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Secret (말할 수 없는 비밀) - O.S.T. (Jay Chou (주걸륜)) - 100페이지 분량의 사진첩 포함 럭셔리 한정판 패키지
주걸륜 (Jay Chou) 노래 / 소니뮤직(SonyMusic)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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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는 국내 개봉예정은 아니었었다는 얘기를 어디선가 들은거 같다. 음성적으로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의 성원에 의해 국내 개봉이 이뤄졌다든가 하는 그런 얘기.

  이 앨범의 전 곡을 다운 받은건 일년이 다 되어 가는 것 같지만, 난 아직도 가끔 조용한 공간에 혼자 있을때면, 이 피아노곡들들 듣는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 피아노에 대한 판타지가 생겼다. 특히나 피아노 배틀 장면은 두고두고 기억나는 나만의 명장면이다.

  가끔은 쓸쓸한 음악이, 가끔은 많은 기교를 필요로 하는 빠르고 리드미컬한 음악이, 노을길에 자전거를 타고 가는 두 어린 연인의 모습을 떠오르게 하는 편안하면서도 경쾌한 음악이 들리기도 한다. 
 

  이 영화에서 가장 많이 떠오르는 것들은 자전거, 노을, 쓸쓸함과 순수한 사랑 그리고 무엇보다도 피아노다.

  어쩌면, 이 가을에 내겐 가장 들춰내어 듣고 싶은 음악들이 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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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의 구
김이환 지음 / 예담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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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전 영화로도 개봉한 주제 사라마구의 "눈먼자들의 도시"라는 소설이 생각났다. 갑자기 발생한 백색 실명사태는 들불 번지듯 온 세상을 휩쓸고, 사회시설은 마비되며 사상초유의 사태를 맞게 되는 사람들은 그들의 잔인한 본성을 드러낸다. 절망의구 역시 그렇다. 갑작스럽게 나타난 지름 2미터 정도의 매끈한 표면을 가진 구의 등장은 온 세상을 혼란속으로 빠뜨린다. 목숨을 부지하기 위한 사람들의 몸부림에서 이타심이나 자애심은 찾아보기 힘들다.

 

 지금도 궁금하다. 그 검은구가 생겨난 연유는 무엇이며, 왜 사라졌을까? 그리고 그 남자가 검은구에 빨려들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검은구를 만들어 낸 사람은 남자일거라는 생각을 잠시잠깐 했었다. 하지만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과학수준으로는 그 이유를 해명해 줄 수 없기에 작가는 신비주의 방향을 고수한것은 아닐런지.

 

 여하튼 소설안에서 추후에 '절망의 구'라 명명된 검은구의 등장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깨닫게 한다. 현실에서야 그렇지 않기를 바라지만 죽음의 위기에 처한 사람들은 이기적이다. 심지어 검은구에 맞서 세상을 구해낼 것으로 보였던 남자조차도 검은구의 접근 앞에선 사람들과의 협력을 거부하며 달아나고, 대중의 분노 앞에서는 잠시나마라도 동거동락하던 청년을 자기 대신으로 던져준다.

 

 "...을 조심하게 젊은이."

 검은구가 나타나기 전 남자에게 충고를 해 주던 할아버지의 말 중 앞마디는 끝까지 밝혀지지 않는다. 검은구의 등장으로 인한 전 지구적 종말은 거대한 은유일지도 모른다는 심사평이 있었다. 무엇에 대한 은유일까? 이토록 극적인 위기사항이 지구위에 벌어질거라는 생각은 하기 힘들지만, 어쩌면 우리는 검은구의 등장을 목전에 두고 있거나 또는 이미 검은구는 우리를 집어삼키기 위해 느린 속도로 세상을 전진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검은구가 어떤 형태를 띄고 있건간에, 절망의 속성을 가지고 있는 그것의 전진은 차츰차츰 우리의 삶을 망가뜨릴지도 모르겠다. 그 상황안에서의 희망의 위치는 "도망치다"와 "도망치다"의 어느 사이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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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희망이다
제프 헨더슨 지음, 나선숙 옮김 / 노블마인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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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인생은 행복을 찾는 과정이라는 진부한 얘기가 있다. 너무나 진부해서 우리는 아마 이제는 이런 얘기를 안 하고 지내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면서도 우리의 본능은 행복을 위하여 움직인다. 돈을 많이 버는 것도, 나름대로 성공하여 타인들이 날 부러워해줬으면 하고 바라는 것도, 아름다워지길 바라는것도, 모두 다 행복해지기 위한 일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위에 열거한 것들은 모두 이뤄나간다고 해도 행복이 보장 되지는 않는다. 과시하고 남들과 비교해서 나은 인생을 살기 위해 사는 삶은 항상 끝이 좋지 않다는것을 우리는 너무나 많은 이야기를 통해 들어왔다.

 

 제프 헨더슨은 어린나이에 또래에 비해 많은 돈을 벌었다. 어린 나이에 많은 돈을 버는게 정당하고 평범한 일일 수는 없는바, 그가 번 돈은 마약을 판매하고 불법적인 일을 하여 벌이들인 돈이다. 그 나이의 평범한 아이들이 살 수 없는 차와 브랜드의 옷과 시계들을 사들이고, 예쁘고 섹시한 여자친구들을 많이 거느리고, 입이 떡 벌어질만한 생일파티를 벌이며 그야말로 화려한 삶을 살아간다. 하지만 제프는 나중에 회고하지만 그 삶은 행복이 아니었다고 한다. 한순간 한순간이 두려웠고, 그 두려움을 숨기기 위해 더 용감한 척 우겨야 했던 그 시절은 모래 위에 쌓은 성처럼 언제 부서질지 모르는 불안을 내포하고 있었다. 결국 그 성은 20년의 징역생활을 선고받으면서 무너졌다. 스무살초반에 20년형은 사회에 다시 나갔을때는 40대를 의미했다. 한창때의 젊음을 감옥해서 보내야 하는 그는 무척이나 절망스러웠을 것이다.

 

 감옥에서 원치 않았지만 우연히 하게 된 접시닦이 일로 제프 헨더슨의 일생은 180도 변화한다. 비록 죄를 지어 갇히게 된 감옥이지만, 그 곳에서 제프 헨더슨은 자신의 가치를 깨닫게 되고, 지식의 중요함을 알고 배우려 애쓰게 되면, 무엇보다도 요리에 대한 자신의 열정과 재능을 발견한다. 그 전에는 설겆이도 제대로 해 본적이 없지만 요리를 접하면서 눈 뜬 열정은 아침에는 가장일찍 주방에 나가고 저녁에는 가장 늦게 주방에서 나오며, 밤에도 수 많은 요리책과 레시피를 복습하는 날들을 보내며 더욱 커져 가기만 한다. 감옥을 나온 후 전과자와 흑인이라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유명한 레스토랑에서 실력을 갈고 닦으며, 현재는 우리에게 분수쇼로도 유명한 라스베가스의 벨라지오 호텔의 수석주방장으로 일하고 있다.

 

 어찌보면, 이 이야기는 그렇고 그런 성공 스토리로 보이기도 한다. 불량배들과 어울리는 바람직하지 못한 시절을 보내다 깨닫고 열심히 노력해 성공을 거머쥐는 과정은 정말로 진부하다. 하지만 진부한 이런 이야기들이 많이 일어나는 것을 보면, 그런 스토리에는 나름대로의 진실이 놓여 있다는 생각이 든다. 과거가 불우하고 바람직하지 못했기에 바람직한 미래와 성공은 더 값질 것이다.

 

 인간보다 더 나은 두뇌가 아직까지 발명되지 못했다고는 하지만, 우리는 너무나도 잘 잊어버린다. 그런면에서 주기적으로 이런 책을 읽어주는 것은 살아가는 데 있어서 잃어버린 열정을 찾는데 많은 도움이 되리란 생각이 든다. 그리고 아마도 우리가 평생 살아가면서 추구하는 행복의 열쇠는 열정안에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잠시잠깐 해본다.

 

 그러면서도 열정이 귀챦은 이 심정은 나이탓인가?흠.

 

**책을 읽는 내내 수없이 많은 이야기가 생각났다. 감옥에서 제프 헨더슨이 교육을 받으며, 다른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클레멘트 코스의 기적을 말하던 '희망의 인문학'이란 책이 생각났으며, 그레그 모텐슨의 '세잔의 차'에 나왔던 어떤 종교나 사상에 치우치지 않는 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가 생각 나기도 했다.

 

 또, 그의 인생스토리에서 왕따, 자살미수, 불량소녀, 야쿠자 보스의 아내를 겪다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180도 인생을 바꾼 "그러니까 당신도 살아"의 오히라 미쓰요의 인생이 생각나기도 했다.

 

 그리고 그와 곁들여, "앗, 뜨거"같은 요리에 대한 열정을 담은 책이 생각 나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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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9월17일 ~18일 

 여자 셋이 모였다. 급조된 모임. 금요일 오후 잠깐 한가한 시간에 메신저에서의 수다가 계기를 마련했다. 이런저런 이야기 와중에 우리 회사의 펜션을 빌려서 놀러 가자는 이야기가 나왔다가 차 문제로 여자끼리만 가긴 힘들겠다는 아쉬움 섞인 푸념을 하다가 내일 영화를 보자는 얘기가 나왔다. 그러다 S가 들어오면서 모임은 밤으로 정해졌다. 영화를 보고 술을 한 잔 하고, 노래방을 가지는 계획이 암암리에 짜졌다. 

  

 12시쯤 이태원 살인사건을 봤다. 불편한 CGV 영화관의 의자. 초반부터 피가 튄다. 결국은 누가 범인인지 알 수가 없다. 내심 마지막에 한번쯤 누군가 마지막 힌트를 주고 끝나기를 바랬다. 등장인물들은 모르더라도 나는 알고 싶었다. 누가 범인이었는지를. 하지만 검사와 변호사 둘 다 혹여나 자신들이 잘 못 짚은건 아닌지 의심의 고갯짓을 하면서 끝이 날 뿐이다. 용의자 둘이 햇살 환한 거리를 친근하게 얘기하며 걷는 모습에서 영화를 보던 사람들은 아마도 '둘이 공모한 짓일거야'란 상상을 하지 않았을까? 

  

 맥주를 마셨다. 언제나 그렇듯이 우리의 관심사는 가족들에 관한 이야기다. 서로가 잘 아는 주제들이니까. 신랑에 대한 불만. 시댁에 대한 불만. 아기 키우기의 어려움. 결혼한 기혼 여성들이 더구나 결혼함으로써 알게 된 우리들이 나눌 얘기가 더 있겠는가? 언제나 그렇듯이 술이 약한 나는 맥주 두 세잔에 하품만 나온다. 눈에 눈물이 고이고, 춥다. 날씨는 이제 한낮을 빼곤 가을이다. 이야기들은 언제나 그렇듯 그 자리에서 열띠게 진행되다가도 이야기가 끝나면 잊혀진다. 우린 아마도 그저 배설구가 필요했는지도. 그런데, 나는 그 자리에서도 다른 세상을 부유한다. 그들과 달리 별달리 불만이 없는 나. 기복없는 인생에 안도감을 느끼는지도 모르겠다. 

 노래방을 간다. 일년이상이 지난것 같다. 가본지. 음주가무를 즐기지 않는, 타인의 눈에는 심심해 보이는 나는 아는 노래나 있을지 고민이다. 그나마 이들과는 4년 이상을 알고 지냈지만, 노래방은 처음이라서 매번 부르던 노래들을 불러도 되겠다 싶다. 몇 손가락안에 꼽히는 노래들.  

 아침빛을 보고 돌아선다. 우리들의 기행에 신랑들은 놀랄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그들도 예전엔 그렇게들 피씨방에서 밤을 새우고 새벽빛에 집에 들어서곤 했다. 

 사실 그녀들과의 만남에 행복하고 즐거웠다. 이런 기분은 아니다. 뭐랄까 우리 각자에겐 모두 벗어나고 싶어하는 본능이 있는 것 같다. 난 사실 그렇게 강하진 않은 본능이지만, 결혼후 일을 그만두고 얘들까지 키우고 있는 그녀들은 아마 더 강할것이다. 나에게는..? 변화없는 삶은 가끔 지루하다는 느낌을 준다. 그 지루함이 길어지면, 우리는 지긋지긋하다고 느낀다. 아니면 그대로도 좋다고 느낀다. 아무래도 상관 없다고. 나는..아무래도 상관없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래서 그 모임은 아무래도 상관없었지만, 설명하기 힘든 어떤 즐거움을 준 게 사실이다. 그게 무언지 말로 표현하기 힘든 그 무엇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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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 현대문학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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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한 나라에 있어 훌륭한 이야기꾼을 갖는다는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이 책을 읽는 동안 자주 생각했다. 아마 우리가 할레드 호세이니라는 작가를 알지 못했다면, 아프가니스탄의 그 아픈 상처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들의 수는 절반, 아니 어쩌면 삼분의 일로 줄어 들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연을 쫓는 아이"에 이의 두번째 소설인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은 홍보부족 탓인지, 난 지인에게서 우연히 이 책에 대한 얘기를 듣고 읽기 시작했다. 얼마전까지만해도 라디오에선 "연을 쫓는 아이"에 대한 광고가 방송되었지만, 이 책에 대한 언급은 그다지 듣지 못했다. 혹자들은 (물론 나도 그랬다.) 충격적인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얘기가 처음 접했을땐 재미있었지만, 두번째에 접했을때는 그저그런 이야기가 되어 있을거라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마치 영화가 2탄이 되면 그저 그렇듯이. (사실 내게 있어서 트랜스포머 2탄은 무지 실망스럽고 지루했다.) 하지만 그건 아마 이 책을 읽기 전에 있는 사람들에 기우일뿐일 것이다. "연을 쫓는 아이"를 얼마나 즐겁게 읽었던지 간에, 비록 같은 나라의 유사한 시기를 이야기했다고 하더라도 이 소설은 "연을 쫓는 아이"와는 다른 즐거움을 준다. 긴급구호와 세계여행으로 유명한 한비야씨도 어느 인터넷 포탈 사이트에서 이 책은 고전이 될 책이라고 치켜 세우기도 했었다.
 

 할레드 호세이니는 아프가니스탄에 남겨진 여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한다. 마리암과 라일라는 그렇게 탄생했다. 서로 너무나 다른 환경에서 자란 그녀들. 우리가 깨닫지 못하는 세상법칙들이 그렇듯이 우연이 겹치면서 함께 살게된 그녀들. 우리나라 만큼이나 질곡많은 그들의 나라에서 갇혀 지내게 된 그녀들은 서로에게 너무나 다른 시선을 보낸다. 기득권을 뺏겼다 생각하는 마리암, 그런 마리암과 동료가 되고 싶어하는 라일라. 라일라의 딸 아지자가 마리암이 손가락을 붙잡고 오물거리며 마리암의 라일라에 대한 경계심이 풀리는 장면은 감동적이며, 내가 이 책 안에서 가장 인상적으로 갖고 있는 장면이기도 하다. 또 그 둘이 남은 할와를 곁들여 먹으며, 정원에 나가 차를 마시는 장면은 내게 있어 가장 아름다운 장명이다.

  그 둘의 공동의 적인 탈레반의 여성을 억압하는 정책과 라시드의 폭력은 읽는 내내 나를 분노케 한다.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그 현실이, 문득 '만약 내가 저 시대 저 장소에 던져지게 된다면?'이라는 상상을 부추겨 숨이 막히게 만든다. 

  마리암의 희생은 슬프다. 바라는게 거의 없었던 그녀. 항상 있는듯 없는듯 조용하고 모든 슬픔과 회한을 묻어버리고 살아가던 그녀. 이 책안에서 그녀의 이름은 '슬픔'이다. 그녀의 희생으로 살아가는 라일라. 그녀의 또 다른 이름은 '희망'이다. 마리에서의 안정적인 삶을 멀리하고 '카불'로 돌아와 도시의 재건에 힘을 보태는 그녀는 아프가니스탄의 '희망'이다.

'슬픔'을 발효시켜 태어난 '희망'

 이 곳과는 너무나 먼 그곳.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이 존재하는 그 곳. 그녀들의 삶은 슬펐지만, 미래의 그녀들의 삶은 행복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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