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야는 제주를 두고 '만만한 아름다움'이라고 규정했다. 아기자기하고 여성적이어서 위압감이나 두려움 대신 평화와 위안을 준다고, 그러면서도 절대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풍경이라고. 뜨겁게 달궈진 암반에 드러누워 자연 선탠과 암반 찜질을 즐기면서 여자들은 한비야의 견해에 전적으로 동의했다.-120쪽
"엄마, 여긴 하느님에게 칭찬을 참 많이 받은 곳 같아요." "왜 그렇게 생각하는 건데?" "칭찬을 많이 받았으니까 이렇게 아름다운 거지요." "아름다운 게 뭔데?" "빛나게 예쁜 게 아름다운 거예요." 자연을 보는 아이의 눈이 어른들보다도 예민하고, 남자 아이의 감수성도 결코 여자아이 못지않다는 걸 올레일을 하면서 확인하게 되었다. 다만 자라면서 때가 묻고 잘못 길들여지는 것일 뿐.-125쪽
사고로 팔이 잘린 사람도 한동안은 자기에게 닥친 현실을 좀체 인정하려 들지 않는단다. 정신적인 문제도 마찬가지란다. 오래된 관계를 정리하려면 살아온 세월만큼 시간이 걸린단다. 간절하게 이혼을 원해놓고도 정작 이혼한 뒤에 정신적으로 방황하고 고통을 겪는 사람들이 뜻밖에도 아주 많단다. -14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