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마지막 여름 고학년을 위한 반딧불 동화 3
유타 리히터 지음, 이지영 옮김, 문지현 그림 / 해와나무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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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그래도 뭔가 믿을 만한 게 필요하잖아. 그런 게 없다면 어떻게 살아가란 말이야!”(p132)

 주인공 안나가 유일한 남자친구 다니엘에게 하는 말이다. 열셋의 나이에 생각지도 못한 슬픔을 맞아야 하는 친구와 그 모습을 보며 많은 변화를 겪는 안나. 그 변화는 아무런 표정 없이 잔잔히 흘러가는 강물처럼 물밑에서 은근하고 깊게 일어나는 변화다.

 책제목 <우리들의 마지막 여름>은 주제를 함축하고 있는 3개의 단어로 조합된다. 그것을 키워드로 보고 책을 읽어도 좋다. 사람 사이의 관계를 말하는 ‘우리들의’, 죽음을 말하는 ‘마지막’. 그리고 길게만 느껴졌던 유난히 더운 ‘여름’은 호된 열병과도 같이 사람을 단련시키는 시련으로 읽을 수 있다. '마지막'이란 말은 역설적으로 희망적이란 것을 책을 다 읽고 나면 느낄 수 있다. 드러나는 아픔과 드러나지 않는 아픔이 자연스러운 감동으로 이어지고, 제목에서 느껴지는 서정성이 돋보인다. 아름다운 풍경묘사와 함께 계절을 읽을 수 있는 미려한 문장이 잔잔한 감흥을 준다. 하지만 마냥 감상적이지 않고 새로운 인식으로 이끌어주는 점이 마음에 든다.

 안나와 다니엘은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예견하며 그것을 받아들이기까지 좀 다른 모습을 보인다. 막연한 두려움으로 죽음을 앞에 둔 사람 곁에 가기조차 꺼리는 안나와는 달리 죽음 앞에서 분노하고 그것을 이겨보려고 애쓰는 다니엘은 결국 신에 대한 생각에 이른다. 두 사람이 나누는 하느님의 존재에 대한 이야기는 해답이 있는 건 아니지만 정신적 성장에 의미있는 대화다. 하느님이 없다면 기도를 해도 소용없는 것이고 우리가 믿거나 안 믿거나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그렇다면 다니엘의 말처럼 수호천사도 기적도 없는 것이다.

 그래도 뭔가 믿을 만한 게 필요하다는 안나의 말에 다니엘은 창꼬치를 내세운다. '꼬맹이들 동화 속에 나오는 이야기일 뿐인‘ 수호천사나 기적 따위에 매달리느니, 창꼬치 신에게 도전해 보겠다고, 창꼬치를 잡기만 하면 분명 엄마는 건강해질 것이라고 믿는 다니엘. 창꼬치를 잡고 칼로 머리를 찌르고 심장을 꺼내 한 손에 쥐어도 펄떡대는 그 물고기의 생명력을 믿고 싶은 다니엘을 점점 이해하게 되는 안나는 자신도 모르게 자라고 있었던 것이다. 생생하게 살아있는 캐릭터와 미려한 문장에 실은 인물들 내면의 움직임이 마음으로 전해지는 책이다.


 결말 또한 식상하지 않다. 현실적으로 공감되며 가슴 뻐근한 감동이 절제된 감정으로 전해온다. 6학년 아이들과 함께 읽고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어른들과의 심적 갈등, 이성친구와 동성친구 등 교우관계, 가까운 사람들의 죽음과 죽음 그 자체에 대한 생각, 그리고 호된 시련을 두고 관계가 개선될 수 있는 마음의 조건들. 아이들이 미처 깨닫지 못하는 어른들의 세계와 어른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들의 세계가 조금은 좁혀져가는 순간의 기쁨 또한 한 인간을 성숙하게 하는 경험이다.

 역시! 우리는 뭔가 믿을 만한 게 필요하다. 그런 게 없다면 어떻게 살아가란 말인가. 하지만 다니엘이 다시 창꼬치를 잡을 일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해 여름 그 이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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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송이 2007-11-22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타 리히터'의 작품중에 <내 이름은 개>와 <눈깜빡이 인형 아나벨라>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음... 독특한 느낌의 작가라고 생각했었답니다.
이 책도 관심이 갑니다.

프레이야 2007-11-23 08:59   좋아요 0 | URL
뽀송이님, 많이 읽으셨네요. 아주 멋진 작품이더군요^^

소나무집 2007-11-23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열세 살에 마지막이라니...
제목을 보는 순간 '마지막'이라는 단어가 마음에 안 들었는데 역설적으로 희망을 이야기하는 거였군요.

프레이야 2007-11-23 10:26   좋아요 0 | URL
여기서 '마지막'은 성장의 전환점이란 의미로 보여요.
인생의 터닝포인트 같은 것이요. 그러니 희망이지요.
열세살 아이가 죽는 건 아니구요..
 
나를 찾아 줘 작은걸음 큰걸음 4
은이정 지음, 김경희 그림 / 함께자람(교학사)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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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이정이라는 이름을 다시 본다. 중학교 교사의 이력이 있다. 참 깔끔하니 좋은 동화 한 편을 만났다. 제목 ‘나를 찾아 줘’와 우울한 색감의 책표지가 잘 어울리는데 노란색 스포트라이트 한가운데에 한 소년이 서 있다. 역시 어딘지 어두워 보이는 그 아이는 방향을 잃고 주춤하니 슬픈 눈을 하고 있다. 제목도 표지도 호기심 끌기에 충분하다.

 등장인물의 배치에 가장 매력을 느꼈다. 주인공 영민이는 열한 살의 깔끔하고 감수성 풍부한 남자아이다. 영민이의 대척점에는 송복만이라는 뻥쟁이가 있다. 야릇한 행각을 벌이고 지저분한 그 아이를 아무도 말릴 수 없다. 그렇다고 누구와 친하게 지내는 것도 아니다. 이야기는 이 두 아이의 갈등을 주로 다루고 그것이 해결되는 과정을 그린다.

 이렇게 단순한 구조라면 이야기는 더 이상의 매력을 끌기에는 부족하다. 여기에 김진수라는 ‘미귀가자’가 끼어있다. ‘미귀가자’란 목요일 방과 후로 집에 들어오지 않은 진수의 실종신고 수배 광고지에 적힌 용어다. 진수의 실종사건을 두고 추측과 억측이 난무한다. 그 와중에 영민이의 눈을 따라다니는 글귀가 ‘나를 찾아 줘’다. 그 글귀는 교문 옆 기둥에서 처음 발견되어 점점 영역을 넓혀간다.

이야기는 이렇게 복선을 깔며 몇 개의 가지를 쳐두고 점점 미궁 속에 빠져든다. 그것은 미귀가자인 진수에 대한 의혹으로 더 심해진다. 중후반으로 가면서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하는데 영민이와 복만이의 생활이 조금씩 드러나고 놀라운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이야기의 흐름에 억지가 없고 인물들의 감정에도 반감이 일지 않는다. 인물들의 캐릭터가 잘 살아있어 경쾌하다. 문장도 간결하고 전개도 산뜻한 편이다. 이야기는 영민의 일기형식이다. 그러니까 12월7일 일요일의 일기에서 하루도 빠지지 않고 22일 월요일의 일기로 맺는다. 길지 않은 기간의 결코 짧지 않은 이야기다. 숨기지 않고 쓰는 일기를 빌어 영민이의 비밀이자 아무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은 약점을 들춰낸다.

이 책은 조금은 다른 가족의 형태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게 한다. 입양가족, 소년소녀가장, 재혼가정... 이런 주제를 담고 있는 동화는 여럿 있다. 대개는 비슷한 스토리라인을 갖는다. <나를 찾아 줘>는 각각의 가정에서 부모가 감당해야할 몫에 대한 생각은 축소시키고 모두 아이들의 입장에서 그 가족의 의미를 해석하려고 한다. 그 시선이 독특하고 집중력을 잃지 않게 한다. 문제는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다. 자신의 처지를 인정하고 그것을 약점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것이 우선이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이 책은 어떤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방향을 찾으라고 권한다. 생각보다 가까이, 단순한 것에 있다.

이 책이 말하는 더 근본적인 문제는 거짓말과 자기정체성에 대해서다. 없는 말을 꾸며서 하는 것만이 거짓말일까. 감추고 말하지 않는 것도 소극적 의미의 거짓말이다. 둘의 공통점은 약점을 감추려는 의도로 하면 할수록 거짓말은 늘고 그럴수록 진짜 자기 모습은 잃어간다는 점이다. 나를 찾아 줘!  애원 같기도 하고 주문 같기도 한 이 다섯 자가 유령처럼 곳곳에 떠돌아 다닐 때 영민이는 자기의 정체성에 의구심을 품기 시작한다. 상처 받았던 지난 일이 다시 일어날까봐 두려워서 말하지 못하는 자신의 약점, 그것이 드러날 때 받을 타인의 편견과 무시를 이겨낼 용기가 없는 것이다. 결국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길 자신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아이들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언제나 진솔하고 의외로 사려 깊다. 성규처럼, 타인은 자신의 약점이나 비밀에 생각만큼 지대한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응, 그래?” 그 정도다. 아이들은 그렇다. 그들의 명랑한 방식이 서로가 서로의 진실한 거울이 되어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른들의 세계에서보다 훨씬 믿음직스럽고 순한 방식으로 약점이라고 생각한 것들도 흐려지고 더욱 마음이 자라는 사람이 될 것이다. 결말의 방식도 도식적이지 않고 잔잔한 웃음을 머금게 한다. 전체적으로 걸림이 없이 잘 읽히는 책이다.

 4학년 아이들과 함께 읽었다. 아이들에게도 자신의 약점이나 고민, 그 해결방법을 써보게 했다. 비싼 게임기가 사고 싶은데 엄마와 의견이 맞지 않아 고민하는 남자아이, '박지성'이란 이름 때문에 놀림을 받아 속상했지만 좋은 쪽으로 생각하게 된 여자아이, 공부하는 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아 고민인데 “점을 보니까 넌 대기만성 형이래. 그러니까 꾸준히 열심히 하는 거야.” 라고 말해준 엄마의 말에 힘을 얻은 아이도 있었다. 제일 재밌는 글은 “내 털을 더 자주 보일 거야.”라고 쓴 여자아이. 팔에 너무 길고 새카만 털이 나 있어 여름에도 반팔을 잘 안 입으려고 했고 원숭이라는 별명도 있었는데 어느 날부터 과감하게 팔을 내놓는다고 했다. 앞으로는 털을 더 많이 보이겠다고 당당히 말하는 아이, 얼굴만큼이나 어찌 예쁜지. ^^

 

'제1회 소천아동문학상 신인상 수상작'이라는 띠지를 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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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도시를 하나 세울까 해 VivaVivo (비바비보) 2
O.T. 넬슨 지음, 박중서 옮김 / 뜨인돌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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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뜨인돌 청소년소설 시리즈 Viva Vivo(에스페란토 어로 살아있는 삶) 제 2권이다. 비교적 독특한 상황 설정과 인간성에 비춰볼 때 대체로 그럴 법한 사건이 위기를 넘나들며 펼쳐진다. 결말은 안정권으로 맺으면서 다소 열려 있는데 어느 정도 독자에게 맡겨두면서도 방향은 정해주는 쪽이다. 원제는 'The girl who owned a city'이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여자아이가 도시를 하나 세우고 자기 소유로 하여 그것을 지키는 이야기다. 그렇다고 이렇게 단순할까. 일단 열두 살의 리사가 그런 야심을 갖게 된 동기는 현실에서 일어난다면 아주 끔찍할 수도 있는 일에서 출발한다. 미래에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날 수도 있을까. 아무튼 그 동기는 자의가 아니라 재해다.

 열두 살이 ‘기성’세대가 되어야하는 어느 나라(혹은 도시)는 지구상 과거, 현재, 미래에 있었지도, 있지도, 있기가 쉽지도 않을 공간이다. 하지만 그 공간은 과거와 현대의 어느 시간에나 속해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폐쇄된 공간에서 열두 살 미만의 아이들이 펼치는 사건에서 많은 부분 현실 속의 이야기로 읽히는 부분과 깨닫게 되는 점들이 있다. 절정 부분에서 직접적으로 들리는 교훈조의 구절이 좀 걸리긴 한데 리사가 다섯 살 동생에게 들려주는 침대머리맡의 이야기 식으로 풀어놓아 그나마 그런 부분을 좀 요령있게 넘어가려는 것 같다.

 삶의 가치를 획득해야 행복을 이룰 수 있다는 것!  삶의 가치란 개개인의 기준이 다를 수 있겠지만 리사를 통해 작가가 말하는 삶의 가치는 ‘도전’과 ‘생각’으로 요약된다. 생필품이 없어 굶어죽을 수도 있는 어려운 상황에서 리사만은 다른 아이들과 다른 생각으로 다른 행동을 선택했다. 자신과 동생을 지키고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가장 중요한 점은 두려움을 몰아낸 것이다. 아이들이 만든 갱단에 맞서 도시를 탈환할 수 있었던 힘도 두려움 없이, 얻은 것들을 지키려는 의지 덕분이었다.

 눈여겨 볼 점은 리사가 많은 아이들의 리더가 되어 회의를 열어 논의를 모으고 강력한 힘과 부드러움을 적절히 발휘하는 능력이다. 책임감이 투철하고 힘든 일에 솔선하며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은 구체적인 보상을 해서 얻어냈다. 다섯 살 어린 아이들에게도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맡기고 자립심과 자생력을 길러주었다. 그저 나누어주는 식의 도움은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찾고 키운 것(도시)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자 다른 아이들은 비난했지만 리사는 자신의 소유권을 논리적으로 납득시켰다. 소유권의 문제는 어린 아이들이 ‘정말로 자기 것이라고 할 수 있는 장난감’을 하나라도 가지고 싶어 하는 심리를 리사가 읽어내는 것으로 다시 독자로 하여금 생각하게 한다.

 리사는 모든 일에 ‘계획’을 세우고 ‘생각’을 하는 자신과 달리 ‘생각’을 하지 않는 다른 아이들을 이상하게 여겼다. 물론 연날리기에 좋은 5월을 그냥 넘겨버린 건 아깝지만 지금은 더 중요한 일이 코앞에 있으니. 갱단에 맞서 싸우고 성을 지킬 의용군을 짜고 협력과 전략으로 3개의 갱단을 무릎 꿇리는 리사가 이 책이 보여주는 멋진 리더상이다. 여자라고 얕보면 큰일 나는 광경을 여러 군데서 볼 수 있어 통쾌하다. 감상적이거나 동정심을 유발하려는 장치는 아예 없다.

 리사가 농장이 아니라 학교를 도시의 근거지로 삼았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 특히 넓은 도서관이 있다는 점을 무척 기뻐했다. 아이들만 사는 도시 글렌바드를 세운 리사는 ‘좋은 걸 얻었을 때는 어떻게 하면 그걸 지켜나갈까’를 궁리한다. 그리고 도저히 바꿀 수 없는 부분은 잊어버리려고 한다. 대신 나쁜 일이 생겼을 땐 그걸 어떻게 좋게 바꿀까를 생각할 것이다. 지도자 리사의 행보에 두근거린다. 권력의 중심에 있는 리사가 어떻게 권력을 분산하여 참다운 행복의 도시를 꾸려갈지. 리사 혹은 리사의 도시는 현실의 아이들이 흔히 겪는 학교(폭력)문제를 이길 수 있는 ‘용기와 지혜’에 대한 알레고리이기도 하다. 또한 갱단의 두목과 그 수하에 있는 애들의 심리 또한 두려움에 근거한다는 걸 알 수 있다. 간간히 만화처럼 들어가 있는 삽화와 지도가 결코 가볍지 않은 사건과 주제의 무게를 덜어준다.

 읽으며 아쉬웠던 점을 몇 꼽아야겠다.

 1. 위기를 극복하고자 동분서주 하는 리사는 자신을 일찍이 미국 식민지 정착민에 빗댄다. 순례자라고 칭하는 그들에 비해 내이티브 아메리칸들을 인디언이라고 칭하며 서술하는 아래의 구절은 거슬린다.

 - 그들 역시 우리처럼 고생을 했다. 인디언들의 침략에도 대비해야 했을 것이다. 그 인디언들은 아마 탐 로건의 유치한 협박보다 훨씬 더 끔찍했을 것이다. 순례자들이 자유를 찾아 바다를 건넌 이유는 왕과 독재자들에 짓밟혀 살아가는 것보다는 차라리 배고픈 자유가 더 낫다는 생각 때문이었으리라. (p75)

2. ‘사실은/사실’이란 말이 유행어처럼 번진 건 근래 들어서다. 이 책이 쓰인 건 30여년 전이지만 우리나라 초판 1쇄는 올해 10월10일이다. 그래서인지 ‘사실은’이란 말이 자주 발견된다. 나는 이 말에 과민하게 두드러기가 돋기 때문에, 원문에도 ‘사실은’에 해당하는 단어가 있었던 것인지 역자의 언어습관으로 들어간 것인지 의문이 난다.
 예를 들면,

 - 장난감이 몇 개 없었기 때문에 자기가 좋아하는 걸 차지하려고 항상 싸우곤 했다. 질조차도 사실은 그 때문에 종종 화를 내곤 했다. ...... ‘나눔? 어쩌면 그거야말로 문제의 가장 큰 원인일지도 몰라.’ 리사는 어느 날 아침에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리사는 이 생각을 바탕으로 뭔가를 행동으로 옮기기로 했다. 사실 장난감 개수만 따져보면 한 명당 두세 개는 가질 수 있을 정도로 충분했지만,..... (p145) 

---> ‘사실은/사실’을 빼고 읽어도 내가 보기엔 아무런 지장이 없고 오히려 깔끔하다.

3. p221 중간쯤

 - 리사는 아까 집어던진 책을 다시 집어서 순환계를 그린 화보를 살펴보았다. 리사는 책과 리사의 팔을 번갈아서 보고 또 보았다.

---> 내용상 밑줄 친 ‘리사는’은 ‘질은’의 명백한 오역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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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7-11-13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뜨인돌의 이 시리즈는 청소년을 위한 책이군요.
보물창고의 클래식 시리즈 같은... ^^

프레이야 2007-11-14 07:43   좋아요 0 | URL
네 청소년 소설 시리즈라고 해요. 중1정도부터 보면 될 것 같아요.
소개되지 않았던 소설을 번역하고 있어 참신하구요.. 이것도 재생용지
냄새 팍팍 풍겨요~~ 가벼워 좋아요.
 
좁쌀 한 알 - 일화와 함께 보는 장일순의 글씨와 그림
최성현 지음 / 도솔 / 2004년 5월
품절


어려움에 처했을 때는 '아, 수행하라는가 보다' 생각하고 자신의 삶을 돌아다보는 게 좋다. 그것을 장일순은 '바닥을 기어서 천 리를 갈 수 있어야 한다'는 그만의 언어를 써서 표현했다. 납작 엎드려서 겨울을 나는 보리나 밀처럼 한 세월 자신의 허물을 닦고 가다보면 언젠가는 봄날이 온다는 것이다. 겨울에 모가지를 들면 얼어 죽는다는 것이다.-63쪽

여汝보세요
평생을 피곤하게 가시는 당신에게 드리고 싶은 것이 마음에 있는데 표시가 잘 안 되네요. 오늘 보니까 피나무로 만든 목기가 있어 들고 왔어요. 마음에 드실지. 이 목기가 겉에 수없이 파인 비늘을 통해 목기가 되었듯이 당신 또한 수많은 고통을 넘기며 한 그릇을 이루어가는 것 같아요.-82쪽

"세상의 농심이란 농심은 모두 다 라면 속으로 사려져 버렸습니다."
한원식이 말하는 세태 비판이었다. '참, 말이 싱싱하구나!'하는 생각을 하며 장일순은 한원식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중략)
"그렇게 옳은 말을 하다 보면 누군가 자네를 칼로 찌를지도 몰라. 그럴 때 어떻게 하겠어?
그땐 말이지, 칼을 빼서 자네 옷으로 칼에 묻은 피를 깨끗이 닦은 다음 그 칼을 그 사람에게 공손하게 돌려줘. 그리고 '날 찌르느라고 얼마나 힘들었냐고, 고생했냐'고 그 사람에게 따뜻하게 말해주라고. 거기까지 가야 돼."-116 쪽

한편 최병하는 이렇게 말했다.
"모월이란 '가부장은 가라'는 뜻이라고 봐도 돼. 가부장적 사고를 버리고 어머니 품 같은 자세로 살자는 거야. 어머니는 참 대단하지 않아?... 그 안에 세상이 다 안긴단 말이야. 그것이 선생님이 말씀하신 母였어요.
월, 곧 달은 칠흑같이 어두운 세상에서 길 안내를 하는 존재지. 술에 취한 놈이든 도둑놈이든 가림이 없지. 남녀노소 가림이 없어요.
이 두 가지가 합쳐서 모월이야. 이 모월에 들어오면 나갈 수가 없어. 편안하니까, 신나니까. 그런 원주를 만들자는 뜻이셨지."-119쪽

장일순은 이야기를 이어갔다.
"사회를 변혁하려면 상대를 소중히 여겨야 해. 상대는 소중히 여겼을 적에만 변하거든. 무시하고 적대시하면 더욱 강하게 나오려고 하지 않겠어? 상대를 없애는 게 아니라 변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면 다르다는 것을 적대 관계로만 보지 말았으면 좋겠다, 이 말이야."-156쪽

기자가 놀랍다는 듯이 물었다.
"그런 혁명도 다 있습니까?"
"혁명은 새로운 삶과 변화가 전제가 되어야 하지 않겠소? 새로운 삶이란 폭력으로 상대를 없애는 게 아니고, 닭이 병아리를 까내듯이 자신의 마음을 다 바쳐 하는 노력 속에서 비롯되는 것이잖아요? 새로운 삶은 보듬어 안는 정성이 없이는 안 되지요."
장일순은 내개 이런 말을 자주 했다.
"서로 때를 닦되 버리는 일은 없어야 돼."-157쪽

"선생님, 꼭 책을 쓰십시오. 그렇게 해야 선생님의 훌륭한 말씀을 여러 사람이 들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장일순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그건 말이지, 엄청난 일을 해놓고도 아무 흔적 없이 사라지신 분들이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지 니가 몰라서 하는 말이야."-183쪽

장일순이 있는 곳에는 산소가 있었다. 그 산소를 마시고 사람들은 잃어버리고 살던 청년의 가슴을 회복하고는 했다.
태백에서 건설업을 하는 박해성은 20대 후반에 장일순을 만났다.
"어렵지 않고 편안해서 좋았어요. 그러면서도 조심스러웠죠. 그래서 편안하면서도 바짝 깨어 있어야 했어요. 그 덕분인지 댁을 나올 때면 그때마다 새롭게 바뀌어 있는 저를 발견하고는 했어요."
박해성도 '장일순표 산소'를 마셨던 모양이다.-188쪽

그 아이에게 배우라는 것은 곧 그 아이의 때묻지 않은 마음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그렇게 천진한 마음, 순수한 마음으로 글씨를 써야 한다는 뜻이었어요.
심중무물心中無物이라 했다.
마음속에 아무것도 없다는 뜻이다. 마음속에 든 것이 있으면 편안하지 않다. 그것이 부끄러움일 때는 더욱 그렇다. 대통령이면 뭐하고, 부자면 뭐하랴. 가슴에 뭘 두고는 행복하지 않은 걸.-208쪽

'어디서나 제 안의 주인공을 잃지 않으면 어디에 사나 참되리라.'
는 임제 선사의 <임제록>에 나오는 유명한 글이다. 조주 선사는 '사람들은 24시간에 부림을 당하지만 나는 그 24시간을 부린다'는 글을 남겼는데, 어디서나 주인 의식을 잃지 않는다는 것은 그런 뜻도 되리라. 24시간을 부린다...-25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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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모시의 유산 VivaVivo (비바비보) 1
시오도어 테일러 지음, 박중서 옮김 / 뜨인돌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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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르틴 루터 킹 목사가 암살된 이듬해 1969년에 이 책이 처음 세상에 나왔다는 사실은 의미 있는 일이다. 작가는 아래와 같은 감동적인 글로 킹 목사에게 이 책을 헌정하는 듯하다.

“킹 박사님(Dr. King)의 꿈, 오로지 젊은이들이 알고 이해했을 때에야 실현될 수 있는 그 꿈에 이 작품을 바칩니다. 1968년 4월 캘리포니아 주 라구나 비치에서”

 이 책의 공간적 시간적 배경 또한 흥미롭다. 1942년 독일 잠수함이 카리브해에 나타나 위협을 가하고 있는 즈음의 일이다. 그해 4월, 주인공인 열두 살 필립은 엄마와 전쟁의 위험을 피해 화물선을 탄다. 정든 해안마을을 떠나고 싶어 하지 않는 필립은 그곳을 떠나야한다고 주장하는 엄마와 자식으로서 동행한다. 그런데 예정된 운명을 독자도 눈치 채지 못하고 사건은 아주 뜻밖의 방향으로 간다. 카리브 해 지도를 포함해, 처음부터 마치 논픽션을 읽는 것같이 실제적이다.

마치 <라몬의 바다>나 <나의 산에서>처럼 주인공 남자아이가 겪는 모험이야기가 손에 잡힐 듯 생생하다. 최대한 작가의 개입이 없이 지나친 감정의 분출이나 세세한 묘사도 절제되어 있다. 오히려 이야기에 온전히 빨려들게 하는 장점이 된다.

 눈치 챘겠지만, 이 책의 주요 주제는 성장이다. 성장은 타인에 대한 이해와 편견 없는 배려를 바탕으로 한다. 필립이 가지는 흑인에 대한 편견, 타인에 대한 의심, 생존에 대한 무능력함 등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이 독자에게 서서히 흡수되어 감동을 준다. 작가가 필립의 시력을 6개월가량 앗아간 의도는 굴절된 색안경을 벗긴 것과 비슷하다. 마음으로 느끼고 감각으로 순수하게 세상을 받아들일 수 있는 경험. 그것은 눈을 잃고서야 얻은 귀중한 유산이었다.

 악마의 아가리를 덮치는 폭풍우 속에서도 꿋꿋이 살아남은 필립은 어떤 유산을 자신이 가지게 되었는지 점차 깨달아간다. 섬에 갇힌 티모시는 울며 징징대는 필립에게 그런 짓이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걸 알게 하고 한 가지 해야 할 일이 있다고 무릎을 친다. 살아남기! 다소 유약한 ‘도련님’ 행세를 하려는 필립에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산을 물려준 티모시는 필립의 생에 잊지 못할 친구다. 살아남고자 필요한 자산은 책에서 읽고 배운 지식보다는 풍부한 경험과 실전에서 얻은 능력이다. 어른이 다 해주기를 기다리고 나약한 심성을 버리지 못하는 아이들, 자신도 모르게 편견에 사로잡혀 있는 청소년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그리고 성큼 성장하고픈 기대와 따뜻한 심성을 겸비하고 싶은 사람, 그리고 유산으로 무엇을 물려줄까 한 번쯤 생각해본 부모들에게도.

 이 책은 뜨인돌 출판사의 청소년 문학 시리즈 1탄이다. VivaVivo! '살아있는 삶‘이라는 에스페란토 어라고 한다. 원제는 <The Cay>인데 1969년에 쓰인 책이 아직도 식지 않은 감명을 주는 것이 예사롭지 않다. 초등 6학년도 독서력이 있다면 읽기 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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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7-11-10 0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청소년 도서라면 관심 집중이라 추천!
VivaVivo 살아있는 삶...의미심장하군요^^

프레이야 2007-11-10 08:29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좋은 책이었어요. 재생용지로 만들어 가벼워서 좋구요.
무게만큼 내용은 가볍지 않고 묵직한 주제가 감동이에요.
결말이 작위적이지 않은 점도 좋았어요. 만약 장님으로 살아가며
꿋꿋이 어려움을 이기고,,, 뭐 이런 설정이라면 식상할텐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