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희원인 스케이트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두번째로 울었다. 그것도 우리끼리 있을때가 아니라, 강습 중 다른 사람들도 많은 자리에서 말이다. 희원인 어릴 때부터 지는 걸 아주 싫어했다. 그리고 자기 성취욕이 너무 강하여, 뭔가 뜻대로 잘 되지 않으면 의욕이 앞서 눈물이 나고 화가 나고 그런가 보다.

다섯살 땐가 블럭으로 무얼 만들다 자기 의도대로 잘 되지 않자 마구 화를 내고 짜증을 냈다. 그래서 난 그럴려면 모두 버릴 거라고 말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할 수 없으면 할 필요도 없다고 엄하게 말했던 기억이 난다. 버릴려고 하니까, 다시는 안 울고 하겠다고 마음을 조금 푸근하게 먹고 다시 달려들던 기억이 난다.

희원인 자기 입으로도 '엄마, 난 지는 게 싫어." 이렇게 말하곤 한다. 난 이런 말을 들으면 가슴이 철렁한다. 내가 이렇게 가르쳤나, 반성해보다가 별로 그렇게 가르치진 않은 것 같다는 결론을 내리고 동생 희령이를 생각해본다. 같은 엄마랑 지내는데 둘은 확실히 다른 구석이 있다. 기질적으로 타고나는 성향이나 욕구에서 차이가 나는 것 같다. 영어학원 선생님으로부터도 1학년 때, 퍼즐게임에서 희원이가 좀 진다싶으면 막 화내고 울먹이고 그랬다는 말도 들었다. 나는 종종 타이르는 조로 이야기하곤 한다. '희원아, 꼭 1등이 되어야하는 건 아니란다. 그냥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만 하렴. 부끄러운 것도 아니야."

오늘 스케이트장에서 운 건 코너돌기를 하면서 마음과 같이 잘 되지 않고 빙판에 몇차례 넘어지면서 엉덩이도 좀 아프고 옷도 다 젖고 그래서이다. 저번에 운 일은, 간단한 테스트를 했는데 선생님이 희원이만 세모표를 주었기 때문이다. 엄마는 저보다 못했는데 통과시켜주고 저만 그랬다고 부끄러운 생각이 마구마구 화가 났던 것이다. 어찌 서럽게 우는지, 정말 난감했다.

희원인 샘이 많다고 말하기엔 좀 다른 쪽이지만, 아주 적절한 충고를 주는 글을 신문에서 만났다.

<샘 많은 아이 지는 법 가르쳐야>

아이를 키우다 보면 지나치게 샘이 많은 아이가 있다. 이런 아이는 형제나 친구에게 지나치게 경쟁심을 갖고 있어 부모에게 투정이 심한 편이다. 또 부모나 선생님의 사랑도 독차지하려고 하고 장난감도 친구들과 함께 갖고 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남보다 뛰어나고자 하는 욕구가 강해 성취욕도 강하다.

샘 많은 아이를 교육할 땐 가족이나 친구들과 공동으로 할 수 있는 놀이가 큰 도움이 된다. 윷놀이, 친구와 공동으로 그림그리기 등은 협동하는 마음을 기를 수 있다. 또 놀이에선 연제나 이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질 수도 있으며 졌을 때 승복하는 경험을 하게 하면 더욱 좋다.

형제들에게 사랑을 골고루 분배해 아이 스스로 '엄마 아빠는 우리를 똑같이 사랑한다'는 믿음을 갖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형제를 경쟁 대상으로 생각하는 일이 줄어든다. 친구에게 양보하고 도와주면 좋은 친구를 사귈 수 있다는 점도 알려줘야 한다.

샘 많은 아이는 일반적으로 머리가 우수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교육을 잘 시키면 품격과 지혜를 갖춘 재목으로 키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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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oove 2004-02-24 0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샘많고 승부욕강한아이도 커가면서 나아지는경우도있어요. 제가그렇거든요 오죽하면 초등학교1학년 통지표에 자기하고자하는일이잘되지않을때 의기소침해한다 라고써져있을정도로^^;
지금은 필요한승부욕조차 사라져버렸으니 문제지만 승부욕은 적절한선에서 잘길러주면 정말 좋은것같아요^^ 저는 아예사라져버렸지만..ㅎㅎ

프레이야 2004-02-24 0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groove님, 딱 우리 아이 같았군요. 엄마노릇하기 참 힘들어요. 대개 아빠와 엄마가 자녀에게서 얻는 기쁨이 약간 다르다고 하던데요. 아빠는 자녀의 성취결과물을 보고 기뻐하고 엄마는 자녀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며 기뻐한다고 해요. 정말 그런 것 같아요. 전 아이가 행복하지 않은 모습은 보기 싫거든요. 저나 아이나 적당한 승부욕과 함께 마음의 여유를 갖고 살아야겠어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전출처 : stellahan63 > 자화상



 

    자화상
    
    김춘경
    
    
    엄마라고 부르는 소리가
    무딘 감동으로 들리는 
    나이 사십 줄에 시를 읽는 여자
    
    따뜻한 국물 같은 시가 그리워
    목마와 숙녀를 읊고는
    귓전에 찰랑이는 방울소리에
    그렁한 눈망울 맺히는
    
    사랑한다는 말보다
    고맙다는 한마디에 더 뭉클해
    정성스런 다림질로 정을 데우고
    학위처럼 딴 세월의 증서
    가슴에 품고 애 닳아 하는 
    
    비가 오면
    콧날 아리는 음악에 취하고
    바람불면 어딘가 떠나고 싶고
    아직도 꽃바람에 첫사랑을 추억하며
    밥 대신 시를 짓고 싶은
    감수성 많은 그녀는
    
    두 열매의 맑은 영혼 가꾸면서
    꽃이 피고 낙엽이 질 때를 알아
    오늘도 속절없이
    속살보다 더 뽀얀 북어국을 끓인다
    
    아...
    손톱 밑에 가둬 둔 스무 살 심정이
    불혹에 마주친 내 얼굴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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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4-02-22 11: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북어국을 끓이는 것만 빼고 어찌 이리 나의 자화상과 흡사한지.
아직도 철이 안 든, 불혹을 맞이해야할, 그러나 스무살 심정을 손톱 밑에 가두고 사는 앙큼한(?) 나의 자화상이 소박하고 순수하다.

책읽는나무 2004-02-22 12: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손톱 밑에 가둬 둔 스무 살 심정이 불혹에 마주친 내 얼굴을 바라본다........."
가슴에 와 닿네요.......^^........우리네 어머님들이 그래왔을테고......나또한 손톱밑에 스무살의 감정을 숨겨두고서 인생을 살겠죠??.....얼굴엔 주름이 가득해지겠지만....마음만은 항상 젊게 살고 싶군요.....

프레이야 2004-02-22 22: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래요. 젊게 산다는 것...
호기심, 도전, 사소한 것을 향한 경이로움 같은 것을 잃지 말고 살기로 해요. 아름다움을 보는 맑은 눈 또한 꼭 간직하자구요.
 
 전출처 : waho > 이승연 파문에 대해서



 

 

 

 

 

 

 

 

 

 

정말 미쳤나 봅니다.. 미치지 않고서야 저런행동을 ...

심지어 일본에 수출을 한다네요.  진짜.. 저렇게 까지 하면서.. 돈을 벌고 싶은지.. 참 궁금하네요....

암튼 뇌가 클리어 됐다던지 무슨 심각한 병이 있는것 같네요 -_-;

돈 많이 필요한가 봅니다..차라리 네티즌들이 돈 모아서 보내 주죠..

변영주 감독님의 <낮은 목소리> 꼭 보라고 말해주고 싶읍니다. 그네들이 삶이 얼마나 처절한 것이었는지... 자칭 영화 배우니 영화로 보면 느낌이 더 오려나?

본다고 반성 할진 모르겠지만.

 

 

위안부 할머니들 그림 몇 점 올려 봅니다.


 

 

 

 

 

 

 

 

 

 

 

 

 

 

 

 

이 할머니들의 순결과 삶을 송두리채 짓밟고 갉아먹은 위에

일본이란 나무가 자라서 사꾸라꽃을 활짝 피웠음을

이 할머니들은 알고 있습니다.(강덕경 할머니 그림)

          나눔의 집  할머니들에게 큰 상처가 되었을 것 같아

          가슴이 아픕니다.

 

 

 


욕을 아무리 해줘도 괜찮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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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4-02-21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순영, 강덕경 할머니의 그림이 내내 잊히질 않아 강릉댁님에게서 퍼왔습니다.
누드사진보다 말로 다 못할 정도로 가슴을 치지 않습니까. 이런게 예술이겠지요.

stella.K 2004-02-21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그렇네요. 저도 이거 퍼갈께요.
 


Rembrandt Harmensz van Rijn- Philosopher in Meditation

내가 이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그림이다. 

 컬러 프린터로 뽑아놓고 그냥 넋놓고 쳐다보곤 했다.

따뜻한 황금색과 풍부하고 부드러운 검정색.

하얀 수염의 학자는 두꺼운 책에서 눈을 돌려 조용히 눈을 감는다. 옆에서는 아주 성실하고 착한 시종이 방안의 한기를 쫓아내기에 여념이 없다. 그는 학자가 조용히 명상하는 습관을 아주 잘 알고 그에 맞는 조심함을 갖추었으리라....

런던에서 발견한 이 그림에 (발견했다는 느낌이 정확한지 모르겠다. 이 그림을 보자마자 너무나 낯익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왜 그리 빠져들었는지 모르겠다.

따뜻하고 안전하고 조용한 세계.

최근에 본 어떤이의 평에서는 이 철학자가 절망에 빠져있다고 했다. 하지만, 렘브란트의 다른 그림이 어떻든간에 이렇게 열기가 전해질 듯 따뜻한 색감으로 절망을 표현했다고는 믿고 싶지 않다.

영국 National Gallery에 있는 것은 모사작이고 원작은 Louvre에 있다. 영국에서 있을 때 시간이 있을 때 마다 가서 그 앞 까만 소파에 앉아 보고 엽서쓰고 또 보고 일기쓰고 또또 보고 음악 듣었던 그 그림. 돌아와서 이 그림이 너무 그리워 National gallery에 포스터를 사고 싶다고 문의했더니 (온라인에서는 없었다) 그 사람이 손수 컬러 프린터로 뽑아서 보내주었다. 그림만큼이나 아름다운 마음씨였다. 이런 그림을 좋아하는 이들은 통하나 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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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4-02-15 0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찬란한 명암의 대조가 깊은 명상의 세계를 느끼게 하군요. 나선형 계단으로 올라가는 곳에 입 벌리고 있는 시커먼 구멍과 창밖의 햇살과 시종이 피우는 장작불의 황금색 빛덩이가 삶과 죽음의 극명한 대조를 보이는 것 같아요. 순전히 나만의 느낌으로... 하지만 두가지 톤으로 표현한 느낌이 묘하게 조화되어 나선형의 중심부로 빠져드는 느낌이에요. 그렇게 세상의 모든 명암은 나란히 내 옆에 실재하는 것이겠지요.
 
 전출처 : waho > 울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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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4-02-15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아파트단지내 큰 차도에서 본 고양이가 생각나요.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길위에 옆으로 드러누워있는 고양이를 봤는데 피도 흘리지 않고 외상도 없이 깨끗하게 누워있더군요. 그 고양이랑 이 아이고양이랑 털 색깔이 거의 똑같아요. 글썽이는 아이고양이의 눈이 참 맑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