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 줘 작은걸음 큰걸음 4
은이정 지음, 김경희 그림 / 함께자람(교학사)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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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이정이라는 이름을 다시 본다. 중학교 교사의 이력이 있다. 참 깔끔하니 좋은 동화 한 편을 만났다. 제목 ‘나를 찾아 줘’와 우울한 색감의 책표지가 잘 어울리는데 노란색 스포트라이트 한가운데에 한 소년이 서 있다. 역시 어딘지 어두워 보이는 그 아이는 방향을 잃고 주춤하니 슬픈 눈을 하고 있다. 제목도 표지도 호기심 끌기에 충분하다.

 등장인물의 배치에 가장 매력을 느꼈다. 주인공 영민이는 열한 살의 깔끔하고 감수성 풍부한 남자아이다. 영민이의 대척점에는 송복만이라는 뻥쟁이가 있다. 야릇한 행각을 벌이고 지저분한 그 아이를 아무도 말릴 수 없다. 그렇다고 누구와 친하게 지내는 것도 아니다. 이야기는 이 두 아이의 갈등을 주로 다루고 그것이 해결되는 과정을 그린다.

 이렇게 단순한 구조라면 이야기는 더 이상의 매력을 끌기에는 부족하다. 여기에 김진수라는 ‘미귀가자’가 끼어있다. ‘미귀가자’란 목요일 방과 후로 집에 들어오지 않은 진수의 실종신고 수배 광고지에 적힌 용어다. 진수의 실종사건을 두고 추측과 억측이 난무한다. 그 와중에 영민이의 눈을 따라다니는 글귀가 ‘나를 찾아 줘’다. 그 글귀는 교문 옆 기둥에서 처음 발견되어 점점 영역을 넓혀간다.

이야기는 이렇게 복선을 깔며 몇 개의 가지를 쳐두고 점점 미궁 속에 빠져든다. 그것은 미귀가자인 진수에 대한 의혹으로 더 심해진다. 중후반으로 가면서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하는데 영민이와 복만이의 생활이 조금씩 드러나고 놀라운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이야기의 흐름에 억지가 없고 인물들의 감정에도 반감이 일지 않는다. 인물들의 캐릭터가 잘 살아있어 경쾌하다. 문장도 간결하고 전개도 산뜻한 편이다. 이야기는 영민의 일기형식이다. 그러니까 12월7일 일요일의 일기에서 하루도 빠지지 않고 22일 월요일의 일기로 맺는다. 길지 않은 기간의 결코 짧지 않은 이야기다. 숨기지 않고 쓰는 일기를 빌어 영민이의 비밀이자 아무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은 약점을 들춰낸다.

이 책은 조금은 다른 가족의 형태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게 한다. 입양가족, 소년소녀가장, 재혼가정... 이런 주제를 담고 있는 동화는 여럿 있다. 대개는 비슷한 스토리라인을 갖는다. <나를 찾아 줘>는 각각의 가정에서 부모가 감당해야할 몫에 대한 생각은 축소시키고 모두 아이들의 입장에서 그 가족의 의미를 해석하려고 한다. 그 시선이 독특하고 집중력을 잃지 않게 한다. 문제는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다. 자신의 처지를 인정하고 그것을 약점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것이 우선이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이 책은 어떤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방향을 찾으라고 권한다. 생각보다 가까이, 단순한 것에 있다.

이 책이 말하는 더 근본적인 문제는 거짓말과 자기정체성에 대해서다. 없는 말을 꾸며서 하는 것만이 거짓말일까. 감추고 말하지 않는 것도 소극적 의미의 거짓말이다. 둘의 공통점은 약점을 감추려는 의도로 하면 할수록 거짓말은 늘고 그럴수록 진짜 자기 모습은 잃어간다는 점이다. 나를 찾아 줘!  애원 같기도 하고 주문 같기도 한 이 다섯 자가 유령처럼 곳곳에 떠돌아 다닐 때 영민이는 자기의 정체성에 의구심을 품기 시작한다. 상처 받았던 지난 일이 다시 일어날까봐 두려워서 말하지 못하는 자신의 약점, 그것이 드러날 때 받을 타인의 편견과 무시를 이겨낼 용기가 없는 것이다. 결국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길 자신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아이들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언제나 진솔하고 의외로 사려 깊다. 성규처럼, 타인은 자신의 약점이나 비밀에 생각만큼 지대한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응, 그래?” 그 정도다. 아이들은 그렇다. 그들의 명랑한 방식이 서로가 서로의 진실한 거울이 되어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른들의 세계에서보다 훨씬 믿음직스럽고 순한 방식으로 약점이라고 생각한 것들도 흐려지고 더욱 마음이 자라는 사람이 될 것이다. 결말의 방식도 도식적이지 않고 잔잔한 웃음을 머금게 한다. 전체적으로 걸림이 없이 잘 읽히는 책이다.

 4학년 아이들과 함께 읽었다. 아이들에게도 자신의 약점이나 고민, 그 해결방법을 써보게 했다. 비싼 게임기가 사고 싶은데 엄마와 의견이 맞지 않아 고민하는 남자아이, '박지성'이란 이름 때문에 놀림을 받아 속상했지만 좋은 쪽으로 생각하게 된 여자아이, 공부하는 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아 고민인데 “점을 보니까 넌 대기만성 형이래. 그러니까 꾸준히 열심히 하는 거야.” 라고 말해준 엄마의 말에 힘을 얻은 아이도 있었다. 제일 재밌는 글은 “내 털을 더 자주 보일 거야.”라고 쓴 여자아이. 팔에 너무 길고 새카만 털이 나 있어 여름에도 반팔을 잘 안 입으려고 했고 원숭이라는 별명도 있었는데 어느 날부터 과감하게 팔을 내놓는다고 했다. 앞으로는 털을 더 많이 보이겠다고 당당히 말하는 아이, 얼굴만큼이나 어찌 예쁜지. ^^

 

'제1회 소천아동문학상 신인상 수상작'이라는 띠지를 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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