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는 친구가 필요해 - 꿈꾸는 나무 10
멕 루터포드 그림, 존 스팀슨 글, 김현진 옮김 / 삼성출판사 / 2003년 4월
평점 :
절판


이제 일곱 살이 된 작은 딸아이에게 요즘 고민이 생겼다. 아니, 그런 아이를 바라보는 나의 고민이기도 하다.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의 반 친구 8명 중 6명이 남자아이이고 나머지는 여자아이인데, 유독 또래의 여자친구랑 노는 걸 좋아하고 친구를 좋아하는 우리 딸은 유치원에서의 생활이 그리 즐겁지 않은 것 같다. 남자아이들과 한마디로 코드가 맞지 않은 것 같다. 하나 있는 여자친구도 성격이 좀 다른 것 같다.

희령이의 성격이 리더십이 아주 강하고 자기 식으로 친구들을 끌어가려고 하는 성향이 많아, 다른 친구들이 그렇게 잘 따라주지 않으면 속상해하는 형이기도 하다. 그렇지 않아도 이사 온 이후 아직 친한 친구를 만나지 못하고 있는데 반나절을 보내고 오는 유치원에서도 서로 마음이 통하는 친구랑 실컷 놀고 오지 못하는 것 같아, 마음이 쓰인다. 조금 변화를 줘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참이었다.

<오스카는 친구가 필요해>를 어제 잠자기 전 함께 읽었다. 딸에게 지금 아주 적절한 도움이 될 수 있는 내용이었다. 새로 이사 온 저 너머의 친구 올리랑 코드가 맞지 않아 화를 내는 곰, 오스카는 딸아이를 꼭 닮았다. 그렇게 화를 내고 있는 오스카에게 어느날 엄마 곰이 뭔가 이야기를 한다. 오스카는 엄마 곰의 말을 듣지 않는 척했다. 하지만 잠들기 전에 엄마 곰의 말을 곰곰이 생각해 본다. 맑고 귀여운 눈망울을 굴리며 생각에 빠진 오스카의 입가에 머금은 미소가 뭔가 대단한 결심을 한 것 같다.

다음날 오스카의 태도가 확 달라졌다. '오늘 뭘 하면서 놀고 싶니?' 친구 올리에게 오스카는 이렇게 먼저 물어본다. 그리곤 참을성 있게 대답을 기다린다. 큰 호수 근처의 집에서 전에 살았던 올리는 처음부터 수영을 하고 싶었던 것이었다. 오스카와 함께 물장구를 치며 떠들고 논 올리는 이제야, 오스카가 전에 무조건 하자고 했던 놀이들을 다시 해 보고 싶어한다. 오스카가 권하는 놀이에 겁이 났던 올리는 해 보니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오스카는 자기가 좋아하는 놀이 중 숨바꼭질만은 참고 기다리기로 한다. 올리가 하고 싶어할 때까지 말이다. 이제, 멋진 친구 올리를 둔 오스카는 산에서 가장 행복한 곰이다.

이 그림책은 정감있고 살아있는 곰의 표정을 보는 재미가 있다. 그 표정은 마치 아이들이 짓는 표정처럼 시시각각 숨기지 못하고 변한다. 좋으면 입꼬리가 초승달처럼 올라가며 눈이 생글거리고, 화가 나면 눈꼬리가 올라가며 찌뿌리고 심술을 부린다. 휘청거리는 나뭇가지 위에서 어정쩡한 포즈를 하고 겁먹은 표정으로 미간을 모으고 있는 올리와, 두 다리로 떡하니 버티고 서서 양손까지 머리 위로 들고 자신만만한 얼굴을 하고 있는 오스카의 모습이 대조적이다. 아기 곰의 털이 색깔은 다르지만 보송보송 한 게 만지면 보드라운 느낌이 전해올 것 같다.

아이는 친한 친구가 된 두 마리의 아기 곰을 보며, <토끼의 결혼식>에 나오는 검은 토끼와 흰 토끼를 들먹인다. 색깔이 다른 건 아무런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아는 아이를 꼭 안아 주었다. 아이도 이제 자기 방식으로만 친구를 대해서는 좋은 친구를 만나기 어려울 거라는 걸 알아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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