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을 찍는 뉴요커
김수린 지음 / 예담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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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춘이 아름다운 이유는 한시적인 때문이라 생각한다. 100세 보장 보험까지 나온 지금, 평균 80세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20대에서 30대까지의 20년간은 특별한 시기이다. 어린아이로서 사회적 보살핌에서 독립이 가능한 나이가 될 뿐만 아니라, 이때 하는 일들과 성취하게 된 일들이 거의 나머지 인생을 다 결정하게 된다. 아마도 그래서 우리는 이 시기에는 무리하며 인내하고 참아가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대한 입지를 다져 놓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것일테다.

 

 그녀의 삶은 한국에 살고 있는 대다수 그녀 또래 사람들에겐 저 하늘 높이 반짝 거리는 별과도 같다. 반짝거리는 빛이 아름다워 갖고 싶지만 갖기엔 너무 먼. 모두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고 싶어한다. 그 일이 돈까지 잘 벌 수 있다면 더 바랄게 없다는 생각을 하며 살 것이다. 하지만 청소년 시기 대부분을 대학입시 준비를 위해 바치는 우리나라의 아이들이 어린시절부터 하고 싶은 일을 깊이있게 파고들며 공부하며 성취하는 미국이나 유럽의 아이들과 경쟁하기엔 너무나 요원하다. 더욱이나 뉴욕이라는 공간은 20대 30대의 젊은 여성들에겐 판타지이며 동화이다. 그곳에서 자신의 재능을 맘껏 펼치고 또 인정까지 받으며 살아가는 그녀에겐 미래엔 먹구름은 한 점도 없어 보인다.

 

 이 책을 읽는 몇몇은 그녀의 이야기에서 큰 희망을 발견할지도 모르겠다.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해서 성공하고 싶다는. 하지만 또 그 보다 많은 몇몇의 사람들은 자신의 처지와 재능, 그리고 별 달리 하고 싶은게 없는 인생에 불쾌감을 느끼지 않을까 걱정스럽기도 하다. 우리는 항상 '하고자만 하면 안 될게 없다.'라는 믿음을 주입받는다. 이 이야기는 학교 다니는 동안도 수없이 들어왔고, 대학입시를 준비하면서 보게되는 수기에서도 수 없이 반복되며, 심지어 텔레비젼 드라마, 영화, 소설등 거의 모든 매체를 통해서 반복되어 주입된다. 하지만 나는 안 되는 것도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불만족스럽고 하기 싫은 일을 하면서 사는 사람들이 세상엔 훨씬 더 많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만족스럽고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항상 멋지게 들려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상황이 좋지 못한 대다수 사람들이 자신의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사회적 완충장치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사람의 인생 에세이를 가지고 너무 무겁게 받아들인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녀의 이야기는 너무 재밌고 판타스틱하다. 비록 그녀는 너무 바쁘고 힘든 공부 과정때문에 영화나 텔레비젼에 나오는 것처럼, 친구들과 예쁜 까페에서 브런치를 먹으며 수다 떠는 생활은 꿈도 못 꾼다고 하지만, 내겐 그 모든게 배부른 투정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읽는 내내, 이 예쁜 책이 재밌고 사랑스럽기도 했지만 마음 한쪽이 불편했던 것도 사실이다.

 

 의욕적으로 열심히 사는 재능있는 그녀에게 감탄하는 한편, 88만원세대로 불리고 있는 우리나라의 2,30대들이 자꾸 생각나서 안타까웠다. 세상은 그래도 발전하고 있으니, 언젠가는 누구나 별다른 걱정없이 그녀처럼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 수 있는 세상이 올 수 있을 거라 믿는다. 그게 비록 내가 되지 못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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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책
박민영 지음 / 지식의숲(넥서스)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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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외적인 생활만 본다면 마르크스는 배불뚝이 알코올 중독자요(그는 평소에 맥주를 폭음했다.) 발자크는 위선으로 얼룩진 낭비벽 심한 속물이었다. 반 고흐 역시 괴팍하고 우울한 인간일 뿐이다. 지금 그들이 우리 곁에 살아 있다면 우리는 결코 그들을 쉽게 사랑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사람들에게는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영혼의 세계가 그들의 본질을 구성한다. 그것을 모르고서 '그를 안다'고 할 수 없다.-29쪽

사랑에 빠져서 연애편지를 읽을 때, 사람들은 자신의 실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하여 읽는다. 그들은 단어 하나하나를 세 가지 방식으로 읽는다. 그들은 행간을 읽고 여백을 읽는다. 부분적인 관점에서 전체를 읽고 전체적인 관점에서 부분을 읽는다. 문맥과 애매함에 민감해지고 암시와 함축에 예민해진다. 말의 색채와 문장의 냄새의 절의 무게를 곧 알아차린다. 심지어 구두점까지도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파악해 내려 한다.
-모티머 애들러 [독서의 기술]-32쪽

지금은 젋은 사람 중에 문맹자가 거의 없지만, 1960년대만 하더라도 문맹자들이 군에 입대하는 일이 종종 있었다. 김화영은 당시 군복무를 하면서 공미교육대라는 군사학교에서 문맹자들에게 글을 가르치는 임시 교사 노릇을 했다.
글을 깨치는 것이 느린 피교육자들은 종종 고향에 있는 아내에게서 온 편지를 읽어 달라고 부탁했다. 편지 속에는 부부 사이의 가장 내밀한 마음의 표현이 들어 있는 경우가 많아, 부탁하는 피교육자나 부탁을 들어 주는 교육자는 피차 쑥스러운 때가 많았다.
그날도 피교육자 하나가 몹시 부끄러워하며 편지를 읽어 달라고 통사정하는 사람에 김화영은 봉투 속에서 편지를 꺼냈다. 편지에는 커다란 그림 하나가 그려져 있었다. 그의 아내가 백지 위에 손바닥을 댄 채 손가락의 윤곽을 따라 연필로 서투르게 줄을 그은 그림이었다. 그 아래에는 판독하기 어려운 서투른 글씨로 딱 한줄의 글이 쓰여 있었다.
"저의 손이어요. 만져 주어요."
-33~34쪽

"독서하는 사람에게 독서가 가지는 특징은 그것이 노년에 가서도 즐길 수 있는 좋은 정신적 취미라는 점이다. 인생은 어느 고비를 지나면 혼자서도 즐길 수 있는 취미가 필요할 때가 온다." - 서머싯 몸-43쪽

새들이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없는 사람이 있다.
물이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없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나는 책이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없다.

-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52쪽

버리기 위해서는 우선 모아야 합니다. 버리는 것, 포기하는 것, 체념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릴 수 있기 위해서는 우선 버릴 게 있어야 합니다. 체념할 것조차 없는 사람들에게 명상이나 요가는 아무런 의미도 없습니다. 오직 버릴 것이 있는 사람들, 포기하고 체념할 것이 있는 사람들에게 요가와 명상이 의미를 지닙니다. 지극히 정상적이던 사람도 돈이 많아지면 갑자기 이상해지곤 합니다. 몸의 욕구에 탐직할 가능성이 높아요. 그런데 한편, 먹고사는 문제가 발목을 잡으면, 고도의 정신 세계를 추구할 가능성이 약해집니다. 다시 말해서, 물질의 풍요는 정신적인 풍요를 위한 필요충분조건은 아니지만 필요조건이라는 것은 분명합니다.-57쪽

여기에서 하나의 결론이 도출된다. 그것은 독서가 다른 사람의 텍스트를 읽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텍스트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독자는 자신의 지식과 경험의 힘을 총동원하여 책의 내용을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나아가 자신의 생각을 발견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한 권의 책은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가 읽어 온 다른 책들과의 관계 속에서 해석된다. 그 관계 속에서 다양한 의미가 형성되고, 그 의미가 확장된다. 텍스트의 의미가 독자의 지적 재부를 바탕으로 해석되므로 평소에 책을 많이 읽는 독자는 그렇지 못한 독자보다 훨씬 풍부한 의미를 발견하게 된다. 개인의 지적 능력이 독서량에 비례해 발전하지 않고, 어느 순간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는 것은 그 풍부한 의미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2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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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책
박민영 지음 / 지식의숲(넥서스)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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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에게 있어서 책읽기는 놀이 이상의 의미를 가진 적이 없었던 것 같다. 학창 시절 과제를 위해 책을 읽던 경우를 빼고는 무슨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책읽기를 의무적으로 했던 적은 없었다. 책읽기는 그저 남들이 음주가무를 즐기고 시간 나면 어딘가 놀러 가고 싶어 하듯이 내겐 하고 싶고 즐기고 싶은 놀이의 일종이었다. 더구나 어느정도는 내향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던 내게는 마침 아주 적합한 놀이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건 지금 영화나 드라마들에 몰두하는 취미생활과도 어느정도 부합할 것 같다.

 

 가끔 방송이며, 신문등 언론매체들은 책을 꾸준히 읽는 사람은 무언가 대단한 성공을 이룰 것처럼 떠들어 댄다. 하지만 나는 그저그런 평범한 사람이다. 나름대로 전문직에 발들이고 있지만 크게 성공했다고는 할 수 없는 입장이고, 사회적인 식견이 높아서 사회적 현상과 인류의 문제들에 토론할 수 있을 만 하지도 않고, 무엇보다 남들보다 나아보이는 점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어쩌면 내가 읽은 책의 양이 성공을 이루기엔 턱없이 모자란 탓일 수도 있고, 읽었던 책들이 그다지 양서들이 아닌 시시껄렁한 것일 수도 있고, 또 어쩌면 그 성공이란 것은 눈이 보이는것이 아닌 탓일지도 모른다. 나로서는 세번째것에 몰표를 주고 싶지만, 아마 그렇다고 한다면 독서인구는 반으로 똑 줄지도 모르겠다. 보이지 않는 성공은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을 것이므로.

 

 여하튼, 아마 나는 책읽는 이유를 평생이 가도 못 찾아낼지도 모르겠다. 아니, 그 이유를 찾을 생각조차 안 하고 지낼 것 같다. 여기 이 책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난 이런 자기 고백적인 글을 쓰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더라 하더라도 아마 내가 책 읽기를 멀리하진 않을 것 같다. 그건 그냥 나의 놀이이니까. 아마도 더욱 즐겁고 몰두할 수 있는 놀이가 생긴다면 책읽기를 끊을 수도 있겠지만, 내가 알고 있는 수없이 많은 놀이중에 그런 놀이는 본 적이 없다.

 

 "책읽는책"은 습관적으로 책을 읽는 내게 책읽기에 대해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요새는 책읽는 사람을 찾기가 힘들다. 물론 인터넷 블로그나 동호회를 보면 책읽는 사람이 참 많긴 한데, 실질적으로 주변에서는 찾기가 힘들다. 사회에 처음 나왔을때는 그게 힘들었고 불만이었던 것 같다. 시시껄렁한 연예나 신변잡기적인 얘기가 아닌 좀 더 다른 얘기들이 하고 싶었다. 책에 대한 얘기도 나누고 싶었고, 사회적인 현상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에 대한 어른의 의견도 듣고 싶었고, 내가 모르는 현상들 그 원인들, 그리고 다른 사람이 가지고 있는 물질적 보상이 아닌 꿈에 대한 얘기들. 그런 얘기가 듣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얘기를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우리의 얘기는 항상 표피에 머무른다. 깊이 없음. 책에 관한 책이 우리에게 매력적인 이유중 하나는 이런 인간관계에 대한 반작용이 아닐까 하고 생각되기도 한다.

 

 이 책은 책을 읽긴 하되 그다지 열정적이지 않은 사람들, 곧 금방이라도 다른 취미가 생긴다면 아주 오래도록 책 읽기를 잊어버릴 사람들, 책읽기에 지겨움을 느끼기 시작한 사람들에게 이 책은 책읽기를 다시 돌아보고 더 큰 즐거움으로 갈 수 있는 길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하여 어느 순간 책읽기가 지겨워지거나 왜 책을 읽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을 만난다면 권해주고 싶은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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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 하나뿐인 병원
캐서린 햄린 지음, 이병렬 옮김 / 북스넛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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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라고 알려진 질병이 있다. 에티오피아의 여인들은 너무 어린 나이에 결혼, 출산을 경험하면서 "누"라는 질병을 갖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서른이 넘어서까지 결혼하지 않고 사는 여자들이 많은 남반구의 잘 사는 국가에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병이지만, 가뜩이나 영양실조에 시달리는 에티오피아의 어린 여자아이들은 몸이 성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갖은 아이가 몸속에서 사산되는 경우가 많고, 적절한 의료조치를 받지 못하고 사산된 아이를 몸안에 계속 가지고 있다가 방광이나 직장의 섬유조직이나 세포가 손상되어 "누"에 걸리게 되는 것이다. 그런 경우, 여인들의 대소변을 자신의 의지로 조절하지 못하고 흘리게 된다. 몸에서는 지독한 악취가 풍기고, 가족들도 그녀를 버리는 경우가 많고, 사람들도 그녀를 가까이 하지 않으며, 심지어 놀리고 욕설을 퍼 부으며 쫓아내기도 한다. 그녀들 대부분은 너무나 가난하기 때문에 병원에서 치료할 생각도 하지 못하며, 평생을 혼자서 고통속에서 외롭게 보내야 한다. 에티오피아의 조혼 풍습과 너무나 부족한 의료서비스가 부른 비극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둘 다 의사인 캐서린과 레그 부부는 에티오피아에 의료 봉사를 갔다가 "누"에 걸려 평생 고통받으며 살아가는 임산부들을 보고, 백방으로 뛰며, 기부금을 만들고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 기부금으로 운영되는 지구에 하나뿐인 "누"환자들을 위한 무료 병원을 만든다.

 

 이 책은 그 과정에 대한 이야기이다. 요약하면 단 몇 줄로 줄일 수 있을 정도로 단순한 이야기지만, 실제적인 현실에 맞부닥쳐서 풀어 나가야 할 문제들은 오백만가지도 더 되었을 것이라는게 뻔히 짐작된다. 더구나 선진국에서 잘 살아가던 두 부부가 자식까지 데리고 에티오피아에 가서 평생을 바치며 살아간다는 것은 일반 사람으로서는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그들 부부가 신의 소명을 받았다는 믿음과 굳은 의지가 없었다면, 지구에 하나뿐인 이 병원은 생겨나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자신들의 선행을 자랑하려고 책을 썼나?" 하는 삐딱한 생각을 하다가도 그 어려움과 힘듦이 눈에 선해서 생각을 고쳐 먹게 된다. 나로서는 할 수도 없는 일을 한 사람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것이 얼마나 옹졸한 짓인지 부끄러워 하면서.

 

 현재 남편인 레그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캐서린은 혼자 남겨졌고, 이 책은 남편을 위해서 그리고 "누"로 고통받고 있는 에티오피아의 여인들을 위하여 씌어졌을 것이다. 평생을 그런 가엾은 여인들에게 정상적인 삶을 돌려 주고 싶어했고 지금도 그러기 위해 애쓰는 그들에게 무한한 존경을 바치고 싶다. 그리고 내 사후가 될지라도 언젠가는 헐벗은 가난한 나라의 그녀들도 인간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부를 나눠 가질 수 있게 되길 바란다.

 

** 이런 책들은 참 불편하다. 고통받고 힘들게 사는 그런 사람들을 딛고 우리가 안락한 삶을 사는건 아닌지 죄책감이 들기도 한다. 결국 우리의 안락함은 누군가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 약한자를 보호하고 돌보는 인간의 봉사정신은 분명 위대하게 추앙되기에 부족합이 없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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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이 : 세계를 감동시킨 도서관 고양이
비키 마이런.브렛 위터 지음, 배유정 옮김 / 갤리온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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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려동물과의 감동적인 정신적 교감에 대한 이야기는 많다. 굳이 신문이나 책, 방송, 영화등을 찾지 않더라도, 우리 주변에서도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쉽게 찾을 수 있을것이다.

 

 사람은 모든 살아있는것 뿐 아니라, 생명이 없는 물건까지도 의인화하는 재주를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유명한 얘기중에 "규중칠우쟁론기"라는게 있다. 규중의 부인들이 사용하던 바느질 도구들을 의인화하여 세상사를 풍자한 글인데, 인간적 특징을 가지고 있지 않은 바늘, 자, 골무 등을 통해서도 인간을 볼 수 있는 사람들이 하물며, 인간과 비슷한 구조의 이목구비와 유사해 보이는 신체적 구조를 가지고 있는 동물에게서 인간적인 모습을 찾지 않을 리가 없다. 어쩌면 이런것에서부터 동물에 대한 인간의 애정이 생겨나지 않았나 하는 상상을 멋대로 해 본다. 여하튼 이러저러해서 개나 고양이는 타 동물보다도 더 인간과는 가까운 동물들이 되었다. 우리는 종종 개나 고양이와 인간에 대한 우정에 관한 놀랄 만한 이야기를 듣곤 한다.

 

 그 많은 이야기 중에서도 '듀이'가 유난히 특별한 이유는, 단지 한사람과의 우정이 아닌, 아이오와주의 스펜서 마을의 모든 사람과 우정의 관계를 맺은 때문이다. 책의 저자인 비키 마이런은 '듀이'와 자신의 관계는 여느 다른 사람과의 관계보다 보다 더 특별하다고 언급하긴 하지만, 여하튼 '듀이'는 스펜서 마을 도서관의 마스코트이면서, 모든 마을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정을 나눠주던 반려동물이었던 것이다.

 

 우연히 도서 반납함에 버려져 '듀이 리드모어 북스'라는 이름을 갖게 된 오렌지색 고양이의 존재가 한창 경제 위기를 맞고, 팍팍한 삶 속에 희망을 잃어가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될 수 있을런지는 의심스러운 사실이기는 하다. 하지만 우리도 종종 전혀 상관 없어 보이는 일이나 물건들로 좌절하거나 상처입은 마음을 덜어 낼 수 있듯이 '듀이'도 많은 사람들에게 웃음을 되찾아 주고, 절망적인 일들을 더 쉽게 견뎌낼 수 있는 힘이 되어 주었다. 비키마이런, 그녀도 '듀이'로 인해 싱글맘으로서의 자신과 딸의 관계에 '듀이'가 얼마나 큰 힘을 줬는지 감격스럽게 회상하곤 한다.

 

 아마 어떤 이는 '듀이'가 아닌 다른 고양이가 반납함에 버려졌더라도 '듀이'처럼 똑같이 될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듀이'의 독특함이 아닌 상황의 독특함이 '듀이'라는 존재를 만들어 냈다고. 하지만 '듀이'의 특질을 지니지 않은 다른 고양이가 이 도서관에 살게 되었다면, '듀이'만큼 스펜서 마을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지 못했을 거란 생각도 든다. 도서관을 홍보하는 사진을 찍기 위해 꼿꼿히 고개를 들고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할 수 있고(책 표지에도 보이듯이) 사람을 좋아하고, 상처받은 사람을 본능적으로 알아채고 위로라도 하듯 찰싹 달라붙어 있을 수 있는 '듀이'였기에 모든 사람들의 사랑을 받은 것일테다.

 

 사실 애완동물에 대한 특별한 애정을 가져 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실제 '듀이'를 만난다면 좋아하게 될 지 잘 모르겠다. '세상사람들이 모두 사라지고 고양이랑 나랑만 남는다면 그때나 애정을 갖게 될까?' 이런 생각도 해 본다. 사실 반려 동물이라는게 점점 각박해지고 실리만을 따지게 되는 인간의 이기적인 심리변화에 기인한 현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 적도 있다. 더 이상 인간에게서 순수한 우정을 기대하지 못한 사람들의 대안이 반려동물이란 생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굳이 그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어느 순간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우리와 다른 종이 있을거라는 생각도 해 본다. 그게 '듀이'처럼 척추동물일 수도 있고, 조류 또는 파충류가 될 수도 있고, 또는 식물이나 광물(?)이 될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어쨋든 세상은 아직도 우리의 이해범위 밖에서 움직이는게 많으니까.

 

 그러고보니, 이 책을 읽고서 쓴 이 글의 결론이 참 생뚱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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