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 김춘경 엄마라고 부르는 소리가 무딘 감동으로 들리는 나이 사십 줄에 시를 읽는 여자 따뜻한 국물 같은 시가 그리워 목마와 숙녀를 읊고는 귓전에 찰랑이는 방울소리에 그렁한 눈망울 맺히는 사랑한다는 말보다 고맙다는 한마디에 더 뭉클해 정성스런 다림질로 정을 데우고 학위처럼 딴 세월의 증서 가슴에 품고 애 닳아 하는 비가 오면 콧날 아리는 음악에 취하고 바람불면 어딘가 떠나고 싶고 아직도 꽃바람에 첫사랑을 추억하며 밥 대신 시를 짓고 싶은 감수성 많은 그녀는 두 열매의 맑은 영혼 가꾸면서 꽃이 피고 낙엽이 질 때를 알아 오늘도 속절없이 속살보다 더 뽀얀 북어국을 끓인다 아... 손톱 밑에 가둬 둔 스무 살 심정이 불혹에 마주친 내 얼굴을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