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도시를 하나 세울까 해 VivaVivo (비바비보) 2
O.T. 넬슨 지음, 박중서 옮김 / 뜨인돌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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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뜨인돌 청소년소설 시리즈 Viva Vivo(에스페란토 어로 살아있는 삶) 제 2권이다. 비교적 독특한 상황 설정과 인간성에 비춰볼 때 대체로 그럴 법한 사건이 위기를 넘나들며 펼쳐진다. 결말은 안정권으로 맺으면서 다소 열려 있는데 어느 정도 독자에게 맡겨두면서도 방향은 정해주는 쪽이다. 원제는 'The girl who owned a city'이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여자아이가 도시를 하나 세우고 자기 소유로 하여 그것을 지키는 이야기다. 그렇다고 이렇게 단순할까. 일단 열두 살의 리사가 그런 야심을 갖게 된 동기는 현실에서 일어난다면 아주 끔찍할 수도 있는 일에서 출발한다. 미래에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날 수도 있을까. 아무튼 그 동기는 자의가 아니라 재해다.

 열두 살이 ‘기성’세대가 되어야하는 어느 나라(혹은 도시)는 지구상 과거, 현재, 미래에 있었지도, 있지도, 있기가 쉽지도 않을 공간이다. 하지만 그 공간은 과거와 현대의 어느 시간에나 속해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폐쇄된 공간에서 열두 살 미만의 아이들이 펼치는 사건에서 많은 부분 현실 속의 이야기로 읽히는 부분과 깨닫게 되는 점들이 있다. 절정 부분에서 직접적으로 들리는 교훈조의 구절이 좀 걸리긴 한데 리사가 다섯 살 동생에게 들려주는 침대머리맡의 이야기 식으로 풀어놓아 그나마 그런 부분을 좀 요령있게 넘어가려는 것 같다.

 삶의 가치를 획득해야 행복을 이룰 수 있다는 것!  삶의 가치란 개개인의 기준이 다를 수 있겠지만 리사를 통해 작가가 말하는 삶의 가치는 ‘도전’과 ‘생각’으로 요약된다. 생필품이 없어 굶어죽을 수도 있는 어려운 상황에서 리사만은 다른 아이들과 다른 생각으로 다른 행동을 선택했다. 자신과 동생을 지키고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가장 중요한 점은 두려움을 몰아낸 것이다. 아이들이 만든 갱단에 맞서 도시를 탈환할 수 있었던 힘도 두려움 없이, 얻은 것들을 지키려는 의지 덕분이었다.

 눈여겨 볼 점은 리사가 많은 아이들의 리더가 되어 회의를 열어 논의를 모으고 강력한 힘과 부드러움을 적절히 발휘하는 능력이다. 책임감이 투철하고 힘든 일에 솔선하며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은 구체적인 보상을 해서 얻어냈다. 다섯 살 어린 아이들에게도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맡기고 자립심과 자생력을 길러주었다. 그저 나누어주는 식의 도움은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찾고 키운 것(도시)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자 다른 아이들은 비난했지만 리사는 자신의 소유권을 논리적으로 납득시켰다. 소유권의 문제는 어린 아이들이 ‘정말로 자기 것이라고 할 수 있는 장난감’을 하나라도 가지고 싶어 하는 심리를 리사가 읽어내는 것으로 다시 독자로 하여금 생각하게 한다.

 리사는 모든 일에 ‘계획’을 세우고 ‘생각’을 하는 자신과 달리 ‘생각’을 하지 않는 다른 아이들을 이상하게 여겼다. 물론 연날리기에 좋은 5월을 그냥 넘겨버린 건 아깝지만 지금은 더 중요한 일이 코앞에 있으니. 갱단에 맞서 싸우고 성을 지킬 의용군을 짜고 협력과 전략으로 3개의 갱단을 무릎 꿇리는 리사가 이 책이 보여주는 멋진 리더상이다. 여자라고 얕보면 큰일 나는 광경을 여러 군데서 볼 수 있어 통쾌하다. 감상적이거나 동정심을 유발하려는 장치는 아예 없다.

 리사가 농장이 아니라 학교를 도시의 근거지로 삼았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 특히 넓은 도서관이 있다는 점을 무척 기뻐했다. 아이들만 사는 도시 글렌바드를 세운 리사는 ‘좋은 걸 얻었을 때는 어떻게 하면 그걸 지켜나갈까’를 궁리한다. 그리고 도저히 바꿀 수 없는 부분은 잊어버리려고 한다. 대신 나쁜 일이 생겼을 땐 그걸 어떻게 좋게 바꿀까를 생각할 것이다. 지도자 리사의 행보에 두근거린다. 권력의 중심에 있는 리사가 어떻게 권력을 분산하여 참다운 행복의 도시를 꾸려갈지. 리사 혹은 리사의 도시는 현실의 아이들이 흔히 겪는 학교(폭력)문제를 이길 수 있는 ‘용기와 지혜’에 대한 알레고리이기도 하다. 또한 갱단의 두목과 그 수하에 있는 애들의 심리 또한 두려움에 근거한다는 걸 알 수 있다. 간간히 만화처럼 들어가 있는 삽화와 지도가 결코 가볍지 않은 사건과 주제의 무게를 덜어준다.

 읽으며 아쉬웠던 점을 몇 꼽아야겠다.

 1. 위기를 극복하고자 동분서주 하는 리사는 자신을 일찍이 미국 식민지 정착민에 빗댄다. 순례자라고 칭하는 그들에 비해 내이티브 아메리칸들을 인디언이라고 칭하며 서술하는 아래의 구절은 거슬린다.

 - 그들 역시 우리처럼 고생을 했다. 인디언들의 침략에도 대비해야 했을 것이다. 그 인디언들은 아마 탐 로건의 유치한 협박보다 훨씬 더 끔찍했을 것이다. 순례자들이 자유를 찾아 바다를 건넌 이유는 왕과 독재자들에 짓밟혀 살아가는 것보다는 차라리 배고픈 자유가 더 낫다는 생각 때문이었으리라. (p75)

2. ‘사실은/사실’이란 말이 유행어처럼 번진 건 근래 들어서다. 이 책이 쓰인 건 30여년 전이지만 우리나라 초판 1쇄는 올해 10월10일이다. 그래서인지 ‘사실은’이란 말이 자주 발견된다. 나는 이 말에 과민하게 두드러기가 돋기 때문에, 원문에도 ‘사실은’에 해당하는 단어가 있었던 것인지 역자의 언어습관으로 들어간 것인지 의문이 난다.
 예를 들면,

 - 장난감이 몇 개 없었기 때문에 자기가 좋아하는 걸 차지하려고 항상 싸우곤 했다. 질조차도 사실은 그 때문에 종종 화를 내곤 했다. ...... ‘나눔? 어쩌면 그거야말로 문제의 가장 큰 원인일지도 몰라.’ 리사는 어느 날 아침에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리사는 이 생각을 바탕으로 뭔가를 행동으로 옮기기로 했다. 사실 장난감 개수만 따져보면 한 명당 두세 개는 가질 수 있을 정도로 충분했지만,..... (p145) 

---> ‘사실은/사실’을 빼고 읽어도 내가 보기엔 아무런 지장이 없고 오히려 깔끔하다.

3. p221 중간쯤

 - 리사는 아까 집어던진 책을 다시 집어서 순환계를 그린 화보를 살펴보았다. 리사는 책과 리사의 팔을 번갈아서 보고 또 보았다.

---> 내용상 밑줄 친 ‘리사는’은 ‘질은’의 명백한 오역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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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7-11-13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뜨인돌의 이 시리즈는 청소년을 위한 책이군요.
보물창고의 클래식 시리즈 같은... ^^

프레이야 2007-11-14 07:43   좋아요 0 | URL
네 청소년 소설 시리즈라고 해요. 중1정도부터 보면 될 것 같아요.
소개되지 않았던 소설을 번역하고 있어 참신하구요.. 이것도 재생용지
냄새 팍팍 풍겨요~~ 가벼워 좋아요.
 
좁쌀 한 알 - 일화와 함께 보는 장일순의 글씨와 그림
최성현 지음 / 도솔 / 2004년 5월
품절


어려움에 처했을 때는 '아, 수행하라는가 보다' 생각하고 자신의 삶을 돌아다보는 게 좋다. 그것을 장일순은 '바닥을 기어서 천 리를 갈 수 있어야 한다'는 그만의 언어를 써서 표현했다. 납작 엎드려서 겨울을 나는 보리나 밀처럼 한 세월 자신의 허물을 닦고 가다보면 언젠가는 봄날이 온다는 것이다. 겨울에 모가지를 들면 얼어 죽는다는 것이다.-63쪽

여汝보세요
평생을 피곤하게 가시는 당신에게 드리고 싶은 것이 마음에 있는데 표시가 잘 안 되네요. 오늘 보니까 피나무로 만든 목기가 있어 들고 왔어요. 마음에 드실지. 이 목기가 겉에 수없이 파인 비늘을 통해 목기가 되었듯이 당신 또한 수많은 고통을 넘기며 한 그릇을 이루어가는 것 같아요.-82쪽

"세상의 농심이란 농심은 모두 다 라면 속으로 사려져 버렸습니다."
한원식이 말하는 세태 비판이었다. '참, 말이 싱싱하구나!'하는 생각을 하며 장일순은 한원식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중략)
"그렇게 옳은 말을 하다 보면 누군가 자네를 칼로 찌를지도 몰라. 그럴 때 어떻게 하겠어?
그땐 말이지, 칼을 빼서 자네 옷으로 칼에 묻은 피를 깨끗이 닦은 다음 그 칼을 그 사람에게 공손하게 돌려줘. 그리고 '날 찌르느라고 얼마나 힘들었냐고, 고생했냐'고 그 사람에게 따뜻하게 말해주라고. 거기까지 가야 돼."-116 쪽

한편 최병하는 이렇게 말했다.
"모월이란 '가부장은 가라'는 뜻이라고 봐도 돼. 가부장적 사고를 버리고 어머니 품 같은 자세로 살자는 거야. 어머니는 참 대단하지 않아?... 그 안에 세상이 다 안긴단 말이야. 그것이 선생님이 말씀하신 母였어요.
월, 곧 달은 칠흑같이 어두운 세상에서 길 안내를 하는 존재지. 술에 취한 놈이든 도둑놈이든 가림이 없지. 남녀노소 가림이 없어요.
이 두 가지가 합쳐서 모월이야. 이 모월에 들어오면 나갈 수가 없어. 편안하니까, 신나니까. 그런 원주를 만들자는 뜻이셨지."-119쪽

장일순은 이야기를 이어갔다.
"사회를 변혁하려면 상대를 소중히 여겨야 해. 상대는 소중히 여겼을 적에만 변하거든. 무시하고 적대시하면 더욱 강하게 나오려고 하지 않겠어? 상대를 없애는 게 아니라 변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면 다르다는 것을 적대 관계로만 보지 말았으면 좋겠다, 이 말이야."-156쪽

기자가 놀랍다는 듯이 물었다.
"그런 혁명도 다 있습니까?"
"혁명은 새로운 삶과 변화가 전제가 되어야 하지 않겠소? 새로운 삶이란 폭력으로 상대를 없애는 게 아니고, 닭이 병아리를 까내듯이 자신의 마음을 다 바쳐 하는 노력 속에서 비롯되는 것이잖아요? 새로운 삶은 보듬어 안는 정성이 없이는 안 되지요."
장일순은 내개 이런 말을 자주 했다.
"서로 때를 닦되 버리는 일은 없어야 돼."-157쪽

"선생님, 꼭 책을 쓰십시오. 그렇게 해야 선생님의 훌륭한 말씀을 여러 사람이 들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장일순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그건 말이지, 엄청난 일을 해놓고도 아무 흔적 없이 사라지신 분들이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지 니가 몰라서 하는 말이야."-183쪽

장일순이 있는 곳에는 산소가 있었다. 그 산소를 마시고 사람들은 잃어버리고 살던 청년의 가슴을 회복하고는 했다.
태백에서 건설업을 하는 박해성은 20대 후반에 장일순을 만났다.
"어렵지 않고 편안해서 좋았어요. 그러면서도 조심스러웠죠. 그래서 편안하면서도 바짝 깨어 있어야 했어요. 그 덕분인지 댁을 나올 때면 그때마다 새롭게 바뀌어 있는 저를 발견하고는 했어요."
박해성도 '장일순표 산소'를 마셨던 모양이다.-188쪽

그 아이에게 배우라는 것은 곧 그 아이의 때묻지 않은 마음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그렇게 천진한 마음, 순수한 마음으로 글씨를 써야 한다는 뜻이었어요.
심중무물心中無物이라 했다.
마음속에 아무것도 없다는 뜻이다. 마음속에 든 것이 있으면 편안하지 않다. 그것이 부끄러움일 때는 더욱 그렇다. 대통령이면 뭐하고, 부자면 뭐하랴. 가슴에 뭘 두고는 행복하지 않은 걸.-208쪽

'어디서나 제 안의 주인공을 잃지 않으면 어디에 사나 참되리라.'
는 임제 선사의 <임제록>에 나오는 유명한 글이다. 조주 선사는 '사람들은 24시간에 부림을 당하지만 나는 그 24시간을 부린다'는 글을 남겼는데, 어디서나 주인 의식을 잃지 않는다는 것은 그런 뜻도 되리라. 24시간을 부린다...-25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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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모시의 유산 VivaVivo (비바비보) 1
시오도어 테일러 지음, 박중서 옮김 / 뜨인돌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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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르틴 루터 킹 목사가 암살된 이듬해 1969년에 이 책이 처음 세상에 나왔다는 사실은 의미 있는 일이다. 작가는 아래와 같은 감동적인 글로 킹 목사에게 이 책을 헌정하는 듯하다.

“킹 박사님(Dr. King)의 꿈, 오로지 젊은이들이 알고 이해했을 때에야 실현될 수 있는 그 꿈에 이 작품을 바칩니다. 1968년 4월 캘리포니아 주 라구나 비치에서”

 이 책의 공간적 시간적 배경 또한 흥미롭다. 1942년 독일 잠수함이 카리브해에 나타나 위협을 가하고 있는 즈음의 일이다. 그해 4월, 주인공인 열두 살 필립은 엄마와 전쟁의 위험을 피해 화물선을 탄다. 정든 해안마을을 떠나고 싶어 하지 않는 필립은 그곳을 떠나야한다고 주장하는 엄마와 자식으로서 동행한다. 그런데 예정된 운명을 독자도 눈치 채지 못하고 사건은 아주 뜻밖의 방향으로 간다. 카리브 해 지도를 포함해, 처음부터 마치 논픽션을 읽는 것같이 실제적이다.

마치 <라몬의 바다>나 <나의 산에서>처럼 주인공 남자아이가 겪는 모험이야기가 손에 잡힐 듯 생생하다. 최대한 작가의 개입이 없이 지나친 감정의 분출이나 세세한 묘사도 절제되어 있다. 오히려 이야기에 온전히 빨려들게 하는 장점이 된다.

 눈치 챘겠지만, 이 책의 주요 주제는 성장이다. 성장은 타인에 대한 이해와 편견 없는 배려를 바탕으로 한다. 필립이 가지는 흑인에 대한 편견, 타인에 대한 의심, 생존에 대한 무능력함 등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이 독자에게 서서히 흡수되어 감동을 준다. 작가가 필립의 시력을 6개월가량 앗아간 의도는 굴절된 색안경을 벗긴 것과 비슷하다. 마음으로 느끼고 감각으로 순수하게 세상을 받아들일 수 있는 경험. 그것은 눈을 잃고서야 얻은 귀중한 유산이었다.

 악마의 아가리를 덮치는 폭풍우 속에서도 꿋꿋이 살아남은 필립은 어떤 유산을 자신이 가지게 되었는지 점차 깨달아간다. 섬에 갇힌 티모시는 울며 징징대는 필립에게 그런 짓이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걸 알게 하고 한 가지 해야 할 일이 있다고 무릎을 친다. 살아남기! 다소 유약한 ‘도련님’ 행세를 하려는 필립에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산을 물려준 티모시는 필립의 생에 잊지 못할 친구다. 살아남고자 필요한 자산은 책에서 읽고 배운 지식보다는 풍부한 경험과 실전에서 얻은 능력이다. 어른이 다 해주기를 기다리고 나약한 심성을 버리지 못하는 아이들, 자신도 모르게 편견에 사로잡혀 있는 청소년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그리고 성큼 성장하고픈 기대와 따뜻한 심성을 겸비하고 싶은 사람, 그리고 유산으로 무엇을 물려줄까 한 번쯤 생각해본 부모들에게도.

 이 책은 뜨인돌 출판사의 청소년 문학 시리즈 1탄이다. VivaVivo! '살아있는 삶‘이라는 에스페란토 어라고 한다. 원제는 <The Cay>인데 1969년에 쓰인 책이 아직도 식지 않은 감명을 주는 것이 예사롭지 않다. 초등 6학년도 독서력이 있다면 읽기 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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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7-11-10 0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청소년 도서라면 관심 집중이라 추천!
VivaVivo 살아있는 삶...의미심장하군요^^

프레이야 2007-11-10 08:29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좋은 책이었어요. 재생용지로 만들어 가벼워서 좋구요.
무게만큼 내용은 가볍지 않고 묵직한 주제가 감동이에요.
결말이 작위적이지 않은 점도 좋았어요. 만약 장님으로 살아가며
꿋꿋이 어려움을 이기고,,, 뭐 이런 설정이라면 식상할텐데요.^^
 
[애덤 스미스 구하기] 서평단 알림
애덤 스미스 구하기 - 개정판
조나단 B. 와이트 지음, 안진환 옮김 / 생각의나무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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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서평단도서>


 이랜드 사태나 자유무역협정이 빚는 결과들이 안타까움을 넘어 분노를 주고 있다. 『애덤 스미스 구하기』는 그 분노의 기저에 있는 경제학적인 원인과 해결방안을 통찰해 볼 수 있는 책이다. 나아가, 글로벌 경제와 다국적 기업의 윤리에 대한 성찰을 촉구하는 책이다. 미국 경제학자가 쓴 소설이지만 Adam Smith(1723-1790)를 부활시켜 이야기하는 논리들이 우리에게도 준엄한 경고와 폭넓은 충고를 하고 있다. 

 이야기의 구조는 단순하다. S(Stabilize)-L(Liberalize)-P(Privatize) 방식을 제시하여 세계적인 인정을 받고 있는 경제학 지도교수의 뒤를 이어 일생일대의 중요한 논문을 쓰고 있는 리차드 번스가 주인공이다. 그로 하여금 정의(Justice)를 선행조건으로 하는 J-S-L-P 방식이 경제 효율성 개혁의 초석이 될 것이라고 발표하게 만드는 과정이다. 이는 애덤스미스 학파의 계보를 잇되, 그의 경제이론 중 곡해되어 있었거나 외면되어 있었던 부분들을 찾고 이해하는 과정에서 얻은 소중한 재발견이다. 책에서는 이 방식이 ‘우리가 당연시 여기는 균형 잡힌 사회적, 제도적 체계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더욱 완전한 개발 모델로 제시되고’ 있다. 이것이 지속 가능한 자본주의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물론 책에서는 그렇게 결론 내리고 있다. 그런 결론을 번스에 이어 독자가 납득하게 하기까지 번스와 스미스의 영적 대화가 이어진다. 그들의 대화는 길고 위험한 여행과 병행한다. 아, 하나 더, 번스의 8살 난 콜리, 렉스가 있다. 쫓기듯 출발한 미국횡단여행을 통해 번스는 스미스의 세계에 점차 흡입되어간다. 갖가지 예기치 못한 일들을 겪으며 번스의 깨달음은 깊어진다. 그들의 대화는 여행처럼 대개 생경하다.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때로는 기시감처럼 낯익고 때로는 기존의 관념에 부딪혀 충돌하기도 한다. 아름다운 대자연의 묘사는 경제와 관련한 무미건조할 수 있는 대화에 색채를 불어넣는다. 그 여정을 지도로 그려주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에 훨씬 입체감을 불어넣어줄 것 같다. 군더더기 없이 정연한 문장도 읽는 재미를 더해주었다. 좋은 번역의 힘인지도 모른다. 안진환이란 이름을 기억해둔다. 책의 뒤에 정리해 둔 꼼꼼한 ‘자료노트’는 이 소설이 애덤 스미스에 관한 많은 자료들에 얼마나 충실한지를 보여준다. 학술적 이론은 물론, 그의 거친 목소리와 툭 튀어나온 입, 이야기 할 때 물건을 만지작거리는 버릇, 세살 때 집시에게 유괴되었던 일과 빨강머리 아가씨를 보고 연애감정을 떠올린 일까지, 2세기를 너머 그를 부활시키고자 생명력을 넣은 흔적이다.

『국부론』(An Inquiry into the Nature and Causes of the Wealth of Nations, 1776)보다 앞서 나왔고 여섯 번이나 재출간된 『도덕감정론』(The Theory for Moral Sentiments, 1759)의 내용이 이 소설의 토대를 이룬다. 그것은 결국 ‘국부론’의 오해와 왜곡을 풀어주는 역할을 한다. 스미스가 『도덕감정론』에서 말하는 ‘정의의 법(law of justice)'은 방종한 이기심과는 구별되는 것으로 자신의 방식대로 자기의 이익을 추구하는 자유권이자, 자신의 근면성과 자본을 기반으로 다른 이들과 경쟁하게 하는 인적 자본의 근원이 된다. 그러한 자본의 축적이 거듭될 때 지속적인 발전의 토대도 닦이는 법이라고 강조한다. 스미스의 말은 이어진다. “자신의 처지와 상황을 개선하고자 하는 인간의 본능이 얼마나 강력한 줄 아나? 그 본능 안에는 인간의 어리석은 규제와 법률이 만들어 놓은 수많은 방해물들을 극복하고, 사회를 부와 번영의 길로 인도할 수 있는 저력이 숨어 있다네!” (p119)

 이 말은 케인즈의 이론과는 상반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모든 경제학자들의 공통점은 세상을 넓게 보고 앞을 내다보며 세상에 대한 따뜻한 마음을 잃지 않는다는 점이다. 근본적인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면 자본주의 경제도 고쳐 쓰고자 했던 케인즈나 스미스 자신은 받아들이지 않았을 ‘경제학의 아버지’라는 이름의 그가 내놓은 고전적인 이론이나, 물적 자원 위에 인적 자본과 사회적 자본의 중요성을 두고자 한 점이 비슷하다. 이 책에서 그들이 여행 도중 우연히 만나는 피터라는 경영자는 그런 점에서 의미 있는 인물이다. 여러 에피소드 중 내게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 피터와의 조우다. 바다에 빠질 뻔한 사람을 구해주고 그의 회사를 방문하게 된 두 사람 앞에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번스는 고객이 왕이 아니라 “직원이 왕이다”라고 말하는 피터에게 감동 받는다. 이 말은 많은 부분 ‘타인과의 동감’에서 나올 수 있는 말이다.

 스미스의 입을 빌자면, 타인과 느끼는 자연스런 동감은 모두의 행복과 직결되는 것이다. 타인과의 동감은 문제의 옳고그름을 대상으로 하는 게 아니라 ‘타인의 열정을 이해하는 마음’을 말한다. 그것은 제3자의 입장에선 우습기도 한 치명적인 사랑의 감정이 아니라, 사랑에 따라오는 ‘인간애, 자비, 친절, 우정, 존중’ 같은 좀 더 초월된 열정을 말한다. “그걸 나눌 수 있는 용기를 가지게 된다면 그게 바로 진정한 사랑이라네.” (p179)  곁가지이긴 하지만, 줄리아와의 사랑을 두고 마음의 줄다리기를 하는 번스를 스미스는 굳이 재촉하지 않으면서 격려한다.

 타인과의 동감은 대개 도덕적 상상력에서 출발한다. 번스는 목초지로 하이킹을 나서서 눈부신 형형색색의 야생화가 뒤덮인 평원을 걷는다. 이때 평온함이 잦아들며 감각이 증대되고, 감각을 초월하게 된다. 순간 ‘내 마음은 자유로웠다.’고 느끼며, 여기서 그는 비로소 상상의 힘을 깨닫게 된다. ‘투시법을 통해 초점을 바꿔가며 보는 것이 열쇠였다!’ 그가 자연의 조화와 균형을 눈으로 보고 그것에서 깨달음을 얻는 순간은 예기치 않은 사건처럼 보인다. 운이나 우연일까. 리차드 번스는 아니라고 말한다. 이런 순간을 위해 열심히 연구하며 지적 토대를 닦아왔지만 깨달음을 손에 넣는 데는 상상이 필요했던 것이라고. 자연현상에 대입한 그의 경제학적 논리가 그리 억지스럽지만은 않다. “불확실성 아래서 행해지는 주식 가격평가의 문제를 급하게 흐르는 시내에, 투자가를 야생화에, 그리고 국제 자본을 물에 비유한 후, 야생화가 물을 찾는 골짜기에서 그 급류가 미칠 영향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p277)

 도덕적 상상력이 부른 동감은 결정적으로 번스의 사고에 변화를 가져온다. 그는 막 깨달은 내용을 공식으로 옮겨 쓴다. 그의 논문에 적힐 결론이 급회전하는 결정적인 시점이다. 그는 데이비드 흄이 말한 ‘이성은 열정의 노예’를 떠올리고 ‘이성은 지혜의 일부일 뿐’이라는 스미스의 말도 새긴다. 애덤 스미스는 흄과 함께 이신론자였다. 그는 옥스퍼드 대학 시절 흄의 <인성론>을 읽다가 압수당해 목사가 되려던 한 때의 꿈도 버렸다. 1739년에 나온 <인성론>은 인간의 생각과 욕심, 도덕과 같은 성품을 연구한 책으로 스미스가 도덕철학을 꾸준히 연구하게 된 단초가 되었다. 이신론(理神論)은 신은 이성적으로 자연계를 건설한 후 세계의 규칙에 개입하지 않으며 인간은 이성의 힘으로 이 자연의 법칙을 알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성은 지혜의 일부일 뿐.

 이신론자이자 경험론자였던 스미스는 <도덕감정론>을 통해 이성뿐만 아니라 ‘감정도 믿을 수 있으며 중요하며, 감정은 실재한다’고 말하고 있다. 소설의 결미에서 번스는 스미스를 대신하여 말한다. “사소한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지식은 곧 힘입니다. 부조화스럽고 일방적인 지식은, 즉 당신이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그 방법은 엄청난 비능률을 초래하며 소비자와 노동자는 심각한 불의를 당하게 될 것입니다.”(p307) 사소한 문제라는 말은 역설적이다. 역기능의 지식에 기반을 둔 ‘이성’은 결국 타인의 열정에 대한 동감을 불러오는 ‘감정’을 앞서갈 수 없다. 다소 몽상가적인 발상일지 모르나 결국 변화를 주도하는 우리는 ‘계몽주의의 자녀들’이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스미스가 말하는 계몽운동은 ‘정신적인 구속에서 해방된, 상상을 자유롭게 하는 혁신’에 가깝다. 뉴턴이 만유인력을 발견한 시대를 이어 평생의 친구였던 흄과 더불어 스미스는 과학적 방법을 인간세계에 적용시켰다. 인간의 도덕성과 시장에.

 책은 아전인수 격인 견해 흡수에 대한 비판을 잊지 않는다. <국부론> 중 ‘자유경쟁에 의한 자본축적’의 일부만 잘라내 적용한 미국 헌법 제정자들은 당시 흑인들에게는 자유를 허락하지 않았고 자유무역으로 이득을 보게 된 식민지의 담배 농장주들은 노예제도에 반대한 스미스를 기억하려고 하지 않았다. 초반에 힌트를 노골적으로 주어버리는 바람에 번스와 스미스의 여행 내내 쫓아다니는 검은 그림자의 정체는 이야기의 긴장감을 주는 역할로는 조금 아쉽다. 아무튼 그 검은 그림자는 사회주의 경제체제를 추종하는 인물로 나오는데 결미에서 정체가 드러나고 그의 흑색 야심 또한 드러내며 결국 자멸한다. 저자는 1989년 12월 17일 루마니아 혁명으로 차우셰스쿠가 몰살된 사건을 동유럽 자유의 시발점으로, 애덤 스미스에게는 놓칠 수 없는 상징이었다고 전제한다. 스미스의 영혼이 부활한 육체, 해럴드를 루마니아의 ‘티미소아라’ 출신으로 설정한 것도 그 때문이다.

 단어의 전체적 맥락을 읽어내는 것이 중요하듯 어떤 사람의 견해도 전체적 맥락에서 깊이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편협한 해석을 하여 타인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 행동은 함께 잘 살기 위한 스미스의 견해에 위배되어, 그의 분노를 자아낸 셈이다. 부(富)가 행복을 가져다준다는 말은 일부는 맞지만 전부가 아니다. 목적이 아니라 도구이어야 할 부(富)의 축적을 추구할 때야말로 도덕적인 감정이 우선해야 한다. 그것이 실현될 때 진정한 행복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덴마크 국민들이 행복을 가장 크게 느끼는 것은 소득의 50%이상을 세금으로 내는 일이 흔쾌히 전제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방글라데시 국민들이 느끼는 높은 행복지수와 차별된다. ‘국가의 부의 성질과 원인에 관한 탐구’는 ‘도덕적 감정의 일반화’가 전제되어 나온 결과물이다. 현대에 부활한 애덤 스미스의 말대로 ‘정의와 자유가 진보를 가져오’려면 물질적 부의 무절제한 추구는 도덕적 부패와 정신적 빈곤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

 법칙을 만드는 전통이라는 상급법원보다 더 높은 상급법원은 양심과 분별력이 아닐까. 양심은 '내면의 공명정대한 관찰자'이자 심판관이다. 우리는 모두 경제활동을 한다. 소비자인 동시에 노동자로서 어떤 의미에서는 관중이기도 하다. 관중은 경쟁자를 밀어뜨리는 부도덕한 선수를 증오할 것이고 노동에 대한 관대한 보상을 받지 못하면 참신한 인적 자원으로서 역할하지 못할 것이다. 소비자로서도 최대한 도덕적 감정을 지녀야 할 일이다.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손쉬운 입장이기도 한데 귀찮다는 이유가 실천에 방해가 되기도 하니 ‘나부터’가 중요하겠다. 애덤 스미스는 상인과 제조업자의 ‘비열한 강탈’을 비난했다. ‘그들의 대화는 대중을 기만하기 위한 음모나 가격을 올리려는 계략으로 끝난다.’라고 경고했다.

 당시 스미스와 친분이 있었던 흄, 볼테르, 루소, 1758년 화폐의 흐름을 분석한 『경제표』로 유명한 중농주의 학파의 케네가 함께 만나 떠드는 자리를 엿보기는 꽤 흥분된다. 책은 부, 쇄신, 덕성이라는 부제를 달고 3부로 나누어 이야기의 호흡을 고르게 한다. 흔히 알고 있듯 ‘보이지 않는 손’을 강조한 자유무역론의 고전주의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와의 깐깐하면서도 명쾌한 여행에 배낭 하나 달랑 매고 동참하는 기분이 들 것이다. ‘국부론’이나 ‘도덕감정론’을 읽은 적이 없고 경제학에 문외한인 나 같은 독자도 두루두루 흥미로운 요소를 발견하고 동감할 수 있는 책이다.



* 오자로 보이는 몇 가지

p118 아래에서 6번째 줄 ; 그 밖의 것에 대해서는 철저하고 자유를 보장하고? 
                                                                       (‘철저하게’가 아닌지?)
p173 위에서 2번째 줄 ; 향나무 숲 속 지났다. (‘숲 속을’이 아닌지?)
p275-p289  책장 하단 ;  상급 법워에의 항소 (-->법원에의)

 


*엉뚱하지만 즐거운 생각 하나 ; 이 책이 영화화된다면 ‘다빈치코드’와 흡사한 구조와 분위기가 될 것  같다. 소설적 재미를 위해 의도적으로 넣은 로맨스도  그렇고. 지적 매력이 물씬한 리차드 번스 역할로는 누가 어울릴까. 그리고 부활한 애덤 스미스와 자동차 정비공 해럴드의 양면적 얼굴을 잘  소화할 수 있는 배우로는? 지적 대화와 긴박감에, 미국 횡단 여행의 로드무비 형식이 될 테니 길 위에서 풍경과 동행하는 재미도 더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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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7-11-04 2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정말 성의있고 깔끔한 리뷰, 혜경님의 리뷰를 먼저 봤다면 저렇게 간단하게 리뷰를 쓰지는 않았을 거에요 흑흑 ㅋㅋ

. 2007-11-04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꼼꼼한 책 보기가 돋보이십니다. 정말 대단하세요!

2007-11-04 23: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07-11-05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디양님, 캄사해요^^ 흐흑 ㅎㅎ
노피솔님, 내용이 워낙 좋은 책이더군요.^^

비로그인 2007-11-05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흄과 스미스는 천재들이지요.


2007-11-05 13: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1-05 16: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소나무집 2007-11-05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자 보이는 건 직업병이시군요. 저도 책 읽다 보면 연필 들고 오자 찾는 데 열중하고 있는 저를 발견하곤 한답니다.

프레이야 2007-11-05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사님, 그런가요.^^ 천재들은 앞서서 통찰한다는 공통점이 느껴집니다.
도덕철학에 먼저 깊이 관심있었던 스미스였는데.. 저도 그렇게만 알고
있었던 부분이지만, 그 내용이 흥미롭게 읽혀지는 책이었습니다.

소나무집님, 직업병인가요? ㅎㅎ 열중하기보다 그저 눈에 들어오니까요..
하드커버를 싸고 있는 비닐커버도 꽤 근사해보였는데 읽기엔 거추장스럽더군요. 빼놓고 읽었지요.

비로그인 2007-11-05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경님, 잘 지내시지요. ^^제 글에 덧글도 하나 남겨주시고. 고맙습니다. ㅎㅎ^^
날씨가 쌀쌀해요. 가을도 아니고 겨울도 아니고 그 경계 어디쯤에 있는것 같아요
감기 조심하세요. 늘 건강하시구요. ^^

프레이야 2007-11-06 08:32   좋아요 0 | URL
알리샤님, 11월은 늘 그런 것 같아요. 경계 어디쯤.
그래서 더 이뻐해줘야 할 것 같은 달이에요.^^
이것저것 복닥대는 마음이지만 조금은 쌀쌀한 늦가을이 좋으네요.
 

 

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




Dylan M. Thomas




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
Old age should burn and rave at close of day;
Rage, rage against the dying of the light......

Garve men, near death, who see with blinding sight
Blind eyes could blaze like meteors and be gay,
Rage, rage against the dying of the l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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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순히 저 휴식의 밤으로 들지 마십시오




딜런 M. 토머스


그대로 순순히 저 휴식의 밤으로 들지 마십시오.
하루가 저물 때 노년은 불타며 아우성쳐야 합니다.
희미해져 가는 빛에 분노하고 또 분노하십시오.

죽음을 맞아 침침한 눈으로 바라보는 근엄한 이여,
시력 없는 눈도 운석처럼 타오르고 기쁠 수 있는 법,
희미해져 가는 빛에 분노하고 또 분노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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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ylan M. Thomas

영국시인(1914~1953) 첫 시집이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며 젊은 천재시인으로 인정 받았고

이후 1930년대를 대표하는 시인이 되었다. 가난에 시달리면서도 위선에 맞서고 전쟁을

증오하며 생명이 넘치는 시를 쓰고자 했다.





- 장영희의 영미시산책 <축복>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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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11-03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음, 딜란 토마스의 시 좋아요. 마구 살아있다는 느낌을 주는군요.

프레이야 2007-11-04 09:01   좋아요 0 | URL
새초롬님, 굿모닝! 늦잠을 달게 주무시고 계시려나요.^^
네, 분.노.에요 (님에게 아니고)
방금 카페라떼 만들어 시나몬 살짝 뿌려서 마셨어요.
즐거운 일요일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