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모시의 유산 VivaVivo (비바비보) 1
시오도어 테일러 지음, 박중서 옮김 / 뜨인돌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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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르틴 루터 킹 목사가 암살된 이듬해 1969년에 이 책이 처음 세상에 나왔다는 사실은 의미 있는 일이다. 작가는 아래와 같은 감동적인 글로 킹 목사에게 이 책을 헌정하는 듯하다.

“킹 박사님(Dr. King)의 꿈, 오로지 젊은이들이 알고 이해했을 때에야 실현될 수 있는 그 꿈에 이 작품을 바칩니다. 1968년 4월 캘리포니아 주 라구나 비치에서”

 이 책의 공간적 시간적 배경 또한 흥미롭다. 1942년 독일 잠수함이 카리브해에 나타나 위협을 가하고 있는 즈음의 일이다. 그해 4월, 주인공인 열두 살 필립은 엄마와 전쟁의 위험을 피해 화물선을 탄다. 정든 해안마을을 떠나고 싶어 하지 않는 필립은 그곳을 떠나야한다고 주장하는 엄마와 자식으로서 동행한다. 그런데 예정된 운명을 독자도 눈치 채지 못하고 사건은 아주 뜻밖의 방향으로 간다. 카리브 해 지도를 포함해, 처음부터 마치 논픽션을 읽는 것같이 실제적이다.

마치 <라몬의 바다>나 <나의 산에서>처럼 주인공 남자아이가 겪는 모험이야기가 손에 잡힐 듯 생생하다. 최대한 작가의 개입이 없이 지나친 감정의 분출이나 세세한 묘사도 절제되어 있다. 오히려 이야기에 온전히 빨려들게 하는 장점이 된다.

 눈치 챘겠지만, 이 책의 주요 주제는 성장이다. 성장은 타인에 대한 이해와 편견 없는 배려를 바탕으로 한다. 필립이 가지는 흑인에 대한 편견, 타인에 대한 의심, 생존에 대한 무능력함 등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이 독자에게 서서히 흡수되어 감동을 준다. 작가가 필립의 시력을 6개월가량 앗아간 의도는 굴절된 색안경을 벗긴 것과 비슷하다. 마음으로 느끼고 감각으로 순수하게 세상을 받아들일 수 있는 경험. 그것은 눈을 잃고서야 얻은 귀중한 유산이었다.

 악마의 아가리를 덮치는 폭풍우 속에서도 꿋꿋이 살아남은 필립은 어떤 유산을 자신이 가지게 되었는지 점차 깨달아간다. 섬에 갇힌 티모시는 울며 징징대는 필립에게 그런 짓이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걸 알게 하고 한 가지 해야 할 일이 있다고 무릎을 친다. 살아남기! 다소 유약한 ‘도련님’ 행세를 하려는 필립에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산을 물려준 티모시는 필립의 생에 잊지 못할 친구다. 살아남고자 필요한 자산은 책에서 읽고 배운 지식보다는 풍부한 경험과 실전에서 얻은 능력이다. 어른이 다 해주기를 기다리고 나약한 심성을 버리지 못하는 아이들, 자신도 모르게 편견에 사로잡혀 있는 청소년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그리고 성큼 성장하고픈 기대와 따뜻한 심성을 겸비하고 싶은 사람, 그리고 유산으로 무엇을 물려줄까 한 번쯤 생각해본 부모들에게도.

 이 책은 뜨인돌 출판사의 청소년 문학 시리즈 1탄이다. VivaVivo! '살아있는 삶‘이라는 에스페란토 어라고 한다. 원제는 <The Cay>인데 1969년에 쓰인 책이 아직도 식지 않은 감명을 주는 것이 예사롭지 않다. 초등 6학년도 독서력이 있다면 읽기 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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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7-11-10 0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청소년 도서라면 관심 집중이라 추천!
VivaVivo 살아있는 삶...의미심장하군요^^

프레이야 2007-11-10 08:29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좋은 책이었어요. 재생용지로 만들어 가벼워서 좋구요.
무게만큼 내용은 가볍지 않고 묵직한 주제가 감동이에요.
결말이 작위적이지 않은 점도 좋았어요. 만약 장님으로 살아가며
꿋꿋이 어려움을 이기고,,, 뭐 이런 설정이라면 식상할텐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