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로 날아간 뒤주 왕자
김은숙 지음 / 함께자람(교학사)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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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쟁의 희생양이 되었던 불운한 왕자, 사도세자를 소재로 한 이 책은 역사적인 사실이나 사건의 객관적인 기술보다는 작가의 상상력이 무한히 개입된 역사동화이다.

비유적인 표현이나 작가의 감정이 고조된 묘사가 다소 많아, 오히려 애매하게 와닿은 부분이 적지 않다. 영조 때의 심한 당쟁을 하얀 깃발과 검은 깃발의 비유로 한 것은, 그 시기의 역사적인 사실을 정확한 정보로 설명을 곁들였더라면 더 이해하기 쉽지 않을까 싶다.

사도세자의 내면에 촛점을 맞추어, 그의 인간적인 고뇌와 부정을 그리는 마음 그리고 효종의 뜻을 이은 북벌계획에 대한 원대한 꿈 등을 상세히 그린 점이 눈길을 끈다. 임금으로서 갖추어야 할 점 - 백성의 삶을 제대로 알고 백성을 사랑하는 것 - 에 대한 생각으로 고민하는 점도 인간적이다.

편견이나 선입견으로 흔히 잘못 인식되고 있는 인물을 소재로 그의 인간적인 고뇌와 희망 그리고 올바른 역사관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할 수 있다는 기대를 걸 수 있는 책이다. 다소 지리한 묘사와 너무 잦은 예스러운 어휘들이 전체 맥락을 이해하는 데 곳곳에서 걸리긴 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새로운 맛을 볼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뒤주에 갇혀 우주로, 그가 그토록 그리던 원대한 꿈을 안고 그것을 펼칠 수 있는 우주로 날아간 사도세자의 내면을 나름의 해석으로 풍부하게 그린 책이므로, 이 시기의 전후에 대한 사전 지식을 갖고 보게 하면 아이들이 좀더 편하게 인물에 접근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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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기 - 꿈을 그린 추상화가 어린이미술관 5
임창섭 지음 / 나무숲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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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게만 느껴지는 추상화라는 장르를 어린이 미술관을 통해 만날 수 있다. 칸딘스키나 몬드리안을 먼저 떠올리기 쉬운 추상화 영역에서, 우리의 화가 김환기의 애잔한 삶과 꿈이 묻어있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대상을 보이는 대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대상을 보고 느끼는 나의 감정을 뽑고 뽑아 표현하는 추상화. 그래서 선은 단순해지고 간결해지며, 들여다보면 수도 없이 많은 점들이 그 선을 이루고 있다. 점과 선이 이루어내는 아름다움과 색채의 조화가 빚어내는 어울리지 않는 듯 절묘하게 버무려져 있는 색채의 향연.

눈을 깜박이지 않고 거리를 좀 두고 들여다보며 가만가만 귀 기울이면, 그곳에선 아주 오래된 영원의 이야기들이 들려온다. 우리가 태초에 갖고 있던 꿈들. 그 꿈을 위해 밤하늘 별을 헤며 소망하고 옷깃을 여미는 우리들의 소박한 그러나 영원한 꿈의 이야기들이 들려온다. 사슴의 이야기일 수도 있고 마알간 백자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 눈이 시리게 푸른 강에 비쳐 어른대는 둥그런 달빛의 이야기일 수도, 언제나 그곳에 아버지처럼 버티고 있는 산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

김환기 화가가 세상을 뜨기 두 달 전쯤에 그렸다는 작품은, 어딘지 엄숙한 분위기에 매료된다. 짙은 색 수많은 별들 사이로 한 곳에서 만나는 여섯 개의 하얀 선, 그리고 위쪽에서 아래로 떨어질 듯 내리꽂히는 형세를 하고 있는 회색의 역삼각형, 그 안에서 빛나고 있는 작은 별들.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라고 화가는 그렸던가? 이별을 예감하고나 있었던 것처럼, 자신의 꿈을 비추는 별과 한 곳에서 만나기나 하려는 듯, 아니면 떨어져 있던 가족들과 만나기라도 하려는 걸까? 마음을 그저 경건하게 모으며 화가의 마음이 되어 간결하게 소박하게 꾸밈없이 살아가기로 마음먹어 본다.

직접 환기미술관에도 가 보고 여러가지 소재의 바탕에 여러가지 재료의 색채도구로 마음을 표현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책 뒤에 친절하게 소개되어 있는 '김환기 선생님처럼 해 보기'가 입맛 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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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보다 멀리
크리스틴 해리스 지음, 심재중 옮김 / 한마당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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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보다 멀리 있는 건 평화였다.

평화라는 것이 그토록 잡을 수도 없이 멀리 있다니. 지금도 지구촌 어디선가 전쟁을 겪으며, 굶주림과 질병, 공포에 떨고 있을 우리의 아이들을 생각하며 이 한편의 그림책은 잔잔한 파문을 일으킨다.

서로 지구 반대편에서 살고 있는 니코와 페니. 전쟁의 고통을 직접 겪으며 아빠를 군대에 빼앗기고 엄마와 난민수용소에서 형편없는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니코는 고향에 두고 온 강아지와 아빠와의 다정했던 기억을 잊을 수가 없다.

니코가 지금 바라는 것은 아주 거창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아이들이 지금 따스한 방에서 누리고 있는 생활, 바로 그것이다. 가족과 함께 정다운 시간을 보내고 아침이면 동무들이 있는 학교에 가서 함께 배우고, 강아지랑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것이다. 지구 반대편에 사는 친구 페니의 평화로운 생활이 니코에게는 달보다 멀리 있는, 닿을 수 없는 소망과도 같아 보인다.

달빛이 만들어 놓은 바다 위의 은빛 길을 따라, 포탄이 날아다니는 하늘 아래서 니코는 자신의 꿈을 펼쳐간다. 저 멀리 페니가 있는 곳으로, 달보다 멀리 있는 평화와 행복을 찾아. 소박하게 써내려간 편지체의 글이 잔잔하지만 진한 여운을 준다.

어른들의 이데올로기에 희생당하는 아이들을 보라. 그들의 맑디맑은 눈망울을 미디어를 통하여서라도 마주하라. 가슴이 서늘해지며 부끄러워진다. 반군에 의해 아무 죄도 없이 팔다리가 잘린 아이들을 본 적이 있다. 워낙 어릴 때 일이라 당연한 듯이 생활한다는 그 아이 엄마의 말은 차라리 남의 일을 말하는 것 같았다.

이 책을 보며 우리의 아이들이 누리고 있는 평화로운 생활이 그저 당연한 것만이 아니라, 지키고 노력하여 누릴 수 있는 행복이란 걸 한번쯤 생각해보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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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살이에요 - 작은 책방 4
정하섭 지음 / 길벗어린이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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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살이면 사춘기를 생각하는 나이인가? 이 책의 주인공 유동이는 이제 막 찬란한 십대라는 이름표를 단 남자아이이다. 5년전 아빠가 돌아가셨다는 것 빼고는 여느 아이랑 비슷한 가정 환경이다. 그런데 이 아이가 특별해 보이는 건, 자신의 여러가지 상황들과 관계들 - 엄마와, 친구와, 할머니와, 이모와 그리고 다락방과 - 을 잘 버무려나가며 마음을 키우고 있다는 점이다.

불만이 많이 생기고, 반항적인 마음이 많이 일고, 나를 과시하고도 싶고, 이성에게 호기심도 생기고, 신체의 변화에 민감해지면서도 자랑스럽다. 반면, 가족에 대한 생각이 깊어지고, 친구의 고민에 대해 진지하게 나름대로 걱정해주고, 타인에 대한 생각과 배려도 해보고, 남의 시선을 의식할 줄도 알고, 무엇보다 혼자있는 시간과 공간을 마련하고 그곳에서 행복해 한다.

이런 징후들을 사춘기적 특징들로 보면 유동이는 분명 그 때를 맞이한 것 같다. <열 살이에요>는 또래의 아이들이 겪음직한 고민과 갈등, 생각들을 별로 튀지 않은 범위에서 대변해주고 있어 다가가기가 수월하다. 또하나의 장점은 밝고 건강하며 선한 꾸러기 유동이가 주인공으로 살아나가는 세상이 펼쳐진다는 점이다. 이 책을 읽은 아이들은 유동이처럼 아담한 다락방 하나를 가지는 게 소원일 지도 모르겠다. 별들이 손에 잡힐듯 내다보이는 그런 다락방. 그곳에선 유독 내가 더 커보이는 법이다. 그래서 세상이 다 내 손에 잡힐 듯 말 듯 그렇게 아스름했던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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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선물 중앙문고 42
엘리자베스 엔라이트 지음, 햇살과나무꾼 엮음, 캐티 새머 트레헌 그림 / 중앙출판사(중앙미디어) / 200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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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트라잔! 이것은 마음 속에 있는 평화롭고 아름다운 나라이다. 이 곳에는 푸른 눈동자에 은빛 머리결을 가지고 있으며 전쟁과 미움을 모르는 사람들이 산다. 오직 한 사람 타친다만은 이들과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갈색 눈동자에 황금빛 머리결을 한 타친다는 이 나라의 세째 왕자님을 남몰래 사랑하고 있다. 왕자와 결혼하는 것이 소원이다. 타친다는 남다른 외모 때문에 놀림을 당하고 외롭지만 타고난 상냥함으로 남을 미워할 줄 모르고 선한 매력을 발휘한다.

타트라잔의 지혜로운 마법사 탄다난은 타친다의 남다른 점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유일한 사람이다. 타친다의 솜씨와 착한마음에 반한 탄다난은, 어느 날 타친다의 소원을 들어줄 수 있는 마법의 선물을 일러준다. 타친다는 아주 정성껏 그 선물을 준비하여 왕자의 생일날 갖다 준다. 하지만 왕자가 이 선물을 풀어보기도 전에 일이 일어난다. 이웃나라 욕심꾸러기 괴물 갓블렝의 우두머리 쿵쿵이가 쳐들어와 타친다를 산 채로 잡아가버린 것이다. 조카에게 산 인형을 선물하겠다고. 갓블렝이 싫어하는 것은 햇빛이고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렙이다. 그렙은 타트라잔의 길가에 허다하게 늘려있는 돌멩이이지만, 쿵쿵이에게는 천하에 없는 보석이다.

쿵쿵이에게 잡혀간 타친다는 특유의 용기와 지혜로 위기를 잘 견딘다. 왕자의 도움으로 하룻밤에 솜씨 좋게 그물을 짜서 쿵쿵이가 잠에서 깨어나는 순간 온 동네 사람들이 힘을 모아 그물을 덮쳐 쿵쿵이를 잡는다. 왕자는 타친다에게 청혼을 하고 타친다는 마다할 이유가 없다. 타친다는 마법의 힘으로 소원을 이룬 것이 아니라, 자신의 미덕으로 이룬 것이다. 자신에게 마법을 거는 것은 오로지 자신의 성품을 선하고 강한 것으로 다듬으려 노력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이 책은 말하고 있다. 환상적인 묘사와 그림이 잘 어울리는 <마법의 선물>은 우리 마음 속 타트라잔에 대한 아름다운 꿈과 소망을 품을 수 있게 한다.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말고 지금 내가 선 자리에서 최선을 다 하고 결과를 담담하게 기다리는 것은 마법의 선물 이상이다. 아이들아! 낯설고 새로운 것에서 아주 색다른 아름다움을 만날 수 있는 열린 눈과 마음도 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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