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영화
평점 :
상영종료


<국가대표>

 제법 친한 회사 동료와 단 둘이서 에버랜드에 간 적이 있었다. 비교적 모험을 좋아했었던 그녀는 그 곳의 가지가지 놀이기구들을 다 타 보고 싶어했다. 그다지 마음이 끌리진 않았지만, 항상 술에 술탄듯 물에 물탄듯 남의 의견을 잘 좇는 나는 같이 놀이기구들을 탔다. 가끔 신나하거나 또 가끔은 굉장히 무서워하면서. 유독 기억에 남는 놀이기구중 하나는 T-익스프레스.

 



 

 꼭대기를 향해 치달을때, 심장이 얼마나 두근댔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꼭대기에 도착해 77도 경사라는 그곳을 빠른 속도로 내려올때, 좌석에서 몸이 내동댕이쳐 지는 듯한 아찔한 기분에 눈을 꼬옥 감았던 그 순간의 기억이 강렬하다. 가슴이 터질 듯 했던 그 순간.

 

 여하튼 [국가대표]는 내게 그런 기억을 일깨워졌다. 아파트 30층 높이라는 58미터 높이에서 무서운 속도로 미끄러져 내려와 하늘을 향해 비상하는 모습은 모든 영화의 스토리와 대사등을 제쳐두고 나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하기에 족했던 것 같다.

 



 

 사실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고는 하지만, 선수들의 개인적인 숨은 이야기들은 영화를 위하여 스토리 텔링 되어진것 같고, 스키점프 부문의 불모지인 우리나라에서 별 다른 지원도 받지 못하면서 눈물겹게 금메달을 손에 쥔 선수들의 이야기만이 실화의 바탕인 듯 하다.

 

 이번해 초에도 우리나라 유일의 4명의 스키선수들은 중국 하얼빈에서 열린 동계 유니버시아드 게임에서 금2,은1,동1 등의 성적을 거뒀다고 한다. 하지만 일년에 국가에서 지원받는 금액은 360만원. 스키점프를 하기 위해 선수들은 노가다도 뛰고, 인형탈을 쓰는 아르바이트도 하면서 운동을 계속하는데, 그마저도 두명의 선수들이 실업팀을 구하지 못해서 그만 둘 위기라고 한다.

 



 

 아마 영화가 별다른 감동을 주지 못했다면, 실제인물에 대한 관심도도 떨어지지 않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영화들이 많다는 것은 안다. 각자 나름대로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인생을 갖고 있는 사연들이 있는 오합지졸들이지만, 배수의 진을 치고서 최선을 다해 결국은 자신들이 원하는 승리를 이뤄낸다는 스토리는 뻔하다. 결과는 예측할 만하고, 중간 과정들은 그리 참신하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배우들의 열정적인 연기들과 속 시원하도록 웅대한 점프씬은 인생사에 시니컬한 어느 누구의 심장이라도 두근거리게 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여하튼, 멋진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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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조부 2010-01-21 0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스키 점프 장면은 정말 압권 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습관 2010-01-21 16:04   좋아요 0 | URL
정말로 가슴이 두근두근 했어요.

다이조부 2010-01-21 2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년에 반짝반짝 빛난 영화 중에 한 편으로 주저 없이 꼽습니다.

2번 이나 본 해운대 보다 딸랑 한 번 본 이 영화가 더 좋아요.

근데 작년에는 올해의 영화로 꼽을만한 단 한 편을 추려지지가 않네요

너무 좋은 작품이 많아서는 아니고... 딱히 이거야 하는게 없는 한 해 였어요 저에게는

습관 2010-01-22 10:01   좋아요 0 | URL
저도 동감.
해운대보다 이게 훨씬 좋았다는.

재미있다고만 하긴 좀 가벼운것 같고, 감동받았다고 하긴 넘 오버 같고,
그 중간에 쓸만한 단어가 있었으면 좋겠네요.

다이조부 2010-01-22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국가대표 가 상당히 즐거운 오락영화 라는것에 동감합니다.

이 영화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국가주의에 경도된 경향을 허물로 지적하는데,

무ㅓ 그런 지적은 어 그래? 그러고 넘겨 버립니다. 물론 국가대표들이 해준거

별로 없는 나라의 애국가를 다같이 열창하는 장면은 촌스럽다는 생각은 하지만 말이죠

전 그것 보다도 사소한 부분이 하나 딱 걸렸는데, 하정우의 엄마로 출현한 연기자가

어떤 집 가정부로 나오잖아요. 그 집 딸내미랑 가정부의 묘사가 이건 뭥미 싶더라구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