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불제 민주주의 - 유시민의 헌법 에세이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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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헌법 제10조-30쪽

진보와 보수를 나누는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다. 하지만 아주 거칠게 말하자면 한 가지다. 진보는 '당위'를 추구하고 보수는 '존재'를 추종한다. 진보는 아직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이상적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서 싸운다. 예컨데 '모두가 자유롭고 평등하게 살아가는 세상' 같은 것이다. 그래서 진보는 인간의 자유를 속박하고 불평등을 조장하는 제도와 문화를 변혁하려고 한다. 진보의 사고방식은 연역적 구조를 가진다. '인간은 평등하다'와 같은 추상적 공리에서 시작해 구체적 실천 전략과 전술에 이르기까지 여러 단계로 이어지는 일관성 있고 복잡한 논리 체계를 만든다.-68쪽

정보를 통제하는 자가 세상을 지배한다. 대한민국을 지배하는 최강 권력은 언론이다. 국민 대다수가 매일 구독하는 몇몇 신문의 지면편성과 논조와 보도 내용을 지배하는 사주와 그 대리인들이 대한민국을 지배한다. 그들이 네모난 창을 만들면 국민은 네모난 하늘을 본다. 그들이 둥그런 창을 만들면 국민이 보는 하늘은 둥그렇게 된다. 그들은 국민의 눈과 귀, 국민의 입을 자처하지만 그 눈과 귀와 입은 사실 그들 자신의 것이다. 그들은 선출되지 않으며 신임을 묻는 일도 없다. 교체되지도 않으며 누구의 통제도 받지 않는다. 그들의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지 않았다.-194쪽

고은 시인은 노무현 대통령의 처지가 안타까웠던지, "위정자에게는 때로 위정의 언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210쪽

'피터의 원리'라는게 있다. 미국 컬럼비아대학 교수였던 로렌스 피터와 레이먼드 헐이라는 작가가 1969년에 함께 출판한 책의 제목이다. 피터 교수는 군대와 정부 조직, 기업 등 위계질서를 가진 조직에서 나타나는 무능력 현상을 집중 연구한 끝에 이런 주장을 내놓았다.

위계질서를 가진 모든 조직에서 사람들은 자기의 무능력이 입증되는 지위까지 승진하는 경향이 있다.-253쪽

이 실험에서 얻은 결론은 명확했다. 악한 행동을 만드는 요소는 세 가지다. 사람, 상황, 그리고 시스템. 악한 시스템이 지속적으로 악한 상황을 만들어내면 선한 사람도 악을 저지른다. 비유적으로 말하면 '썩은 사과 상자'에 들어가면 '멀쩡한 사과'도 '썩은 사과'가 된다는 것이다.-368쪽

선의 연대와 민주주의

나치가 공산주의자를 잡아갔을 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었으니까
그들이 사민주의자를 가두었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사님주의자가 아니었으니까
그들이 노동조합원을 체포했을 때
나는 항의하지 않았다
나는 노동조합원이 아니었으니까
그들이 유대인을 잡아갔을 때
나는 방관했다
나는 유대인이 아니었으니까
그들이 나를 잡아갔을 때
항의할 수 있는
그 누구도 남아 있지 않았다-374쪽

그들이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를 수배했을 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시님단체 회원이 아니었으니까
그들이 유모차 엄마를 기소했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촛불집회에 가지 않았으니까
그들이 전교조를 압수수색했을 때
나는 항의하지 않았다
나는 노동조합원이 아니었으니까
그들이 시민들을 불태워 죽였을 때
나는 방관했다
나는 철거민이 아니었으니까
마침내 그들이 내 아들을 잡으러 왔을 때는
나와 함께 항의해줄
그 누구도 남아 있지 않았다-378~37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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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붙잡는 사람들의 1% 비밀
신현만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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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째서 처세술 책에 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는지 모를 일이다. 생각해 보면, 옛날 우리 선조들이 읽었던 사서삼경이네, 사서오경이네 하는 것들도 우리의 행동이나 마음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것들을 가르치는 것들이 아니었던가 싶다. 공자, 노자, 주자등의 학문들도 마찬가지였고. 처세술을 책을 통해 배우는 것은 결코 상업적인 욕심에만 기대어 돈이 될 것 같으면 아무 책이나 써내는 사람들한테 속는 것도 아니고, 시간만 날리는 일은 아닐 것이다. 물론 그렇게 쓸데없는 책들도 많을지 몰라도 좋은 책도 많을 것임은 틀림없는 사실인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회사생활을 하는데 있어서 행동가짐과 마음의 방침을 제시한 이 책은 어떨까?

 

 어떤 면에서 보면, 내가 일하고 있는 분야는 일반적인 회사와는 상황이 많이 다른 회사라서 이 책의 내용들이 100% 이해가 되지 않았다. 몇해전 우리가 하는 일과는 전혀 다른쪽으로 자리를 옮기신 내 직속상관이 푸념하는 얘기를 들은적이 있다. 그 전에는 그저 일만 하면 되었는데, 지금은 정치활동을 해야 하는게 너무나 싫다고. 그게 너무 싫어서 다시 그 전에 일하던 분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겪어보지 못해서인지 그 말들이 심각하게 들리기 보다는 배부르고 등따순 사람이 심심해서 투덜대는 걸로 들기기도 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어쩌면 그 분이 힘들 수도 있겠구나 하는 마음이 조금은 들었다.

 

 하지만 이 시대에 직장인으로 살아가야한다는 것은 그 많은 어려움을 견뎌야 하는데다가 성공적인 직장인으로서 미래에 임원 자리까지 바라보는 경우에는 직장이라는 곳의 생리를 잘 알고 그에 맞춰 생활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 책에서 비밀이라 말하는 직장인의 행동방침에는 평상시 우리가 잘 알고 있었지만, 굳이 대화를 통화여 정의하지 않았던 사실들도 있고 대수롭지 않게 간과하고 지내오던 것들도 있다. 또 특수한 형태의 직장에서는 적용되지 못할지도 모르는 원리들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대부분은 가장 보편적인 직장에서의 행동방침으로 보면 될 것 같다.

 

비밀 01_팔을 걷어붙이고 조직의 해결사를 자처라하라.

비밀 02_뽑을 땐 학벌이지만 키울땐 충성도다.

비밀03_익숙한 일만 하면 낙오자가 되는 건 시간문제다

비밀04_일과 삶의 균형을 원한다면 연봉을 포기하라

비밀05_잦은 이직은 직장생활의 수명을 단축시킨다.

비밀06_학력의 굴레를 벗어나려면 판을 바꿔라

비밀07_임원 가능성이 희박하면 부장이 되기 전에 옮겨라.

비밀08_CEO가까이 가면 살고 멀어지면 죽는다.

비밀09_네트워크는 안 되는 일도 되게 한다.

비밀10_상사와 맞서려면 회사를 떠날 각오를 하라.

비밀11_사내정치에 무감해선 조직의 중심에 설 수 없다.

비밀12_상가와 회식 장소에서 운명이 결정된다.

비밀13_혼자서 일하려거든 조직을 떠나라.

비밀14_직장인의 수명은 영업 마인드에 달려 있다.

비밀15_자기 몫을 포기해야 리더십이 생긴다.

비밀16_CEO처럼 일해야 CEO가 될 수 있다.

비밀17_회사가 흔들리면 나에겐 기회가 온다.

비밀18_직장에 따라 신분이 결정된다.

비밀19_회사는 '아줌마'를 원하지 않는다.

비밀20_최고의 경쟁력은 브랜드에서 나온다.

 

 위 법칙에서도 보여지듯이 이 책에서 권장하는 행동방침들의 최종 목적지는 CEO가 되는 것이다. 직장인들 중에서는 나중에 CEO를 목표로 할 수도 있지만, 그 외의 목표를 가지고 사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이 행동방침들이 절대적인 기준이 되지는 않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리 길지 않은 기간을 지내더라도 내 마음대로, 내 편한대로 바꿀 수 없는 직장을 가능한 내가 내 능력을 발휘하고 인정받으면서 지내기 위해서 필요한 보편적인 법칙들이 위 법칙들이 아닌가 싶다.

 

 위 법칙들이 모든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떠 받들어야 할 법칙들은 아니라고 본다. 단지 처음 시작하는 사회생활을 월급쟁이로 시작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전혀 모르거나 잘못된 정보로 혼선을 빚으며 직장생활을 하는 것보단 훨씬 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만약 CEO가 되길 꿈꾸는 사람이라면 더욱 유익한 정보일 수도 있을 것이고. 그리고 전혀 다른 삶을 꿈꾸는 사람일지라도 현대사회에 보편적으로 널리 퍼져있는 직장이라는 조직안의 생리를 이해함으로써 자기 자신 또한 성찰할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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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레즈 라캥
에밀 졸라 지음, 박이문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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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을 쓴다는 것은 무작위적인 일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니까 문득 어느날 이야기가 떠오르고 그 이야기를 작가는 슥슥 써 내려가는 것이다. 마치 하늘로 부터 계시가 내려오듯 이야기는 계속 작가의 손을 통해 슥슥 적혀지는 것이라고. 그 세계를 모르는 나는 그렇게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소설은 좀 달랐다. 아마 그래서 내가 소설에 대해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는것을 깨닫게 해 줬는지도 모르겠다. 그 전에는 그런 의식을 가져본 적도 없으니까.

 

 에밀 졸라는 서문에서부터 밝힌다.

 "강한 남자 한 명과 채워지지 않는 욕망으로 인해 욕구불만 상태인 여자 한 명을 설정한다. 그들 속에서 어리석음을 찾는다. 단지 어리석음만을. 그런 다음 그들을 난폭한 드라마 속으로 내던지고 그 두 존재들의 느낌과 행동들을 면밀히 기록한다. 나는 해부학자가 시체에 대하여 행하는 것과 같은 분석적인 작업을 살아있는 두 육체에 대하여 행한 것 뿐이다."- 11~12쪽

 마치, 소설쓰기가 아니라 사람을 대상으로 무슨 심리실험이라도 행하는 듯한 말투로. 그러니까 이 소설의 느낌은 작가가 컨셉을 잡고 계획을 세웠다는 느낌을 준다. 하늘에서부터 내려오는 글자들을 받아적는 것이 아니라 인물을 설정하고 상황을 배경을 설정하고 사건을 만들어 내고 결말을 예상해 내는 식으로.

 

 사실 150여년전에 쓰여 졌다는 이 이야기가 스토리로 우리를 감동시키긴 힘들 거라는 생각이 든다. 욕망때문에 결국 불륜과 살인을 저지른 연인들이 행복하지 못한 결말을 맞는 이야기는 현재는 식상한 플롯이다. 아마도 그래서 박찬욱 감독은 이 소설에서 모티브를 따서 영화"박쥐"를 만들었다고는 하지만, 그 영화에는 다수의 다른 장치들이 사용되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아직 보지 않아서 정확히 어떤것들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시대에도 이 이야기가 읽혀질 수 있는 이유는 (비록 변주의 손길을 가해질는지 몰라도) 무엇일까? 단지 영화의 모티브가 되었다는 이유는 아닐것이라 생각한다. 또한 프랑스 문학의 최초의 자연주의 소설 이란 수식어 탓도 아닐거란 생각이 든다.

 

 어쩌면, 닳고 닳은 소재이지만 신데렐라 스토리의 변주들에 열광하는 것과 비슷한 이유가 아닐까? 뻔하고 어이없고, 어쩌면 극히 드문 경우의 일일지 모르지만 누군가 또는 내가 그럴 수도 있는 희박한 가능성에 어떤 진실성이 있는것인지도 모르겠다. 인간의 욕망의 바닥은 설사 자신이 갖고 있다는것을 확신 할 지라도 확인하지 못한 사람들이 대다수이고, 그런 상황의 설정이 아무에게나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런 이야기들에서 아직도 내밀한 죄의식과 전율을 느끼게 되는게 아닐까? 오래 깊이 생각해 본 이유는 아니지만, 어쩌면 그런 이유도 이 소설이 아직까지 읽혀지고 있는 이유중 하나가 아닌가 하고 생각된다.

 

** 책 읽는 동안, 주변에 심란한 일들이 전개된다. 가뜩이나 심란한 소설에 심란한 주변. 그래서 이 소설이 더 으시시 했는지도 모르겠다. 오늘 나름대로 그 일이 해소된 듯 해서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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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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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 다닐때 문창과 아이 하나와 룸메이트를 한 적이 있다. 그 아이들은 술도 많이 마시고, 방에도 잘 안 들어오고, 무언가 고민이 많은 듯 찌푸리고 다니고, 무엇보다도 올빼미족이었다. 햇볕을 눈부셔하며 어색해 하던 아이들. 그러고 보니 나와 별반 다르지 않은 생활이었긴 하지만, 여하튼 그들은 일반인들과는 좀 달랐다. 그리고 그 아이들에 대한 우리의 일반적인 인식은 글을 쓰는 사람들에 대한 우리의 인식과도 별반 다르지 않은것 같다. 간혹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글을 쓰는 사람들은 모두 잠이 든 늦은 밤에 원고지를 구기고, 머리를 쥐어뜯고 흡사 미친 사람처럼 신든린듯 글을 써 나가기도 한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그런면에서 얼마나 독특한 소설가인지, 하는 생각이 든다. 밤에는 일찍 잠이 들고, (심지어 일찍 잠이 들기 위해서 저녁에는 사람들과 약속도 잡지 않는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항상 같은 시간에 같은 시간 동안 꾸준히 글을 쓴다. 그리고 꾸준히 달리기를 한다. 그리고 심지어 마라톤 풀코스를 그 동안 25회 완주했다.

 

  서머셋 몸Somerset Maugham은 "어떤 면도의 방법에도 철학이 있다."라고 쓰고 있다. 아무리 하찮은 일이라도 매일매일 계속하고 있으면, 거기에 뭔가 관조와 같은 것이 우러난다는 말이라고 생각된다. – 7쪽

 

 무라카미 하루키는 제법 끈질긴 인간인 모양이다. 좋게 얘기하면 인내심이 강한 인간이랄까? 어쩌면 시작은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망가지기 시작한 몸매를 추스르기 위한 단순한 목적이었을 테지만, 어느 순간 달리기는 그에게 하나의 삶의 방식, 가치관으로 격상한 것 같다. 달리기 빼고는 그의 존재를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문득 그의 달리기에 관한 글들을 읽다가 그의 소설들이 여타의 일본소설들과 달리 몽상적이었던 이유를 깨닫게 되었다. 남들이 보기엔 별 다를 것 없는 그의 인생은 소설 속 주인공들의 별 다를 것 없는 실질적인 삶들과 닮았다. 하지만 비현실적인 것들이 하나 둘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소설속 인물들의 삶은 더 이상 단조롭지 않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삶도 겉으로 보기에는 규칙적이고 변화 없는 단조로운 삶인것 같지만, 그런 그의 머릿속 세상은 어느 누구보다 폭발적인 환타지들로 가득차 있는게 아닌가 하는 깨달음. 그게 내가 퍼뜩 떠올린 생각이었다. 글쓰기와 달리기. 반복적인 패턴과 리듬 속에 무작위적으로 태어나는 초현실적인 이야기들.

 

 새로운 하루키를 알게 되었다는 기분과 이제까지 알던 하루키를 이제서야 이해하게 되었다는 기분이 공존하게 했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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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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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머셋 몸Somerset Maugham은 "어떤 면도의 방법에도 철학이 있다."라고 쓰고 있다. 아무리 하찮은 일이라도 매일매일 계속하고 있으면, 거기에 뭔가 관조와 같은 것이 우러난다는 말이라고 생각된다.-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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