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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는 무얼 하든지 힘들고 지치는 모양이다.

겨울나라 사람들이 여름나라 사람들에게 왜 부지런하지 못하냐고 나무랐다는데,
이해가 확 됐다.

여름나라 사람들은 조금만 움직여도 죽을지경으로 힘들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나는 오늘 너무 힘들었다.
그게 계절 탓이다 싶은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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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나마 춥지 않은 날씨.  

 그래도 옥상 바로 아래인 가난한 우리집은 보일러를 돌리지 않으면 발이 시려워서 한낮의 나는 제법 두꺼운 수면바지와 스웨터를 껴 입는다. 그리고 밤이 되면 기다렸다는 듯이 보일러를 돌린다. 

 요새 나는, 시간이 넘쳐 흘러서 조금 우울한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스물여덟살을 전후로 내 삶에서 시간은 점점 많아졌던 것 같다. 그 전까지는 미친듯이 일에 매달려 살았었는데, 그 이후로는 그 모든 삶에 회의감을 느껴서 이직하는 첫번째 조건은 무조건 내 시간을 전보다 더 갖을 수 있는 것으로 꼽았다. 

 이제는 그런 나의 바람보다는 외적 요인때문에 이렇게 됐지만. 

 요새 나의 기상시간은 아침10시쯤. 아마 전화가 없다면 더 늦어질지도 모르는데, 꼭 그때쯤이면 어디선가 나의 대답을 기다리는 전화가 걸려온다. 그건 아침을 먹으라는 시어머님일때도 있고, 아직 업무가 익숙지 않은 나의 후임자일때도 있고, 무언가를 물어보려 하는 J일때도 있고. 

 아침을 먹고 시어머님과 티타임을 갖고, 컴퓨터를 하거나 책을 읽으며 뒹굴거리다 스르르 잠이들면 어느새 저녁. 저녁에 일 나가시는 시어머님을 배웅하고 퇴근하는 J와 저녁을 챙겨 먹고, 각종 드라마며 뉴스를 보고 책을 보며 뒹굴거리다 보면 잘 시간.  

 별다른 자극이 없는 그저그런 일상들. 바쁘고 힘들고 스트레스 받는 시간들에 속해 있을때는 꿈만 같은 일상들이 지금 나를 짓누르는 기분이다.  

 내일은 어딘가로 산책을 나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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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찐 밤을 까 먹는다. 올해 들어 처음 먹는 밤. 밤은 이로 반 쪼개 티스푼으로 떠 먹는 것 보다는 힘은 들어도 과도로 껍질을 벗기고 알맹이만 온채로 입 안에 쏙 넣는게 훨씬 더 맛있다. 그리고 엄지와 검지 손가락이 얼얼해 질 정도로 다시 과도를 휘두른다. 그 사이 기다림은 온채인 밤 알맹이가 더욱 더 맛있게 만들어 준다. 여하튼, 난 내가 이다지도 찐 밤을 좋아했는 줄 몰랐다. 찐 밤을 까 먹으면서 '참 맛있다.'라는 생각을 연발하고 있었다. 이것은 혹시 무럭이가???  

 말꺼내기 힘들었지만 월차를 썼다. 하지만 월차 쓴 보람도 없이 오전10시쯤 전화가 왔고, 만약 내가 일을 못한다면 공사는 다른 업체를 시키겠다는 이야기를 한다. 도대체 내가 그걸 거절할 짬밥이나 되냐고.  

 사실 J는 금요일 밤부터 바짝 긴장해 있었다.  

 "마취제는 어떻게 넣어?? 주사로??" 

 "잠 들때 어떤 느낌이 들어??" 

 "과연 하나도 안 아플까??" 

 '도대체 이 인간은 왜 이리도 긴장을 하고 있는 것일까?' 난 그런 생각을 했다. 그냥 모든 마음을 놓고 가만히 있으면, 병원에서 다 알아서 해 줄 텐데. 

 여하튼 검사가 끝난 후 J의 반응 또한 특이하다. 무사히 검사가 끝난데 대한 기쁨이 무한히 넘쳐 흐르는 얼굴. 나로서는 알 수 없는 그 감정의 기복 상태.   

 한가하고 여유로운 오후 시간을 기대하고 있었건만,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아 일을 한다. 세상에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일이 과연 몇 개나 될까? 

 그리고 이제 J는 좀 잠잠해 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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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씨가 추워지니까 커피 생각이 많이 난다. 

 내가 마시는 커피라고 해 봐야 뜨거운 물에 풀어 먹는 믹스 커피와 아메리카노가 전부이지만, 요새처럼 쌀쌀하고 무료한 시간이 찾아오면 제일 많이 생각 나곤 한다. 그런데 문제는 내 몸 상태가 되도록 커피를 마시지 말도록 권고되는 상태라는 것이다. 슬프다. 생각해 보면, 아기를 갖기 전, 난 하루 다섯잔의 커피도 거뜬히 마시곤 했었는데. 불가사의한 것은 그렇게 커피를 마셔도 밤에 잠은 잘 잤다는것. 

 여하튼, 아기를 갖고 부터는 신경 쓰이는게 한 두가지가 아니다. 

 내가 너무나 선호하는 라면. J는 내가 라면을 먹을라치면, 눈부터 부라린다. 한때는 꿈 속에서 먹기도 했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껏 한 번도 안 먹은건 아니고. 

 패스트푸드며, 슈퍼에서 파는 과자를 사 먹을때도 죄책감을 느낀다. 무언가 족쇄를 찬 기분.  

  

 요새, 오르한 파묵의 '검은책'을 읽고 있다. 그런데 좀 우울해 진다. 덩달아 책 읽기까지 싫어진다. 도대체 갈피를 잡을 수 없는 것 같은 느낌. 페이지를 넘길때마다 페이지를 읽어 넘기는게 아니라 자꾸 잃어버리는것 같은 기분이다. 대략적인 줄거리들은 머릿속에 남는데, 세부적인 사항들이 자꾸 머리를 어지럽게 한다. 이름들을 자꾸 잊어 버리고, 중간중간 내가 왜 이 이야기를 읽고 있는지 궁금해 진다.  오늘 아침에는 '다시는 오르한 파묵을 읽지 않을거야.'라고 결심했었다. 

 그러다가 다른 사람들이 적어 놓은 '검은책'의 리뷰들을 보며, 이해하지 못하는 자신을 탓하기도 했다. 난 한번 시작한 책을 끝까지 읽는 인내심은 뛰어나서 아마도 이 책을 끝까지 읽어 내겠지만, 한 동안 내내 우울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문득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요새 내 우울의 원인이 무엇일까 생각해 봤다. '검은책'일까? 아님, 임신, 아님 추워진 날씨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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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곱알... 

....... 

 아침에 물과 함께 삼켜야 할 알약의 갯수는 일곱개. 

 점심과 저녁은 여섯개. 

 아침잠이 많은 나는 매번 일찍 일어나지 못하기 때문에, 아침이면 편의점에서 우유와 김밥이나 샌드위치를 산다.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서 우유와 샌드위치를 마시고 먹은 후 커피 한잔. 

 한참 시간이 지난 후 먹는 알약 한줌. 

 입안에 모두 밀어 넣을 때 느껴지는 불쾌한 약냄새. 

 오늘은 구토감이 밀려와 당황스럽다. 

 아, 아픈것은 우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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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9-10-28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기인건가요, 습관님?
아침잠이 많으시다면 혹, 전날 밤에 늦게 주무시는건 아닌가요? 일찍 주무세요. 물론 일찍 잔다고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일어나고 나서의 컨디션이 좀 더 나아지니깐요. 저 역시 아침잠이 많지만 꼭꼭 아침을 먹고 다녀요. 잘 먹고 다니고 잘 자는게 아프지 않는 비결인 것 같아요. 그러니 오늘은 퇴근하고 저녁 드신 후 일찍, 그리고 푹 주무세요. 아픈거 빨리 던져 버려야죠.

습관 2009-10-29 09:26   좋아요 0 | URL
맞아요..감기요.

예전에 열 나는 것 같다고 말씀 드린때부터 아프기 시작했는데. 이제 나으려나 봐요.

점점 나아지네요.

저도 누군가가 아침을 차려준다면 먹고 다닐 수 있을 것 같은데,
일어나서 회사 갈 준비하고 아침까지 차려 먹기엔 너무 버겁네요.

다락방님은 아프지 마세요.

서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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