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
밀란 쿤데라 지음 / 청년사 / 1992년 1월
평점 :
절판


밀란 쿤데라의 책을 상당히 여러권 읽었던 듯 한데, 생각해 보면 각 책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떠오르질 않는다. 하지만, 느낌만은 항상 가지고 있었던 듯하다. '참 좋았었다.'라는 느낌. 그건 잊혀지지 않고 항상 남아서, 밀란 쿤데라라는 작가의 책이라면, 안심하고 집어들 수 있을것 같은 기분이 들게 만든다.

나는 그 중에서도 <불멸>이라는 이 책을, 내가 그 동안 읽었던 밀란 쿤데라의 소설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어느날 우연히 한 노부인의 몸짓으로부터, 주인공 아녜스를 탄생시킨 화자의 이야기는
밀란 쿤데라가 소설을 구상하기 시작하는 단계를 보여주려고 하는 듯 하다. 하지만 쿤데라가 궁극적으로 하고자 하는 얘기는 그게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책장을 덮으면서 느낄 수 있다.

처음 아녜스를 연상시켰던 그 몸짓은, 마지막 아녜스의 동생 로라로서 끝을 맺는다. 하지만 그 몸짓은 또 로라를 떠나 또 그 누군가에게서 머물며, 쿤데라 같은 작가에게 아녜스 같은 인물을 상상해 내게 만들것이다.

난 이 곳에서 멸하지 않고 끊임없이 돌고 도는 몸짓의 순환을 느낀다. 그리고 인간은 어째서 불멸의 존재가 될 수 없는가를 생각한다.(아마, 그 이유로 인해서 인간이 불멸을 더욱 바라는 것일는지도 모르지만.)

이 이야기는 어떻게든 끝을 맺지만, 난 이 이야기가 끝없이 순환하는 이야기인 것 처럼만 느껴진다. 산수 수업시간에 만들었던 뫼비우스의 띠처럼, 한점에서 시작해 그은 선이 반대편 방향으로 넘어가 버린듯하지만, 다시 시작한 선으로 돌아오고야 만다.

그리고 그 사이사이 몇 개의 에피소드 들이 등장한다. 불멸에 대한 통찰력을 보여주는 에피소드들.

사실 이 소설에서 줄거리라는 것은 부수적인 수단에 지나지 않는것 같다. 쿤데라는 소설을 쓰고 싶은 것이 아니라, 불멸에 대한 에세이 한 편을 쓰고 싶었던 것이리라. 하지만, 자칫 지루해 지기만 할 그 얘기를 흥미롭고 더 이해하기 쉽게 하기 위해서, 스토리라는 수단을 빌린게 아닌가 싶다.

밀란 쿤데라는 <불멸>이라는 이 소설 속에서 너무나도 많은 자신의 생각들을 표현했다. 사실 미숙한 나는 그 이야기들은 대부분 다 소화해 내지 못한것만 같다. 나의 지적 능력에 한계를 느끼며, 이 책을 두고두고 읽어야 할 책 목록에 올려야만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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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사체험 상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윤대석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3년 7월
평점 :
절판


죽음을 접해본 적이 있었나?-하고 곰곰히 생각해 봤다. 그다지 내 삶에 크게 흔적을 남긴 기억이 없었던 듯 싶다. 그렇다고 해서 죽음을 본 적이 없는게 아니다.초등학생쯤이었을때, 할머니랑 할아버지가 몇일을 사이에 두고 돌아가셨다. 그리고 비교적 귀여워하던 강아지가 어느날 땅바닥에 나동그라져있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그런데, 그런 기억들이 그다지 큰 인상을 주지 않았던듯 하다. 별 감흥없이 기억만 나는걸 보면 말이다.

누구나 죽음에 대해서는 얼마쯤 생각해 봤을 것이다. 죽고 싶다고 수없이 되뇌이는 사람들도 있을거고, 주변에 죽은 사람이 있어 그게 항상 신경쓰이는 일인 사람도 있을테고, 죽음이 궁금한 사람도 있을테고, 종교적인 이유로 죽음을 숭고히 여기는 사람도 있을테고. 하지만, 결정적으로 어느 누구도 죽음이 어떤것인지 알지 못한다. 물론 내가 말하는 것은 죽음은 숨이 멎어서 사람이 더이상 움직이지 못하고....어쩌구 저쩌구 이런걸 말하려고 하는게 아니다.

죽음이란게 어떤 의미를 갖는건지, 죽은후 사람의 마음-지금도 그리고도 당분간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생각하고 있을 나의 이 존재감이 과연 어떻게 되는 것인지(완전히 사라져 버리는 것인지, 아니면 종교에서 말하는 천국과 지옥이라는 또 다른 세계로 옮겨가게 되는 것인지) 그것을 아무도 모르고 있다.

문득 언제가 누군가가 했던 얘기가 생각난다. '죽는게 나쁜건 아닌것 같아. 아직껏 죽으러 오지 말라고 말리러 죽었다가 돌아온 사람이 없쟎아??' 하지만 언젠가 부터 죽은후의 세계를 엿보고 왔다는 사람들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죽음이 영원한 수수께끼였던 우리에게 그것은 얼마나 흥미로운 이야기이겠는가?

이 책은 그런 이야기이다. 죽은 세계를 엿보고 왔다는 사람들의 이야기. 하지만, 단지 에피소드의 나열이 아니라, 그 내용을 분석하고, 그게 정말 죽음의 세계를 방문한 이야기인지 아니면, 단지 어떤 생리학적 메커니즘에 의한 환각 비슷한 현상인지를 모든 가설을 검증해보고 살펴봄으로써 밝혀보려는 이야기이다.

결론적으로 필자는 임사체험이라는것은 뇌가 일으키는 환각 비슷한 현상일거라는 쪽에 무게를 더 실어주는듯하다. 하지만, 어느쪽이 더 사실에 가깝다는 결론을 떠나서, 죽음의 문전에 가기 직전의 우리 인생이 얼마나 중요한건지를 한번 더 강조하고 싶어하는 듯하다. 결국은 지금 이 순간 나 자신이 중요한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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