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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그레이스 - Grace Is Gone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은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날 만큼 슬프다. 타인이 그런 상황을 맞게 되는 걸 지켜 보는 것 역시 슬프다. '지루하다'는 생각을 연거푸 했음에도 불구하고 DVD플레이어를 꺼 버리지 못했던 이유중 하나는 그런 이유 탓이리라 생각 된다. 차마 두 딸에게 엄마가 전사한 사실을 알리지 못하는 존 쿠색에게 감정이입을 하고 있었음이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존 쿠색은 '세렌디피티'에서 였다. 한 눈에 반한 그녀를 찾기 위해 '콜레라 시대의 사랑'을 찾아 헌 책방을 뒤지고 다니던 그 순수해 보이던 모습. 하지만 이곳에서, 그의 모습은 놀라운 정도로 다르다. 정말로 대형 마트 현장에서 중간 관리자급으로 일하고 있을 것만 같은 평범한 중년 아저씨의 모습. 열병과 같은 사랑으로 휩싸여 있던 반짝반짝 하던 그 젊음은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그대신 안온함과 균형, 책임감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듯 하다. 약간의 우울과 함께.
아빠가 아닌 엄마가 전쟁에 나갔고, 전사했다는 설정은 우리에겐 조금 어색하게 느껴지는 설정이다. 어느쪽이 남아 있는게 더 나은지는 "엄마, 아빠 중 누가 더 좋아?"라고 묻는 것 만큼이나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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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요. 엄마가 없으면 어떤지 아시쟎아요. 진지해지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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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는 대사에서 보여 주듯이, 엄마가 없는 삶은 아빠가 없는 쪽보다 더 무거운 느낌을 준다.
그가 가지고 있는 신념이 어떻든지 간에, (영화에서 존 쿠색은 시력을 속여가며 군에 들어갈만큼 보수적이며 애국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전쟁은 그와 그의 자녀들에게 사랑하는 아내를, 엄마를 빼앗아갔다. 그들의 삶은 계속 되어야 하겠지만, 쉽사리 그 소식을 두 딸에게 전하지 못하는 존 쿠색은 딸들과 여행을 떠난다. 그 전쟁이(이라크전) 처음 내세운 명분만큼 정의롭지 못하다는 사실은 더 분노스러울 법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그 앞에서 그것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은 문제였을지도 모른다.
이 영화는 무언가 두드러진 이야기를 보여 주려 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스토리 역시 정형화 되어 있지 않다. 사람을 놀라게 하는 이벤트는 일어나지 않고, 코믹한 요소는 굳이 보여주지 않는다. 모든 이야기는 물 흐르듯이 순서대로 일어난다. 행복한 시절을 보여주는 과거 장면 하나도 보여지지 않는다. 어쩌면 그런 담백함이 지루함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에 호응하게 하는 한 요소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보는 동안 몇 번의 고비가 있었지만, (눈꺼풀이 감기는, 그럴만도 한게 내가 영화를 보기 시작한 시간은 피곤함이 한창 누적된 금욜 밤 12시부터였다.) 다 보고 나서는 후회하지 않을 영화. 별점을 많이 주고 싶은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