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환기 - 꿈을 그린 추상화가 어린이미술관 5
임창섭 지음 / 나무숲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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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게만 느껴지는 추상화라는 장르를 어린이 미술관을 통해 만날 수 있다. 칸딘스키나 몬드리안을 먼저 떠올리기 쉬운 추상화 영역에서, 우리의 화가 김환기의 애잔한 삶과 꿈이 묻어있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대상을 보이는 대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대상을 보고 느끼는 나의 감정을 뽑고 뽑아 표현하는 추상화. 그래서 선은 단순해지고 간결해지며, 들여다보면 수도 없이 많은 점들이 그 선을 이루고 있다. 점과 선이 이루어내는 아름다움과 색채의 조화가 빚어내는 어울리지 않는 듯 절묘하게 버무려져 있는 색채의 향연.

눈을 깜박이지 않고 거리를 좀 두고 들여다보며 가만가만 귀 기울이면, 그곳에선 아주 오래된 영원의 이야기들이 들려온다. 우리가 태초에 갖고 있던 꿈들. 그 꿈을 위해 밤하늘 별을 헤며 소망하고 옷깃을 여미는 우리들의 소박한 그러나 영원한 꿈의 이야기들이 들려온다. 사슴의 이야기일 수도 있고 마알간 백자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 눈이 시리게 푸른 강에 비쳐 어른대는 둥그런 달빛의 이야기일 수도, 언제나 그곳에 아버지처럼 버티고 있는 산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

김환기 화가가 세상을 뜨기 두 달 전쯤에 그렸다는 작품은, 어딘지 엄숙한 분위기에 매료된다. 짙은 색 수많은 별들 사이로 한 곳에서 만나는 여섯 개의 하얀 선, 그리고 위쪽에서 아래로 떨어질 듯 내리꽂히는 형세를 하고 있는 회색의 역삼각형, 그 안에서 빛나고 있는 작은 별들.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라고 화가는 그렸던가? 이별을 예감하고나 있었던 것처럼, 자신의 꿈을 비추는 별과 한 곳에서 만나기나 하려는 듯, 아니면 떨어져 있던 가족들과 만나기라도 하려는 걸까? 마음을 그저 경건하게 모으며 화가의 마음이 되어 간결하게 소박하게 꾸밈없이 살아가기로 마음먹어 본다.

직접 환기미술관에도 가 보고 여러가지 소재의 바탕에 여러가지 재료의 색채도구로 마음을 표현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책 뒤에 친절하게 소개되어 있는 '김환기 선생님처럼 해 보기'가 입맛 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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