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들
데이비드 로지 지음, 공진호 옮김 / 마음산책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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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책들이 있다. 큰 기대를 가지고 읽기 시작했는데, 읽은지 얼마 안 되어 아주 지루한 느낌이 든다. 한동안은 계속해서 읽을까, 그만 둘까를 심각하게 고민한다. 시간이 아까운 기분이 들기도 하고, 재미 없어서 좀이 쑤시기도 하고. 그렇게 질질 끌면서 전반부를 읽고 나면, 갑자기 조금씩 흥미가 돈다. 그러다가 마지막은 그 동안 읽은 페이지가 날 격려하고, 전반보다는 훨씬 흥미롭고 궁금해져서 속도가 나는 책.

 

 이 책이 내게는 그랬다. 알 수 없는 영문학 이론을 주워 섬기며 전 세상을 캠퍼스 삼아 학술대회를 다니는 교수들의 이야기는 그다지 흥미로울것이 없는듯 했다. 그들은 일반인이 보기엔 별 시덥쟎아 보이는 이론들로 자신의 입지를 다지기를 원하고, 남들보다 더 강한 인상을 남기기를 원하며, 그것과는 별도로 일상과 다른 비일상을 접하며, 모헙을 즐기기를 원한다. 겉다르고 속다른 사람들이 우글거리는 파티들과, 가정을 두고서도 비일상성 속에서 벌이기를 원하는 은밀한 로맨스의 욕망등이 사실 많이 불편한 기분이 들게 했다.

 

 그 와중에서도 흥미를 갖게 했던 것은 퍼스와 안젤리카 그리고 릴리의 이야기. 참 세릴도 빼 놓을 수 없다. 지고지순한 사랑의 결정판을 보여주는듯한 퍼스. 하지만 그 사랑이 착각이었을뿐이라고 느껴졌을때의 허탈함이란. 다른 사랑을 찾아 다시 시작하는 그의 모험이, 내게는 그들 모든 이야기중 가장 흥미로웠다.

 

 "안젤리가, 그거 생각해본 적 있어요? 달과 태양이 우리의 눈에 거의 같은 크기로 보인다는 게 얼마나 놀라운 일인지 말예요."

 "아뇨, 그런 생각은 해본 적 없어요."

 "그렇기에 많은 신화와 상징주의는 우리의 하늘에 있는 두 원반의 크기가 동일하다는 것에 기대고 있어요. 하나는 낮을, 그리고 다른 하나는 밤을 관장해요. 마치 쌍둥이처럼. 그러나 그건 단지 원근상관관계의 착각일 뿐이죠. 달과 태양의 상대적 크기, 그 둘과 우리 사이의 거리. 그리고 그 둘 사이의 거리가 빚는 소산일 뿐입니다. 우연히 발생해서 그와 같은 상태가 될 확률은 몇백 억에 하나예요."

-91쪽

 

  처음에는 지루하던 얘기들이 중반에 접어들고 후반으로 갈수록 흥미로워지는게 이 책의 미덕이 아닌가 싶다. 힘들고 지루한 전반을 견뎌내면, 흥미롭고 즐거운 나머지를 보낼 수 있다는 이런 깜찍한 인생철학을 적용하다니.

 

** 참, 끝이 창대하였다기 보다는 비유적인 의미로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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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올레 여행 - 놀멍 쉬멍 걸으멍
서명숙 지음 / 북하우스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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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읽고 있다고 얘기하면 혹자들은 제주도에 갈 계획이냐고 묻는다. 글쎄. 사실 난 여행을 그다지 좋아하는 편은 아니란걸 요 몇 년 사이에 깨달았다. 그 전에는 여행을 좋아하는 것은 모든 사람의 당연한 취향인 줄 알았다. 그래서 여행을 좋아하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항상 긍정이 맞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서 나 자신을 되돌아보니, 여행을 남들만큼 소망하진 않는게 나인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물론 낯설고 새로운 곳들로 떠나고 싶은 마음은 갖고 있긴 하다. 현재 삶이 답답하고 지루할때,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만 여느 사람들처럼 열망에 사로잡혀 여행계획을 세우거나 그 꿈을 위해 많은 것을 투자하진 않는다. 그래서 내가 가게 된 여행들은 내 스스로 애쓰며 가기위해 노력했다기보다는 그냥 그렇게 가게 된 경우가 대다수다. 어쨋든 그런 나에게도 가끔씩 여행 책을 읽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비록 발품 팔아 내 자신이 그 장소에 서 있지는 못하지만 누군가 조근조근 얘기해 주고, 보여주는 여행서들이 귀챦아하고 힘들기 싫어하는 나의 단순한 삶에 풍부한 색채를 입혀 주곤 한다.

 

 하지만 이 책을 여행서라고 하긴 조금 그렇다. 그보다는 언론계에서 일하다 직장을 그만 두고 산티아고 순례를 나섰다가 그 길에 감명받아 제주도에 올레길을 만든 서명숙씨의 자서전이라고도 할 수 있고, 현재는 유명해진 제주올레길의 탄생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다. 또 산티아고 순례 여행서일수도 있고, 제주도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포착일수도 있겠다. 종합선물 세트 같은 이책.

 

 나에게 있어 제주올레길의 큰 미덕은 간세다리(제주도 방언, 게으름뱅이란 의미)를 위한 곳이란 점이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경쟁과 속도에 지쳐가는 현대인들 속에 간세다리 또는 간세다리이고자 하는 사람은 환영받지 못하고,비주류가 되어야 한다. 현대사회는 주류만을 인정하고 굳이 인정받고 싶지 않다 하더라도 환경에 떠밀려 우리는 경쟁하기 위해 뛰는 사람들이 되어 간다. 후회는 항상 느지막이 몰려온다. 심각한 일중독자들이 모든걸(청춘, 사랑, 가족등등) 잃은 후, 일에 취해만 살아 온 자신의 인생을 후회로 되돌아보는건 단지 드라마나 소설속의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다. 이런 시대에 간세다리가 환영 받는 제주올레는 얼마나 가슴을 찡하게 하는지 모르겠다.

 

 책을 읽는 내내, 길을 걷고 싶다는 기분이 들었다. 아스팔트 깔린 단단하고 까맣고 곧은 길이 아닌, 사람들 발이 수없이 오고가며 다져진 보드랍고, 양옆으로 풀들이 무성한 한적한 길. 가끔 자연이 부려놓은 놀랍고 신기한 모습이 보이기도 하고, 바다까지 보인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자동차 매연같은것은 보이지도 않고, 꽃내음, 풀내음 나는 길. 혼자 걸어도 심심하지 않을 길. 그리하여 여행에 '그다지'라는 부사를 습관처럼 붙이고 다니는 나라도 배낭을 꾸려 간세다리여행을 떠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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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올레 여행 - 놀멍 쉬멍 걸으멍
서명숙 지음 / 북하우스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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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야는 제주를 두고 '만만한 아름다움'이라고 규정했다. 아기자기하고 여성적이어서 위압감이나 두려움 대신 평화와 위안을 준다고, 그러면서도 절대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풍경이라고. 뜨겁게 달궈진 암반에 드러누워 자연 선탠과 암반 찜질을 즐기면서 여자들은 한비야의 견해에 전적으로 동의했다.-120쪽

"엄마, 여긴 하느님에게 칭찬을 참 많이 받은 곳 같아요."
"왜 그렇게 생각하는 건데?"
"칭찬을 많이 받았으니까 이렇게 아름다운 거지요."
"아름다운 게 뭔데?"
"빛나게 예쁜 게 아름다운 거예요."
자연을 보는 아이의 눈이 어른들보다도 예민하고, 남자 아이의 감수성도 결코 여자아이 못지않다는 걸 올레일을 하면서 확인하게 되었다. 다만 자라면서 때가 묻고 잘못 길들여지는 것일 뿐.-125쪽

사고로 팔이 잘린 사람도 한동안은 자기에게 닥친 현실을 좀체 인정하려 들지 않는단다. 정신적인 문제도 마찬가지란다. 오래된 관계를 정리하려면 살아온 세월만큼 시간이 걸린단다. 간절하게 이혼을 원해놓고도 정작 이혼한 뒤에 정신적으로 방황하고 고통을 겪는 사람들이 뜻밖에도 아주 많단다. -14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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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프랑스 책방
마르크 레비 지음, 이혜정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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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이 이 세상에서 태어나는 순간부터 살아가는 모습은 너무도 다양하다. 하지만 그 다양성을 인정하게 된 건 불과 얼마 되지 않은것 같다. 아직도 고지식한 사람들은 FM이 아닌 삶에 대해 관대하지 못한 모습을 보이곤 한다. 싱글파파로 살아가는 앙트완과 마티아스의 삶이 저들의 나라에서는 보편적인 모습일지 아닐지, 나로서는 잘 알 수는 없지만, 여하튼 우리 기준의 눈으로는 좀 특별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어린시절부터 친한 친구였던,세심하고 예민하고, 책임감 강하며 속내를 잘 표현해 내지 않는 듯한 앙트완과, 외향적이고 유머러스하며 한편으론 무언가 모자라 보이는 듯한 마티아스의 조합은 그 너무 다름으로 인하여 부조화 스럽기도 하다가 또 그 너무 다름으로 인하여 서로의 부족한 부분이 채워지는 천생연분인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고보면, 사람들이 평생 간직한 판타지 중 하나는 자신의 반쪽을 찾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모든 것을 함께하고 나눌 수 있는 소울메이트에 대한 갈망은 현재 짝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도 유효한 환타지이기도 하다. 아마 모든걸 나누고 공유할 수 있는 소울메이트는 자신안의 또 다른 자아 외에는 없지 않을까? 간혹 소울 메이트를 만났다는 사람을 보긴 하지만, 그들의 말이 100퍼센트 믿기지 않는게 사실이다. 100미터 밖에선 나와 영혼의 쌍둥이처럼 보일지라도 모든 사소한 일상생활을 같이 하게 되면, 생각이 틀려지지 않을까?

 

 "우리는 모두 혼자야, 앙투안. 여기에서건 파리에서건, 아니 어디에서건 말이야. 우리는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뭐든 하지. 그래서 이사도 하고 어떻게든 고독에서 벗어나려 애쓰는 거야. 그건 변하지 않아. 하루 일과가 끝나면 누구나 각자 집으로 돌아가지. 커플로 사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행운아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해. 그들은 달랑 접시 하나에 담아 먹던 저녁식사를 까맣게 잊고, 주말이면 반복되던 고통을, 전화벨이 울리기를 간절히 바라던 지루한 일요일을 다 잊어버려. 세계 어떤 나라의 도시에서건 수백만 명의 사람이 다 똑같아. 단 한 가지 위안이 있다면 다른 사람들도 다 마찬가지라는 거지."

-62쪽

 

 그들이 신체적으로 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서로의 격려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보인다. 때론 비난하지만, 때론 칭찬해 주기도 하고, 아픈 단점을 매섭게 꼬집기도 하지만, 상처를 어루만져 주기도 하는..그런것들. 그저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 아닌 인생을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은 응당 그래야 할 것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자극을 주고 반응을 하며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이제 마티아스는 과거에 연연하지 않고, 진짜 사랑을 찾아낼 것이며, 앙트완 또한 깨닫지 못하며 지나쳐 왔던 일상의 사랑을 찾아낼 것이다. 그들이 함께 산 삶은 영원하지 못하고 짧은 시간에 그쳤지만, 그 짧은 시간이 그들 남은 인생의 대부분을 결정지었다고 보인다.

 

 비록 이 책에서는 위대한 문학적 수사나 깊이를 발견할 순 없지만,대신 함께 하는 삶에 대한 존경을 발견할 수는 있다. 누구나 사정을 가지고 있고, 누구나 이해받길 바라는 외로운 현대인들에게 누군가와 함께 하는 삶을 갖는 다는것은 축복일 것이다. 철이 없는 어른들이 철이 들고 깊어지는것. 그래서 난 이 이야기가 동화 같다는 생각을 했다. 비록 공주님과 왕자님이 등장하는 보편적 동화의 플롯을 지니진 않지만 그들은 시련을 겪고, 힘을 합쳐서 그 시련을 이겨내고, 해피엔딩을 맞는다. 그들의 삶이 그 뒤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기를 바래본다.

 

**그러고 보니, 이 책에 '프랑스 책방'은 그렇게 중요한 역할을 하지 못한것 같아 아쉽다. 마티아스가 책방이 아닌, 문구점이나 레코드 가게를 했어도 크게 이 이야기가 틀려질것 같지는 않는 기분이랄까? 책방이 조금더 낭만적이긴 하지만.

 그런데, 나는 사실 제목만 보고 골라 읽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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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
토드 부크홀츠 지음, 이승환 옮김 / 김영사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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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를 안다는 것'은 '세상을 안다는 것'과 동일한 의미를 갖게 된 것 같다. 더 이상 경제는 일반인들 눈에는 띄지 않는 상아탑 안에서 학자들이 연구하는 어려운 학문이 아니라, 현대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익혀야 하는 필수적인 지식(?)이 되어버린것 같다. 어느 순간부터인지 경제만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신문들이 발간되고 널리 유포되고 있다.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에선 경제에 대한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게 됐다. 심지어 우리 나라에서는 대통령 선거 구호로 '경제대통령'을 써 먹기도 했고, 그 덕으로 당선이 되기도 했다. '경제'는 더 이상 정책가들만이 연구하고 공부하는 주제가 아니다.

 

 하지만 세상을 분석하고 설명할 수 있는 틀 까지도 제공할 수 있는 이 경제란 학문을 단순히 재테크와 관련해서만 생각하는 사람도 많은것 같다. 아마 지금도 상당수의 사람들은 "경제"란 단어에서 "재테크"를 떠올리지 않을까? 나의 편견일 수도 있지만, 거의 맞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짧은 시간이나마 책을 읽으면서 내가 알게 된 경제는 '재테크'와 교집합을 갖고 있을지 망정 같은 의미가 될 수는 없다.

 

 내가 경제란 학문에 약간이라도 관심을 갖게 되었던 최초의 시작은, 역시 재테크였던 것 같다. 같은 돈을 가지고 더 잘 쓰고, 잘 입고, 잘 먹고, 미래에도 더 부유해지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게 시작된 관심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오히려 재테크와는 크게 관련이 없는 일반적인 경제학을 접하면서, 경제가 사람들의 마음을 읽고 분석하는 학문이라는 것에 더 끌렸던 것 같다. 한마디로 금전이나, 재산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까지도 관련되어, 움직이는 사람의 마음에 대한 학문. 내가 정의하는 경제는 그렇다.

 

 사실 고등학교때 정치.경제란 과목을 배웠다. 하지만 사실 생각나는 지식들은 단편적일 뿐이다. 기억들은 맥락이 없고, 뜻없는 단어들만 기억났다 사라지곤 한다. 그 기억들은 한국의 학생들은 누구에게나 그렇듯이 뒤범벅이 되어 그저 들어본것 같은 기분만을 안겨주는 단어들의 퍼레이드만을 선사할 뿐이다.

 

 이 책이 다른 입문서들에 비해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사실, 다른 인문서를 읽어본 적이 없어 확신은 못하겠다만- 중요 인물을 선정해 경제학의 발전을 설명했다는 것이다. 어떤 학문이나 그렇겠지만, 처음에는 단순하고 이해하기 쉬웠던 현상들이 시간이 흐르고, 세상이 변하고, 폭발적인 기술의 발전과 생산량의 증가, 복잡한 국제정세등으로 한 없이 복잡해지고, 변형되고, 유전적인 돌연변이처럼 갑자기 아주 새로운 현상으로 태어나기도 한다.

 

 사실 경제라는 학문의 탄생은 18세기 영국의 산업혁명으로 인해 시작되었다고 하는게 맞을 것같다. 폭발적인 공업의 발전은 화폐의 유통과 더불어 금융업도 발전시켰고, 애덤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 또한 탄생한 배경이 되었다고 보인다.

 

 스미스는 국부론에 다음과 같이 썼다. "공익을 추구하려는 의도도 없고 자신이 공익에 얼마나 이바지하는지조차 모르는이, 오직 자신의 이익만을 도모하는 이는 그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손에 이끌려 의도하지 않았던 부수적 결실도 얻게 된다."-47쪽

 

 이익을 추구하려 노력하는 모든 주체가 결국은 공공에게도 이익이 된다는 이 이론은 현재로선 수 많은 오류를 지니고 있지만, 한창 폭발적인 경제발전을 이루고 있을 당시에는 참이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세상은 예전에 비해 풍요로워졌을 것이고, 사람들의 삶 또한, 이전에 비해 윤택해졌을 것이다. 경제가 한창 좋을때, 모든 사람이 꿈에 부풀어 있듯이 그 당시 사람들에게도 미래는 장미빛이었을것이다.

 

 한편, 인구는 등비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멜서스의 인구론은 비관적인 미래상을 제시했다. 아마 멜서스가 주장한 빈민구제법 철회 또한 이 비관적 미래상에 따른 대안책중 하나였다고 보여진다. 정부 보조금이 나오면 가난한 사람들은 안심하고 더 많은 자식을 낳을 수 있게 될 것이고, 이것은 결국 인류에게 재앙이 될 것이다. 하지만 사실 200년이 훨씬 지난 지금, 멜서스가 예언한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그 당시에는 인구증가가 폭발적이었을지 모르지만, 지금 선진국들은 오히려 인구감소를 걱정하는 상황이다. 비록 멜서스가 내 보인 가장 특징적인 이론이었던 인구폭발 이론은 오류였음이 판명났지만, 그가 쓴 경제에 관한 책들과 그의 이론은 경제학 발전의 밑거름이 되었음은 분명한것 같다.

 

 멜서스와 자주 논쟁을 벌이기도 했던 리카도는 비교우위를 통한 자유무역을 주장했다. 리카도의 비교우위과 차액지대론은 200년이 지난 지금도 자유무역을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수용되고 있다.

 

 한편, 아버지로부터 엄격한 교육을 받아 감성적 발달을 제때 이루지 못한 존 스튜어트 밀은 제레미 밴덤의 공리주의(최대 다수의 최대행복)를 접하면서 사춘기를 시작한다. 행복의 총량에 신분의 구분이 없다고 못박은 밴덤의 공리주의는 어떻게 보면 사회주의에 영감을 제공해 준 것 같기도 하다. 감성의 부재로 인해 한때는 실의에 빠지기도 했던 밀은 낭만주의에 영향으로 구조되고 나서는 누구보다도 집필활동과 교육활동에 열정을 쏟아부었다.

 

 과학적 공산주의의 창시자인 카를 마르크스는  "자본론"을 집필하여 사회주의자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다. 비록 그의 이론적 오류들이 많이 드러나고, 공산주의 국가들의 붕괴가 눈앞에 닥친 듯 하지만, 우리가 현재보다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선 어느정도의 사회주의적인 장치들이 마련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사실 경제라는 학문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구체화되고, 공고해지며, 체계를 잡아가는 물리나 화학, 수학 등과는 달리 시간이 지날수록 더 복잡하기만 하고 갈피를 잃어가는 느낌이 든다. 아마도 그것은 경제라는 학문이 어떤 원리나 진리를 파헤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의 변화를 다루는 분야인 탓일 것이다.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변화무쌍하며 추측 불가능한지는 이미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더구나 유형의 가치뿐 아니라 무형의 가치까지 등장하기 시작하면 사람의 마음은 정말 종잡을 수가 없게 된다. 그래서 경제란 학문이 더 어렵고 더 관념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책을 읽은 지금도 난 경제사의 흐름을 이해하게 되었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거의 300여년의 시간동안 수 많은 천재들에 의해 발전해 온 경제학 이론들의 흐름을 한권의 책을 읽고 이해하겠다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겠지만, 경제라는 학문의 특성도 이해를 힘들게 하는 원인이 될 것이다. 오히려 나처럼 경제에 문외한인 비 전공자는 굳이 이런 경제학의 원론을 얘기하는 책 보다는 '괴짜경제학'이나 '경제학 콘서트'같은 좀 더 가벼운 책을 읽는게 훨씬 경제에 흥미를 북돋우는 방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그 이후에 경제에 대한 강한 흥미를 느꼈다면, 이 책을 입문서로 좀 더 심도 깊은 공부를 하는 것도 좋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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