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직장 동료와 이야기를 하다가 지금은 퇴사한 직원이 매일 점심시간에 옥상에서 오카리나를 불렀던 이야기를 했었다. 나와 친했기에 나도 함께 가서 오카리나를 함께 부르곤 했었다. 그 이야기를 하면서 갑자기 음악에 대한 욕망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어렸을 때 바이올린을 배웠던 적이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때 배웠으면 얼마나 배웠겠냐만 그래도 그때 2년 악기를 배웠던 것이 음감을 발달시키는데 큰 도움이 되었고, 음악이라는 평생 친구를 만나게 했던 좋은 기억이었다. 대학교때 부모님과 알고 지내던 바이올린 선생님께 몇번 지도를 받은 적도 있었다. 그 후로 15년여..
그때의 바이올린은 어디 갔는지도 잊어버렸지만, 아직도 음악이 나오면 왼쪽 손은 허공 속에서 바이올린 음계를 잡고 있다. 내가 다시 바이올린을 연주할 수 있을까? 그런 잡념을 하길 몇년..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했던가? 갑자기 인터넷 검색을 하기 시작했고, 바이올린을 사기로 했다. 결국 평범한 악기상 보다는 악기 사면 레슨까지 해주는 악기상 겸 바이올린 커뮤니티를 찾았고, 그 다음날로 당장 찾아갔다. 예술의 전당 악기점과는 다르게 내방역 주택가에 점잖게 자리잡은 바이올린 커뮤니티를 찾아갔다. 거실에 걸려 있는 수많은 바이올린을 보는 순간 어찌나 흥분되던지..
상담을 하고 드디어 악기를 만지는 순간의 그 희열.. 소리를 들어보고는 싼 걸 사고 말겠다는 결심을 꺾을 수 밖에 없었다. 초보들이 연주하는 바이올린 소리는 아름답기보다는 소음에 가깝다. 나도 그런 소리를 내면 어떻게 하나 걱정하였지만, 생각보다는 17년의 간극을 메울 만큼 내 손은 굳지 않았다는 것이 어찌나 다행이었던지.
결국 귀가 원하는대로 몇십만원대의 고가 바이올린을 덜컥 계약하고야 말았다. 물론 전문 연주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좋은 수준은 아니지만. 한국의 유명한 바이올린 장인이 설립한 곳에서 만든 반수제품. 이번 주말이나 다음주 초에는 바이올린을 받아 온다. 내 인생 최고의 바이올린. 평생 가보로 사용해야 하지 않을까?
37살이나 먹은 지금, 느닷없는 바이올린 열풍. 해야 할 일은 많고 읽을 책도 많지만, 틈내서 바이올린을 연습하고 싶다. 느닷없는 지름 하나로 기쁨을 누리고 젊음(?)을 되찾는다면 얼마나 행복한가?
이 커뮤니티에서는 6주 교습 후 자체 연주회를 개최한다고 한다. 공연장도 빌리고 주위 사람들 초대하는 정식 연주회. 나 정도의 실력이면 조금 갈고 닦아서 7월에는 무대에 서는 것을 목표로 하자고 한다. 국민학교 시절 학교에서 열렸던 경로잔치에서 연주했던 이래 몇십년만에 서는 무대인가? 벌써부터 가슴 떨린다.
아직 집사람에게는 실토하지 못했다. 아마도 절반 가격을 부를 것 같다. 생활비에 늘 쪼들리는 아내에겐 미안하다. 그렇지만 나도 좀 살자. 자전거 타고 다니면서 교통비 아끼고, 비싼 거 안살께.
바이올린이 도착하면 곧 공개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