자들의 영혼은 황폐해져 갔다. 다시 최근 들어 우파 기독교세력에 대한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드러나기 시작했고, 좌익과 종교의 새로운 결합이 다양하게 모색되고 있다. 마커스 보그라는 진보적 신학자가 쓴 이 책은 하느님을 어떻게 이해하고, 하느님과 함께 하는 삶이란 어떤 것인가 하는 것을 쓴 기독교인을 위한 교리서이다. 하지만 비기독교인들 역시 자신을 성찰하고, 민중과 함께 하는 태도에 대해 돌아볼 수 있도록 한다.

 

 

알라딘: 오래된 미래

 

생태주의 관련한 책 중에서는 가장 많이 알려진 책일 것이다. 뻔한 생태주의와 공동체주의에 대한 얘기려니 해서 관심을 두지 않다가 아주 뒤늦게 도대체 무슨 얘기를 했길래 사람들이 그렇게 난리지?’하는 생각에서 읽게 됐다. 그리고 그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이 책은 생태주의를 제대로 이해하느냐, 정치적 입장으로 지지하느냐와는 상관없이 깊은 감동과 영혼의 울림을 준다. 그저, 남에게서 배울 것이 있으면 배우겠다는 자세만 있다면 편하게 읽을 수 있다.

 

 

알라딘: 기학의 모험 1

 

전통적인 동양의 기()철학을 현대의 시각에서 다양하게 바라보기 위해 동양철학자들이 모여서 책을 냈다. 철학아카데미라는 대중강좌를 통해서 진행됐던 내용을 정리한 것이라서 기철학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1권인 이 책은 역사 속에서 기철학이 어떻게 형성됐고 발전해왔는지를 중심으로 얘기하고 있다. 자유롭고 역동적인 소통의 철학으로서 기철학을 접해보는 재미가 솔솔치 않다. 기철학을 이해함으로서 세상을 좀 더 유연하고 넓게 바라볼 수 있는 사유의 방식을 배우게 됐다.

 

 

알라딘: 유경의 '죽음준비학교'

 

 

노인들의 삶을 같이 호흡하고 있는 사회복지사 유경이 진행했던 죽음준비학교에 대한 얘기이다. 다양한 죽음들을 따뜻하게 쓰다듬으면서 다가오는 죽음을 차분히 바라보게 하는 과정이 편안하고 좋았다.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은 삶을 돌아보면서 자신을 긍정하는 과정이다. 노인들만은 위한 과정이 아니라 힘겨운 삶에 허덕이는 모든 이들을 위한 과정이기도 했다. 죽음을 차분하게 바라봄으로서 삶에 대해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하게 만들어준 책이다.

 

 

 

알라딘: 반란의 매춘부

 

성매매를 둘러싼 논쟁에서 가장 급진적 주장인 성노동자론을 체계적이고 구체적으로 펼치고 있다철저하게 당사자의 입장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해결방안을 모색하려는 관점을 아주 분명하게 유지하고 있다성매매 근절을 외치며 오히려 성노동자를 억압했던 기존 패미니즘진영과의 논쟁을 통해 현실에 기반한 문제해결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주장이 조금 장황한 감이 있고 선듯 그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측면도 있지만 성매매문제를 새롭고 현실적으로 바라보게 해준다.

 

 

 

알라딘: 성스러운 동물성애자

 

사람과 동물이 주체 대 주체로서 서로를 존중하며 사랑할 수 있다는 급진적 내용이다. 파격적인 주제에 대한 거부감을 걷어내고 그 얘기를 차분하게 들어보면 이해 못할 것도 없는 대등한 관계에 대한 얘기이다. 얘기의 방점을 지나치게 섹스에 맞추다보니 문제의 본질이 조금 흐려지기는 하지만 관계와 사랑에 대한 시야를 확 넓혀주는 책이다.

 

 

알라딘: 화이트홀

 

별이 수명을 다해 수축하며 블랙홀이 만들어지는데, 그 블랙홀이 점차 소멸하는 것이 아니라 양자적 반등을 통해 다시 화이트홀로 전환한다는 내용이다. 이론물리학의 난해한 내용을 설명하는데 물리학의 수식 하나 등장하지 않고, 에세이처럼 쉽고 편하게 얘기하면서도 물리학의 첨단 내용과 논쟁들까지 다 설명하고, 거대하고 심오하면서도 논쟁적인 이야기를 펼쳐놓는데도 200쪽이 되지 않는 얇은 책속에 다 담아놓고 있다. 우주를 바라보는 시야를 확 넓혀버리는 것만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인식의 틀도 거침없이 확장시켜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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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에 묻어야만 하는 창훈이




괜찮다. 그런대로 버틸 만하다. 최선을 다하지 않아도, 힘을 다해 노려하지 않아도 견딜 만하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하지만 배를 깔고 엎드리면 상황은 달라진다. 발부터 바닥 저 깊은 곳으로 빨려 들어갔다. 무섭고 두려웠다. 그냥 몸을 혼란스러운 머릿속과 함께 늪으로 던져 버리고 싶어졌다.

몸이 점점 무거워졌다. 물을 잔뜩 머금은 솜뭉치처럼 뚝뚝 아래로 떨어져 갔다. 이마의 주름을 만들어 눈꺼풀을 당겨 보아도 눈이 떠지지 않을 정도가 돼 버렸다. 너무 피곤해서 잠을 자야 할 것 같은데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잠이 깜박 들은 것 같다. 꿈속에서 피곤했다. 머리는 뭔가 계속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무슨 생각인지 알 수가 없었다. 이제 아무것도 날 건드리지 않는다면 한없이 떨어지다가 바닥을 두드려야 물기를 털고 올라올 수 잇을 것 같았다.




경찰서에서 온 전화




“김창훈이라고 아십니까? 어떤 관계죠?”

“초등학교 때 만난 선생님인데요. 안 지는 6년 정도 됐고요.”

“그럼 혹시 연락되는 가족이 있으신가요?”

“아버지 연락처는 모르고, 형은 지금 함께 사는 친구의 휴대전화 번호를 알아요. 누구신데요?”

“경찰입니다. 여기 중계동인데 오시는 데 얼마나 걸리시나요?”

“한 시간 좀 넘게 걸리는데요. 무슨 일인가요?”

그 한 통의 전화부터 시작됐다. 여느 때처럼 그 녀석이 사고를 쳤으리라 여겼다. 얼른 경찰서로 가서 창훈이 녀석 한 대 때려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사고 치지 않기로 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경찰에게 연락이나 오게 하고...... 그런데 경찰 목소리가 뭔가 이상했다.

“안 좋은 일입니다. 투신했어요. 한 시간이면 너무 오래 걸리네요. 주민번호나 주소 이런 거 아세요?”

“찾아봐야 해요. 얼른 찾아서 연락드릴게요. 그런데......죽었나요?”

“모릅니다. 빨리 연락 주세요.”

몸은 움직이는데 생각은 멈춰 있었다. 무엇을 찾는 데 한참이나 걸리던 내가 무의식적으로 창훈이 주소를 찾아 통화 버튼을 눌렀다. 한참 만에 경찰이 전화를 받았다. 빠르게 주소와 주민번호를 불러 주고 다시 한번 죽었는지를 물었다.

“김창훈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자세한 것은 경찰서 형사 6팀에 가서 물어보세요.”

“혹시 왼쪽 팔에 어깨부터 팔목까지 문신이 있나요?”

경찰이 다른 경찰에게 문신이 있는지 확인시키는 소리가 들렸고, 피가 너무 많아서 잘 모르겠지만 있는 것 같다고 하는 소리도 들렸다. 전화를 끊었다. 병원에는 갔는지, 내 전화번호는 어떻게 알았는지 궁금한 것 투성이였다. 확실한 것은 피 칠을 한 창훈이를 확인할 자신이 없다는 것이었다.

갑자기 머리의 회전이 멈췄다. 이를 닦다가 오늘의 날씨를 찾아보다가 시계를 보다가 작은방 책꽃이의 책 이름 보다가...... 계속 몸은 움직였다. 허공을 걷는 느낌이었다. 다리는 무거웠다가 거벼웠다가 했다. 자동차에 올라타서도 그 느낌은 계속됐다. 가속 페달을 밟는 발의 감각이 무더져 앞뒤 차와의 간격을 제대로 맞출 수 없었다.

가을이었다. 햇볕이 좋았고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에서 보이는 산은 어느덧 단풍이 들어 있었다. 아니 어제도 단풍은 들어 있었다. 퇴근하면서 아이들과 단풍놀이 가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했다. 그런데 새삼 지금 단풍을 처음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이상한 감정들은 그냥 흘려보냈다. 긴 터널 입구에 들어간 기억이 없는데 빠져나오고 있었다. 터널 밖에 과속 단속 카메라가 있었는데 속도계를 보았더니 140이 넘어가고 있었다. 또 다리에 힘이 풀렸다. 너무 빨리 왔다. 외곽순환도로를 빠져나와 좁은 길로 접어들었다. 창훈이 생각이 났다. 다른 사람일 수도 있다. 최악의 경우라면 어떻게 해야 하나......?




창훈이의 죽음




경찰서에는 고개 숙인 창훈이의 아버지가 앉아 있고, 앞에서 경찰이 컴퓨터로 사건 경위를 만들고 있었다.

“...... 고(故) 김창훈은 2008년 11월 12일 아침 10시 소주를 한 병 마시고, 911동 15층에 올라가 ‘은희야, 사랑한다’라고 소리를 지른 후 투신했습니다. 14층 아주머니가 혼을 내 주려고 나왔는데 고 김창훈이 떨어지는 것을 보았고, 맞은편 아파트 1층에서 이 소리를 듣고 나온 주민도 이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고 김창훈이 평소에 죽고 싶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까?”

내 귓가에 ‘고 김창훈’이라는 경찰의 목소리만 또렷하게 들려왔다. 혹시나 했지만, ‘고 김창훈’이라는 소리를 듣게 되니 준비 되지 않은 눈물이 흘러내렸다.

창훈이 아버지는 그렇지 않다고, 얼마 전까지 아버지 안부를 묻는 전화를 했었다고 대답했다. 등 뒤에서 그 이야기를 듣고 있다가, 내가 나서서 창훈이는 죽고 싶다는 이야기를 자주 했고, 아버지가 잘 곳도 없이 거리를 떠도고 있는 아들에게 관심라라도 있었는지 따지고 싶었다. 아버지는 지방에서 여자랑 동거하며 가끔 올라와 용돈이나 조금 주고, 재혼한 엄마는 가끔 찾아와 술주정이나 하고, 형이 보증금을 빼서 오토바이를 사 버리는 바람에 졸지에 월세 집에서 쫓겨나 잘 곳이 없고, 후배네 집 창문을 모두 부숴 갚을 돈 80만 원이 필요했고, 교통사고 났는데 재활 치료도 안 하고 있었고, 창훈이와 사귀는 것을 심하게 반대하는 여자 친구 아버지가 있었고, 그동안에 일어났던 그런 사실들을 정말 알고나 있는지 물어보고 싶었다.

그때 아버지가 몸을 일으켜 나를 바라봤다. 6년 전 아이들을 야구 방망이, 당구 큐대 등으로 때리던 서슬 퍼런 아버지의 모습이 아니었다. 지저분한 옷, 얼마나 울었는지 얼굴이 눈물로 범벅이 돼 버린 아버지를 보고 가슴이 따끔거렸다.

“선생님, 창훈이가 죽었다네요.”

그 말을 하며 다시 울기 시작하는 아버지를 보며 또 눈물이 흘렀다.

돈이 없어서 삼일장도 못 하고 될 수 있는 대로 빨리 화장하기로 했다.

화장터에도 운구차가 아니라 병원 구급차를 타고 가야 했다.




창훈이와 만난 시간들




창훈이를 만났던 시간들이 거꾸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가기 이틀 전에 창훈이한테 전화가 왔다. 오늘 볼 수 있느냐고 했는데 안 된다고 했다. 왜 시간이 되지 않는다고 했을까. 다음 주에 만나서 맛있는 것 사 주겠다고 하고는 전화를 끊었던 것만 기억난다.




일주일 전에 만났다. 무작정 고기를 먹자고 했다. 창훈이는 내가 먹는 것만 보고 거의 먹지 않았다. 여자 친구를 만나러 가는데 꼭 보여 주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바쁜 일 때문에 창훈이를 약속 장소까지 태워다 주고 바쁘게 집에 갔다.




한 달 전에도 만났다. 열아홉 살에 너무나도 사랑하는 여자를 만났다고 했다. 지금까지 막살아 왔지만 이제는 제대로 살겠다고 했다. 그래서 직장도 찾고 있다고 말이다. 좋아 보였다. 진심으로 좋아하는 여자를 만난 것 같았다. 그때까지 만났던 여자들과는 달리 사랑하는 사람이 생긴 것이다. 나이도 네 살 많다고 했다. 정말 축하한다고 했다.




1년 전에는 치킨 집에서 배달하다가 사고가 나서 병원에 입원했다고 연락이 왔다. 담배 연기 가득한 개인 병원의 병실에서 만난 창훈이는 아저씨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었다. 싹싹하고 귀엽다고 말이다. 병원에서 나가면 취직도 시켜 준다고 했다고 자랑했다. 자신은 사람들이 너무 좋아해서 탈이라고 너스레를 떠는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정말 그 사람이 소년원까지 다녀온 창훈이를 취직시켜 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한 기억이 났다.




2년 전쯤에는 내 미니홈피에 이런 글을 남겼다.




세상이 무너져도 나는 안 죽는다.

세상이 무너져도 절대 안 싸운다.

세상이 무너져도 절대 나쁜 짓 안 한다.

세상이 무너져도 절대 게을러지지 않는다.

세상이 무너져도 애들이랑 놀지 않는다.

세상이 무너져도 나는 일만 잘하자.

내가 만날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말이야

그러니까 걱정 안 해도 돼

그리고 난 살 집 있어 비록 작지만

고시원 하나 구했어

안에서 있는 동안 번 돈으로 고시원 잡고

지금 일하고 있으니까 미래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괜찮으니까 지금부터 돈 벌면서

잘 살 거야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선생~




3년 전, 소년원에서 학교로 편지를 보내 왔다. 소년원에서 검정고시 준비도 하고 있고, 사람들과도 잘 지내고 있다고 말이다. 편지는 창훈이가 소년원에 있는 동안 계속 주고받았는데 창훈이가 다시 학교에 다녔으면 한다고 썼던 것 같다. 학교에 잘 다닐 수 있을지 자신도 없는데 말이다.

5년 전에 창훈이는 소년원에 갈 것을 걱정했다. 집을 가출한 창훈이에게 쉴 곳이 없으면 쉼터나 기숙형 대안학교라도 가자고 설득했다. ‘아동학대예방센터’에 상담을 가서 아버지의 구타와 방임을 확인받아 바로 입소를 시켰다. 자유롭지 못한 곳이라 탈출을 했다. 자신을 그곳에 넣은 나를 찾아서 죽여 버리고 싶은 마음도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센터 입소가 최선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6년 전 초등학교 6학년인 창훈이를 처음 만났다. 정말 어이가 없는 아이였다. 등교 시간에 학교에 온 적은 한 번도 없고, 수업 중간에 아무렇지도 않게 학교 밖으로 나갔다. 지나가는 아무 아이에게나 돈을 내놓으라고 했고 누구도 무서워하지 않았다. 학교에서 제일 무서운 선생님이 때려도 안 되고, 상담을 잘한다는 선생님이 이야기를 해 봐도 소용없었다.

그때 난 창훈이가 웃는 모습이 귀엽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나가는 창훈이에게 장난도 치고 말도 걸어 봤다. 그렇게 우린 친구가 됐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러 온 미술 치료 선생님에게 부탁해서 창훈이와 친구 한 명에게 미술 치료를 받게 해 줬다. 미술 치료 선생님은 창훈이의 몸과 마음의 상태가 생각보다 심각하다며 더 자세히 알아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안녕, 창훈아




구급차가 사이렌 소리를 끄더니 멈춰 섰다. 화장터에 도착했다. 창훈이 친구들이 이미 와 있었다. 화장터에 온 아이들은 검은색만 맞춰 입고 왔지 다들 복장 불량이었다. 반짝이 검은 스타킹을 신은 아이, 소매 없고 배꼽이 보이는 망사로 된 윗도리를 입은 아이, 검은색 체육복을 입은 아이, 마스카라를 칠했는데 너무 울어서 검은 눈물을 흘리고 있는 아이...... 스무 명 가까이 되는 아이들이 화장터에 왔다. 울다가 웃다가 장난치다가 심각했다가 제멋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순간 그 아이들을 챙겨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밥도 먹지 못하고 왔을 텐데...... 화장이 진행되는 동안 식당에 가서 저녁을 먹였다. 그러다 화장이 예정 시간보다 빨리 끝난다는 소식을 들어서 급하게 올라왔다. 화장도 빨리 끝날 만큼 창훈이가 그렇게 작았던가...... 창훈이는 흰 상자에 담겨 있었다. 그것을 보며 아이 몇몇이 또 울기 시작했다 상자를 두 손으로 받아든 창훈이 형이 내게 왔다.

“아직도 따뜻해요. 우리 창훈이 아직도 이렇게 따뚯한데......”

그렇게 창훈이는 갔다. 내가 만난 아이들 중에 처음으로 책 한 권 권해 보지 못한 아이였다. 그 오랜 시간 만나면서 그냥 살아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웠다. 친구들을 참 좋아했던 창훈이는 지금쯤은 하늘로 돌아갔을까? 아니면 하나하나 안타까운 친구들 옆에 남아 눈물을 훔치고 있을까?




집에 돌아왔더니 휴대전화에 문자가 한 통 와 있었다.

“누구보다 속상하고 힘드실 텐데 싹 보내고 오세요. 오늘까지만 힘들어하시구용. ♥ 선생님이 제일 걱정된다. 진짜 쌤이 어떻게 했는데...... 그 미운 오빠 보내고 선생님 조금만 우시고!!! 조심히 다녀오세요. ♥♥”

찬물에 얼굴을 담근 듯, 번쩍 정신이 들었다. 기운을 차려야 한다. 아직 만나야 할 아이들이 너무 많다.







to. 존경하는 고정원 선생님께!




안녕? 그 동아 잘지내고 있었어?

한동안 내 소식 못 들었지? 갑자기 편지와서 놀랬지? ㅋㅋ

나 지금 천안 교도소야.. 또 사고쳤지 모..

그냥 여기서 생활하는데 갑자기 선생님 생각이 나러라구~

그래서 이렇게 편지한다~ㅋㅋ

우리 고정원 쌤 잘지내고 있나? 안 본지 꽤 됐는데 말야?

나 안 보고싶어? ㅋㅋ 나 같은 개구쟁이는 흔치 않아서 수비게 잊혀지지 않을텐데? ㅋㅋㅋ

나는 쌤이 왜 이렇게 안 잊혀지는지 모르겠다? ㅋㅋ

샘이 나 한테 잘해줘서 그런가? ㅋㅋ

내가 쌤 집 주소도 모르고 해서 실례되는거 알면서도 학교로 보낸다~ ㅋㅋ 아직도 중원에서 근무하는거야? 오래하네~ ㅋㅋ

그리고 한번도 본적이 없지만 쌤 귀여운 딸은 잘지내? 싸이가서 사진 보니까 완전 귀엽더만!! ㅋㅋ

이름 알아었는데 까먹었다.. 미안.. ㅋㅋ 내가 원래 머리가 안 좋잖아~ ㅋㅋ 이해해주길~ ㅋㅋ

나 언제 나가는지 모르지? 나 이번에도 11월 26일 날 나가~ ㅋㅋ

잘하면 그전에 나갈수도 있어~ ㅋㅋ

언제 한번 시간나면 편지나 한통 써주라~ ㅋㅋ

직접 쓰기 귀찮으면 인터넷 서신도 있으니까 인터넷 서니 쓰던가~ ㅋㅋ

너무 명령조 인가? ㅋㅋ 기분 나빳다면 미안~ ㅋㅋ

여하튼 몸 건강히 잘지내고 나가면 한번 연락할게~ ㅋㅋ

그때까지 잘지내~ 그럼 안~뇽~!




2007. 5. 21일




p.s. 내가 글 재주가 없어 이렇게 밖에 못 쓴 점 이해해주길 바래~☆ ㅋㅋ




- 『교실 밖 아이들 책으로 만나다』(고정원 씀, 리더스가이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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