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
토드 부크홀츠 지음, 이승환 옮김 / 김영사 / 200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경제를 안다는 것'은 '세상을 안다는 것'과 동일한 의미를 갖게 된 것 같다. 더 이상 경제는 일반인들 눈에는 띄지 않는 상아탑 안에서 학자들이 연구하는 어려운 학문이 아니라, 현대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익혀야 하는 필수적인 지식(?)이 되어버린것 같다. 어느 순간부터인지 경제만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신문들이 발간되고 널리 유포되고 있다.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에선 경제에 대한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게 됐다. 심지어 우리 나라에서는 대통령 선거 구호로 '경제대통령'을 써 먹기도 했고, 그 덕으로 당선이 되기도 했다. '경제'는 더 이상 정책가들만이 연구하고 공부하는 주제가 아니다.

 

 하지만 세상을 분석하고 설명할 수 있는 틀 까지도 제공할 수 있는 이 경제란 학문을 단순히 재테크와 관련해서만 생각하는 사람도 많은것 같다. 아마 지금도 상당수의 사람들은 "경제"란 단어에서 "재테크"를 떠올리지 않을까? 나의 편견일 수도 있지만, 거의 맞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짧은 시간이나마 책을 읽으면서 내가 알게 된 경제는 '재테크'와 교집합을 갖고 있을지 망정 같은 의미가 될 수는 없다.

 

 내가 경제란 학문에 약간이라도 관심을 갖게 되었던 최초의 시작은, 역시 재테크였던 것 같다. 같은 돈을 가지고 더 잘 쓰고, 잘 입고, 잘 먹고, 미래에도 더 부유해지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게 시작된 관심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오히려 재테크와는 크게 관련이 없는 일반적인 경제학을 접하면서, 경제가 사람들의 마음을 읽고 분석하는 학문이라는 것에 더 끌렸던 것 같다. 한마디로 금전이나, 재산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까지도 관련되어, 움직이는 사람의 마음에 대한 학문. 내가 정의하는 경제는 그렇다.

 

 사실 고등학교때 정치.경제란 과목을 배웠다. 하지만 사실 생각나는 지식들은 단편적일 뿐이다. 기억들은 맥락이 없고, 뜻없는 단어들만 기억났다 사라지곤 한다. 그 기억들은 한국의 학생들은 누구에게나 그렇듯이 뒤범벅이 되어 그저 들어본것 같은 기분만을 안겨주는 단어들의 퍼레이드만을 선사할 뿐이다.

 

 이 책이 다른 입문서들에 비해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사실, 다른 인문서를 읽어본 적이 없어 확신은 못하겠다만- 중요 인물을 선정해 경제학의 발전을 설명했다는 것이다. 어떤 학문이나 그렇겠지만, 처음에는 단순하고 이해하기 쉬웠던 현상들이 시간이 흐르고, 세상이 변하고, 폭발적인 기술의 발전과 생산량의 증가, 복잡한 국제정세등으로 한 없이 복잡해지고, 변형되고, 유전적인 돌연변이처럼 갑자기 아주 새로운 현상으로 태어나기도 한다.

 

 사실 경제라는 학문의 탄생은 18세기 영국의 산업혁명으로 인해 시작되었다고 하는게 맞을 것같다. 폭발적인 공업의 발전은 화폐의 유통과 더불어 금융업도 발전시켰고, 애덤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 또한 탄생한 배경이 되었다고 보인다.

 

 스미스는 국부론에 다음과 같이 썼다. "공익을 추구하려는 의도도 없고 자신이 공익에 얼마나 이바지하는지조차 모르는이, 오직 자신의 이익만을 도모하는 이는 그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손에 이끌려 의도하지 않았던 부수적 결실도 얻게 된다."-47쪽

 

 이익을 추구하려 노력하는 모든 주체가 결국은 공공에게도 이익이 된다는 이 이론은 현재로선 수 많은 오류를 지니고 있지만, 한창 폭발적인 경제발전을 이루고 있을 당시에는 참이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세상은 예전에 비해 풍요로워졌을 것이고, 사람들의 삶 또한, 이전에 비해 윤택해졌을 것이다. 경제가 한창 좋을때, 모든 사람이 꿈에 부풀어 있듯이 그 당시 사람들에게도 미래는 장미빛이었을것이다.

 

 한편, 인구는 등비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멜서스의 인구론은 비관적인 미래상을 제시했다. 아마 멜서스가 주장한 빈민구제법 철회 또한 이 비관적 미래상에 따른 대안책중 하나였다고 보여진다. 정부 보조금이 나오면 가난한 사람들은 안심하고 더 많은 자식을 낳을 수 있게 될 것이고, 이것은 결국 인류에게 재앙이 될 것이다. 하지만 사실 200년이 훨씬 지난 지금, 멜서스가 예언한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그 당시에는 인구증가가 폭발적이었을지 모르지만, 지금 선진국들은 오히려 인구감소를 걱정하는 상황이다. 비록 멜서스가 내 보인 가장 특징적인 이론이었던 인구폭발 이론은 오류였음이 판명났지만, 그가 쓴 경제에 관한 책들과 그의 이론은 경제학 발전의 밑거름이 되었음은 분명한것 같다.

 

 멜서스와 자주 논쟁을 벌이기도 했던 리카도는 비교우위를 통한 자유무역을 주장했다. 리카도의 비교우위과 차액지대론은 200년이 지난 지금도 자유무역을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수용되고 있다.

 

 한편, 아버지로부터 엄격한 교육을 받아 감성적 발달을 제때 이루지 못한 존 스튜어트 밀은 제레미 밴덤의 공리주의(최대 다수의 최대행복)를 접하면서 사춘기를 시작한다. 행복의 총량에 신분의 구분이 없다고 못박은 밴덤의 공리주의는 어떻게 보면 사회주의에 영감을 제공해 준 것 같기도 하다. 감성의 부재로 인해 한때는 실의에 빠지기도 했던 밀은 낭만주의에 영향으로 구조되고 나서는 누구보다도 집필활동과 교육활동에 열정을 쏟아부었다.

 

 과학적 공산주의의 창시자인 카를 마르크스는  "자본론"을 집필하여 사회주의자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다. 비록 그의 이론적 오류들이 많이 드러나고, 공산주의 국가들의 붕괴가 눈앞에 닥친 듯 하지만, 우리가 현재보다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선 어느정도의 사회주의적인 장치들이 마련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사실 경제라는 학문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구체화되고, 공고해지며, 체계를 잡아가는 물리나 화학, 수학 등과는 달리 시간이 지날수록 더 복잡하기만 하고 갈피를 잃어가는 느낌이 든다. 아마도 그것은 경제라는 학문이 어떤 원리나 진리를 파헤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의 변화를 다루는 분야인 탓일 것이다.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변화무쌍하며 추측 불가능한지는 이미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더구나 유형의 가치뿐 아니라 무형의 가치까지 등장하기 시작하면 사람의 마음은 정말 종잡을 수가 없게 된다. 그래서 경제란 학문이 더 어렵고 더 관념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책을 읽은 지금도 난 경제사의 흐름을 이해하게 되었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거의 300여년의 시간동안 수 많은 천재들에 의해 발전해 온 경제학 이론들의 흐름을 한권의 책을 읽고 이해하겠다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겠지만, 경제라는 학문의 특성도 이해를 힘들게 하는 원인이 될 것이다. 오히려 나처럼 경제에 문외한인 비 전공자는 굳이 이런 경제학의 원론을 얘기하는 책 보다는 '괴짜경제학'이나 '경제학 콘서트'같은 좀 더 가벼운 책을 읽는게 훨씬 경제에 흥미를 북돋우는 방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그 이후에 경제에 대한 강한 흥미를 느꼈다면, 이 책을 입문서로 좀 더 심도 깊은 공부를 하는 것도 좋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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