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어떻게 가르칠까 살아있는 교육 2
이오덕 지음 / 보리 / 199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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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4학년 때의 일이다. 교내 글쓰기대회에서 '산길'이라는 주어진 제목으로 시를 써 당선되었던 적이 있다. 한 연에 4행씩 네 연을 썼다. 운율과 반복 어미까지 활용하여 잘 썼다고 내심 우쭐하였었다.

<글쓰기 어떻게 가르칠까>를 읽고 나의 글쓰기가 얼마나 잘못되어 있나를 깊이 느끼게 되었다. 교과서에서 본대로, 내가 겪은 '산길'이 아니라, 온통 머리로 짜내어 일정한 틀 속에서 말을 짜맞추어 쓴 그 때의 시. 예쁜 말로만 채워야 되는 줄로 알고 내 마음과 내 생활은 하나도 담지 않고 쓴 시. 이런 시가 아직도 우리 아이들 교과서에 버젓이 실려있고 또 그것이 잘 된 시라고 소리없이 가르치고 있다.

글쓰기에 어느정도 관심도 능력도 있어보이는 큰아이에게 안 그런 척 하고 있다가도 한번씩 나의 조바심을 눈치채게 할 때가 있다. 자연스럽게 아이가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마음을 다 드러내어 정성껏 쓰게 하여야 하는데도 말이다. 지은이는 '사람이 숨을 쉬는 것은 코로 하지만 마음의 숨은 표현으로 쉰'다고 한다. '더구나 아이들의 표현은 아이들의 생명을 이어가고 생명을 키워가는 귀중한 수단이 된'다고 한다. 아이들의 마음에 숨쉴 구멍을 내주는 일이, 자신의 이야기를 자유롭게 글로 표현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라고.

이 책은 우리의 글쓰기 교육과 좋은 글이란 어떠해야 하는 것에 대한 잘못된 생각들을 날카롭게 집어내고 있다. 많은 걸 알게 하고 바로잡아주는 좋은 지침서가 될 것이다. 티없고 거침없는 생각들을 오늘도 하고 있을 우리의 아이들이 쓴 글을 무엇보다 많이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의 글을 바르게 볼 줄 아는 눈을 길러야겠다. 감정도 도덕도 생생한 표현도 모두 무디어진 어른들이, 멈추어서서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 하는 것도 다름아닌 아이들이 쓴 살아있는 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글쓰기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되며, 글은 삶을 가치있는 것으로 가꾸어가는 수단이라고 말한다. 글쓰기를 목적으로만 바라볼 때, 지금의 온갖 그릇된 관행과 인식이 치유될 수 있는 길은 더 멀어질 것이다. 우리 것을 하찮게 여기는 마음은 깨끗한 우리말보다는, 외국어법에서 나온 말과 관료적인 어려운 말을 골라 써서 자신이 좀더 유식한 것처럼 보이려는 어리석음을 낳는다. '깨끗한 우리말'을 살려서 글을 쓰는 것이 오히려 더 어려운 것이 되버린 어른들을 닮아가지 않게, 글에 담긴 생각만큼 깨끗한 우리말을 살려서 글을 쓸 수 있게 지도해야겠다. 어른들이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할 문제다.

'글쓰기와 삶에 대한 자신을 가지게 하고 자기 표현의 마음을 일으키도록' 난 아이의 책상위에 슬그머니 책 한 권을 올려놓고 '엄마아!' 하고 들어올 아이를 기다린다. <1.2학년 아이들이 쓴 글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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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누구 닮았니? 난 책읽기가 좋아
로리 뮈라이므 글, 오딜 에렌 그림, 최윤정 옮김 / 비룡소 / 199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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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누구 닮았니?>는 입양아가 겪게되는 피할 수 없는 문제를 경쾌하게 풀어내고 있어 아주 맘에 드는 책입니다.

누런 피부, 검은색 머리, 옆으로 길쭉한 눈. 크리스토프는 프랑스로 입양되어 간 동양 아입니다. 자신의 외모와 부모님의 외모가 같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되는 건 오래지않아서입니다. 이틀 전부터 그걸 꼬집어 들추어 내려는 코린느를 벌써 전혀 좋아하지 않고 있습니다. 어렴풋이 자신의 외모가 친구들과 다르다고 몸으로 느끼고 있었던 거지요.

같은 동양 아이 봉의 아버지의 말을 듣고, 또 누런 아이들이 썩은 배에 실려 오는 사진을 보고서야 모든게 분명해집니다. 눈물이 앞을 가리며 무작정 달리면서 생각하는 건, 자신이 누군가에 대해 알게된 비참함보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되면 지독하게 충격받으실 부모님에 대한 것입니다. 당신들이 진짜 자식이라 여기며 애지중지하는 자신이 진짜가 아니라고 말씀드릴 일이 걱정인거지요. 너무 순진하고 착한 아이의 마음이지요.

삼주일을 고민하던 끝에 내린 결정으로 부모님에게 하는 말은 아주 단호하면서도 설득력이 있고 사랑스럽습니다. 어젓하게, 이제는 부모님을 더 생각하여 위로하는 듯 말하는 아이가 사랑스러워 엄마 아빠는 크게 웃음을 터뜨립니다. 부모님이 '지독한 충격'은 고사하고 '이런 식으로 받아들이시는 게 얼마나 마음에 들었는지' 모릅니다.

대부분 벌어질 수 있는, 양부모가 아이를 이해시키려드는 상황이 아니라 완전히 역전된 상황이 보는 이로 하여금 건강한 웃음을 짓게 합니다. 이이들은 생각보다 마음이 넓고 생각이 크거든요. 아이들은 의외로 어렵지 않게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을 가지고 어른들은 머리를 쥐어짜며 고민하기 쉽지요.

크리스토프는 자신의 삶에서 이렇게 중대한 일을 스스로 잘 처리해냈다는 자신감으로, 자신을 더 소중히 여기게 될 겁니다. 그리고 살아가는 지혜도 하나 터득하게 되었지요. '제대로 설명만 잘 해 드리면 부모님들도 결국은 뭐든지 다 이해 하신다고!' 그래서 아이를 보고 배우라고 했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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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렁코 하영이 사계절 저학년문고 16
조성자 글, 신가영 그림 / 사계절 / 200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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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에서 박하 향기가 나는 아이 '박하영'. 별명은 벌렁코. 눈이 예쁜 하영이는 마음이 더 예뻐 참 사랑스러운 아입니다. 짧은 머리를 양 쪽으로 달랑 묶어 올리고 함박웃음을 짓고 있는, 표정이 살아있는 우리 아이들의 얼굴이네요.

아빠를 유난히 좋아하는 하영이가 사고로 중환자실에 누워 자신을 알아보지도 못하는 아빠의 치료비를 위해, 아파트에서 반지하 집으로 이사를 오면서 갈등은 시작됩니다. 주인 할머니를 동네 아이들은 '고양이 할머니'로 여겨 무서워하고 피합니다. 혹시 마주치기라도 하면 '걸음아 나 살려라' 달아납니다. 아이들과 괴팍한 할머니의 얼굴이 너무 실감나게 그려져 있는데다, 아이들이 달아나는 삽화에서는 실실 웃음이 나옵니다.

아이들과 강아지를 싫어하고 어질러져있는 것을 참지 못하는 별난 할머니와 통통 튀는 순진한 우리의 하영이가 화해의 손을 잡게 되는 과정이 아주 따스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할머니의 아픈 과거의 기억과 그 때문에 밤마다 울어 고양이처럼 새빨간 눈을 하고 계섰던 것이라는 걸 나중에야 알게되지요.

눈길에 발목을 삐어 누워 계시는 할머니에게 박하사탕 하나를 드리며 살며시 마음 속의 사과를 드립니다. 거짓의 얼굴을 하고는 단 한시도 살지 못하는 우리의 하영이는 이런 마음을 먼저 아빠에게 고백합니다. 병원에 누워 계신 아빠에게 쓴 편지에서지요. 꽉 닫혀있던 불쌍하고 외로운 할머니의 마음은 서서히 문을 열고, 배가 아파 동동 구르고 있는 하영이를 씻은듯이 낫게 해 줍니다. 그 옛날 유괴로 잃어버린 당신의 딸에게도 이렇게 했겠지요.

아이를 싫어한다고 하셨던 무서운 할머니가 눈이 많이 오는 날 집마당에서 눈싸움을 하라고 허락하시고, 강아지는 싫다고 하셨던 까다로운 할머니가 하영이의 생일 선물로 앙증맞은 치와와를 주십니다. 무엇에도 비길 수 없는 선물은 아빠의 퇴원이었지요.

친구...... 이처럼 다정한 말이 있을까요? 이처럼 편안하고 서로를 배려하며 서로 동등한 사이가 있을까요? 세대의 벽도 나이도 뭐도 모두 허물고 정말 친한 친구 하나 있다면, 살아가는 큰 힘이 되지요. 가슴 가득 사랑을 느끼며 웃음도 눈물도 함께 나누어 갖는 친구. 귀를 열어 친구의 말을 마음으로 들어주고 상처를 껴안아 줄 수 있는 사이. 이런 친구가 되어 주시지 않을래요? 우리의 아이들에게. 또 우리의 외로운 할머니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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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막눈 삼디기 - 웅진 푸른교실 2 웅진 푸른교실 2
원유순 글, 이현미 그림 / 웅진주니어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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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1학년 딸아이 반에는 삼디기처럼 글을 읽을 줄도 쓸 줄도 모르는 여자아이가 있다. 행동도 또래보다 어리고 반아이들을 언니, 오빠라고 부른다고 한다. 학년초에는 딸아이가 매일 알림장을 대신 써 주었다. <까막눈 삼디기>를 보고 한동안 잊고 있었던 그 아이가 생각났다. 슬며시 딸아이에게 이 책을 건네주며 재미있더라고 한마디했다. 책을 다 읽고 난 딸아이도 그 아이를 떠올려 말했다. 뭐든 잘 못하는 친구는 친절하게 도와주어라고 전부터 말했지만, 내 아이도 이 책 속의 친구 연보라처럼 하였다면 하는 생각이 나를 먼저 부끄럽게 했다. 그렇게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했으니까.

'잘하네, 똑똑하네'라는 말만 듣고 자라고 있는 아이가 혹시라도 자신도 모르게 교만을 몸에 감고, 자기보다 못하는 친구를 열등한 존재로 업신여기는 마음이 뱀처럼 또아리를 틀고 앉을까 염려되었다. 자존심 강한 영국 왕실로부터 기사 작위를 수여한 스필버그는 학창시절 줄곧 받았던 C학점에서 겸손을 배웠다고 하지 않았나.

그 아이가 요즘은 어떤지 궁금하여 딸아이에게 물어보았더니, 이제 선생님께서도 그 아이는 마음대로 내버려두신다고 말했다. 번번히 받는 빵 점에 눈물이 핑도는 삼디기를 백 점으로 올려주며 용기와 희망을 주는 연보라를 선생님은 '연보라! 네가 선생님이다. 엄삼덕! 받아쓰기 백 점이다!' 라며 손들어 주신다.

마구 뛰는 가슴으로 숨을 깊이 들이마시며 '잘 읽을 수 있어'라고 중얼거리는 삼디기. 이 아이가 더듬더듬 책을 읽어나가는 마지막 대목에서는 함께 가슴 졸이게 된다. 반아이들이 모두 삼디기가 되어 속삭이는 소리로 도와주고 가슴을 쓸어내렸듯이. 나만 잘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기 쉬운 곳에서 만들어가는, 참 따스한 교실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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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예린이 꿈꾸는 학교 반쪽이가 그린 세상 반쪽이 시리즈 7
최정현 지음 / 한겨레출판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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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평등부부상을 수상한 하예린의 엄마, 아빠 그리고 하예린이 꿈꾸고 그리는 세상은 어떤 것일까? 이 책은 만화책이다. 그래서 더 재미있다. 어떤 곳에서는 실없이 낄낄거리게 만들고 어떤 곳에서는 무릎을 탁 치고 '맞다, 맞아!'를 외치게 만든다. 별나다면 별난 이들 평범한 가족이 살아가는 세상은, 아직은 우리 함께 고민하며 바꾸어 나갈 필요가 있는 것들이 산재해 있다.

가부장제 우리 사회가 당연시하는 남아선호, 여성경시 풍조는 호주제를 폐지하는 것만으로 어느 정도 개선될까? '재란 재뢰'라는 제목의 이야기는 여성비하 발언을 듣고 지뢰를 밟은 듯 폭발하는 하예린의 엄마 변재란이 통쾌하게 그려져있다. 일로 바쁜 엄마와 아내를 위해 집안일은 온가족이 함께 하는 일로 알고,- 아니 아빠가 거의 다 하는 것 같다- 하예린도 기꺼이 밥상을 차릴 준비가 되어있다.

'평등부부는 잉꼬부부가 아니예요. 예를 들어 노동자가 쟁취한다고 하잖아요. 그것은 불평등하기 때분에 싸우는 거죠. 평등부부는 싸움부부예요. 싸우지 않으면 쟁취할 수 없거든요.' '싸움부부' 이야기에서 하예린의 아빠가 하는 말이다. 순응이 무조건하고 미덕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태어나면서 똑같이 부여받은 권리에 대해 정당하게 요구하기 위해서는 싸움을 할 용기를 가져야 한다. 페미니즘에 대하여 하예린이 질문하는 이야기는 우리 모두가 보여야 할 관심거리다.

남자아이의 짖꿎은 장난에 마음의 상처를 입고 집에 온 하예린에게 들려주는 아빠의 '마음의 신발'에 대한 이야기는, 비슷한 경우로 속상해하는 딸아이에게 약이 된다. 딸아이도 이 책을 너무 재미있다며 두번을 보았다. 신발을 신으면 발이 안 아프듯이, 마음의 신발을 신으면 마음이 안 아플 것이라고. 그 마음의 신발은 바로 상대방을 미워하지 않는 거라고.

남녀은 서로 미워하고 적대시하며 서로가 이기려는 대상이 아니다. 그보다, 오히려 상대를 미워하지 않는 마음의 신발을 신고 정정당당하게 싸우는 관계에 가깝다. 페어플레이를 펼쳐나가며 함께 사는 남녀는 아름답다. 아옹다옹 싸우며, 알콩달콩 행복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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