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프랑스 책방
마르크 레비 지음, 이혜정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사람들이 이 세상에서 태어나는 순간부터 살아가는 모습은 너무도 다양하다. 하지만 그 다양성을 인정하게 된 건 불과 얼마 되지 않은것 같다. 아직도 고지식한 사람들은 FM이 아닌 삶에 대해 관대하지 못한 모습을 보이곤 한다. 싱글파파로 살아가는 앙트완과 마티아스의 삶이 저들의 나라에서는 보편적인 모습일지 아닐지, 나로서는 잘 알 수는 없지만, 여하튼 우리 기준의 눈으로는 좀 특별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어린시절부터 친한 친구였던,세심하고 예민하고, 책임감 강하며 속내를 잘 표현해 내지 않는 듯한 앙트완과, 외향적이고 유머러스하며 한편으론 무언가 모자라 보이는 듯한 마티아스의 조합은 그 너무 다름으로 인하여 부조화 스럽기도 하다가 또 그 너무 다름으로 인하여 서로의 부족한 부분이 채워지는 천생연분인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고보면, 사람들이 평생 간직한 판타지 중 하나는 자신의 반쪽을 찾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모든 것을 함께하고 나눌 수 있는 소울메이트에 대한 갈망은 현재 짝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도 유효한 환타지이기도 하다. 아마 모든걸 나누고 공유할 수 있는 소울메이트는 자신안의 또 다른 자아 외에는 없지 않을까? 간혹 소울 메이트를 만났다는 사람을 보긴 하지만, 그들의 말이 100퍼센트 믿기지 않는게 사실이다. 100미터 밖에선 나와 영혼의 쌍둥이처럼 보일지라도 모든 사소한 일상생활을 같이 하게 되면, 생각이 틀려지지 않을까?

 

 "우리는 모두 혼자야, 앙투안. 여기에서건 파리에서건, 아니 어디에서건 말이야. 우리는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뭐든 하지. 그래서 이사도 하고 어떻게든 고독에서 벗어나려 애쓰는 거야. 그건 변하지 않아. 하루 일과가 끝나면 누구나 각자 집으로 돌아가지. 커플로 사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행운아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해. 그들은 달랑 접시 하나에 담아 먹던 저녁식사를 까맣게 잊고, 주말이면 반복되던 고통을, 전화벨이 울리기를 간절히 바라던 지루한 일요일을 다 잊어버려. 세계 어떤 나라의 도시에서건 수백만 명의 사람이 다 똑같아. 단 한 가지 위안이 있다면 다른 사람들도 다 마찬가지라는 거지."

-62쪽

 

 그들이 신체적으로 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서로의 격려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보인다. 때론 비난하지만, 때론 칭찬해 주기도 하고, 아픈 단점을 매섭게 꼬집기도 하지만, 상처를 어루만져 주기도 하는..그런것들. 그저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 아닌 인생을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은 응당 그래야 할 것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자극을 주고 반응을 하며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이제 마티아스는 과거에 연연하지 않고, 진짜 사랑을 찾아낼 것이며, 앙트완 또한 깨닫지 못하며 지나쳐 왔던 일상의 사랑을 찾아낼 것이다. 그들이 함께 산 삶은 영원하지 못하고 짧은 시간에 그쳤지만, 그 짧은 시간이 그들 남은 인생의 대부분을 결정지었다고 보인다.

 

 비록 이 책에서는 위대한 문학적 수사나 깊이를 발견할 순 없지만,대신 함께 하는 삶에 대한 존경을 발견할 수는 있다. 누구나 사정을 가지고 있고, 누구나 이해받길 바라는 외로운 현대인들에게 누군가와 함께 하는 삶을 갖는 다는것은 축복일 것이다. 철이 없는 어른들이 철이 들고 깊어지는것. 그래서 난 이 이야기가 동화 같다는 생각을 했다. 비록 공주님과 왕자님이 등장하는 보편적 동화의 플롯을 지니진 않지만 그들은 시련을 겪고, 힘을 합쳐서 그 시련을 이겨내고, 해피엔딩을 맞는다. 그들의 삶이 그 뒤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기를 바래본다.

 

**그러고 보니, 이 책에 '프랑스 책방'은 그렇게 중요한 역할을 하지 못한것 같아 아쉽다. 마티아스가 책방이 아닌, 문구점이나 레코드 가게를 했어도 크게 이 이야기가 틀려질것 같지는 않는 기분이랄까? 책방이 조금더 낭만적이긴 하지만.

 그런데, 나는 사실 제목만 보고 골라 읽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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