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독자 - 최윤정 비평집
최윤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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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정의 글을 좋아하는 나는 그가 내놓은 새로운 비평집을 얼른 사 들고 회벽칠 한 듯한 표지를 은근한 눈빛으로 바라보다 몇 주를 책꽂이에 꽂아두었다. 설날의 어수선한 분위기가 가라앉을 때쯤 이 책을 꺼내 쥐고 단숨에 읽었다. 원래 최윤정의 글은 남겨두었다 나중에 읽고 싶은 마음이 들 새도 없이 단숨에 읽어진다. 왜 그런지 그의 깐깐함이 묻어나는 글이 처음부터 좋았다면 또 하나의 선입견인가?

<그림책>에 이어 <미래의 독자>는 최윤정이 최근 2년간의 어린이책 서평을 묶어 정리한 것이다. 크게 세 부류로 나누어 읽는 이로 하여금 나름의 기준을 두게 한 것 같기도 하다. 그림책, 저학년, 고학년으로 나누어 작품을 들어가며 제목을 붙이고 자신이 좋아했던 어린이문학을 가감없이 비평하고 있다. 거론하고 있는 작품들을 보면 내가 읽어 본 것도 있고 그렇지 못한 것도 있었다. 그리고 나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지만 그런 식의 표현으로 형상화하지 못한 것도 있었다.

학교의 교과서에 실린 동시가 아이들의 순수한 감각을 마비시키고 몰개성으로 오염시킨다고 생각하는 저자에게 동감한다. 동시집 2편을 제외하곤 모두 그림책 또는 동화 부분의 서평이다. 어린이문학을 하위범주로 생각하는 관례에서 벗어나 참신한 지평을 열어나가기 위해서 어린이문학을 하는 모든 이들(작가, 일러스터레이터, 편집인, 번역가에 독자까지)에게 바라는 저자의 보이지 않는 말이 들리는 구석이 많다.

저자는 어린이문학을 더디게 사랑하게 된 사람 같아 보인다. 그만큼 조심스럽고 깐깐한 눈으로 어린이책을 들여다보며 자신과 자신의 아이들이 속한, 영원히 합일하기 어려워 보이는 두 개의 세상을 곱씹으며 맛보려하는 사람 같아 보인다. 그래서인지 절제의 미덕이 엿보이는 그의 글이 미덥다. 약자를 바라보는 따스한 시선 또한 절제함 속에서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 속엔 어린이문학은 이러해야한다는 나름의 굳은 철학이 보인다.

다니엘 페나크나 크리스 도네르 같은 작가를 비롯한 외국작품에서 훨씬 많은 호감을 느끼고 있지만, 우리 작가들의 작품 중에 빛을 발하는 작품을 찾는 저자의 눈 또한 반갑기 그지없다. 이 책 속에 거론된 작품들 중 읽지 않은 것들을 골라 읽어봐야겠다. 모자라지만, 나의 느낌으로 그 작품들을 읽는 기회를 가져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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