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stellahan63 > 자화상



 

    자화상
    
    김춘경
    
    
    엄마라고 부르는 소리가
    무딘 감동으로 들리는 
    나이 사십 줄에 시를 읽는 여자
    
    따뜻한 국물 같은 시가 그리워
    목마와 숙녀를 읊고는
    귓전에 찰랑이는 방울소리에
    그렁한 눈망울 맺히는
    
    사랑한다는 말보다
    고맙다는 한마디에 더 뭉클해
    정성스런 다림질로 정을 데우고
    학위처럼 딴 세월의 증서
    가슴에 품고 애 닳아 하는 
    
    비가 오면
    콧날 아리는 음악에 취하고
    바람불면 어딘가 떠나고 싶고
    아직도 꽃바람에 첫사랑을 추억하며
    밥 대신 시를 짓고 싶은
    감수성 많은 그녀는
    
    두 열매의 맑은 영혼 가꾸면서
    꽃이 피고 낙엽이 질 때를 알아
    오늘도 속절없이
    속살보다 더 뽀얀 북어국을 끓인다
    
    아...
    손톱 밑에 가둬 둔 스무 살 심정이
    불혹에 마주친 내 얼굴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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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4-02-22 11: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북어국을 끓이는 것만 빼고 어찌 이리 나의 자화상과 흡사한지.
아직도 철이 안 든, 불혹을 맞이해야할, 그러나 스무살 심정을 손톱 밑에 가두고 사는 앙큼한(?) 나의 자화상이 소박하고 순수하다.

책읽는나무 2004-02-22 12: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손톱 밑에 가둬 둔 스무 살 심정이 불혹에 마주친 내 얼굴을 바라본다........."
가슴에 와 닿네요.......^^........우리네 어머님들이 그래왔을테고......나또한 손톱밑에 스무살의 감정을 숨겨두고서 인생을 살겠죠??.....얼굴엔 주름이 가득해지겠지만....마음만은 항상 젊게 살고 싶군요.....

프레이야 2004-02-22 22: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래요. 젊게 산다는 것...
호기심, 도전, 사소한 것을 향한 경이로움 같은 것을 잃지 말고 살기로 해요. 아름다움을 보는 맑은 눈 또한 꼭 간직하자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