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브라시카
레오니드 슈왈츠만·로만 카자노프 원작, 노지연 옮김, 황선희 그림 / 현실과미래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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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브라시카>는 러시아의 유명한 애니메이션 작가 로만 카자노프의 원작을 바탕으로 씌어진 동화라 한다. 역방향으로 나온 작품이라 특이하다는 생각이 들기 바쁘게, 체브라시카라는 주인공과 등장 인물의 설정을 보면 독특하고 재미있다. 체브라시카라는 말은 러시아 말로 '푹 고꾸라진다'라는 뜻이다. 비현실적 동물이기도 한 체브라시카는 곰도 아니고 강아지도 아닌, 그냥 체브라시카이다. 못난이 봉제동물인형이란다. 동그란 눈에 커다란 귀를 하고 퍽이나 착하고 순수해보이는 인상이다.

체브라시카 이외에 동물원의 멋장이 악어 게나(사실, 고무로 되어있음)와 예쁜이 플라스틱 인형 가랴, 쥐, 사자, 개, 원숭이, 사포클락이라는 심술궂은 노파, 말썽꾸러기 남자아이와 얌전한 여자아이가 등장인물이다. 각각의 등장인물들은 톡톡 튀는 개성을 지녔다. 사포클락이라는 악당 노파가 체브라시카에게 보기 좋게 당하는 장면에선 웃음을 참을 수 없다. 친구가 없는 이들에게 친구를 만들어주기 위해 모임을 만들고 고지식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수 위의 재치를 발하는 게나는 공을 다른 친구에게 돌릴 줄도 아는 넉넉함을 지녔다.

약해 보이지만 용기있고 대담한 체브라시카의 소원은 공중전화박스가 아닌, 학교에서 장난감으로 일하는 것이다. 자신이 누군지 몰라 의기소침해 있는 체브라시카에게 친구들은 학교에서 일할 수 있게 도와준다. 친구들 모두의 힘이다. 친구들이 나누는 대화가 참 귀엽고 정감있다. 삽화는 또렷한 색감을 살려서 귀염성을 더 했다.

인터넷으로 체브라시카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면 체브라시카를 애니메이션으로 볼 수 있다. 일부이지만 동영상도 볼 수 있고 여러가지 주변 이야기도 볼 수 있다. 일본에서는 익히 상영된 바 있다고 한다. 애니메이션에서보다 이 책의 삽화는 색감이 밝고 화사하다. 온갖 것에 생명을 불어넣어 놀 줄 아는 아이들에게, <체브라시카>는 순수한 용기와 우정, 좋은 친구되기에 대한 에피소드를 들려주며, 어느새 행복한 느낌에 젖어들게 한다.
초등 중학년까지도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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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는 친구가 필요해 - 꿈꾸는 나무 10
멕 루터포드 그림, 존 스팀슨 글, 김현진 옮김 / 삼성출판사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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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제 일곱 살이 된 작은 딸아이에게 요즘 고민이 생겼다. 아니, 그런 아이를 바라보는 나의 고민이기도 하다.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의 반 친구 8명 중 6명이 남자아이이고 나머지는 여자아이인데, 유독 또래의 여자친구랑 노는 걸 좋아하고 친구를 좋아하는 우리 딸은 유치원에서의 생활이 그리 즐겁지 않은 것 같다. 남자아이들과 한마디로 코드가 맞지 않은 것 같다. 하나 있는 여자친구도 성격이 좀 다른 것 같다.

희령이의 성격이 리더십이 아주 강하고 자기 식으로 친구들을 끌어가려고 하는 성향이 많아, 다른 친구들이 그렇게 잘 따라주지 않으면 속상해하는 형이기도 하다. 그렇지 않아도 이사 온 이후 아직 친한 친구를 만나지 못하고 있는데 반나절을 보내고 오는 유치원에서도 서로 마음이 통하는 친구랑 실컷 놀고 오지 못하는 것 같아, 마음이 쓰인다. 조금 변화를 줘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참이었다.

<오스카는 친구가 필요해>를 어제 잠자기 전 함께 읽었다. 딸에게 지금 아주 적절한 도움이 될 수 있는 내용이었다. 새로 이사 온 저 너머의 친구 올리랑 코드가 맞지 않아 화를 내는 곰, 오스카는 딸아이를 꼭 닮았다. 그렇게 화를 내고 있는 오스카에게 어느날 엄마 곰이 뭔가 이야기를 한다. 오스카는 엄마 곰의 말을 듣지 않는 척했다. 하지만 잠들기 전에 엄마 곰의 말을 곰곰이 생각해 본다. 맑고 귀여운 눈망울을 굴리며 생각에 빠진 오스카의 입가에 머금은 미소가 뭔가 대단한 결심을 한 것 같다.

다음날 오스카의 태도가 확 달라졌다. '오늘 뭘 하면서 놀고 싶니?' 친구 올리에게 오스카는 이렇게 먼저 물어본다. 그리곤 참을성 있게 대답을 기다린다. 큰 호수 근처의 집에서 전에 살았던 올리는 처음부터 수영을 하고 싶었던 것이었다. 오스카와 함께 물장구를 치며 떠들고 논 올리는 이제야, 오스카가 전에 무조건 하자고 했던 놀이들을 다시 해 보고 싶어한다. 오스카가 권하는 놀이에 겁이 났던 올리는 해 보니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오스카는 자기가 좋아하는 놀이 중 숨바꼭질만은 참고 기다리기로 한다. 올리가 하고 싶어할 때까지 말이다. 이제, 멋진 친구 올리를 둔 오스카는 산에서 가장 행복한 곰이다.

이 그림책은 정감있고 살아있는 곰의 표정을 보는 재미가 있다. 그 표정은 마치 아이들이 짓는 표정처럼 시시각각 숨기지 못하고 변한다. 좋으면 입꼬리가 초승달처럼 올라가며 눈이 생글거리고, 화가 나면 눈꼬리가 올라가며 찌뿌리고 심술을 부린다. 휘청거리는 나뭇가지 위에서 어정쩡한 포즈를 하고 겁먹은 표정으로 미간을 모으고 있는 올리와, 두 다리로 떡하니 버티고 서서 양손까지 머리 위로 들고 자신만만한 얼굴을 하고 있는 오스카의 모습이 대조적이다. 아기 곰의 털이 색깔은 다르지만 보송보송 한 게 만지면 보드라운 느낌이 전해올 것 같다.

아이는 친한 친구가 된 두 마리의 아기 곰을 보며, <토끼의 결혼식>에 나오는 검은 토끼와 흰 토끼를 들먹인다. 색깔이 다른 건 아무런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아는 아이를 꼭 안아 주었다. 아이도 이제 자기 방식으로만 친구를 대해서는 좋은 친구를 만나기 어려울 거라는 걸 알아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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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그땐 이렇게 살았군요 위풍당당 만화도서관 15
이혁 지음 / 주니어김영사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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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보는 우리나라 생활사 이야기'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선사시대에서 20세기 까지의 우리나라 생활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위풍당당 만화도서관 시리즈 중의 하나로 김영사에서 기획한 이 책은 우선 들여다보는 재미가 일품이다. 한국사를 처음 접하려는 초등 중학년 정도의 아이들에게 적당하다고 생각된다. 많은 문자에 지레 겁 먹기 쉬운 아이들은 글보다 그림이 훨씬 많고 조목조목 짧은 설명을 위트있게 달아놓은 이 책에서 역사공부를 부담스럽지 않은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겠다. 가벼운 마음으로 전체를 본다는 장점과 아주 오랜 세월의 생활사를 다루고 있지만 비교적 많은 지식과 정보를 준다는 점에서 권할 만하다.

선사시대와 연맹왕국, 삼국시대, 통일신라, 고려시대, 조선시대, 조선말에서 대한제국까지, 일제강점기, 그리고 대한민국까지, 다 보고 나면 아주 커다란 그림이 그려질 수 있다. 세부적으로 들어가서는 꽤 큰 판형에 구석구석 재미있는 그림으로 당시 살았던 사람들의 생활을 그리고 있다. 가로축, 세로축의 좌표점을 찾아가며 그림을 보고 뒷장에 있는 설명도 곁들여보면 알기 쉽다. 사계절이 있는 우리나라의 특징을 살려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생활 모습을 그려놓은 점도 흥미롭다. 막간의 꼭지로 '잠깐 쉬어갈까요?'에서는 선사시대에 쓰였던 도구와 농사달력(절기), 가장 즐거운 날(명절)에 대하여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게 해 두었다. 꼼꼼하게 짚어가며 들여다보면서 스스로 묻고 대답할 수 있게 그림과 설명을 배치해 두었다.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을 거슬러 올가간다면 어느 시대, 어느 시점으로 가서 어떤 일을 체험해보고 싶을까? 가상체험기를 써 보는 것도 좋은 독후 활동이 되겠다. 큰아이는 고려시대로 가서 청자를 만드는 일을 체험하는 것으로 썼다. 어떤 아이는 목화씨를 재배하는 체험을 하고, 어떤 아이는 고구려가 나당 연합군에게 패하는 전쟁터로 거슬러 갔다.

구석기 시대의 아이로 추정되는 흥수아이의 유골을 보고, 아이들이 흥수아이가 되어 어느 하루의 일기를 써보는 활동도 재미있다. 사냥과 채집을 하고 동굴 벽에 메머드 그림을 그리며 사냥이 더 잘 되기를 기원하는 내용이 주로 나왔다.

'2003년에는 이랬어요'라는 활동도 좋다. 100년 후의 후손들이 이 그림과 글을 본다는 생각으로 오늘을 사는 아이들이 보는 우리 생활모습을 재미있게 그리고(신문이나 잡지에서 필요한 것을 오려서 붙여도 괜찮다) 간단한 설명을 쓴다. 개성있는 복장과 머리, 아파트단지, 핸드폰에 많은 승용차, 인라인스케이트를 타고 다니는 아이들, 시장대신 백화점과 대형마트... 해 놓고 보면 100년 전의 사람들이 이런 풍경을 상상이나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엄청난 변화가 있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앞으로 변화의 속도는 더욱 가속될 것이고 2103년은 또 어떤 풍경이 연출될까? 한마디 툭 던지면,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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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6-02-22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땡스투 누릅니다.
리뷰 따라 흘러왔어요.^^

프레이야 2006-02-22 1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감사해요^^ 큰아이 4학년 때 본 책이네요.
 
미래의 독자 - 최윤정 비평집
최윤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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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정의 글을 좋아하는 나는 그가 내놓은 새로운 비평집을 얼른 사 들고 회벽칠 한 듯한 표지를 은근한 눈빛으로 바라보다 몇 주를 책꽂이에 꽂아두었다. 설날의 어수선한 분위기가 가라앉을 때쯤 이 책을 꺼내 쥐고 단숨에 읽었다. 원래 최윤정의 글은 남겨두었다 나중에 읽고 싶은 마음이 들 새도 없이 단숨에 읽어진다. 왜 그런지 그의 깐깐함이 묻어나는 글이 처음부터 좋았다면 또 하나의 선입견인가?

<그림책>에 이어 <미래의 독자>는 최윤정이 최근 2년간의 어린이책 서평을 묶어 정리한 것이다. 크게 세 부류로 나누어 읽는 이로 하여금 나름의 기준을 두게 한 것 같기도 하다. 그림책, 저학년, 고학년으로 나누어 작품을 들어가며 제목을 붙이고 자신이 좋아했던 어린이문학을 가감없이 비평하고 있다. 거론하고 있는 작품들을 보면 내가 읽어 본 것도 있고 그렇지 못한 것도 있었다. 그리고 나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지만 그런 식의 표현으로 형상화하지 못한 것도 있었다.

학교의 교과서에 실린 동시가 아이들의 순수한 감각을 마비시키고 몰개성으로 오염시킨다고 생각하는 저자에게 동감한다. 동시집 2편을 제외하곤 모두 그림책 또는 동화 부분의 서평이다. 어린이문학을 하위범주로 생각하는 관례에서 벗어나 참신한 지평을 열어나가기 위해서 어린이문학을 하는 모든 이들(작가, 일러스터레이터, 편집인, 번역가에 독자까지)에게 바라는 저자의 보이지 않는 말이 들리는 구석이 많다.

저자는 어린이문학을 더디게 사랑하게 된 사람 같아 보인다. 그만큼 조심스럽고 깐깐한 눈으로 어린이책을 들여다보며 자신과 자신의 아이들이 속한, 영원히 합일하기 어려워 보이는 두 개의 세상을 곱씹으며 맛보려하는 사람 같아 보인다. 그래서인지 절제의 미덕이 엿보이는 그의 글이 미덥다. 약자를 바라보는 따스한 시선 또한 절제함 속에서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 속엔 어린이문학은 이러해야한다는 나름의 굳은 철학이 보인다.

다니엘 페나크나 크리스 도네르 같은 작가를 비롯한 외국작품에서 훨씬 많은 호감을 느끼고 있지만, 우리 작가들의 작품 중에 빛을 발하는 작품을 찾는 저자의 눈 또한 반갑기 그지없다. 이 책 속에 거론된 작품들 중 읽지 않은 것들을 골라 읽어봐야겠다. 모자라지만, 나의 느낌으로 그 작품들을 읽는 기회를 가져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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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다른 색깔 - 꿈꾸는 나무 28
스티브 존슨 외 그림, 닥터 수스 글, 김현진 옮김 / 삼성출판사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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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그마한 그림책은 알리딘의 어느 서재에서 우연히 얻은 소득이다. 지금의 '나'를 표현해 보라고 하면 어떤 그림으로, 어떤 글귀로, 어떤 색깔로 표현할 수 있을까? 시시각각 변하는 마음자락과 하루하루 달라지는 마음의 색깔을 어떻게 들추어 보여줄 수 있을까? 날마다 눈을 뜨면, 오늘은 어떤 하루가 될까?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또 그렇게 시간이 간다. 이런저런 일로 마음은 여러 가지 색깔의 옷을 입고, 여러 가지 모양의 것이 되어 하늘을 날기도 하고, 땅 속으로 가라 앉기라도 할 것 같은 때도 있다.

마음의 색깔이 달라지면 '나'도 따라 달라진다는 걸 사람들은 알까? 온 몸이 가볍고도 기운차게 발길질하는 빨간색의 날, 푸드덕푸드덕 날개짓하는 파란색의 날, 느려지고 땅 속으로 땅 속으로 가라앉는 것만 같은 갈색의 날, 윙윙윙윙 바쁘게 움직이는 노란색의 날, 모든 게 정지된 것 같은 회색의 날... 주황색의 날에는 서커스의 물개가 된 느낌이라고, 심연의 바다에서 좀더 성숙한 몸짓을 놀리고 있는 초록색의 날...

보라색의 날은 압권이다. '보라색의 날이 되면, 나는 슬퍼져요. 훌쩍훌쩍! 나는 꼬리를 질질 끌며 혼자 걷는답니다.' 그러면서 보라색 공룡이 긴 꼬리를 질질 끌며 어디론가 걸어가는 뒷모습을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다음날 마음은 행복한 분홍색으로 바뀌어 폴짝 뛰어오른다. 그 다음 날은 사납게 으르렁거리는 검정색의 날이다.

이렇게 마음을 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는 날은 사실 몇 날일까?
현실적으론 '알록달록 뒤죽박죽'의 날이 더 많겠지. 내가 누구인지, 무엇인지, 어떻게 한가지로 말할 수 있겠나? 그 모든 게 합쳐져 잘 어우러져있는 본래의 모습, 그게 바로 제자리의 '나'이겠지. 아이들 마음 속 다양한 색깔을 잘 어울리는 동물의 형태와 살아있는 의성어, 의태어와 함께, 이토록 풍부한 붓의 터치로 살려내 놓다니. 추상적인 것을 시청각적으로 멋지게 풀어놓은 그림이 아이들 마음을 꾸밈없이 풀어놓은 일기장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혼합색까지 생각하면 더 풍부한 색감을 느낄 수 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물을 등장시켜 아이들 마음에 빗대어 색과 선의 향연을 베풀고 있는 일러스트레이터와 절제미가 있고 철학적이며 풍부한 감성이 담긴 글을 쓴 작가 모두 매력적이다. 글과 그림이, 변주의 여지를 주면서, 절묘한 화음을 만들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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