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귀 만세 아이세움 그림책 저학년 1
후쿠다 이와오 지음, 김난주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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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이나 방귀 이야기만 나오면 아이들은 깔깔거리며 좋아한다. 왠지 우스운가보다. '아빠는 방귀뿡뿡이'라며 깔깔대는 아이의 얼굴이 마냥 천진하다. 작가는, 너무 '생리적'이라 어른들이라면 피하는 소재를 자연스럽게 가지고 와 풋풋한 이야기 거리로 잡아내는 솜씨를 보인다.

이성에 약간 눈을 뜨기 시작하면서 좋아하는 감정을 다듬어지지않은 방식으로 표현하는, 이 나이 또래 남자아이의 심리가 이 그림동화를 이끌어가는 주축이다. 초등학교 저학년 교실 안의 풍경은 우리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아 이물감이 없다. 아이들의 얼굴도 표정도 두루뭉실한 게 그렇다.

살아있는 모든 것은 방귀를 뀐다는 선생님의 말씀에 '뱃속의 아기도 방귀를 뀌나요?'하고 묻는 아이의 물음이 재미있다. 물푸레나무의 맛있는 꽃향기를 꽃이 뀐 방귀 냄새로 생각하는 요코도 예쁘다. 생리적인 현상인 방귀에서 '살아있는 모든 것'을 생각하게 한 선생님도 멋지다.

얼떨결에 좋아하는 여자친구가 방귀를 뀐 사실을 큰소리로 말하고 나서 곧 후회는 되었지만 어쩌지를 못해 하는, 테츠오의 심리가 표정과 함께 책의 아랫 쪽에 잘 나타나 있다. 그러다 우연히 날아 들어온 나비를 보고 '나비도 방귀뀐다'하고 말하여 사과를 대신하는 테츠오도 밉지않은 아이다. 가벼운 웃음과 함께 저절로 생각하게 되는, 유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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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해 봐 벨 이마주 3
앨러슨 레스터 글 그림, 김연수 옮김 / 중앙출판사(중앙미디어) / 200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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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어디에 눈을 둘 지 몰라 다소 어리둥절하다. 너무 많은 동물들이 내 주위를 빙 둘러싸고 있는 듯한 분위기이다. 게다가 한장 한장 책장을 넘길 때마다 다른 환경을 하고 있는 배경이 낯설기도 하다.

이게 바로 이 책이 주는 매력이다. 어두운 방 안에 발을 들여 놓으면 처음엔 아무 것도 알아 볼 수 없다. 시간이 조금씩 지나면 방 안의 물건들이 하나 하나 손으로 더듬는 듯 눈에 들어 온다.

이 책은 지구 곳곳으로 실컷 일주 여행을 할 수 있는 티켓이다. 온갖 동물들과 만나며 눈인사를 나눌 수도 있다. 지구의 구석구석은 모두 다른 기후와 자연환경으로 아이들의 호기심과 모험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아이들이 잘 알고 있는 동물들도 있고 생소한 동물들이 더 많다. 그런 것들을 발견하고 뒷장에서 숨은그림찾기를 하듯 그 이름을 알아내는 방법도 재미있는 놀이이다. 먼저, 어떤 환경에 대한 상상을 하게 하고 그 다음에 실제 환경을 보여줌으로써, 과학적이고 지리적인 접근까지 하게 한다.

공룡 동산은 아이들의 상상력에 날개를 달게 하는 가장 큰 '환경'이다. 지금은 공룡을 동물원에서 왜 볼 수 없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해 주면 아이들은 눈을 반짝이며 빨려들어온다. 공룡을 나의 동물 농장에서 키우고 싶은 동물이라고 큰소리로 떠드는 아이들의 낭낭한 목소리가 신난다. 오늘 밤, 공룡이 되살아나 놀러 오는 꿈을 꾸게 될 지도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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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숲 테라비시아 - 눈높이 어린이 문고 40 눈높이 어린이 문고 40
캐더린 패터슨 지음, 최순희 옮김 / 대교출판 / 200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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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이라면 떠오르는 것들은 왠지 은밀함이다. 시커먼 입을 벌리고 서 있는 숲의 품으로 빨려들어가 본 적이 있다면 두근거림으로 그 곳을 빠져나왔던 기억까지 함께 하고 있을 것이다. 게다가 '비밀'이라니...... 테라비시아에는 분명 뭔가가 있다. 성숙은 그렇게 비밀스럽게 되는 일인가보다. 다 드러나면 묘미가 없다.

소심함과 두려움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외로운 아이 제시가 레슬리를 만나게 되는 것은 운명이다. 모든 운명은 그렇게 우연의 모습을 하고 성큼 다가온다. 밝은 성격에 상상력도 풍부하고 호기심이 많은 순수한 성품의 레슬리도 알고 보면 외로움을 달래고 싶은 아이이다. 제시의 그림그리는 재능을 알아주고 격려해주는 역할도 레슬리의 몫이다. 레슬리가 좋아하는 강아지를 선물로 주기 위해 버스를 급히 내리는 아이는 제시이다.

두사람이 만들어 성까지 쌓은 테라비시아의 영토에서는 왕과 왕비가 된다. 밧줄의 한 쪽 끝을 잡고 저쪽 땅에 한 발을 내딛는 순간 '이들의 키는 커지고 더 슬기로와진'다. 이 비밀의 땅은 이들을 성장시키고 성숙하게 하는 통과의례와도 같다. 마음을 나누는 진정한 친구가 있는 이 곳에서는 온 세상이 저들의 것이다.

마지막의 반전은 다소 충격이다. 이것을 견뎌내는 제시의 방법 또한 평범하지 않다. 신파조가 아닌 대범함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레슬리는 갔어도 제시의 영혼에 자리한 친구의 흔적은 진정한 성숙이라는 의미로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나를 둘러싼 세상을 웃으며 바라보기, 나 아닌 다른 이를 넓은 가슴으로 안아 올리기, 슬픔을 움켜 쥐고 쪼그리고 있기에는 세계는 너무 '거대하고 무섭고 아름다우면서도 부서지기 쉽'다.

제시는 테라비시아가 '기사들이 작위를 받으러 오는 성과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머물면서 힘을 기른 다음 다시 떠나가는 곳.......' '레슬리가 그에게 빌려 준 꿈과 힘을 아름다움과 관심으로 세상에 되갚는 일'이 제시가 이제 할 일이다. 한 사람의 성숙한 인간으로, 아름다운 인간으로 성장해가는 제시의 이야기는 이 책을 읽는 사춘기의 아이들에게 생각해 볼 거리를 충분히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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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마타의 붉은 바다 쑥쑥문고 5
하라다 마사즈미 지음, 오애영 옮김 / 우리교육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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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의 폐수를 자연정화하여 물고기가 노니는 깨끗한 호수를 만들어 직원들의 휴식처로 삼고 있는 회사에 대한 신문기사를 본 적이 있다. 먼 곳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한 회사였다. 감동적이었다.

미나마타 병은 공장의 폐수로 인해 수은에 중독되어 생기는 무서운 병이다. 미나마타는 일본의 아름다운 만이다. 이 곳의 주민들은 여러해를 이 바다에서 나는 생선과 조개를 먹으며 살아왔다. 어느 날 이 병이 밝혀지고 희생자들은 어린 아이들이었다.

태아성 미나마타 병으로 어릴 때부터 고통을 견디며 살아야 하는 이 아이들이 커가는 과정은 또 하나의 과제를 던져준다. 온 세상에 이 공해병을 알려 환경의 중요성을 소리없이 부르짖는 것이다. 이것은 피나는 인내와 의지를 요구하는 일이었다. 비록 온전치 못한 육신이지만 마음 속 소망을 잃지 않고 온전한 정신의 청년으로 자라나는 이들의 삶이 눈물겹다.

이 책은 실제 의사가 쓴 '세계 최초의 공해병을 다룬 다큐멘터리 동화'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물은 생물에게 있어 젖과도 같다. 눈 앞의 이익에 눈이 어두워 젖줄을 더럽히는 사람들에게 무서운 경고를 하고 있다. 결국 우리의 생명을, 우리 후손들의 목숨을 담보로 하는 무모하기 이를 데 없는 잘못이다.

미나마타 병으로 사지를 쓰지 못하는 도모꼬를 어머니는 '보배'라고 부른다. 자신의 몸 속에 있었던 나쁜 독을 모두 빨아 먹고 이런 병에 걸려 태어난 도모꼬, 그래서 이 아이로 인해 영리하고 마음씨 고운 아이들로 잘 자라주는 다른 형제들을 바라보며 도모꼬의 어머니는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것이다. 도모꼬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아이에게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보여주고 싶어하는 어머니의 마음이 갸륵하다. '이 아이를 본 많은 일본 사람들이 반성할 거예요. 과연 환경을 더럽히면 안 돼, 저렇게 무서운 일이 생기기까. 그런 생각을 하지 않겠습니까?'

장애를 그저 부끄러워하며 숨기려 하기 보다는 당당히 밝혀 잘못을 알리고 같은 잘못이 반복되지 않도록 경고하는 사람들의 자세가 마음에 울림을 주는 이야기이다. 힘든 사람들의 당당함이 사뭇 용기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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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어 우리나 - 나 혼자 읽을래요 동화는 내 친구 72
채인선 지음, 최승혜 그림 / 웅진주니어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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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는, 빨간 야구 모자를 뒤로 돌려 쓰고 가로 줄무늬 티셔츠를 입은 초록 눈동자의 악어이다. 나나니는 그의 여자 친구, 빨간 민소매 셔츠에 햐얀색 스커트가 쫙 펴져 있다. 이들 이외에도 이 그림책에서는 온갖 생김새의 악어들을 만날 수 있다. 하나같이 웃음을 자아내게 하고 있다. 꾸밈없이 순수한 우리나와 나나니의 우정에 이들 조연들도 한몫을 한다.

인물의 설정에서부터 톡톡 튀는 재치가 엿보인다. 혐오의 대상으로 그려지는 악어가 이 그림책에서는 친근하고 귀엽다. 마냥 어리숙해 보이는 표정에 뾰족뽀족한 이까지도 무섭기보다는 우스꽝스럽다.

첫번째 이야기 '산수 숙제'에서는 3과 9 사이에 있는 수들을 생각해내는 악어 친구들의 발상이 신선하다. 두번째 이야기 '식당에서'는 아이다운 변덕이 밉지 않다. 그런 변덕을 끝까지 받아주는 어른 악어도 미덥다. 마지막 이야기 '물고기 100마리가 필요해요'는 꼬불꼬불 전화선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우리나와 나나니의 친구들이 등장한다. 이들이 호수가에서 굽고 있는 생선의 냄새가 솔솔 풍겨나는 듯하다.

키득키득 웃다보면 어느새 우리나는 곁에 있는 친한 친구같다. 그런 친구랑 소풍 나와 있는 것 같은 표지의 그림도 따뜻하고 부드럽다. 우리나와 나나니의 우정처럼. 이야기마다 쉽고 편안하면서 한올한올 잘 짜여진 아이의 손뜨개 조끼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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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8-07-17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채인선 작가의 <시카고에 간 김파리>가 새로 출간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