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호!

드디어 다음 달 워크샵 레크레이션 기획과 진행에서 빠지게 되었다~~

 

재작년, 남성 위주의 체육대회에 질린 직장 동료들에게 웃음을 되찾게 하고 싶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색다른 체육대회를 기획하고 진행했다. 그랬더니 사람들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물론 여기서 사람들이란 여직원들을 말한다. "선생님, 너무 재밌어요.."  "선생님 사랑해요"(웃기지 않게도 우린 서로를 선생님이라 부른다.)

그도 그럴 것이 맨날 그 밥에 그 나물이었던 축구, 피구, 발야구에서 탈피해 친여성적인 종목들을 만들어 뛰놀게 했더니 그런 반응이 나올 수밖에..  푸른 잔디밭에서 고무줄하며 해맑게 웃던 여성들의 웃음을 잊을 수 없다. 그리고 그들이 흥겹게 불렀던 아름다운 노래 가사도.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앞으로 앞으로.."

인기 덕에 이후의 두 번 있었던 워크샵 레크레이션 사회를 맡게 되었다.

짧게는 충주호, 멀리는 지리산까지 가는 45인승 버스 안에서  퀴즈 문제 출제하랴 웃긴 멘트 만들랴, 눈 한번 붙이지 못했지만 행복했었다. 나로 인해 잠시나마 행복하게 웃을 그녀들을 생각하면 남들 모두 편한 마음으로 여행을 즐길 때 혼자 맘 졸이며 레크레이션 준비에 머리 싸매는 것쯤이야 충분히 이겨낼 수 있었다. 어디 그뿐인가? 작년 연말에 근무시간에도 어떻게 하면 더 직원들을 기쁘게 해줄 수 있을까 고민하고 계획 세우느라 며칠동안 업무에 심각한 지장이 있었다고 말한다면 믿으실려나?

아무튼 당시 장안의 화제였던 상상플러스 '올드 앤 뉴'  포맷을 차용해 모든 문제와 10대들의 힌트까지 머리 싸매며 혼자 만들고 익살스럽고 재치만점인 진행까지 했으니, 어찌 흥미진진하지 않고 재미없을 수가 있으랴? (당시 정답은 '을씨년스럽다'와 '지청구' 등이었다.) 핸드폰만 쳐다보셨던 50대 본부장님을 제외하고 말이다.

"선생님, 너무 재밌어요.."  "선생님 사랑해요" 소리를 또 듣고 나니 뿌듯하기도 했지만, 이제 슬슬 은퇴할 때가 왔다는 생각이 들더라. 최정상에 올랐을 때 은퇴를 하는 것이 나의 좋은 이미지를 간직하는 최선의 방법이라 생각했다. 다음에는 더 재밌는 자극을 줘야 한다는 부담감이나 더이상 본 업무까지 방해받아서는 안되겠다는 위기감도 없지 않았지만 말이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레크레이션을 맡으라는 제안에 단호히 거절 의사를 밝혔고, 이후 다른 사람이 맡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기뻤다. 이제 나도 편안히 여흥을 즐길 수 있겠구나 싶었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뒤로 하고 은퇴하는 마음이 어찌 좋을 수만 있으랴. 내 손길이 닿지 않은 그저그런 프로그램에 실망한 여직원들의 상실감이 걱정된다. 그렇지만 내가 빠진 자리를 누가 훌륭히 채운다면, 그래서 환호하며 즐거워하는 여직원들의 밝은 미소에 질투심을 느낀다면 난 정말 괴로워할 지도 모른다.

아 뒤숭숭한 내 마음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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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7-01-24 2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암튼 축하드려요^^

바람돌이 2007-01-24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기집권이 마땅하다고 사료되옵니다. ^^
놀러가는 차안에서 맨날맨날 노래방기계만 죽이는 놀이문화 정말 싫어요. ㅠ.ㅠ

Mephistopheles 2007-01-24 2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년 연말에 근무시간에도 어떻게 하면 더 직원들을 기쁘게 해줄 수 있을까 고민하고 계획 세우느라 며칠동안 업무에 심각한 지장이 있었다고 말한다면 믿으실려나?"

믿쑵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레크레이션을 맡으라는 제안에 단호히 거절 의사를 밝혔고, 이후 다른 사람이 맡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기뻤다. 이제 나도 편안히 여흥을 즐길 수 있겠구나 싶었다."

4년 연임제는 하셔야....=3=3=3=3=3

BRINY 2007-01-25 0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샘!!!! 제발 저희학교로 와주세요!!!

엔리꼬 2007-01-25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 그런데 갑자기 후임이 안하겠다고 버티고 있어요.. 다시 위기 국면으로..
새벽별님.. 장기집권이라면 치가 떨립니다.. 이제 자유인이 되고 싶다고요..
바람돌이님.. 저도 노래방기계없는 생음악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레크레이션의 묘미는 모두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점 아니겠습니까? 다시 내가 싫어하는 놀이문화로 돌아갈까봐 걱정되기도 합니다.
메피스토님.. 연임제는 원래 다음 정권부터 하는거 아닌가요? 이번에 맡게 될 사람이 연임제 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겠습니다.
BRINY님.. 저는 샘이지만 학교엔 못가는 샘입니다.. 거기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행정실밖에 없는 것으로 아뢰오.. 아, 쓸모없는 과목 교사자격증은 있답니다. 불러만 주시면 갈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