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mbrandt Harmensz van Rijn- Philosopher in Meditation

내가 이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그림이다. 

 컬러 프린터로 뽑아놓고 그냥 넋놓고 쳐다보곤 했다.

따뜻한 황금색과 풍부하고 부드러운 검정색.

하얀 수염의 학자는 두꺼운 책에서 눈을 돌려 조용히 눈을 감는다. 옆에서는 아주 성실하고 착한 시종이 방안의 한기를 쫓아내기에 여념이 없다. 그는 학자가 조용히 명상하는 습관을 아주 잘 알고 그에 맞는 조심함을 갖추었으리라....

런던에서 발견한 이 그림에 (발견했다는 느낌이 정확한지 모르겠다. 이 그림을 보자마자 너무나 낯익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왜 그리 빠져들었는지 모르겠다.

따뜻하고 안전하고 조용한 세계.

최근에 본 어떤이의 평에서는 이 철학자가 절망에 빠져있다고 했다. 하지만, 렘브란트의 다른 그림이 어떻든간에 이렇게 열기가 전해질 듯 따뜻한 색감으로 절망을 표현했다고는 믿고 싶지 않다.

영국 National Gallery에 있는 것은 모사작이고 원작은 Louvre에 있다. 영국에서 있을 때 시간이 있을 때 마다 가서 그 앞 까만 소파에 앉아 보고 엽서쓰고 또 보고 일기쓰고 또또 보고 음악 듣었던 그 그림. 돌아와서 이 그림이 너무 그리워 National gallery에 포스터를 사고 싶다고 문의했더니 (온라인에서는 없었다) 그 사람이 손수 컬러 프린터로 뽑아서 보내주었다. 그림만큼이나 아름다운 마음씨였다. 이런 그림을 좋아하는 이들은 통하나 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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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4-02-15 0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찬란한 명암의 대조가 깊은 명상의 세계를 느끼게 하군요. 나선형 계단으로 올라가는 곳에 입 벌리고 있는 시커먼 구멍과 창밖의 햇살과 시종이 피우는 장작불의 황금색 빛덩이가 삶과 죽음의 극명한 대조를 보이는 것 같아요. 순전히 나만의 느낌으로... 하지만 두가지 톤으로 표현한 느낌이 묘하게 조화되어 나선형의 중심부로 빠져드는 느낌이에요. 그렇게 세상의 모든 명암은 나란히 내 옆에 실재하는 것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