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가 없던 어느 날 - 저학년을 위한 들꽃동화 01
케테 레하이스 지음, 수잔 오펠-괴츠 그림, 김완균 옮김 / 해와나무 / 2004년 10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1학년 아이들과 읽었다. 삽화가 눈길을 끄는 책이다. 연필 스케치를 한 것 같은 삽화에 심리와 동작의 움직임이 살아있다. 특히 형 토미와 동생 부츠의 표정은 퍽이나 재미나다. 예기치 못한 일들 앞에서 난처해하면서도 책임감을 느끼는 형 토미와 그저 철없이 신나기만 한 동생 부츠의 얼굴이 대조적이며, 귀염성스럽다.

이 책은 이런 상황에서 '너라면 이럴 때 어떻게 할래?' 라며 아이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아이들에게 뿐만 아니라 이 책을 함께 보는 부모님에게도 같은 질문을 동시에 던지는 셈이다. 우리는 늘 어떤 일도 거의 예기치 못한다. 예상하고 계획하여 일을 해나간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가만 생각해보면 그저 어떠한 것도 내 생각과는 다르게 벌어지기 십상이다. 단지 그 일들의 물밑에 어떤 의도가 숨어있었나를 살펴볼 수밖에 없다.

행동의 기저에 있는 동기가 중요하다. 바람직한 행동을 유도하는데 있어 아이들에게 솔깃한 동기를 부여한다면 좋은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말이 된다. 사실 엄마 아빠가 잠시 없는 동안 토미에게 벌어진 일들은 그때 갑자기 일어난 일들이 아니다. 되짚어보면 그 이전부터 그런 일들이 벌어질 소지가 있었다는 것을 상황으로 먼저 보여준다.

문제는 그놈의 '여섯마리 부엉이 접시'였다. 토미가 가장 좋아하는 이 접시를 토미는 부주의하게도 여러번 깨고 만다. 그 때마다 아빠는 새 것으로 사다 주었지만 어느 날부터는 다시 이 접시를 갖지 못하게 된다. 마트에 더 이상 그 접시는 나와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토미는 이 접시에 음식을 담아 먹고 싶어 병이 날 지경이다. 어떻게 하면 토미는 그 접시를 다시 구할 수 있을까.

어느 날, 전혀 예상치 못하게도(아니, 토미는 기회를 늘 엿보고 있었던 건 아닐까), 토미의 작은 소망을 회복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 엄마 아빠를 감동하게 만들어 갖고 싶은 물건을 손에 넣고야 말겠다는 아이다운(?) 발상을 하게 된 것이다. 이 부분에서, 작가가 아이들의 발칙한 심리를 잘 포착하였다는 점이 돋보인다. 하지만 이 동기가 그리 불순한 건 아니다. 그것 때문에 토미의 형다운 생각과 선한 마음이 자신도 모르게 드러나게 된다. 아빠를 대신하여 쓰레기봉투를 치우려 하고, 동생이 깨진 병조각에 발을 다칠까 노심초사하고, 우는 아기동생을 위해 우윳병을 찾고, 벽에 묻은 잼을 닦아내기 위해 걸레를 빨아야했던 게 문제라면 문제다.

일은 토미가 의도한 것과는 달리 점점 겉잡을 수 없는 지경이 된다. 물난리가 난 집안에 성큼 들어서지도 못하고 입구에 서서 놀란 입을 다물지 못하는 엄마 아빠를 보라. 작가는 이제 어른들의 심리를 그대로 그려낸다. 집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놓은 맏이에게 야단만 실컷 하고, 아이를 이 모양으로 키웠다고 서로 탓을 하며 싸우고, 토미는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것 같은 엄마 아빠 때문에 속이 상해 흐느낀다. 아이의 울음소리를 희미하게 듣고 아이방으로 가려는 엄마와 아빠간의 대화, 그리고 이들의 갈등이 간단하면서도 섬세하게 그려진다. 결국 아빠도 엄마도 마음은 한 가지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토미를 침실로 데려와 가운데 눕히고 위로하고 사랑의 뽀뽀를 해준다.

토미의 흐뭇해하는 표정과 그 다음날 얻은 '일곱마리 부엉이 접시'를 상상해보는 것으로도 독자에게 행복이 전염된다. 마지막 문장은 더욱 재치있다. 이제 '여섯마리'가 아니라 '일곱마리' 부엉이 접시를 더 좋아하게 된 토미. 이런 보상으로 토미는 동생을 돌볼 줄 아는 넉넉한 마음을 가진 멋진 형이 완벽하게 된 것 같다. 엄마 아빠의 사랑을 확인하고 그 사랑을 동생들에게 나누어줄 것이다. 이런 덤을 얻기 위해 '여섯마리 부엉이 접시'는 잃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이제  '일곱마리 부엉이 접시' 로 더욱 마음밭이 자란 토미는, 아직은 그 접시를 깨지 않고 있지만, 다음에 또 이것을 잃고 다른 보상으로 쑥 커질 것이다. 

삽화 곳곳에 토미가 좋아하는 부엉이와 부츠가 좋아하는 생쥐가 카메오로 등장하는 것을 보면 웃음이 절로 난다. <엄마 아빠가 없던 어느 날>은 아이와 엄마 아빠가 함께, 유쾌하게 읽으며 가슴 따뜻해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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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치과 이야기 - 치카치카 치과 탐방, 개구쟁이 스터디클럽 6
우리케 게롤트.볼프람 헤넬 지음, 아네테 피에니크 그림, 김완균 옮김 / 해와나무 / 2005년 10월
평점 :
절판


치과라고 하면 누구든 가고 싶지 않은 곳 중에 하나다. 아이든 어른이든 이가 아프면 즉시 치과를 찾는 사람은 드물다. 치과에 가기까지 시간을 미루고 있다가 증세는 더 심각해지기 일쑤다. 결국 통증이 수시로 찾아오고 어느 날 밤에는 그 통증에 잠을 못 이루게 될 즈음에야 치과를 찾아간다.

여느 병원처럼 치과도 병원이니 두려운 건 마찬가지이지만 치과의자에 앉으면 더욱 공포심을 느끼게 된다. 의자에 앉는 순간 등받이가 뒤로 누우며 꼼짝없이 그 의자에 붙박이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이런 순간, 무섭다기보다는 신나고 재미있다고 느끼는 것 같다. 의자가 치과의사의 눈높이에 맞춰 오르락내리락하기도 하니 무슨 놀이기구쯤으로 여기지나 보다.

<재미있는 치과 이야기>는 저학년 아이들을 위한 지식,정보책이다. 일전에 텔레비전 드라마의 제작과정과 방송국 탐방기를 실은 이 책의 시리즈를 본 적이 있는데, 이번에도 2학년 아이들과 이 책을 함께 보았다. 아이들은 치과에 갔던 경험이 있고 충치치료를 받아본 경험도 있어 이 책을 더욱 흥미있어했다.

리사 할아버지의 틀니가 제자리에서 빠지는 바람에 리사와 가족들이 모두 치과를 찾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한다. 치과에 들어서면서부터 구석구석을 살필 수 있게 하는, 펼쳐보는 책장은 보기에 시원하다. 치과에서 필요한 도구와 장비들, 기공사까지 볼 수 있다. 옛날엔 친절한 치과의사가 없었다는 할아버지의 말과는 달리 이곳의 치과의사는 젊고 예쁜 여자의사이다. 직업에 대한 성별구분을 하지 않고 제시한 점이 좋다. 게다가 섬세한 손놀림과 환자에 대한 보살핌과 부드러움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여성이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오래전에는 이발사겸 외과의사 또는 대장장이가 치과의사를 대신하여 썩은 이를 집게로 뽑았다는 대목에서 아이들은 신기해하기도 했다.

치과가 없던 시절, 충치로 어느 날 갑자기 죽기도 했다는 이야기와 함께 사후약방문 보다는 예방이 최고임을 강조하며 치아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방법들을 제시한다. 치과에서 쓰는 전문 용어나 도구의 이름 그리고 기공사라는 직업까지 다소 생소한 이름들 때문에 어려워할 수도 있지만 그런 점이 오히려 정보를 정확히 알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좋다. 책 뒤의 '이런 게 궁금해요'라는 꼭지에서는 치아와 관련된 가벼운 상식들에 대한 답을 해놓았다. 그리고 올바른 양치법을  그림과 함께 자세히 보여준다.

전체적으로 삽화가 밝고 선명하다. 글도 간략하며 이해하기에 쉽게 풀어 써 놓았다. 재미와 함께 지식을 주고 주변의 사람과 주변의 것들 모두에 관심을 가질 수 있게 하는 책이다. 더구나 건강한 치아를 위해 해야되는 생활 속 습관들도 익혀주는 일석삼조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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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einsusun 2006-02-25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치과가 무서워요....ㅎㅎ
스켈링하러 가야 되는데, 맨날 하루하루 미루고 있어요. ^^

프레이야 2006-02-25 1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 저도 병원가는 거 싫어하지만 치과는 제일로 그래요. 스케일링도 딱 한 번 하고 안 하고 있네요.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지금 해는 지고 빗방울이 한두방울 내리고 있어요.
 



                                                                                ( 작년 11월 말, 창덕궁에서 )

2학년이 될 통통공주 희령이, 오늘 보건실에 불려가서 체중을 재었나보다.

방학 전에 경도비만 판정을 받고 방학 중에 체중 조절을 잘 하기로 선생님과 약속을 하였다.

오늘 같은 반에서 희령이를 포함해 세 명이 갔는데 각 반에 두세 명씩 모였던 모양이다.

133cm 키에 몸무게는 37.5 kg 이 나오더란다. "33kg정도로 내려가면 좋은데 35kg만 되면

경도비만에서는 벗어나니까 조금만 더 노력하면 되겠네." 라고 보건선생님이 말씀하시더란다.

말은 밝은 음성으로 통통 튀듯 말했지만 여우같은 희령인 속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줄 내가 안다.

남자아이들이 뚱뚱아줌마라고 놀린다며 내게 눈물이 그렁한 눈으로 말한 적이 몇 번 있다.

엄마는 우리 통통공주가 제일 이쁘다고 진심으로 말해주곤 하는데

어느 날 희령인 내게 살며시 다가오더니, "엄마, 난 내가 통통한 게 싫어" 라고 말을 하는 거다.

자기 몸에 대해 싫다는 부정적인 생각을 갖게 한 범인이 누구인지, 갑자기 마음이 무거워졌었다.

일부 남자아이들의 놀림?, 텔레비전에 나오는 연예인들의 몸매?, 은연중에 듣게 되는 칭찬 아닌 칭찬?

아무튼 희령이가 스스로 내려서 내게 들려준 결론을 요약하면 이렇다.

1. 균형잡힌 식사 (칼로리표를 보여주셨는데 돈까스가 950Kcal로 제일 높더란다. 얼마전 영어읽기교재에서 보았던 "balanced"라는 단어를 기억해내며 눈을 반짝였다.)

  - 희령아, 아침에 좀 일찍 일어나 아침식사 조금이라도 하고 가고 과자나 초콜릿을 한꺼번에 많이 먹는 것 삼가해야 돼.

2. 적어도 잠자기 2시간 전에는 먹는 것 종료하기.

3. 매일 적당한 운동 하기 (피겨스케이팅은 하고 있다. 사실 피겨스케이팅을 할 때 보면 다리는 날씬하다. 뱃살이 점점 키로 가야할텐데..)

희령아, 엄마는 네가 네 몸을 사랑하면 좋겠어. 건강하고 아름답게 가꾸어가면 더없이 좋고. 여태껏 크게 아파서 엄마 속을 썩인 일도 없고 지금도 감기 한 번 하지 않고 잘 먹고 잘 소화시키며 잘 배설하는 너의 몸이 엄마는 참 고맙단다. 그리고 안아보면 얼마나 말랑하고 포근하다구. 속상할 때면  널 꼭 안고 엉덩이 토닥토닥하는 거 알지~  경도비만, 그런 거 엄마는 사실 별로 신경 안 쓴다.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기 바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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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06-02-16 0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벌써 몸무게에 신경을 쓰는군요. 신경을 쓰면 빠질듯.....
제 딸도 방학때 늘었더라구요. 물론 저는 말할것도 없습니다. 어흑...

반딧불,, 2006-02-16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이쁜 희령이가 고민이라니..
마지막 단락 저도 기억하렵니다.

하늘바람 2006-02-16 1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드이 살때문에 고민 하는 거 참 안되어 보여요

프레이야 2006-02-16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들, 고맙습니다. 희령이에게도 저에게도 위로가 되네요. 키로 간다고 늘 말해주고 있답니다. 사실 아빠가 중부지방이 둥그스름한 체형이라 아빠 닮았나싶어 걱정이 살며시 되긴 해요^^
 
사랑의 기술 청목 스테디북스 58
에리히 프롬 지음, 설상태 옮김 / 청목(청목사) / 2001년 4월
절판


오늘날의 평등은 '일체성'보다는 '동일성'을 의미한다. 즉 평등은 추상적인 동일서, 곧 같은 일을 하고 같은 생각을 갖는 사람들의 동일성을 의미한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우리 시대의 진보의 징표하고 찬양되어지는 몇 가지 업적들, 예를 들면 남녀 평등 같은 것들에 대해 어느 정도 회의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을 수 없다.-28쪽

모든 형태의 창조적 작업에서 일하는 사람과 그 대상은 하나가 되며 인간은 창조 과정에서 자신을 세계와 결합한다.

황홀경 속에서 이루어진 합일은 일시적이며 일치에 의한 합일은 사이비 합일에 불과하다. 따라서 이러한 것들은 실존의 문제에 대해서는 부분적인 해답에 불과하다. 완전한 해답은 인간 상호간의 합일과 타인과의 융합, 즉 '사랑'의 성취인 것이다.-31쪽

공서적 합일과 대조적으로 성숙한 사랑은 '개인의 통합성, 즉 개성을 유지하는 상태에 있어서의 합일' 이다.
사랑은 인간에 있어서 능동적인 힘이다. 즉 인간이 타인과 분리되는 벽을 허물어 버리고 타인과 결합시키는 힘이다. 사랑은 고독감과 분리감을 극복할 수 있게 해 주며 동시에 각자에게 자신의 특성을 유지할 수 있게 해 주고 통합성을 유지시킨다. 사랑에 있어서는 두 존재가 하나가 되지만 동시에 따로따로 남는다는 역설이 성립한다.-34쪽

사랑의 한 측면이 되는 지식은 주변에 머무르지 않고 중심을 꿰뚫는 지식이다. 이러한 지식은 내가 나에 대한 관심을 초월하여 다른 사람을 그의 입장에서 볼 수 있을 때만 가능하다.-43쪽

우리가 우리 존재의 내면이나 타인의 내면으로 깊이 들어갈수록 인식의 목표는 더욱 더 멀어지기만 한다. 그러나 우리는 인간 영혼의 비밀, 즉 '인간'이라는 내면의 핵심을 향해 가까이 가고자 하는 욕망을 저버릴 수가 없다.

이렇듯 인간의 비밀을 알아내려는 갈망 속에는 깊고도 강렬한 잔인성과 파괴욕이라는 기본적인 동기가 내재해 있다.

'그 비밀'을 알 수 있는 다른 방법은 바로 사랑이다. -44-45쪽

성숙한 인간은 외부의 아버지와 어머니로부터 자유롭게 된 사람이며, 자기 내부에 아버지와 어머니의 모습을 형성한 사람이다.-60쪽

형제애란 다른 인간 존재에 대한 책임감, 보호,존경,지식과 더불어 그의 삶을 심화시키려는 소망을 의미한다.

무기력한 사람, 가난한 사람, 낯선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형제애의 시작이다.-64-65쪽

꿀은 생명의 달콤함, 생명에 대한 사랑과 살아 있다는 행복감을 상징한다. 대부분의 어머니는 젖을 줄 수 있지만, 오직 소수만이 꿀도 줄 수 있다. 꿀을 주기 위해서 어머니는 '좋은 엄마'가 되어야 하며 행복한 사람이 되어야한다.-67쪽

우리는 성애의 중요한 요인인 '의지'라는 것을 무시하고 있다. 어떤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단순히 강렬한 감정은 아니다. 그것은 결정이며 판단이고 약속이다.-74쪽

이기심과 자기애는 동일하기는커녕 정반대 되는 것이다. 이기적인 사람은 자신을 매우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거의 사랑하지 않는다. 사실 그는 자신을 증오한다. 이런 자기 자신에 대한 호감과 보살핌의 부족은 그의 생산성 부족의 한 가지 표현에 불과하며 자신을 공허하고 좌절된 상태로 남겨 둔다.-79쪽

"알지만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은 최고의 각성이고, 모르면서 안다고 생각하는 것은 최대의 질병이다."

궁극적인 실재, 궁극적인 일자는 말이나 사고로는 파악할 수 없다.-94쪽

사랑의 기술에 있어 사랑의 기술에 익숙해지고자 열망하는 사람이면 누구든지 자기 생애의 모든 면을 통한 훈련, 정신, 인내의 '실천'으로부터 시작해야한다는 것을 의미한다.-137쪽

진실로 정신 집중을 할 수 있다는 것은 혼자 있을 수 있는 것을 의미하며, 이런 능력은 사랑할 수 있는 능력에 대한 귀중한 조건이 된다.-138쪽

사랑의 성취를 위한 중요한 조건은 '자아 도취의 극복'이다. 자아도취적 방향은 오직 자기 자신의 내부에 있는 것만을 현실적인 것으로서 경험하는 것이며, 외부 세계의 현상은 현실성을 갖지 못하며, 그것들은 자기에게 유익한가 혹은 위험한가 하는 관점에 따라 경험하게 된다. 자아 도취의 정반대되는 것이 객관성이다. 이는 사람이나 사물을 '있는 그대로', 즉 객관적으로 보며 그러한 객관적인 상을 자기의 욕망이나 공포에 의해 형성된 상과 분리할 수 있는 능력이다.-145쪽

객관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은 곧 '이성'이다. 이성의 뒤에 있는 정서적 태도는 '겸손한' 태도이다.-147쪽

활동이란 '무엇인가를 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내적 활동, 즉 자기 힘의 생산적 활용을 뜻한다고 말했다. 사랑은 활동이다.-155쪽

사랑의 본성을 분석하는 것은 오늘날 사랑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밝혀내는 것이고, 이렇게 만든 데 책임이 있는 사회적 조건을 비판하는 것이다. 예외적인 개인적 현상뿐 아니라 사회적 현상으로서 사랑의 가능성에 대해 신앙을 갖는 것은 인간의 본성에 대한 통찰에 기초하고 있는 합리적 신앙이다.-1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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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2-13 10: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06-02-13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즐거운 한 주 아자아자~ 저도 오래전 이책을 읽고 감명 받아 내용정리를 해 두었었는데 이번에 밑줄그은 것 훑어보며 다시 되새김해보았어요^^
 
적의 화장법
아멜리 노통브 지음, 성귀수 옮김 / 문학세계사 / 2001년 11월
구판절판


내가 적의 존재를 믿는 것은, 밤낮 할 것 없이, 내 삶의 길목마다 그것과 마주치기 때문입니다. 적이란 내부로부터 파괴할 가치가 있는 것들은 무엇이든 파괴해버리지요. 그는 각각의 현실 속에 내재하는 조락의 기운을 드러내 보여줍니다.-33쪽

인간이란 하나의 성채城砦이고 감각들은 그리로 드나드는 문들이라고 했습니다. 청각은 그러니까 가장 방비가 허술한 입구인 셈이지요.-42쪽

나는 극도의 형식주의자라고 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엄격한 화장법에 의거해 행동하는 셈이죠.

그래 그 '법'으로 대체 어디가 얼마나 아름다워지셨소?

화장법이란 보편적 질서의 학문이자 이 세상을 결정하는 지고의 도덕률이라오. -113쪽

자아라는 종교는 이상도 하구만. '나는 나입니다. 나일 뿐이고, 나 이외에 다른 아무도 아닙니다. 나는 나이기에, 나는 내가 앉아 있는 이 의자가 아니며, 내가 바라보고 있는 저 나무도 아닙니다. 나는 세상 다른 모든 것과 뚜렷이 구별되며, 내 육체와 정신의 경계 안에 한정됩니다. 나는 나입니다.-130쪽

3백년 전의 어느 대단한 철학자가 자아란 가증스런 거라고 말할 수 있고, 지난 세기의 위대한 시인 하나가 나는 곧 타자라고 말해도 되는 건, 다 그래서야. 그건 마치 심심풀이 땅콩처럼, 살롱의 안락의자 속에 푹 파묻혀서 나누는 대화에나 써먹기 좋은 거지. 각자 자신의 자아에 죽치고 눌러 앉아, 나는 나고 너는 너라는 우리의 든든한 확신에는 눈곱만치의 영향도 주지 않으면서 말이네.
-131-132쪽

누구나 자기 내부의 적을 너무 오랫동안 입막아두고 있으면 이렇게 되는 법이라네. 그러다가 일단 마이크를 붙잡게 되면 절대로 놓지 않으려 드는 거지.-132쪽

나는 아무것도 잊어버리는 법이 없는 자네의 일부일 뿐이거든. 모르는 것과 잊는 것은 아주 다르지. 만약 사람들이 모든 기억을 잃지만 않는다면 전혀 모른다고 생각해온 주제에 관해서도 얼마든지 서로 의견을 나눌 수가 있는 거라네.-133쪽

난 자네 자신을 파괴하는 자네의 일부분이야. 거대해지는 모든 것은 자기파괴능력을 배가시키는 법이지. 내가 바로 그런 능력이고.-136쪽

가장 심각한 사랑에 빠진 남자조차도 - 아니, 특히 그런 남자일수록 - 언젠가는, 비록 일순간이나마, 자기 여자를 죽이고 싶다는 욕망이 드는 법이라네. 바로 그러한 순간, 그게 바로 나이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그 감춰진 모습을, 전혀 존재하지도 않는다고 믿을 정도까지 무마시키고야 마네. -141쪽

물질적인 증거라는 것은 너무도 투박하고 멍청해서 확신을 굳혀주기보단 오히려 그걸 약화시키기 마련이라네.-14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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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2-10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통 작품을 이걸 읽고 반했다가 살인자의 건강법에서 실망했답니다 ㅠ.ㅠ

프레이야 2006-02-10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고보니, 둘다 '살인'이 등장하네요.. 전에 읽었던 것들에 밑줄 친 것 올려봅니다.^^

하늘바람 2006-02-11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멜리 노통좋아요

프레이야 2006-02-11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바람님, 그러고보니 앙테크리스타, 와도 비슷한 거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